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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trah의 몽상.

오르비스 플랜 (Orbis P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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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trah.
작품등록일 :
2016.01.14 00:41
최근연재일 :
2016.02.03 16:40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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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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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1.2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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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찌와 작업의 상관 관계 - 1

DUMMY

#4. 팔찌와 작업의 상관 관계 - 1



칠흑 같은 어둠이 세상을 물들여 온통 까만 밤. 스산한 거리를 따라 한참을 걸으면 나타나는 외곽에 위치한 어느 한 여관. 허름한 외양을 가진 건물에서 조금 떨어진 마굿간의 문이 삐걱 거리는 소리가 거리를 채웠고 영업에 난관이 있는지 그곳에는 단 한필의 말도 있지 않았다.


손님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모두가 수면의 날개에 감싸인 탓인지 여관은 1층의 주인집을 제외하고는 모든 불이 꺼져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레 불어오는 차갑지 않은 바람이 각 방의 창문을 때리며 덜그럭 거렸는데 그 때 2층의 구석에 위치한 창가에서 밝은 불빛이 깨어났다.


방은 여관의 허름한 외관과 닮아 있어 침대 하나와 테이블 하나가 전부인 단출한 방이었고 테이블 위에는 작은 촛불 하나가 일렁이고 있었다. 방의 주인으로 보이는 여자는 악몽을 꿨는지 식은땀을 연신 흘려대고 있었고 무릎을 모아 끌어당긴 자세로 침대의 한 구석에 앉아있었다.



“또.... 그 꿈이군....”



여자는 악몽을 꾸는게 하루 이틀이 아니라는 듯 혼자 중얼 거렸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얼른 촛불을 켜고 자신이 위치한 공간의 가장 구석에 자리를 잡았지만 그녀의 몸에서 발견할 수 있는 떨림은 그 악몽들이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동안을 그렇게 앉아 있던 여자는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는지 침대에서 일어나 테이블 앞에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녀가 자리에 앉자 촛불이 그녀의 얼굴을 감쌌다.


드워프가 깍아 놓은 듯한 날렵한 턱선, 우윳빛 피부에 어울리는 붉은 입술, 살짝 치켜올라간 콧망울, 그리고 촛불에 비쳐 그런지 더욱 붉게 느껴지는 눈동자는 비밀이 감춰진 듯 아주 깊었다. 그녀는 테이블에 놓여진 물을 한모금 마시고는 손을 들어 흰색에 가까운 베이지색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앞에 있는 테이블에는 그녀가 마셨던 잔과 잔과 물병 말고도 한통의 편지와 언뜻 보기에도 묵직해 보이는 주머니가 하나 놓여져 있었다. 그녀는 앞에 놓여 있던 편지를 손에 쥐더니 이내 다시 놓았고 그녀의 표정은 방금 전 악몽을 꿨던 사람 같지 않게 차분하게 가라 앉아 있었다. 그녀의 눈빛도.



타스카는 아주 작은 마을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타스카 마을은 오르비스 대륙의 가장 큰 무역로인 테라 로드(Terra road)의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그 형성의 이유에는 테라 로드가 관계되어 있었다.


테라 로드는 남서쪽의 케룸왕국, 남동쪽에는 퓨엔테 마법연방이 있는 아르고 왕국, 북쪽으로는 벤투스 연합, 그리고 북동쪽에는 현 대륙 최강국인 오르도 제국을 관통하는 대륙 최대의 무역로였다.


테라 로드는 100년 전 산악지역이 많아 무역에 불리했던 오르도 제국에서부터 건설되기 시작했는데 처음의 계획은 벤투스와 오르도, 그리고 퓨엔테 마법연방이 있는 아르고 왕국의 접경지역만을 잇는 무역로였다. 하지만 건설이 완료되고 급격하게 무역량이 늘어나 부를 축적하자 프라그멘툼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들이 테라 로드를 잇는 무역로를 건설하거나 지원하기 시작하여 현재의 테라 로드가 완성되었다.


그러나 테라로드의 길이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문제점들이 발견되었다. 워낙 길다 보니 상인들과 여행자들은 늘 많은 짐을 챙겨야 했고 거기다 몬스터들이나 도적떼들이 심심치 않게 습격을 해 테라 로드는 시간이 지날수록 외면받기 시작했다. 이에 국가들은 자신들의 영토를 지나는 테라로드 곳곳에 간이 마을들과 병사를 배치하는 요새들을 설치하면서 문제점들이 사라졌고 그 덕분에 테라 로드는 다시금 활기를 찾았다.


이렇듯 테라로드는 광대한 지역들을 이으면서 결과적으로는 대륙의 중심에 위치한 거대한 울타리의 형태를 갖추었는데 타스카 마을은 테라로드의 남동쪽 끝에 위치한 간이 마을이었다.


간단한 검문을 마친 레스피체 일행은 타스카 마을에 들어설 수 있었고 테라 로드 위에 있는 마을 답게 생소한 풍경들이 많이 보였다.



“이야~ 이 작은 마을에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세픽스에서 축제 인파 덕에 북적거렸다면 타스카 마을은 그야 말로 늘 북적거리는 마을이었고 대륙의 각지에서 온 상인들과 여행자들로 가득 찬 활기 있는 마을이었다.



“테라 로드의 마을들은 어디나 이렇죠.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만큼 재밌는 것들도 많답니다.”



연신 두리번 거리던 레스피체를 향해 레이먼이 말했다. 레이먼의 말을 들은 레스피체는 다시금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했고 곧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나저나 도련님의 밝은 모습이 굉장히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드는군.”



레스피체를 바라보던 소니언 단장이 입을 열었다. 레이먼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을 받았다.



“그렇군요. 세픽스를 떠나면서 여기까지 오는 열흘 동안 평소와는 다르게 조용하셨으니까요.”


“그렇지. 아무래도 쥬키라는 그 꼬마 아가씨와 정이 꽤 많이 들었나 보이.”



단장의 말에 레이먼은 쥬키를 한번 떠올리는 듯 하늘을 보며 빙긋 웃었다.



레스피체 일행은 타스카 마을에서 하루를 묵을 예정이었고 세픽스에서의 곤란함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 얼른 숙소부터 잡았다. 다행히 타스카의 여관들은 꽤 여유가 있는 편이어서 숙소를 잡는데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숙소를 잡은 일행은 가볍게 식사를 마치고 각자 움직이기로 했는데 레이먼은 열흘간의 여정동안 다 떨어져버린 물품들을, 그리고 소니언 단장은 서신을 보내기 위해 우편국으로 향했다. 그런데 레스피체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레스피체는 자신의 몸에서 오랜만에 솟아나는 이 활력을 그냥 둘 수 없었고 그는 잠시 머리를 굴리는 듯 하더니 빠른 걸음으로 여관을 빠져 나갔다.



“오!! 저게 뭐지?”



여관을 나선 레스피체는 가볍게 콧노래를 부르며 거리를 걷다 한쪽에 위치한 오묘한 생물(?)을 발견 할 수 있었다. 그 생물은 거리의 한 가판대에 놓여 있었는데 그 숫자가 제법 된다. 레스피체가 한달음에 달려가자 가판대에 있던 상인이 눈을 빛내며 유쾌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어서오세요!! 이게 그 유명한 테일피쉬랍니다!! 맛이 아주 일품이죠!”


“테일 피쉬?”


생전 처음 듣는 이름에 레스피체는 자신이 발견한 생물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언뜻 봐서는 생선처럼 보였지만 꼬리가 두 개라 대충 보면 기괴한 생명체(?)처럼 보였다.



“이게 바로 프라그멘툼에서만 잡히는 테일 피쉬랍니다!! 이런 내륙에서는 보기 힘든 생선입죠. 예~"



프라그멘툼(Fragmentum)은 대륙의 북서쪽에 위치한 특이한 국가였다. ‘빛의 의지’가 흘러들어간 국가이기도 하지만 신분을 강탈당한 몰락 귀족들이나 떠돌이 유랑민들, 그리고 인간들을 피해 사는 이종족들이 모여 사는 지역이었는데 500년 전에 종족들 간의 화합을 도모 한답시고 ‘프라그멘툼 협회’가 결성되어 지금까지도 의견 조율을 담당하고 있었다.



“우와... 그 멀리서 왔단 말이에요?”


“그럼요! 이거야 말로 마법사들의 노력이 담긴 산물이죠!”



특이하게 생긴 생선따위에 마법사들의 노력이라니.... 레스피체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에잉? 마법사들이 왜....?”


상인은 레스피체를 바라보며 그것도 모르냐는 투로 말했다.


“테일 피쉬는 쉽게 상하기 때문에 마법사들이 마법을 걸어서 유통을 하죠. 그래서 굉장히 비싸답니다.”


“오호라....”


레스피체는 새로운 지식의 습득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단돈 오백엘드에 모시겠습니다!!”


동그랗게 커졌던 레스피체의 눈은 가격을 듣자마자 더욱 더 커졌다.


“헉!! 오백엘드라고요!! 이 이상하게 생긴 어류가!?”


“모르시는 말씀!!! 이정도면 저렴하게 드리는 거에요! 다른데서 보기도 힘드시겠지만 보통 칠백에서 천엘드까지는 부르는게 바로 이 생선이란 말씀!!”


상인은 저렴하게 해주는 자신의 인정을 뽐내기라도 하듯 팔짱을 끼고 의기양양하게 레스피체를 바라봤다.


“헤에.... 엄청 귀하신 몸이구나 너....”


레스피체는 멀건 눈을 하고 가판대에 누워있는 테일 피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때 옆에서 누군가가 지나가며 말했다.


“속지 마. 이런데서 테일 피쉬를 판다는건 말도 안되는거야. 보나마나 왕국 남서쪽에서 잡아온 가짜 테일 피쉬겠지.”


은쟁반에 옥구슬이 굴러간다는 소리가 딱 어울릴 만큼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에 레스피체는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모자가 달린 검정색 망토를 뒤집어쓴 그는 검을 차고 있었는데 검집이 새하얀 가죽으로 덮혀 있었다. 호기심에 좀 더 관찰하려던 레스피체는 호통을 치는 상인의 목소리에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예끼!! 무슨 소리!! 남 장사하는데 방해하지 말고 꺼져!!”


기껏 다 넘어온 손님을 내쫓는 그에게 상인은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듯 했다. 상인이 호통치자 망토를 뒤집어 쓴 그는 레스피체를 지나쳐 걸어갔다.



“헤헤... 저 사람 말은 듣지 마시고....”


“됐어요.”


더 이상 그 테일 피쉬가 진짜든 가짜든 상관 없었다. 레스피체는 그가 지나간 쪽을 한동안 바라봤다. 그리고는 결심했는지 그가 간 쪽으로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그는 꽤 걸음이 빨랐는지 레스피체가 한참을 걸었지만 보이지 않았다. 몇 개의 골목을 지나왔지만 그의 검은 망토의 끝자락은 찾을 수가 없었다.



“휴.... 참 묘한 사람이었는데....”


더 이상 그를 찾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레스피체는 걸음을 돌려 숙소로 향하기 시작했다. 돌아오는 길에도 머릿속에는 온통 그의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레스피체의 염원을 신이 알아챈 듯 그의 눈에 저 멀리 골목 모퉁이를 도는 검은 망토가 보였다.


레스피체는 냅다 뛰기 시작했고 검은 망토가 돌았던 모퉁이를 돌았다. 그러자 그의 눈에는 다시 한번 모퉁이를 도는 망토가 보였고 레스피체는 행여나 놓칠 세라 속력을 올려 뛰기 시작했다. 세걸음, 두걸음, 한걸음....


챙!!


모퉁이를 돌던 레스피체의 귀에 검을 뽑는 소리가 들렸고 그의 눈 앞에는 붉은색 검신을 가진 검이 그의 목 앞에 멈춰 서 있었다. 검은 망토는 검을 다 뽑지도 않은 채 레스피체의 목에 드리워져 있었다.


“따라오지마.”


좀 전에 들었던 검은 망토의 미성이 골목을 울렸다. 레스피체는 싸늘한 검날의 예기 앞에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고 식은 땀이 흘렀다.



“저.... 나는....”


차가운 검날 앞에서 용기를 쥐어짜 말을 내뱉으려던 레스피체를 무시하듯 검은 망토는 검을 집어 넣고는 몸을 돌려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레스피체는 속된 말로 쫄았(?)지만 언제나 그의 유별난 호기심이 문제였다. 그는 걸어가는 검은 망토에게 다시 한 번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리려 했다.


“아니. 내 말 좀....”


그 때 검은 망토의 고개가 홱 돌더니 깊숙이 눌러쓰고 있던 망토의 모자가 벗겨졌고 레스피체의 눈은 테일 피쉬의 가격을 들었을 때보다 훨씬 더 커졌다. 레스피체의 눈 앞에는 밝은 베이지색의 긴 머리칼이 흩날렸고 선명한 붉은 눈동자가 자리잡고 있었다.


검은 망토는 그가 아니라 그녀였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테일 피쉬는 구하기 힘든 만큼 가격도 만만치가 않답니다.


그리고 그 맛은 더더욱 만만치 않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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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공작가 살인사건 - 3 16.02.03 248 0 14쪽
22 공작가 살인사건 - 2 16.01.31 267 0 13쪽
21 공작가 살인사건 - 1 16.01.29 245 0 13쪽
20 클레멘타인 자작의 입궁 - 4 16.01.27 280 0 11쪽
19 클레멘타인 자작의 입궁 - 3 16.01.26 274 0 10쪽
18 클레멘타인 자작의 입궁 - 2 16.01.25 202 0 12쪽
17 클레멘타인 자작의 입궁 - 1 16.01.23 243 0 13쪽
16 팔찌와 작업의 상관 관계 - 2 16.01.22 331 0 12쪽
» 팔찌와 작업의 상관 관계 - 1 16.01.21 246 0 11쪽
14 세픽스의 꼬마 숙녀 - 6 16.01.21 280 0 8쪽
13 세픽스의 꼬마 숙녀 - 5 16.01.21 290 0 10쪽
12 세픽스의 꼬마 숙녀 - 4 16.01.20 252 0 9쪽
11 세픽스의 꼬마 숙녀 - 3 16.01.20 283 0 11쪽
10 세픽스의 꼬마 숙녀 - 2 16.01.17 245 0 10쪽
9 세픽스의 꼬마 숙녀 - 1 16.01.17 313 0 13쪽
8 서신 전달 - 6 16.01.16 204 0 11쪽
7 서신 전달 - 5 16.01.16 266 0 12쪽
6 서신 전달 - 4 16.01.16 252 0 9쪽
5 서신 전달 - 3 16.01.15 312 0 9쪽
4 서신 전달 - 2 16.01.15 306 0 13쪽
3 서신 전달 - 1 16.01.14 240 0 16쪽
2 프롤로그 - 2 16.01.14 413 1 14쪽
1 프롤로그 - 1 16.01.14 565 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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