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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trah의 몽상.

오르비스 플랜 (Orbis P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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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trah.
작품등록일 :
2016.01.14 00:41
최근연재일 :
2016.02.03 16:4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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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수 :
122,105

작성
16.01.17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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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세픽스의 꼬마 숙녀 - 1

DUMMY

#3. 세픽스의 꼬마 숙녀 - 1


헉 헉!


여리여리한 얼굴선에 황금을 녹여놓은 듯 한 금발이 인상적인 젊은 청년이 땀을 뻘뻘 흘리며 산길을 오르고 있었다.


“하아...... 하...... 분명히 완만한...... 하아...... 산길이라고...... 하아...... 했는데......”


땀을 한바가지나 흘리며 산길을 오르던 청년은 바로 레스피체였다.


“이런! 도련님! 벌써 지치신 겁니까? 아직 세픽스까지 가려면 반 정도 더 남았는데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하하하!”


앞서가던 레이먼의 말에 레스피체는 무거운 발걸음을 다시 한발 내딛으며 말했다.


“레이먼경...... 케룸시티까지 가는 길에 이런 산길이 많은 건가요?”


레이먼은 아무래도 백작가 도련님이라는 신분은 이런 산길에는 영 알맞지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들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일단 이 산을 넘어 세픽스에 도착하게 되면 그때부턴 평야지대가 계속 됩니다만......”


레이먼은 순간 레스피체를 살짝 놀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 평야가 끝나면 이 산보다 높은 산들이 몇 개가 더 있긴 하지요.”


레이먼의 말을 듣자 레스피체의 입이 떡 벌어졌다.


“으헉!! 정말이에요!?”


“그럼요! 아무리 왕국이 산지가 그리 많지 않다고는 하나 수도인 케룸시티 주변은 꽤나 있는 편이랍니다. 한 나라의 수도는 다른 것도 중요하겠지만 방어하기 수월한 지형에 세우는 일도 종종 있었습니다. 케룸시티도 그 중 하나구요.”


수도라는 것은 한 나라의 두뇌이자 심장이었다. 그렇기에 수도의 위치는 나라의 색에 따라 상이했는데 일반적으로 그 나라의 생업과 관련이 없지 않았다. 당장 케룸시티만 보더라도 세렌강 유역에 자리 잡아 농업에 유리했으며 유독 근처에 산이 많아 방어에도 용이하기에 수도로써의 기능을 수행하기 적합했다.


하지만 큰 왕국의 수도답게 케룸시티로 이어진 길들은 잘 정비되어 있었기에 거의 산을 넘는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만큼 평탄한 길이 많았다. 그러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레스피체에게는 잘 먹혀들만한 악담(?)이었다.


득의에 찬 미소를 지으며 레이먼이 말했다.


“설마 끝없이 평탄한 길로만 다닐 거라고 생각하신 건 아니죠?”


물론 레스피체는 그저 유유자적한 유람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 그런 여정이었다면 목숨을 걸고(?) 아버지께 우겨서 이 길을 따라나설 이유가 없었다. 자신이 원하던 여정은 좀 더 사건, 사고가 많은 그런 여정이었다.


이 언덕을 넘는 것이 사건(?)이 될 순 없다는 생각이 들자 레스피체는 밝게 웃으며 레이먼에게 말했다.


“물론입니다!! 이정도의 산길정도야 가뿐하죠!! 하하하하하!”


선두에 서서 일행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던 소니언 단장은 뒤에서 들려오는 레스피체의 웃음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맞습니다. 도련님! 아리엔스 백작가의 아드님이신데 이 정도에 힘들어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 그럼요!”


레스피체는 무한한 신뢰의 눈빛과 함께 엄지를 치켜들며 자신을 보고 있는 소니언 단장을 바라보며 쓴 웃음을 지으며 다시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여정이 시작된 지 이틀째. 레스피체 일행은 영지를 벗어난 후에도 말을 타고 이동을 하다 산길을 오르기 직전에 말들을 풀어 주었다. 그 이유는 말을 데리고 산을 넘기보다는 산을 내려간 뒤 세픽스에 도착해 다시 말을 구하는 것이 체력적으로 좋을 것이라는 레이먼의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처음으로 먼 길을 떠나는 아들을 위해 백작부인이 준비한 쌈짓돈 덕분에 말은 얼마든지 교체할 수 있을 정도로 여비는 충분했다.


산길을 한 시간 정도 더 걷다 보니 어느새 산의 능선에 다다를 수 있었다. 앞서가던 레이먼이 뒤를 돌아보며 레스피체를 향해 소리쳤다.


“도련님! 세픽스가 보입니다!”


호기롭게 이 정도 산쯤이야 아무렇지도 않다고 외쳤지만 점점 떨어져 가는 체력 덕에 고개를 푹 숙이고 걷던 레스피체는 세픽스가 보인다는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정말요!?”


눈을 반짝이던 레스피체는 힘을 내서 한달음에 레이먼이 서있는 곳까지 도착했다. 어느새 날이 어둑어둑 해져서 그런지 산 아래로 보이는 광경이 더욱 더 또렷하게 레스피체의 눈에 들어왔다.


“저기가 바로 세픽스입니다.”


레이먼이 손을 들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니 크진 않지만 작은 불빛들이 옹기종기 모여 도시를 밝히는 모습이 꽤나 아름다웠다. 더군다나 난생 처음으로 보는 다른 도시에 레스피체의 눈은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레이먼과 레스피체가 세픽스의 야경에 취해 정신없이 바라보는 사이 소니언 단장은 무언가 생각이 난 듯 레이먼과 레스피체에게 다가왔다.


“도련님! 아무래도 이 근처에서 노숙을 해야 할 듯싶습니다.”


단장의 말을 듣자 레이먼도 깜빡 잊고 있었는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아! 맞습니다. 도련님께 말씀드린다는 걸 깜빡했군요. 이제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니 이 근처에서 야영을 한 뒤 아침 일찍 산을 내려가 점심쯤에 세픽스로 들어가는 게 저희의 계획입니다만......”


레이먼은 뭔가 걸리는 게 있었는지 말끝을 흐리자 소니언 단장이 말을 받았다.


“도련님. 아무래도 노숙 같은 걸 해본 적이 없으실 텐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단장과 레이먼의 걱정 어린 시선이 레스피체에게 머문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레스피체의 눈은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캬~ 노숙이라...... 책에서만 보던 노숙을 이렇게 일찍 해보게 될 줄이야!! 아무래도 이번 임무에서는 못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좋습니다!! 찬성이에요!!”


예상과는 다른 레스피체의 대답에 두 사람은 벙 찐 표정이 되어버렸고 불침번을 서야 되는 거냐는 질문에 땅이 꺼질 듯 한숨을 쉬었다.


레이먼이 못말린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도련님...... 이 지역은 몬스터가 돌아다니는 곳이 아닙니다. 기껏해야 산짐승들일 터이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레이먼의 말에 이어 소니언 단장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세픽스를 지나 타스카 마을 근교라면 어느 정도 경계는 해야겠지만 이 부근은 안심해도 될 지역입니다. 더군다나 레이먼경이 있으니 불침번은 더 더욱 필요 없구요.”


실제로 그랬다. 세픽스 인근의 산악지역들은 5년 전까지만 해도 가끔 무리에서 떨어진 고블린들이나 오크들이 출몰했었다. 하지만 5년 전 현 국왕인 아르미스 국왕의 민심 안정책으로 대대적인 몬스터 토벌령이 내려져 도시나 마을 근처에서 몬스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뭔가 아쉽다는 듯 한 표정을 한 레스피체에게 레이먼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마법사가 포함된 파티는 불침번을 서지 않습니다. 후훗.”


레이먼의 말에 레스피체는 의문이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가요? 마법사가 있으면......”


레스피체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아하! 알람 마법을 사용하면 되겠군요!”


“맞습니다. 주변에 제가 미리 결계를 쳐둘 것이니 걱정 안하셔도 된답니다.”


대화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소니언 단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가 좋겠습니다. 꽤나 평평해서 그다지 불편하지도 않겠군요.”


언제 살펴봤는지 어느새 소니언 단장은 그들의 잠자리가 될 자리에서 주섬주섬 짐을 풀고 있었다. 레스피체와 레이먼도 합류하여 짐을 풀기 시작했고 레이먼은 짐을 대충 풀자마자 알람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짐을 풀고 잠자리 정리가 어느 정도 끝나자 소니언 단장은 작은 모닥불을 피웠고 일행들은 불빛을 찾는 나방처럼 자연스럽게 모닥불 주위로 둘러앉았다. 레이먼이 먼저 입을 열었다.


“먼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말입니다만, 저희는 내일 하루를 세픽스에서 머물고 그 다음날 다시 길을 출발합니다. 중간 중간 작은 마을들이 있어 오늘처럼 노숙을 하는 날은 그리 많지 않겠지만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해 지나는 마을마다 비상용 물자들을 조금씩 보충할 예정입니다.”


레이먼의 말을 듣던 단장과 레스피체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까지나 이번 여정의 리더는 소니언 단장이었지만 전체적인 일정과 경비 집행은 대부분 레이먼이 맡기로 되어있었다.


“그리고 세픽스 다음으로 큰 도시인 타스카에 도착하게 되면 영주님에게 서찰로 중간 진행을 보고드릴 예정입니다. 아마 타스카까지는 서둘러 간다면 일주일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만 현 상황이 그리 시급한 상황이 아닌지라 여유롭게 열흘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레이먼의 말이 끝나자 듣고있던 소니언 단장이 입을 열었다.


“일단 타스카까지만 간다면 케룸시티까지는 금방이겠군. 아무래도 쭉 뻗은 무역로를 만나게 되니까 말이야.”


단장의 말을 들은 레이먼이 빙긋 웃으며 얘기했다.


“그렇습니다. 타스카를 지나면 무역로인 테라 로드(Terra road)가 나옵니다. 테라 로드를 따라 케룸시티 근교의 우드윅에 도착해 하루를 묵고 다음날 아침에 출발해 케룸 시티로 들어가게 됩니다.”


나뭇가지로 모닥불을 뒤적이던 레스피체가 들고 있던 나뭇가지를 모닥불 속으로 집어넣으며 말했다.


“기대되는군요! 솔직히 세픽스야 오가는 상인들에게 자주 얘기를 들어 어느 정도 알고 있다지만 다른 도시들은 잘 들어본 적이 없어 어떨지 궁금하네요!”


해맑게 웃으며 얘기하는 레스피체를 바라보던 레이먼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 길에서 많은걸 보고 경험하시게 될 겁니다. 들으셔서 아시겠지만 사안이 사안인지라 저희도 케룸시티에 도착하고 나서는 어떻게 될지 전혀 예상을 할 수가 없거든요.”


손장난에 제격이었던 나뭇가지를 버린 뒤 팔짱을 끼고 있던 레스피체가 말했다.


“그러네요.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대단한 일이라는 건 느낄 수 있었어요.”


레스피체의 말을 듣고 있던 레이먼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모닥불의 연기가 까만 밤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얘기했다.


“대륙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사건을 지금 저희가 시작을 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굉장히 가슴 뛰는 일이죠.”


사실 릴리안의 영주이자 레스피체의 아버지인 아리엔스 백작이 쓴 서신의 내용은 레이먼 자신도 몰랐다. 어디까지나 일을 진행하기 위한 포석정도라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 내용에 대해서는 한 번의 언급도 없었기에 그저 예상만 할 뿐이었다.


하늘을 보던 레이먼은 뭔가 생각이 난 듯 레스피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 원래 엘리나 아가씨가 가려 했던 건 알고 계셨습니까?”


“누나가요?”


레스피체는 레이먼의 말에 금시초문이라는 듯 대답했다.


“네. 원래 백작님께서는 이번 여정에 아가씨를 동행시키실 생각이셨습니다. 그런데 계획이 좀 틀어지는 바람에......”


말을 이어나가던 레이먼이 살짝 레스피체의 눈치를 한번 살피고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도련님께서 같이 가시게 된 겁니다. 이미 아가씨께서도 준비를 하던 중이셨다고 하더군요.”


레이먼의 말에 깊어져 가는 레스피체의 표정을 바라보던 소니언 단장이 입을 열었다.


“아가씨께서는 이미 몇 번 다녀오셨으니 이번엔 도련님이 가시는 게 당연한 일이지...... 그리고 도련님이나 아가씨나 어느 분이 동행해도 상관없는 일이지 않나.”


예상치 못한 단장의 말에 레이먼이 당황한 듯 얘기했다.


“아...... 물론입니다. 저는 도련님이 가시게 된 게 잘못 되었다는 게 아니라......”


“하하하!! 그런 뜻이 아니라는 거야 잘 알지. 그나저나 밤이 늦었으니 이만 잠을 청해야겠구만.”


소니언 단장은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크게 한번 웃고는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레이먼은 뭔가 편치 않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 어쩔 수 없다는 듯 레스피체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잠을 청했다.


레스피체도 레이먼을 향해 쓴 웃음을 짓고는 자리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소니언 단장은 그야말로 충신이라 할 수 있었다. 그의 충성은 레스피체의 아버지인 아리엔스 백작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그 마음은 아리엔스 가문 전체에 대한 충성이라고 볼 수 있었는데 가끔 단장의 이러한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유별남에 있어서 가끔 부담스러운 것은 레스피체와 그의 누나인 엘리나였다.


“그나저나...... 그래서 인사가 좀 아쉬웠다는 생각이 든건가......”


레스피체는 누나인 엘리나와의 인사가 왠지 모르게 아쉬웠다는 느낌이 든 이유를 엘리나가 가야 할 임무에 동생인 자신을 보내게 되어 그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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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공작가 살인사건 - 3 16.02.03 248 0 14쪽
22 공작가 살인사건 - 2 16.01.31 267 0 13쪽
21 공작가 살인사건 - 1 16.01.29 245 0 13쪽
20 클레멘타인 자작의 입궁 - 4 16.01.27 280 0 11쪽
19 클레멘타인 자작의 입궁 - 3 16.01.26 274 0 10쪽
18 클레멘타인 자작의 입궁 - 2 16.01.25 202 0 12쪽
17 클레멘타인 자작의 입궁 - 1 16.01.23 243 0 13쪽
16 팔찌와 작업의 상관 관계 - 2 16.01.22 331 0 12쪽
15 팔찌와 작업의 상관 관계 - 1 16.01.21 246 0 11쪽
14 세픽스의 꼬마 숙녀 - 6 16.01.21 280 0 8쪽
13 세픽스의 꼬마 숙녀 - 5 16.01.21 290 0 10쪽
12 세픽스의 꼬마 숙녀 - 4 16.01.20 252 0 9쪽
11 세픽스의 꼬마 숙녀 - 3 16.01.20 285 0 11쪽
10 세픽스의 꼬마 숙녀 - 2 16.01.17 245 0 10쪽
» 세픽스의 꼬마 숙녀 - 1 16.01.17 314 0 13쪽
8 서신 전달 - 6 16.01.16 204 0 11쪽
7 서신 전달 - 5 16.01.16 266 0 12쪽
6 서신 전달 - 4 16.01.16 252 0 9쪽
5 서신 전달 - 3 16.01.15 313 0 9쪽
4 서신 전달 - 2 16.01.15 306 0 13쪽
3 서신 전달 - 1 16.01.14 240 0 16쪽
2 프롤로그 - 2 16.01.14 413 1 14쪽
1 프롤로그 - 1 16.01.14 565 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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