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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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서열 매기기를 좋아한다.
특히 무림에 속한 사람들이 그랬는데 그들은 최강자를 가려내느라 자주 논쟁을 벌였다.
각양각색의 후보자가 호사가들의 혓바닥에 올랐다가 내려갔고 그 결과 후보가 셋으로 정리되었다.
세상은 그 셋을 삼신이라 불렀다.
삼신은 실력이 출중해서 그들 외에는 적수가 없었다.
애석하게도 셋 중에서 누가 최고인지는 가려지지 않았다. 강호상의 위치가 워낙 높아서 자웅을 겨룰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삼신은 유성의 존재를 몰랐다.
하지만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유성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신 다음 세대는 여섯 명의 고수가 두드러졌는데 세상은 그들을 육운이라 불렀다. 말장난을 즐기는 자는 육운(六雲)을 불운(不運)이라 칭했다.
무림의 최강자들이 마땅히 누려야할 권세를 그들은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삼신 탓이었다.
육운이 강호에 등장해서 두각을 나타내고 성장하고 전성기를 거쳐 늙어갈 때까지, 삼신은 꼬장꼬장하게 살아남아서 강호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육운은 삼신에 눌려서 기를 펴지 못했고 그러다 다음 세대의 등장을 맞이하게 되었다.
육운도 삼신과 마찬가지로 유성의 존재를 몰랐다.
유성이 아직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육운 다음은 구봉이 유명했다.
강호에 우뚝 선 아홉 봉우리들은 육운처럼 삼신의 위세에 눌리지 않았다. 나이가 아주 많아진 삼신이 예전처럼 강호를 활발하게 누비지 못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구봉의 활동 공간은 육운이 활동할 때보다는 넓었다.
그렇지만 강호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넓지는 않았다.
삼신은 여전히 살아 있었고 존재감이 정말 대단해서 간간히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구봉을 흔들어 버렸던 것이다.
구봉도 유성을 몰랐다.
그들이 전성기를 열어나갈 즈음 유성이 태어나기는 했으나 사는 곳이 멀었고 처지가 나빴으며 심지어 무림인도 아니어서 알 도리가 없었다.
삼신육운구봉, 줄여서 흔히 삼육구라 불린 그들은 유성이 무공을 배워서 강호에 발을 들였을 때도 그의 존재를 몰랐다.
사실 알 필요도 없었다.
유성 정도의 하급 무사는 발에 차일 정도로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한림은 반드시 알아야 했다. 유성과 달리 무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육구는 장한림을 알지 못했다.
장한림이 은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한림이 모종의 임무를 띠고 강호로 나옴으로써 겉으로는 평온했던 강호에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정구입니다.
오랜만에 신작을 쓰게 되어 반갑고 새로운 마음입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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