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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trah의 몽상.

오르비스 플랜 (Orbis P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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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trah.
작품등록일 :
2016.01.14 00:41
최근연재일 :
2016.02.03 16:4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6,554
추천수 :
3
글자수 :
122,105

작성
16.01.21 07:26
조회
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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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세픽스의 꼬마 숙녀 - 5

DUMMY

#3. 세픽스의 꼬마 숙녀 - 5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레스피체의 마지막 노래가 끝나자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인파들에게서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쥬키는 좀 전의 상황은 깨끗하게 씻은 듯 바구니를 들고서는 군중들 사이를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모여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떠나고 쥬키는 밝게 웃으며 소년에게 뛰어왔다.


“오빠! 이것 봐! 엄청 많이 주셨어!”


가득 찬 바구니를 들고서는 연신 기뻐서 뛰는 쥬키를 보며 소년과 레스피체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소년은 쥬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고개를 돌려 레스피체를 바라봤다.


“쥬키! 넌 협회에 가서 잔금을 치루고 와. 그리고 넌.... 고맙다. 신세를 졌군.”


쥬키는 밝게 대답하며 광장 근처의 건물로 뛰어갔고 소년의 표정은 꽤 덤덤했다. 아무래도 감정표현에 서투른 듯 말을 끝내자 마자 고개를 돌려 레스피체의 시선을 피했다. 레스피체는 쭈뼛거리는 소년을 향해 가벼운 미소를 지은 뒤 입을 열었다.


“목은 좀 어때?”


레스피체의 말에 소년은 흠칫하며 손을 들어 자신의 목을 매만졌다.


“아까보다 고통은 좀 덜해. 하지만 목소리가 이래서야 앞으로 노래로 먹고살기는 글렀군.”


소년의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이 감돌았고 그걸 본 레스피체는 덩달아 마음이 무거워졌다.


“너무 걱정하진 마. 고칠 방법이 있을거야.”


레스피체는 소년의 마음을 조금 풀어보고자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소년의 표정은 여전히 풀어지지 않았다. 레스피체는 깊게 한 숨을 내쉬고는 소년의 옆에 앉았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거야?”


레스피체의 물음에 소년은 고개를 들어 밤 하늘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나와 쥬키는 팔년전 집을 나올 수 밖에 없었어. 꽤나 풍족하게 살던 귀족 집안이었는데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집에 많은 기사들이 칼을 들고 들이 닥쳤었지. 아버지는 기사들에 맞서 끝까지 싸우셨지만 결국 잡혀가셨고 어머니는 우리를 뒷문으로 탈출시켜 주셨지. 그 이후론 몰라. 난 어렸지만 동생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달리고 또 달렸어. 그렇게 도망을 치다보니 어느새 내가 있는 이곳이 어디인지도 모르겠더군. 그때 나는 열 살이었고 쥬키는 고작 네 살이었어.”


소년의 말을 들으며 레스피체는 점점 마음이 무거워짐을 느꼈다. 작은 영지지만 릴리안에서 영주의 아들로 살아온 자신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현실을 소년은 겪은 것이다. 레스피체는 자신이 들고 있던 홍차를 소년에게 건냈다.


“크.... 목이 따갑군.... 당분간 뭘 먹기도 힘들겠어...”


레스피체는 아차하는 마음이 들어 소년에게 사과했고 소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젓고는 말을 이었다.


“난 동생을, 쥬키를 지켜야 했기에 뭐라도 할 수 밖에 없었어. 그래서 귀족이라는 신분따위 벗어던지고 이것저것 허드렛일들을 찾아서 하곤 했지. 하지만 하루종일 일을 한 댓가로 내가 받은건 빵 두 덩이와 사과 몇 개가 전부였지. 그것만으론 쥬키와 내가 생활하기엔 너무 빠듯했고 결국 다른 일을 찾을 수 밖에 없었어.”


소년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레스피체는 홍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물었다.


“그래서 이렇게 노래를 하게 된거야?”


소년은 하늘을 바라보던 고개를 돌려 레스피체를 바라보고는 빙긋 웃었다.


“그렇게 다른 일들을 찾다가 우연히 길에서 노래하는 할아버지를 만났어. 쥬키 덕분이었지. 그 할아버지가 꽤나 노래솜씨가 좋아서 쥬키가 넋 놓고 구경을 했던거야. 할아버지가 우리의 사정을 알게 되자 딱해 보였는지 함께 다니지 않겠냐고 물어보더군. 꽤나 돈벌이도 된다는 말에 나도 혹했었던 것 같아.”


레스피체는 이제야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그럼 할아버지는 지금 같이 안다니는 거야?”


레스피체의 말에 소년은 표정이 살짝 굳더니 옆에 놓여진 하프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작년에 돌아가셨어. 저 하프도 할아버지가 남기신 거지. 그래서 쥬키와 나 둘이서 돌아다니게 된거야.”


소년의 이야기가 거의 끝나자 멀리서 쥬키가 뛰어오는 게 보였다. 레스피체와 소년은 그런 쥬키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봤다.


“쥬키는.... 참 예쁜 아이구나...”


레스피체의 말에 소년이 씨익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누구 동생인데.”


어느새 쥬키가 돌아와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협회에 갔더니 좀 전의 사내들이 있길래 얼른 잔금을 치르고 나오기 전에 정강이를 걷어차고 나왔다는 얘기를 신나게 늘어놓았다. 레스피체와 소년은 한동안 쥬키의 말을 맞장구 쳐주며 들어줬고 그럴때마다 쥬키는 더욱 신나서 재잘거렸다.


“내가 얼마나 조마조마 했는지 알아!? 그 녀석들이 쫓아 올까봐 뒤도 안돌아보고 뛰어왔어!!”


쥬키의 말이 끝나자 소년이 쥬키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


“어이구~ 잘했어요~ 공주님!”


레스피체는 그런 소년의 모습에 살짝 당황했지만 이내 신경쓰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자신이 봤을 때 소년은 자신의 동생인 쥬키를 제외하면 따뜻하게 대하는 사람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레스피체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앞으로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레스피체의 말에 소년과 쥬키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리고는 소년이 말했다.


“아무래도 예전처럼 허드렛일이나 해봐야지.... 돌아다니면서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한곳에 정착도 해야될거고.”


소년의 말에 쥬키가 말을 받았다.


“그럼 쥬키도 도울게! 나 이제 조금 컷으니까 심부름 정도는 할 수 있어!”


쥬키의 말에 소년은 밝게 웃었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쥬키의 볼을 가볍게 꼬집었다.


“그래!? 우리 쥬키가 벌써 다 컸네!! 쥬키덕에 우리 부자되겠다! 그치?”


“응!! 부자될거야~ 우리!”


두 남매를 보고 있자니 레스피체는 조금 무거웠던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그리고는 집에 있을 누나인 엘리나도 떠올랐다. 잠시 엘리나를 떠올리자 가볍게 웃음이 터져나왔고 그 웃음소리에 소년과 쥬키가 자신을 쳐다봤다. 당황한 레스피체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아... 아니.. 잠깐 집에 있는 누나가 생각이 나서... 하하하하...”


“오잉? 오빠는 누나가 있구나? 동생이 아니라?”


누나가 있다는 레스피체의 말에 쥬키가 관심을 보였다. 레스피체는 손가락으로 귀 밑을 긁으며 대답했다.


“응.... 있긴 있는데... 누나라기 보단 형에 가깝지.... 음.... 형이야 형!”


레스피체의 말에 쥬키는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어버렸다.


“에..... 그래서 누나라는거야? 형이라는거야?”


쥬키가 열심히 고심하는 표정을 보던 레스피체는 뭔가 떠오른 듯 소년과 쥬키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음.... 혹시 괜찮으면 우리 영지에 가지 않을래?”


뜬금없는 말에 소년과 쥬키는 벙 찐 얼굴이 되었고 소년이 레스피체에게 되물었다.


“너희 영지? 무슨 말이야?”


“어.... 그러니까 우리 아버지가 영주님이시거든..... 여기서 이틀 정도만 가면 있는 릴리안이라고....”


소년과 쥬키는 제법 놀랐는지 눈들이 커졌다. 그리고는 동시에 외쳤다.


“릴리안이라고!!!?”


레스피체는 예상치 못한 격한 반응에 적잖이 놀랬으나 이내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응! 아마 내가 부탁하면 아버지가 살만한 집을 구해주실지도 몰라. 그리고 우리 영지가 꽤 살기가 좋은 편이라고 들어서 생활하는데 불편한건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또.....”


소년은 참을 수 없는 유혹을 받은 듯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쥬키의 눈은 토끼처럼 커져서 초롱초롱 빛내며 레스피체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나 없으면 우리 누나가 좀 심심해 할거야.... 아마 쥬키가 가서 놀아주면 굉장히 좋아할거야.”


레스피체의 말이 끝나자 소년과 쥬키의 시선이 마주쳤고 몇 번의 눈빛이 오갔다. 그리고 결정을 했는지 소년이 입을 열었다.


“험험.... 무작정 네 말만 믿고 갔다가 쫓겨나는 거 아냐...?”


말을 하는 소년의 눈빛에는 ‘제발 그럴리 없다고 말해줘!’ 라는 강한 열망이 보였고 쥬키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소니언 단장님과 레이먼경이 편지를 써주실테니 쫓겨날 일은 없을 거야. 정 뭣하면 내가 직접 편지를 써도 되구. 설마 아들의 절절한 부탁을 거절하시겠어?”


행운이 찾아온 것이다. 집을 쫓기듯 나와 볕들 날이 없을 거라 생각하며 살아온 시간들이었다. 소년과 쥬키는 알 수 없는 행복감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또 한 번 신세를 져도 될까....?”


먼저 제의를 받긴 했지만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게 꽤나 미안했는지 소년의 목소리는 거의 기어가다시피 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레스피체는 활짝 웃었다.


“물론이지!”


레스피체의 대답에 소년과 쥬키의 표정이 밝아졌다. 쥬키는 신이 났는지 펄쩍 뛰며 레스피체의 팔을 꼭 안았다. 그리고 소년은 집을 나온 이후로 가장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런데 오빠는 이름이 뭐야? 오빠는 내 이름 알면서! 불공평해!”


자신의 팔을 끌어안은 채 올려다 보며 말하는 쥬키를 보며 레스피체가 말했다.


“아... 그랬구나... 난 레스피체라고 해. 레스피체 폰 아리엔스.”


쥬키는 레스피체의 이름을 듣자 한걸음 멀찍이 물러서더니 양 손가락으로 치마를 살짝 잡으며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난 쥬클레시아야. 성은 오빠가 아무한테도 알려주지 말라고 했으니..... 그냥 부르던대로 쥬키라고 부르면 돼!”


제법 숙녀다운 쥬키의 행동에 레스피체는 미소를 한껏 머금었다. 그리고는 일어서서 오른손을 가슴께로 끌어올려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잘 부탁해. 쥬키!”


인사를 한 레스피체는 쥬키의 머리를 가볍게 흩뜨려놓고는 고개를 돌려 소년을 바라봤다. 소년은 부끄러운지 헛기침을 해대며 인사를 했다.


“험험.... 난 레온이야. 신세는 꼭 갚도록 할게.”


레온의 말을 들은 레스피체는 빙긋 웃었다. 그리고는 뭔가 생각난 듯 레온에게 말했다.


"그런데 너 왜 계속 반말이야?"


레온은 살짝 당황하더니 고개를 돌렸고 어느덧 축제의 밤이 그 끝을 알리고 있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레스피체는 노래를 잘합니다.

저도 잘하고 싶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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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공작가 살인사건 - 3 16.02.03 248 0 14쪽
22 공작가 살인사건 - 2 16.01.31 267 0 13쪽
21 공작가 살인사건 - 1 16.01.29 245 0 13쪽
20 클레멘타인 자작의 입궁 - 4 16.01.27 280 0 11쪽
19 클레멘타인 자작의 입궁 - 3 16.01.26 274 0 10쪽
18 클레멘타인 자작의 입궁 - 2 16.01.25 202 0 12쪽
17 클레멘타인 자작의 입궁 - 1 16.01.23 243 0 13쪽
16 팔찌와 작업의 상관 관계 - 2 16.01.22 331 0 12쪽
15 팔찌와 작업의 상관 관계 - 1 16.01.21 245 0 11쪽
14 세픽스의 꼬마 숙녀 - 6 16.01.21 280 0 8쪽
» 세픽스의 꼬마 숙녀 - 5 16.01.21 290 0 10쪽
12 세픽스의 꼬마 숙녀 - 4 16.01.20 252 0 9쪽
11 세픽스의 꼬마 숙녀 - 3 16.01.20 283 0 11쪽
10 세픽스의 꼬마 숙녀 - 2 16.01.17 245 0 10쪽
9 세픽스의 꼬마 숙녀 - 1 16.01.17 313 0 13쪽
8 서신 전달 - 6 16.01.16 204 0 11쪽
7 서신 전달 - 5 16.01.16 265 0 12쪽
6 서신 전달 - 4 16.01.16 252 0 9쪽
5 서신 전달 - 3 16.01.15 311 0 9쪽
4 서신 전달 - 2 16.01.15 306 0 13쪽
3 서신 전달 - 1 16.01.14 240 0 16쪽
2 프롤로그 - 2 16.01.14 413 1 14쪽
1 프롤로그 - 1 16.01.14 565 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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