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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trah의 몽상.

오르비스 플랜 (Orbis P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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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trah.
작품등록일 :
2016.01.14 00:41
최근연재일 :
2016.02.03 16:4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6,567
추천수 :
3
글자수 :
122,105

작성
16.01.17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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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세픽스의 꼬마 숙녀 - 2

DUMMY

#3. 세픽스의 꼬마 숙녀 - 2


한참 점심식사를 마치고 티타임을 가질 시간의 세픽스는 굉장히 분주했다. 기분 좋은 햇살과 가벼운 바람이 불어 피크닉을 가기엔 더 없이 좋은 날이었지만 세픽스의 주민들은 그런 피크닉을 즐길만한 여유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바빴다. 하지만 열심히 물건들을 정리하는 잡화점의 상인들과 향긋한 냄새를 풍기며 요리를 준비하는 간이 음식점의 요리사들의 표정에는 늘 하던 일인 것 같은 여유가 흘렀고 얼굴 가득 미소를 품고 있었다.


“어이~ 여기 산딸기주 두병만 주게.”


덥수룩한 턱수염이 인상적인 중년의 아저씨가 ‘톰의 만물상점’ 이라는 이름을 가진 잡화상의 가판대에 섰다. 한참 물건들을 진열하느라 정신이 없었는지 살짝 놀란 점원은 이내 붉은 액체가 담긴 병을 가지고 와 손님에게 내밀며 말했다.


“여기있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축제가 시작되려면 시간이 좀 멀었는데 벌써부터 달리시려구요?”


한껏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점원에게 아저씨는 주먹을 불끈 쥔 팔을 점원의 목에 두르며 얘기했다.


“거 참! 알면서 모르는 척 하시네! 릴리안에서 들여온 산딸기주는 너무 일찍 동이 나서 말이지...... 그래서 이렇게 일찍 사러 온거 아닌가!”


아저씨의 호전적인 반응에 점원은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그렇군요...... 제가 오늘만 도와주는 땜빵이라......”


점원의 말을 들은 아저씨는 둘렀던 팔을 풀며 점원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얘기했다.


“그러고보니 그렇구만. 확실히 처음 보는 얼굴이야. 그런데 늘 있던 톰 녀석은 어디가고 자네가 남의 집 장사를 해주는 건가?”


아저씨의 다부진 팔에 갇혀 있는 바람에 뻐근해진 목을 이리저리 풀며 헤헤거리며 웃었다.


“톰 삼촌이 이번 축제 때 일손이 부족하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조카된 도리로써 이렇게 도와드리러 온 겁니다.”


“그랬구만...... 어쨌든 수고하라구. 나중에 톰이 오면 제리아저씨가 다녀갔다고 전해주고~”


큰 엉덩이를 씰룩이며 멀어져가는 아저씨를 보며 점원은 쓴웃음을 짓고는 중얼거렸다.


“휴...... 세픽스의 사람들은 다 이런 식인가...... 삼촌도 꽤 피곤하시겠구만......”


혼자 중얼거리며 가판대에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던 점원은 이내 또 다른 손님의 목소리에 정리를 멈춰야만 했다.


“오빠! 여기 달걀은 없어?”


푸른 빛이 도는 긴 머리칼에 맑은 눈망울을 가진 열두살 쯤 되어 보이는 소녀였다.


좀 전과는 달리 아저씨가 아닌 것을 확인한 점원은 밝게 웃었다. 그리고는 허리를 굽혀 소녀와 눈을 맞추고 얘기했다.


“음...... 이걸 어쩌지? 달걀은 없는데......”


달걀이 없다는 점원의 말에 소녀는 사뭇 심각한 표정이 되어 한손으로 턱을 괴며 말했다.


“어쩌지...... 우리 오빠는 날달걀을 먹어야 목소리가 잘나와서 노래가 잘된다고 했는데......”


소녀의 말에 점원은 호기심이 생겼는지 같이 고민하는 표정을 짓고는 물었다.


“노래? 너랑 너희 오빠가 노래하는 거야?”


“응!! 난 잘 못하지만 우리 오빤 엄청 잘해!! 가는 곳마다 다들 잘한다고 칭찬해줬어!”


점원의 물음에 소녀가 밝게 웃으며 얘기했다. 아무래도 이 소녀와 소녀의 오빠 또한 세픽스에 사는 사람들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축제를 하는 날이면 인근 마을에서 종종 구경을 오는 경우가 많았기에 그다지 생소한 일은 아니었다. 아마 이 소녀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인 듯 보였다.


“오빠! 그럼 달걀은 어디있어?”


잠시 생각에 빠졌던 점원은 소녀의 물음에 허리를 세우고는 주변의 가게들을 살폈다. 다행히 근처에 식료품점이 보였기에 그쪽을 가리키며 얘기했다.


“어디보자...... 그래! 아마 저기 보이는 가게에 가면 있을거야.”


소녀는 점원이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더니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찾았다! 고마워 오빠!”


소녀의 웃음에 점원도 덩달아 미소가 지어졌고 양손을 허리에 갖다 대고는 소녀가 뛰어가는 걸 지켜봤다. 잠시 지켜보던 점원이 뒤를 돌려던 그때 소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오빠! 나중에 우리 노래하는 거 보러와! 해질 무렵에 저쪽 광장에서 할거야! 그럼 안녕!”


말을 마치고 가볍게 손을 흔들고는 소녀는 식료품점으로 향했고 점원은 덩달아 같이 손을 들어주었다. 그리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집에 있을 여동생을 생각했다.


“나도 참...... 어제도 본 동생인데......”



세픽스는 도시였지만 꽤 큰 마을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그 크기가 크지 않아 다른 도시들처럼 성벽이라던지 수비군이 없었다. 아무래도 국경지역과는 멀리 떨어진 내륙지방이었기에 나무로 만든 울짱으로 울타리를 쳐놓은 것 말고는 방어 수단이라 할 만한 것이 없었고 치안 유지도 각각의 구획별로 청년들이 방범대를 구성하여 돌아가고 있었다. 그렇기에 밤이 아닌 낮에는 검문이랄 것도 없어 특히 수상한 사람이 아니라면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었다.


“드디어 세픽스에 도착했군요!”


레스피체는 처음 와본 세픽스가 꽤 색달랐는지 고개를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소니언 단장과 레이먼도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 적응 못하고 두리번거렸다.


“아무래도 축제가 있는 모양입니다. 사람들이 다들 분주하군요.”


한참을 두리번 거리던 레이먼이 축제분위기에 조금 들떴는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나 소니언 단장만은 고민된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축제라면 숙소를 잡기가 힘들지도 모르겠는데......”


어느 도시나 마을이든 축제날이면 여간 사람들로 붐비는 게 아니었다. 근처의 마을이나 도시에서도 축제를 보러 오기에 여관은 늘 꽉 차있는 게 일반적이었다.


소니언 단장의 말을 들은 레이먼과 레스피체가 고개를 끄덕였고 레스피체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군요. 저희 영지만 하더라도 축제기간만 되면 여관이 늘 붐비니까요. 얼른 알아봐야겠는 걸요?”


단장과 레이먼은 동의한다는 듯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여관이란 여관은 전부 붐볐고 방 두 개는커녕 비어있는 방을 찾기도 힘들었다. 한참을 돌아다니던 레스피체 일행은 세픽스의 중심인 광장에서 조금 떨어진 ‘별이 빛나는 세픽스’ 라는 이름의 여관에 겨우 짐을 풀 수가 있었다.


짐을 풀고 나서 일행은 아침부터 움직인 탓에 배가 고팠는지 식사부터 하자는 레이먼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축제는 축제인지라 식당으로 마련된 1층에도 테이블이 거의 없었다.


“이거...... 서서 먹어야 할 판인데요?”


워낙 사람이 많은 터라 서서 식사를 해결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레이먼이 말했다. 그리고 단장과 레스피체도 난감한 표정으로 하염없이 홀만 바라만 보고 있었다.


자리가 나길 한참을 기다리던 레스피체는 누군가 뒤에서 자신의 옷깃을 잡아당기는 느낌에 뒤를 돌아봤다. 푸른 빛이 도는 머리칼을 가진 소녀였다.


“오빠! 자리 찾고 있지? 여기 앉아!”


소녀는 방금 막 식사를 끝마쳤는지 입가에 음식을 조금 묻히고 있었다. 그 모습이 귀여웠는지 레스피체는 밝게 웃고는 자켓의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소녀의 입을 닦아주며 말했다.


“정말? 여기 앉아도 되는거야?”


레스피체가 입을 닦아주자 소녀는 부끄러웠는지 헤헤거리며 웃었다.


“그럼! 우린 다 먹었으니까 여기 앉아도 돼! 근데 정리를 좀 해야겠지만...... 헤헤”


수줍게 웃는 소녀를 바라보던 레스피체는 손을 들어 소녀의 머리를 흩트리며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덕분에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어!”


레스피체의 말이 끝나자 마자 소녀의 뒤에서 맑은 미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쥬키! 얼른 가자! 시간 늦겠어!”


쥬키라고 불린 소녀는 뒤를 돌아보며 대답했다.


“응! 알겠어!”


대답을 한 소녀는 다시 레스피체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빠 눈이 나처럼 이뻐서 자리 주는거야! 여기 기다리는 사람들 많은거 알지?”


꽤나 당당한 표정으로 레스피체에게 생색을 낸 소녀는 주섬주섬 짐들을 챙기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요 앞 광장에서 우리 노래할거니까 궁금하면 보러와도 좋아!”


“응. 그래! 고마워 쥬키!”


방금 들었던 소녀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던 레스피체는 소녀를 이름으로 불러주었고 쥬키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어!? 내 이름 어떻게 알았어?”


레스피체는 대답 대신 미소를 지으며 쥬키의 머리를 다시 한 번 흩트렸다. 뒤이어 방금 쥬키를 불렀던 소년의 미성이 다시 들려왔다.


“쥬키~ 얼른 오라니까~”


“이크...... 가야겠다. 오빠! 그럼 안녕~”


가볍게 손을 흔들며 쥬키는 소년의 옆에 섰고 오가는 표정들을 보아하니 소년에게 구박을 받는 듯 했다.


잠시 뒤 구박이 끝났는지 소년이 레스피체를 바라봤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레스피체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소년의 모습에 덩달아 같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도련님! 얼른 앉으세요~ 제 위장은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답니다. 윽......”



쥬키와 소년이 사라지고 나서도 한동안 서있던 레스피체는 레이먼의 농담스러운 말에 자리에 앉았다.


“그나저나 도련님 눈 덕분에 좋은 자리에 앉게 되었네요.”


“눈이요?”


자리에 앉은 레스피체는 뜬금없는 소니언 단장의 말에 의문을 표했다.


“방금 전 꼬마 숙녀가 그랬잖습니까. 도련님 눈! 이 이뻐서 자리 주는 거라고!”


레스피체는 그제야 이해가 됐는지 아~ 하며 피식 웃었다.


“그나저나 참 귀여운 아이였어요. 저런 여동생 있었으면 싶다니까요~”


가볍게 웃으며 말하는 레스피체의 모습에 레이먼이 말을 받았다.


“엘리나 아가씨 같은 여동생은 어떠세요?”


레이먼의 말에 레스피체는 기겁을 하며 손사래를 쳤다.


“절! 대! 사양입니다!”


레스피체의 말에 단장과 레이먼은 크게 웃었고 언제 주문했는지 음식들이 테이블 위에 놓여가기 시작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사람이나 캐릭터나 괜찮게 생기고 봐야하는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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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공작가 살인사건 - 3 16.02.03 248 0 14쪽
22 공작가 살인사건 - 2 16.01.31 268 0 13쪽
21 공작가 살인사건 - 1 16.01.29 245 0 13쪽
20 클레멘타인 자작의 입궁 - 4 16.01.27 280 0 11쪽
19 클레멘타인 자작의 입궁 - 3 16.01.26 274 0 10쪽
18 클레멘타인 자작의 입궁 - 2 16.01.25 202 0 12쪽
17 클레멘타인 자작의 입궁 - 1 16.01.23 244 0 13쪽
16 팔찌와 작업의 상관 관계 - 2 16.01.22 331 0 12쪽
15 팔찌와 작업의 상관 관계 - 1 16.01.21 246 0 11쪽
14 세픽스의 꼬마 숙녀 - 6 16.01.21 280 0 8쪽
13 세픽스의 꼬마 숙녀 - 5 16.01.21 290 0 10쪽
12 세픽스의 꼬마 숙녀 - 4 16.01.20 253 0 9쪽
11 세픽스의 꼬마 숙녀 - 3 16.01.20 285 0 11쪽
» 세픽스의 꼬마 숙녀 - 2 16.01.17 246 0 10쪽
9 세픽스의 꼬마 숙녀 - 1 16.01.17 314 0 13쪽
8 서신 전달 - 6 16.01.16 204 0 11쪽
7 서신 전달 - 5 16.01.16 266 0 12쪽
6 서신 전달 - 4 16.01.16 253 0 9쪽
5 서신 전달 - 3 16.01.15 313 0 9쪽
4 서신 전달 - 2 16.01.15 307 0 13쪽
3 서신 전달 - 1 16.01.14 240 0 16쪽
2 프롤로그 - 2 16.01.14 413 1 14쪽
1 프롤로그 - 1 16.01.14 565 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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