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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장생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정구
작품등록일 :
2015.09.10 13:27
최근연재일 :
2015.10.15 14:38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232,184
추천수 :
7,083
글자수 :
129,493

작성
15.10.03 09:55
조회
5,059
추천
198
글자
6쪽

도주 #4

DUMMY

개동이 침을 뱉었다.


“불친절한 객잔 뚱보는 살려주고 불쌍한 노비는 죽이고. 정가장의 행동은 바르지 못합니다.”

“약속을 지켰을 뿐이다.”

“약속?”


개동은 과거의 기억 한 조각을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 벌레가 찻값을 깎으려는 수작이 아니었군요.”

“찻값이라니? 무슨 소리냐?”


“객잔주인은 당신들의 정체를 알고 있었어요. 당신은 주인한테 입을 닫고 있으라고 협박했고 주인은 안전을 대가로 그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개동은 시체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정가장은 행사가 참 독한데 어째서 그때 객잔주인을 죽여 입을 막지 않았습니까?”


개동은 노인이 대답하기 전에 스스로의 힘으로 해답을 알아냈다.


“객잔주인이 태산파의 감시원이었군요.”

덕진은 길목을 감시하는 자가 있다고 했었다. 그게 바로 객잔주인이었다.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객잔주인을 죽였으면 이상한 낌새를 느낀 태산파가 은신처를 옮겼을 거다. 함부로 손을 쓰기 어렵지.”


“정가장은 그렇다 치고 객잔주인은 어째서 당신들과의 약속을 지켰을까요? 당신들이 떠나서 안전해진 후에 태산파에 알릴 수도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객잔주인은 강호에 적이 많다. 여기 숨어있다는 게 알려지면 몹시 곤란해진다.”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태산파와의 맹세를 저버리다니, 그는 의리가 없군요.”

“의리 있는 자였다면 흑심수사라는 별호가 붙진 않았을 게다.”


개동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이 총총해서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았다.


“이제 절 죽일 건가요?”

“아니.”


의외의 대답에 개동은 가슴이 뛰었다.


“절 놀리는 게 아니길 바랍니다.”

“나는 흑심수사 같은 마두와의 약속도 지켰다. 불쌍한 노비를 놀리진 않아.”


앞문장과 뒷문장의 관계가 조금 어색했다.

약속을 지키는 것과 놀리지 않는 것 사이에 별다른 연관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동은 굳이 그것을 지적해서 노인의 심기를 어지럽히지 않았다.


“고맙습니다.”

개동은 절을 하고 돌아섰다. 노인이 그의 등에 대고 물었다.


“이유가 궁금하지 않느냐?”

개동은 노인을 마주보며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궁금하긴 한데 말이 길어지면 노인이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어서…….”

“그렇군. 살려준다고 했을 때 얼른 튀는 게 상책이지. 꿈이 길면 잠자리가 사나워지는 법이니까.”


개동은 이제 가라는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노인은 입을 닫고 있었다. 개동은 상대가 원하는 것 같아서 질문을 던졌다.


“절 왜 보내주는 겁니까?”

“나도 노비 출신이다.”

“아아.”

“너에게서 소싯적의 내 모습을 보았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노인이 웃었다.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까?”

“있다. 빗자루.”


노인의 대꾸는 개동의 짐작 범위를 한참 벗어났다. 개동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빗자루? 빗자루가 왜?


노인이 말했다.


“기억을 못하는구나. 내가 흑심수사와 부딪칠 때 네가 빗자루를 들고 나를 도와주려 했었다.”


개동은 기억이 났다.


“노인장이 낭패를 볼 것 같아서 그리 행동했습니다.”

“나중에 그 모습이 종종 떠오르더구나. 무공도 모르는 무지렁이 노비가 강호의 고수를 구하겠다고 나서다니, 우습고 귀여웠다. 가끔은 고맙기도 했고. 내가 늙어서 감상적이 된 거지 이제 가거라.”


드디어 허락이 떨어졌다. 개동은 두 발짝 멀어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노인장은 좋은 주인을 만났군요.”

“그리 생각하느냐?”

“예.”

“왜?”

“지위가 높아 보이던데요. 거기다 고수고.”

“아무리 높아 봐야 소장주 밑이다.”


한번 노비는 평생 노비인가.

개동은 쓰게 웃었다.


“무공이 높아도 여전히 노비 신세인 겁니까?”

“노비는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매인 신세지.”

“그렇군요. 저처럼 도망치지 그랬습니까?”


“그러게 말이다. 네 모습을 보면서 후회를 조금 했다. 젊었을 때 나도 도망칠 걸.”

“지금이라도 도망치세요. 아니다, 노인은 노비 신세가 아니니까 그냥 떠나면 되겠네요.”

“나는 늙었다. 너처럼 젊지 않아.”


노인이 허허로운 웃음을 흘렸다.


“새 삶을 개척할 용기가 없는 게지.”


대화가 대충 마무리되었다. 개동은 떠나려다가 문득 궁금한 게 떠올라서 입을 열었다.


“북직례에서는 병기를 동원한 싸움은 금한다고 들었습니다. 한둘이 싸우는 건 몰라도 한 문파를 멸문시킬 정도로 대규로 살상을 벌리면 관에서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정한운이 검지와 엄지를 말아 동그랗게 만들었다.


“돈으로 해결한다는 겁니까?”

“이미 해결했다. 북경에는 돈을 좋아하는 태감이 무척 많단다. 이러다 밤새도록 이야기를 하겠구나.”


정 노인은 객잔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마구간에 내 말이 있다. 타고 가라.”


개동은 거절하려다가 호의를 받아들였다. 말을 끌어내서 안장에 오르자 노인이 말했다.


“최대한 멀리 가라. 내가 널 풀어준 걸 소장주가 알아채면 추격할 것이다.”


개동은 미친 듯이 말을 몰았다. 그러다 우연히 하늘을 보았는데 유성이 떨어지고 있었다. 검은 하늘을 가로지르며 떨어지는 새하얀 유성을 보고 개동은 충동적으로 결정했다.


유성!


이제부터 내 이름은 유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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