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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장생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정구
작품등록일 :
2015.09.10 13:27
최근연재일 :
2015.10.15 14:38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232,177
추천수 :
7,083
글자수 :
129,493

작성
15.09.23 16:00
조회
5,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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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글자
7쪽

태평도관 #1

DUMMY

“할 수 있으면 해 봐.”


화가 상승작용을 일으켜 돌이킬 수 있는 지점을 지났다.

“내가 못할 줄 알아.”


노인과 뚱보가 힘을 쓰는지 찻잔위에 겹쳐진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떨림은 더욱 확산되어 탁자 전체가 흔들렸다.

마치 지진이 일어난 것 같았다.


두 사람의 언행은 묘하게 보는 사람의 마음을 흥분시키는 구석이 있었다. 유성은 숨도 쉬지 않고 둘의 분쟁을 지켜보았다.


누구 하나는 크게 다칠 것 같네.


둘의 기세가 워낙 사나워서 유성은 감히 말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유성은 노인을 응원했다. 퉁명한 객잔 뚱보보다 붙임성 있는 노인이 더 좋았던 것이다.


도와줘야겠군.


유성은 슬쩍 일어서서 벽에 기대 있는 빗자루를 움켜쥐었다. 노인이 당하면 객잔 뚱보의 뒤통수를 빗자루로 후려칠 생각이었다. 그런데 돌연 탁자의 진동이 멈추었다.

객잔주인이 말했다.


“노인장 힘 좋네.”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하거든.”

노인이 그를 쏘아보며 말을 이었다.


“내가 입만 뻥긋하면 객잔은 끝이야.”

“흥, 나는 할 말이 없는 줄 알아.”

“소문나서 좋을 거 없잖아?”

“당신도 마찬가지야.”


둘의 시선이 치열하게 맞부딪쳤다. 객잔주인이 먼저 눈을 내리깔았다.


“당신이 떠벌리지만 않으면…….”

노인이 객잔주인의 손 위에 겹쳐놓은 손을 치웠다.

“입 닫고 있지.”

객잔주인도 잔에서 손을 떼며 투덜거렸다.

“웬일로 손님이 많나 했더니.”


노인이 탁자에 은자를 떨구었다.

“농담으로라도 잘 먹었다는 말은 못하겠군.”


그러고는 휑하니 밖으로 나가버렸다.


객잔 안의 손님이 모두 그의 일행인 듯 모조리 노인을 따라서 움직였다. 손님으로 북적거리던 객잔이 삽시간에 휑해졌다.

박건동이 개동을 보고 말했다.


“왜 빗자루를 들고 서 있는 게냐?”

개동은 바닥을 쓰는 시늉을 하다가 웃었다.


“싸움에 휩쓸릴까 봐 걱정이 돼서요.”

그때 객잔주인이 투덜거렸다.

“망할 영감탱이, 밥값이 모자라잖아.”


박건동이 유성한테 사정을 물었다.

유성은 지금까지 있었던 분쟁을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객잔 주인이 욕설을 내뱉으며 주방으로 들어가자 박건동이 총평을 했다.


“둘 다 행동이 지나치군.”

김조명이 말했다.

“내 생각은 다르오, 객잔주인의 잘못이 더 크오.”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어쨌든 차에서 벌레가 나온 건 잘못이잖소.”


내가 먹은 음식에도 벌레가 들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불쾌하다.

박건동이 고개를 흔들었다.


“벌레 하나 나왔다고 그런 난리를 치는 건 조금 과하죠. 객잔주인 말대로 밥값 떼먹으려는 수작 같습니다.”


그가 턱을 매만지다가 손가락을 부딪쳐 딱 소리를 냈다.


“애초에 벌레가 나온 것도 의심스러워.”

유성이 말했다.

“설마 노인이 일부러 벌레를 차 안에다가?”

“충분히 가능해. 결국 찻값은 안 냈고 밥값도 제대로 치르지 않았잖아.”


김조명이 말했다.


“찻값 얼마나 한다고, 영감탱이가 졸렬하네.”

박건동이 말했다.


“벌레 때문이든 아니든 노인 일행이 갔으니 됐습니다. 이제 방은 충분할 겁니다.”

“그냥 갑시다. 음식에 벌레가 나오는 객잔에서 자고 싶지 않군요.”

“벌레는 노인이 넣은 겁니다.”

“아닐 수도 있지요. 갑시다.”


김조명은 그의 반대를 묵살하고 일어섰다.


“주인장, 여기 얼마요?”


김조명이 계산을 하고 나갔다.

박건동은 하루 묵고 싶었지만 물주가 그인지라 할 수 없이 따라나섰다. 유성은 마지막에 나가며 찻잔을 보았고 눈이 휘둥그러졌다.


저건!


찻잔이 탁자 깊숙이 박혀 있었다.




8. 태평도관




누런 황톳길이 적갈색으로 변했다.

띄엄띄엄 나타나던 돌도 많아져서 발에 자꾸 밟혔다. 짚신이 찢어지면서 발가락이 나왔다. 개동은 작은 주인의 가죽신이 부러워서 자꾸 힐끗 거렸다. 그러다 돌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김조명이 개동의 어깨를 채찍으로 쳤다.


“똑바로 걸어.”


이후 개동은 돌을 밟지 않으려고 발밑만 보고 걸었다. 그는 그렇게 고개를 숙인 채로 박건동에게 물었다.


“혹시 찻잔 보셨습니까?”

“객잔의 찻잔을 말하는 게냐?”

“예.”

“봤다.”

“그 사람들 뭐죠?”

“무림인이다. 네 작은 주인이 배우려고 하는 무공을 익힌 사람들이지.”

“아아, 그 사람들이 무림인이군요. 대단했어요.”


개동이 눈치를 살피자 박건동이 말했다.


“궁금하게 있는 게로구나.”

“예, 나리도 그거 할 수 있습니까?”

“찻잔을 탁자에 박아 넣는 거 말이냐?”

“예.”

“할 수 있다.”

“그렇군요. 저기 그 노인과 객잔 뚱보가 싸웠으면 누가 이겼을까요?”

“그들은 이미 싸웠다. 그리고 노인이 이겼다.”


개동이 탄성을 흘렸다.


“오오, 그게 싸우는 거였군요.”

개동은 한동안 말없이 걷다가 물었다.

“나리와 싸우면 누가 이길까요?”


김조명은 무례한 질문이라고 여기고 호통을 치려다가 참았다. 그도 궁금했던 것이다. 박건동이 잠시 뜸을 들인 후에 말했다.


“객잔주인은 이길 자신이 있다.”

뒤집어 말하면 노인한테는 자신이 없다는 소리다. 개동이 말했다.


“노인이 고수였군요.”

김조명이 말했다.

“고수면 뭐하냐. 벌레 따위를 가지고 다투는 한심한 인간인데. 무림인은 사소한 일로도 사람을 죽인다던데 정말 그런 모양이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지대가 조금씩 높아졌다.

이윽고 산이라고 부를 만한 곳으로 접어들었는데 나무가 하나도 보이지 않아서 산이 산 같지가 않았다. 더 나아가자 풀이 보이고 드문드문 서 있는 소나무가 보였다.


“저기 있네요.”


개동이 손가락질한 곳에 나지막한 문이 보였다. 담이 없이 문만 달랑 서 있는 모습이 볼품없었다.

김조명은 김이 샜다.


“허름하잖아. 저런 곳에서 신공을 배울 수 있을까?”

개동이 말했다.

“북경의 태감이 추천한 곳입니다. 뭔가 있을 겁니다.”

“맘에 안 들어.”


개동이 거북이처럼 목을 길게 빼며 물었다.


“그럼 돌아갈까요?”

“이놈, 사내가 검을 뺏으면 무라도 썰어야지.”


나 같으면 무 써느니 그냥 집어넣겠다. 무 썰어 봐야 비싼 검 녹이나 쓸지.


개동은 생각을 입 밖에 내지 못하고 속으로 투덜거렸다.

김조명은 대문 앞에서 말을 내렸다. 그러고는 채찍으로 개동의 어깨를 찔렀다. 개동이 소리쳤다.


“이리 오너라. 이리 오너라.”

나오는 사람이 없다.

“게 누구 없느냐!”


개동은 싸우러온 사람처럼 목청을 높였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마당 너머 창고처럼 보이는 건물에서 오종종한 늙은이가 고개를 내밀었다. 그는 개동 일행을 발견하고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뉘시오?”

개동은 배첩을 내밀었다.

“주인에게 갖다 주십시오.”

늙은이는 배첩을 빼앗듯이 가져갔다.

“여기서 기다려라.”


노인은 느릿느릿 걸어서 창고 뒤편 전각으로 들어갔다. 김조명이 중얼거렸다.


“명나라는 늙은이들이 꼬장꼬장하네. 인자한 맛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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