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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장생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정구
작품등록일 :
2015.09.10 13:27
최근연재일 :
2015.10.15 14:38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232,179
추천수 :
7,083
글자수 :
129,493

작성
15.09.25 06:00
조회
5,482
추천
172
글자
7쪽

태평도관 #3

DUMMY

“사형은 물정 모르는 소리 그만 하십시오.”


“무어라? 방금 뭐라 했느냐?”

“상선태감이 소개한 자입니다. 어찌 시늉만 하다가 보냅니까.”

“태감에게 뇌물을 바치고 소개를 받아 온 자한테 성심을 다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태평도관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도 태감에게 뇌물을 쓴 덕입니다.”

“그게 같으냐?”

“뇌물은 모두 뇌물입니다. 우리가 바친 뇌물은 고상하고 저들이 바친 뇌물은 더럽다는 것은 명백한 이중 잣대입니다.”


덕성이 음성이 살짝 누그러졌다.


“사형 잘 생각해 보세요. 우리 대접에 불만을 느낀 조선 놈들이 태감께 가서 푸대접을 받았다고 일러바치면 우리 입장이 난처해집니다. 더 이상 보호해 주지 않을 수도 있어요.”


“끄응.”

사제의 말이 일리가 있다. 덕진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닫았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사형도 쉬십시오.”

덕성이 사라지자 덕진이 말했다.


“이리 나오너라.”

누가 숨어 있나?

개동은 뒤를 두리번거렸다.


“나오래도.”

덕진이 언성을 높였다.


설마 나한테 하는 소리는 아니겠지?


개동은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걸음을 옮기는데 어느새 덕진이 코앞에 와 있었다. 개동은 귀신을 본 것처럼 놀랐다.


“하이고.”

신음을 흘리며 가슴을 쓸어내리는데 덕진이 냉담하게 말했다.


“배우지 마라.”

“예?”

“무공을 배우지 말라고 했다. 사제 성격을 감안할 때 너한테 덕 될 것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굳은 표정으로 차갑게 말하는 게 심히 무서웠다. 개동은 이마를 긁적거렸다.


“저도 배우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하지만 작은 주인 등쌀에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핑계를 대서 빠져라.”

덕진이 등을 돌리며 말했다.

“내 말 명심해라.”


음성 뿐 아니라 등도 차가워 보였다. 개동은 멀어져가는 그를 보며 한기를 느꼈다. 그는 덕진과 덕성의 대화를 곱씹어 보았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았다.


“이상한 곳에 들어왔어.”


개동은 박건동의 처소로 달려갔다.

그는 외진 곳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었다. 무예를 닦은 사람이라 덕성의 무공전수를 보면 안 되기 때문이다. 개동은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 계곡의 한 구석에 홀로 서 있는 허름한 모옥의 툇마루로 달려 올라갔다.


“나리 주무십니까? 나리?”

개동의 음성이 박건동을 깨웠다. 박건동은 눈곱을 떼어내며 밖으로 나왔다.


“왜 그러느냐? 네 주인한테 무슨 일이 생겼느냐?”

개동은 엿들었던 내용을 미주알고주알 늘어놓았다. 박건동은 개동의 말이 끝나자 타박부터 했다.


“남의 말 엿듣는 거 아니다.”

“엿듣고 싶어서 엿들은 게 아닙니다. 귀에 들리는 걸 어떻게 합니까?”


개동이 손사래를 치며 말을 이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태평도관은 기분 나쁜 곳입니다.”

“네가 잘못 생각했다.”

“제가요?”


“문파의 절학을 외인에게 전하는 일이다. 사형제 사이에 알력이 생길 만도 하지.”

“저에게 전한 경고는?”

“그의 말 그대로다. 천한 노비가 자파의 절학을 익히는 게 싫은 게지.”


그의 말투가 기분 나빠서 개동은 입술을 삐죽거렸다.


“나리가 작은 주인을 설득해 주십시오. 여길 떠나야 합니다.”


“조명은 뜻이 확고하다. 네 큰 어른의 뜻도 마찬가지고. 성과가 있기 전에는 떠날 수 없다.”

“나리, 큰 주인 뜻은 다릅니다.”


“다르다니?”

개동은 한 동안 그의 얼굴을 뜯어보았다.


“나리는 모르셨군요. 큰 주인이 왜 도련님을 여기로 보냈는지.”

“왜적과 싸울 수 있게 무공을 익히라고 보내지 않았느냐?”


“무공이야 나리한테도 배울 수 있지요.”

“중원 무공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 게지.”


“정말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그렇다고 치고 명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세요. 그 대단한 걸 오랑캐한테 쉽게 가르쳐 줄 리 없지 않습니까? 내가 보기에는 나리께 배우는 게 훨씬 낫습니다. 그리고 까놓고 말해서 도련님이 무술을 배워서 왜적과 싸우는 것보다 큰 주인이 군자금을 대는 게 왜적 몰아내는 데는 훨씬,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그렇다면 어르신은 왜 조명을 여기로 보낸 것이냐?”

“객잔에서 말한 그대롭니다. 피난 보낸 거예요.”

“피난? 하필이면 이렇게 먼 곳으로?”


“작은 주인이 전쟁터로 달려가겠다고 자꾸 떼를 쓰니까 그럴 듯한 명분을 줘서 멀리 보낸 겁니다. 그냥 뒀다가 가출해서 전장으로 달려가면 귀한 아들 목숨 날아가니까요.”

“그렇구나.”


박건동이 자조적으로 말했다.


“나는 여기서 헛짓을 하고 있구나.”

“헛짓은 아니죠. 나리 덕분에 작은 주인이 무사히 여기까지 왔지 않습니까. 나리가 없었으면 산적 손에 벌써.”


개동은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죽었을 겁니다.”

박건동이 한숨을 쉬고 말했다.


“어르신 뜻이 그렇다면 나는 절대 말 할 수 없다.”

“왜요?”


“어르신께 신세를 진 입장에서 그분의 뜻에 반하는 언동을 할 수는 없지. 네가 권유해 보거라.”

“제가 작은 주인께 큰 어른의 뜻을 밝히면 노발대발한 작은 주인은 당장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갈 겁니다.”


“그게 바로 네가 바라던 일이잖아?”

“작은 주인은 전장으로 떠날 테고 그렇게 되면 주인마님은 제 탓을 하며 저를 죽이실 겁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구나. 이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뿐이다. 다른 핑계를 대고 조명을 설득하는 것.”


“어떤 핑계를 댈까요?”


박건동이 한 동안 말없이 개동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주변머리가 없어서 뾰족한 핑계가 떠오르지 않는구나. 네가 생각해 내려무나.”

그는 가부좌를 틀고 계곡을 바라보았다.


“나는 한적한 이곳 생활이 나쁘지 않구나.”

개동이 생각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라 이거지.


“잘 알겠습니다.”


개동은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길가에 아무렇게나 오줌을 갈기고 처소로 돌아오는데 덕성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장섭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어이쿠. 널 죽이려고 기다렸구나.”

설송이 말했다.


“그가 죽이려고 했으면 진즉에 죽었어. 여기에 있을 수 없지.”

“아, 그렇군. 개동, 아니 유성은 죽지 않지. 이야기에 너무 몰입해서 미처 그 생각을 못했네.”

한림이 말했다.


“태평도관이라…… 의심스런 곳이로군.”

설송이 말했다.


“들어본 적 있어요?”

“없습니다.”

설송이 이장섭한테 말했다.


“당신은?”

“나도 없어. 아마 문파의 진짜 이름은 따로 있을 거야.”


설송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평도관은 위장이군. 진짜 이름이 뭘까?”

이장섭이 유성을 향해 말했다.


“이야기에 나오지? 그렇지?”

유성이 말했다.


“재촉하지 말고 진득하게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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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태평도관 #1 +9 15.09.23 5,561 17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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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용두객잔 #1 +7 15.09.21 6,217 17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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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인연 #2 +18 15.09.13 8,600 25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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