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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장생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정구
작품등록일 :
2015.09.10 13:27
최근연재일 :
2015.10.15 14:38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232,180
추천수 :
7,083
글자수 :
129,493

작성
15.10.09 13:00
조회
5,059
추천
160
글자
7쪽

헤픈 여자 #2

DUMMY

하녀는 겨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놀란 탓일까 말투가 몹시 퉁명스럽다


“네가 누군데?”

“유성.”


“유성이 누군데?”


“흑풍단 하급무사야.”

“흑풍단 하급무사가 왜 주방을 기웃거려? 배고파?”

“배고픈 건 아니고…….”


유성은 말을 흐리며 그녀의 뒤를 힐끗거렸다. 하녀는 눈치가 빨랐다.


“누구 찾는 사람 있어?”

“최근에 하녀가 새로 들어왔다고 들었어.”


하녀가 팔짱을 끼고 입술을 삐죽거렸다.


“내가 새로 들어온 하녀야.”

“강지미?”

“그래.”


유성은 그녀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마 쪽으로 올라간 눈매가 제법 사납다. 그걸 제외하면 예쁘장한 편이다. 앙칼진 여성을 좋아하는 남성 눈에는 매력적으로 비칠 것 같았다.


“저기?”

“뭐? 나 바빠. 용건 있으면 빨리 말해.”


유성은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본의 아니게 그녀를 놀래켜서 분위기가 나쁘다. 유성은 오늘은 그만 돌아가고 다음에 기회를 엿볼까 잠깐 고민했다.


그녀가 샐쭉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 바쁘다니까.”

“저기, 내가 청이 하나 있는데.”

“아아, 알겠다.”


그녀가 팔짱을 풀고 유성의 뺨 근처에서 손바닥을 흔들었다.


“꼴리는 모양이지.”

“뭐가?”

“뭐긴 뭐야.”


그녀가 발등으로 유성의 사타구니를 툭 건드렸다.


“이것 말이야. 심심하냐?”

유성은 두 손으로 하체를 가렸다.


“왜 이래?”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그 쪼그만 걸 어디 들이대.”

“내가 언제 들이댔어?”

“야, 그럼 새로 온 하녀는 왜 찾아?”

“내가……내가…….”


아흔아홉 할아버지하고 연결시켜 주려고 찾아왔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다.

유성이 머뭇거리자 그녀가 사납게 말했다.


“왜 말을 못해?”

“난 아냐.”

“나도 너 아니니까 꺼져.”


유성은 은근히 자존심이 상했다. 들이대지는 않았지만 들이댔다고 착각한 하녀가 그를 거부했으니, 결과적으로 들이댔다가 차인 셈이다.


“내가 어때서? 인물 이만하면 준수하고 신체 건강하고 직업 확실한데 왜 싫다는 거야?”

“내 취향 아냐.”


그녀가 달래듯 말했다.


“그러니까 나한테 엉기지 말고 딴 하녀 찾아봐.”

“저기, 이런 말하기 좀 그런데…… 네가 개방적이라는 말을 들었어.”

“개방적이 아니라 헤프다는 말이겠지.”


유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헤픔에 너는 포함되지 않으니까 당장 꺼져. 에이, 씨발, 치마끈 몇 번 풀었더니 별 잡놈이 다 꼬이네.”

“뭐? 잡놈?”


그녀가 유성의 옆머리를 탁 쳤다.


“가서 발 닦고 잠이나 자. 벌건 대낮에 뭐하는 짓거리야.”

“말 다 했어?”

“아직 덜 했다.”


강지미가 손날로 목을 치는 시늉을 했다.


“이걸 그냥 콱 죽여 버려.”

유성은 기가 차서 대꾸를 못했다. 그녀가 말했다.


“맞고 갈래? 그냥 갈래?”


아쉬운 쪽은 이쪽이다. 유성은 턱을 내리고 어깨를 약간 움츠리고 손을 비볐다.


“강 소저, 내가 하자는 게 아니야. 좋은 남자 소개시켜주려고 그러는 거야.”

“좋은 남자?”

“진짜 순정파야.”


유성이 음성을 낮춰 덧붙였다.


“숫총각이야.”

강지미가 깔깔 웃었다.


“너 동정이었냐? 아아, 알겠다. 총각 딱지 떼고 싶어서 몸살이 나 있는데 헤픈 여자가 나타났다니까 몸이 후끈 달아서 뛰어온 거구나.”


유성이 버드나무 가지처럼 상체를 흔들었다.


“나, 아니라니까.”

“그래, 너 아니라고 치고. 다른 여자 찾아 봐.”

“정말 어떻게 안 되겠냐?”

“안 돼.”


태도가 사뭇 단호하다.

유성은 포기하고 돌아섰다. 어깨를 늘어뜨리고 걷는데 임신한 것처럼 아랫배가 튀어나온 사내가 이쑤시개를 물고 나타났다.

배불뚝이가 강지미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귀염둥이 뭐하고 있쪄어?”


덩치가 산만 한 배불뚝이가 유아처럼 혀 짧은 소리를 냈다. 유성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를 쳐다보았다. 강지미가 뚱보의 팔짱을 끼며 말을 받았다.


“주방장님 기다리고 있어어어었지.”

그녀의 애교를 목격한 유성은 턱이 빠져라 입을 벌렸다.


저런 뚱보가 좋다고?


뚱보한테 밀려서 딱지맞은 꼴이 된 유성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발이 풀렸다. 술 취한 것처럼 휘청하는데 주방장이 그를 보고 말했다.


“쟤는 뭐냐?”

“배고프다고 투덜거리고 있어.”

“그래.”


주방장은 주방에 들어가서 덜그럭거리더니 화권을 두 개 가져왔다.


“이것뿐인데 이거라도 먹을래?”

유성은 거절하려다가 받아들였다. 화권을 우물거리며 그가 물었다.


“주방이 썰렁하네요.”

주방장이 주변 눈치를 보며 말했다.


“자네도 알다시피 요즘 사정이 좋지 않잖아.”

그가 허리를 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곧 풀릴 거야.”

몸을 움직이자 배가 출렁거렸다.


“소방주가 목우방 여식하고 결혼할 거래.”


그는 유성에게 따끈따끈한 정보를 던져준 후 강지미를 옆에 끼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유성은 결혼 정보를 확인하느라 꽤 오래 돌아다녔다. 그 탓에 한림은 목이 빠져라 기다려야 했다.


유성이 돌아오자 그가 물었다.


“어떻게 됐어?”


유성이 고개를 흔들자 그가 허리를 구부리며 한숨을 쉬었다.


“혹시나 했는데.”

“그 여자 주방 식구들하고만 잔데요.”


유성이 변명조로 말했다. 그러고는 주방장의 배를 떠올리며 몸을 떨었다.


“취향이 아주 독특한 여잡니다.”

설송과 이장섭도 결과가 궁금해서 같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장섭이 말했다.


“그 취향에 숫총각은 안 들어가는 모양이지?”

“예, 숫총각은 매력이 없다네요.”

“그럼 그렇지. 남자는 경험이 많아야 돼. 숙맥은 재미가 없지.”


설송이 말했다.


“경험 많아서 좋겠다. 바람둥이.”

이장섭이 당황해서 팔을 휘저었다.


“그냥 해 본 말이야. 그냥. 나 바람둥이 아니야.”

유성이 말했다.


“좋은 소식을 들었어요. 방 단주가 목우방 우현지하고 결혼한데요.”


이장섭이 반색을 했다.


“목우방하고 손을 잡았구나. 잘 됐네.”

“흠.”


설송이 마뜩찮은 표정으로 허리에 손을 올렸다. 유성이 눈치를 보며 물었다.


“누나는 이 결혼 별로예요?”

“방 단주가 예전에 잔칫날 받아놓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우 소저를 찬 적이 있어.”

“아이고, 너무 했네요.”

“내 말이 그 말이다. 그렇게 못되게 굴어놓고 급하니까 다시 혼담을 넣은 거잖아. 내가 우현지라면 자존심이 상해서 혼담을 거절했을 거야.”


이장섭이 말했다.



“우 소저가 받아들였으면 된 거야. 당사자가 용서하고 받아들이겠다는데 우리가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지. 우리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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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용두객잔 #2 +8 15.09.22 5,700 16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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