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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trah의 몽상.

오르비스 플랜 (Orbis P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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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trah.
작품등록일 :
2016.01.14 00:41
최근연재일 :
2016.02.03 16:40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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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64
추천수 :
3
글자수 :
12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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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1.16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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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서신 전달 - 4

DUMMY

#2. 서신 전달 - 4



아리엔스 백작의 대답에 소니언 단장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그 충격을 수습하느라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레이먼경 또한 차분히 백작과 단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책사로써 중요한 것들을 꼽아보자고 한다면 빠른 머리 회전과 순간 순간의 상황을 읽어내는 능력, 그리고 승리를 위해 무엇을 내어 주고 무엇을 얻을지를 선택하는 판단 능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레이먼경은 꽤나 좋은 책사라고 할 수 있었다. 30대 중반의 나이로 5서클의 익스퍼트인 것도 뛰어난 두뇌를 입증하는 것이겠지만 그보다 아리엔스 백작이 그를 중용하는 이유에는 빈틈없는 분석력과 빠른 상황 판단력을 지녔다는 게 컸다. 그렇기에 평민임에도 불구하고 영지 내의 주요직인 마법부의 장이 될 수 있었다.


소니언 단장에게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줬다고 생각이 되었는지 레이먼은 단장을 바라보며 진중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일차적으로 ‘빛의 의지’의 획득입니다. 그리고 그 이후의 궁극적인 목표는 ‘빛의 의지’를 발판 삼아 제국을 무너뜨리고 대륙 전체를 케룸이라는 하나의 깃발 아래 두는 것입니다. ‘빛의 의지’ 획득은 이 원대한 계획의 도화선이 될 것이며 우리는 그 도화선에 성냥으로 불을 당길 것입니다.”


너무나 어마어마했다. 일개 지방의 소도시에서 나올 만한 이야기들이 아니었다. 말이라서 쉬운 수준을 넘어 말도 안되는 계획이었다.


소니언 단장은 아리엔스 백작과 레이먼을 바라보았다. 둘 다 꽤나 흥분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아니. 레이먼은 어찌하든 좋았다. 하지만 자신이 모시는 주군이 하고자 하는 일이었다. 그것은 무엇보다 중요했으며 벤투스(Ventus)에서의 인연으로 떠돌이 용병이었던 자신과 어린 딸을 거두어준 사람이었다. 그의 뜻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단장은 놀라운 마음을 가라앉히며 입을 열었다.


“그럼 앞으로 저희는 어떻게 움직이면 되는 겁니까?”


레이먼은 단장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먼저 오늘 들어온 정보에 대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제가 퓨엔테 마법연방(Fuente sorcerers union)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일루미넨테에 사람을 보내 조사를 해본 바로는 저희가 목표로 하고 있는 ‘빛의 의지’ 는 현재 대륙의 서쪽에 위치한 소국인 프라그멘툼(Fragmentum)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퓨엔테 마법연방(Fuente sorcerers union)은 오르도 제국 남쪽의 소국인 아르고 왕국의 수도인 일루미넨테(Illuminente)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일종의 마법사 길드와 유사한 집단이었다. 대륙 전체의 마법사중 50%이상이 이곳에 가입되어 있으며 레이먼 또한 퓨엔테에 가입되어 있었다. 거기다 가지각색의 마법사들과 공부 깨나 한다는 지식인들이 소속된 집단이다 보니 대륙의 모든 지식은 퓨엔테로 통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방대한 양의 문헌들이 모여 있었다.


레이먼의 말을 듣고 있던 단장은 의문스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프라그멘툼? 꽤나 멀리도 흘러갔군...... 그나저나 어쩌다 거기까지 가게 된건가?”


적절한 질문이라는 늬앙스를 풍기며 레이먼이 대답했다.


“백 년전의 역사가인 드미트리스의 논문을 보면 이러한 내용이 등장합니다. 성교회의 심장부였던 테미스 궁을 지키던 파라딘 중 한명이 살아남아 프라그멘툼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가설이지요.”


단장의 눈이 가늘어 졌다. 그리고는 끝이 올라간 콧수염을 매만지며 레이먼에게 물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가설이 아닌가? 그런 가설에 도박을 하겠다는 건가?”


“그럴리가요. 그런 가설만을 믿고 도박을 할 만큼 제 간이 크지는 않습니다. 영주님께서 전하의 비밀 교지를 받고 내려 오신 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뜬구름을 잡는 것처럼 막막했었습니다. 하지만 실마리가 왕국 북부의 우올로 산맥 근처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가만히 듣고만 있던 아리엔스 백작이 길게 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오늘 아침 그 보고를 받는데 이제야 무엇인가 해볼 수 있겠다 싶었지. 이보게 단장. 자네는 시를 좋아하는가?”


갑작스런 백작의 뚱딴지 같은 말에 단장은 어리둥절해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단장을 보며 레이먼이 웃으며 시를 읊조리기 시작했다.



찬란한 궁전은 빛을 잃었고


거목의 뿌리는 뽑혀졌구나.


뜨거움은 차가움으로


차가움은 뜨거움으로


뜨거움과 차가움을 지닌 내님은


절망과 희망을 안은 내님은


폴라리스를 따르네.



시를 다 읊조린 레이먼은 소니언 단장을 바라보았지만 단장은 여전히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 표정을 읽은 레이먼이 말했다.


“이 시는 케룸왕국의 북부의 우올로 산맥 아래에 있는 스메리아(Smeria)라는 마을에서 전해 내려오는 시입니다. 얼마전 이 근처에서 과거 성교회의 신전으로 보이는 건축물 잔해가 발견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잔해의 주춧돌에 테미스(Temis)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성교회의 유물을 발견했다는 소문들은 시대마다 늘 상 있어왔던 소문들이었지만 실제로 본 사람들은 전무하다시피 한 실정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그 소문이 실체로 드러난 것이다.


단장은 레이먼을 향해 물었다.


“그렇다면 그 곳이 과거 성교회의 테미스 신전이란 말인가?”


레이먼은 단장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종이에 방금 전에 읊조렸던 시를 적고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빛의 의지’가 프라그멘툼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지요. 이 시를 봐주시기 바랍니다.”


단장은 레이먼의 말에 책상으로 의자를 끌어당겨 시가 적힌 종이를 주시했다. 레이먼의 설명이 계속 되었다.


“이 시(Poem)는 시 그 자체로만 본다면 그 뜻을 유추해내기가 힘들겁니다. 하지만 마을 근처에서 테미스 신전으로 추정되는 유적이 발견된 이상 성교회와의 연관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레이먼의 설명을 듣고 있던 단장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레이먼에게 말했다.


“자세히 설명을 해주게.”


“이 시를 성교회의 붕괴를 대입해서 다시 읽었을 때 주목해야 할 부분은 ‘거목의 뿌리는 뽑혀졌구나’와 ‘절망과 희망을 품은 내님은’, 그리고 ‘폴라리스를 따르네’입니다.”


이후 레이먼은 만년필을 움직이며 주석을 달기 시작했고 그가 손을 놓았을 때 단장의 눈빛은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찬란한 궁전은 빛을 잃었고 (파괴된 테미스 신전)


거목의 뿌리는 뽑혀졌구나. (신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


뜨거움은 차가움으로 (뜨거웠던 믿음이 식어버리고)


차가움은 뜨거움으로 (식어버린 믿음은 분노로 이어지고)


뜨거움과 차가움을 지닌 내님은 (분노와 식어버린 믿음을 지닌 자)


절망과 희망을 안은 내님은 (믿음이 무너진 절망과 00000을 지닌 자)


폴라리스(=북극성)를 따르네. (북쪽으로 향하네.)



시의 해석을 마친 레이먼은 설명을 이어나갔다.


“여기서 정확하지 않은 부분은 ‘희망’이란 단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입니다. 성교회를 지켜주지 않은 신에 대한 믿음이 파괴된 시점에서 도대체 어떠한 것이 그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었을까요? 아마 이 부분은 ‘빛의 의지’를 찾으면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레이먼의 설명을 끝까지 듣고 있던 단장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레이먼에게 물었다.


“하지만 여기서 ‘빛의 의지’를 나타내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단장의 질문에 레이먼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들에게 절망은 깨져버린 믿음과 성교회의 붕괴였을 겁니다. 그리고 ‘빛의 의지’에 담긴 내용은 성교회의 붕괴 과정과 그 계기이구요. 물론 이것만으로 이 구절이 ‘빛의 의지’를 지칭한다고는 볼 수는 없지만 그들에게 희망이라고 할 만한 것이 담겨 있을 만한 것이라면 그것은 마지막 성황 앙그마르가 남긴 ‘빛의 의지’일 겁니다.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담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그것을 안고 폴라리스를 따라 북쪽으로 간 내님이 파라딘이라면......”


레이먼의 말이 끝나자 아리엔스 백작이 말을 받았다.


“빛의 의지는 프라그멘툼에 있을 것이네.”


소니언 단장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선작이 하나 생겼네요 ㅎ


어느 분이신지는 모르겠지만... 감사합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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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공작가 살인사건 - 3 16.02.03 248 0 14쪽
22 공작가 살인사건 - 2 16.01.31 268 0 13쪽
21 공작가 살인사건 - 1 16.01.29 245 0 13쪽
20 클레멘타인 자작의 입궁 - 4 16.01.27 280 0 11쪽
19 클레멘타인 자작의 입궁 - 3 16.01.26 274 0 10쪽
18 클레멘타인 자작의 입궁 - 2 16.01.25 202 0 12쪽
17 클레멘타인 자작의 입궁 - 1 16.01.23 243 0 13쪽
16 팔찌와 작업의 상관 관계 - 2 16.01.22 331 0 12쪽
15 팔찌와 작업의 상관 관계 - 1 16.01.21 246 0 11쪽
14 세픽스의 꼬마 숙녀 - 6 16.01.21 280 0 8쪽
13 세픽스의 꼬마 숙녀 - 5 16.01.21 290 0 10쪽
12 세픽스의 꼬마 숙녀 - 4 16.01.20 252 0 9쪽
11 세픽스의 꼬마 숙녀 - 3 16.01.20 285 0 11쪽
10 세픽스의 꼬마 숙녀 - 2 16.01.17 245 0 10쪽
9 세픽스의 꼬마 숙녀 - 1 16.01.17 314 0 13쪽
8 서신 전달 - 6 16.01.16 204 0 11쪽
7 서신 전달 - 5 16.01.16 266 0 12쪽
» 서신 전달 - 4 16.01.16 253 0 9쪽
5 서신 전달 - 3 16.01.15 313 0 9쪽
4 서신 전달 - 2 16.01.15 307 0 13쪽
3 서신 전달 - 1 16.01.14 240 0 16쪽
2 프롤로그 - 2 16.01.14 413 1 14쪽
1 프롤로그 - 1 16.01.14 565 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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