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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장생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정구
작품등록일 :
2015.09.10 13:27
최근연재일 :
2015.10.15 14:38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232,194
추천수 :
7,083
글자수 :
129,493

작성
15.10.10 13:00
조회
5,036
추천
160
글자
7쪽

좋은 날 #1

DUMMY

동이 틀 무렵 영친대가 신부를 맞이하러 떠났다.


폭죽이 터지고 풍악이 울리고, 난리가 난 것처럼 시끌벅적했다. 유성은 중국의 결혼 풍습이 궁금해서 따라가고 싶다고 운을 떼었다가 욕만 배 터지게 얻어먹었다.


유성은 임시 주방이 설치된 마당을 어슬렁거렸다.

그러다 강지미와 눈이 마주치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콧방귀로 응대했다. 도살된 소와 돼지가 줄줄이 나무에 꿰여 등장하자 주방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유성은 임시 주방을 떠나 후원으로 갔다.

결혼식은 후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신랑 신부가 마주설 예탁 뒤편에 방주와 일가친척이 모여 있고 오른편은 신풍방의 요인들이 앉아 있었다. 신부 측은 왼편에 설 것이다. 신랑 가족과 마주보는 곳은 하객들의 자리다. 앞좌석은 방주의 지인이 차지했고 유성 같은 말단은 끄트머리에 몰려있었다.


정오에 신부가 정문을 통과했다. 유성은 폭죽 터지는 소리를 듣고 신부가 왔음을 알았다.


“왔어요. 왔어.”


유성은 흥분했다. 삼 년 전 결혼식이 엎어지면서 전설이 된 신부의 얼굴을 드디어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신부가 좀체 등장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지?”

유성이 달려가려는 걸 설송이 말렸다.


“내가 갔다 올게.”


잠시 후 그녀가 돌아와서 사정을 설명했다.


“신부 측이 병기를 휴대하고 왔어. 신풍방이 좋은날에 흉한 물건 들이는 거 아니라고, 우리한테 맡기라고 주장하는데 신부 측이 거부하고 있어. 애병을 남의 손에 넘길 수 없다고. 신풍방이 우리는 이제 남이 아니라고 설득하는데 목우방은 손사래를 치고 있어. 이렇게 계속 옥식각신 중이야.”


유성이 말했다.


“왜 병기를 휴대했죠?”

“결혼식을 계기로 신풍방과 목우방이 손을 잡는데 대호방이 가만히 구경만 할 리 없다. 결혼을 막으려고 습격할 수도 있다. 그래서 방어차원에서 휴대했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어.”

“일리 있네요. 나라도 맨손으로 오기는 싫었을 겁니다.”


이장섭이 말했다.

“신풍방에 들어와서 안전해졌으니까 이제 치워도 되잖아.”


설송이 대꾸했다.

“무림인 손에서 병기를 놓게 만드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


유성이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그러니까 대호방이 쳐들어올 수도 있겠네요.”


설송이 말했다.

“결혼식에서 그런 짓하면 욕먹어.”


결국 타협이 되었는지 신부가 꽃가마를 타고 식장으로 들어왔다. 유성은 신부를 보기 위해서 까치발을 했다. 신부가 꽃가마에서 내렸다. 면사를 쓰고 있어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몸매는 좋은데.”

이장섭이 평을 했다. 유성이 말했다.


“예복이 풍성해서 제 눈에는 안 보이는데 이 형 눈에는 몸매가 보이나 봐요?”

“인마, 남자는 여자가 옷을 풍덩하게 입어도 몸매를 한 눈에 알아봐야 해.”


“안 보이는데 어떻게 알아 봐요?”

“손가락, 손목, 목덜미처럼 드러난 부위를 자세히 관찰하면 알 수 있어. 고수가 되고 싶으면 눈썰미부터 길러.”


설송이 비웃었다.


“여체 전문가 나셨네.”

이장섭이 찔끔해서 고개를 돌리고 입을 닫았다. 유성이 웃었다.


“누나 말에는 찍 소리도 못하는구나.”

이장섭이 어깨로 유성의 어깨를 밀었다.


“결혼식이나 봐.”

신부 앞에 세숫대야가 놓였다. 유성이 대야를 가리키며 말했다.


“세숫대야를 왜?”

설송이 대답했다.


“세수하라고.”

“왜요?”

“세수로 친정의 풍습에서 벗어나 시댁의 풍습을 따르겠다고 표시하는 거야.”


세수를 하려면 면사를 벗어야 한다. 유성은 목을 길게 뺐다.


“드디어 신부 얼굴을 보는구나.”


하객들이 모두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까치발을 하는 자들이 많아졌다. 신부가 면사를 벗었다.

“아.”

“후우.”

“저런.”


하객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탄성을 내질렀다.

그것은 감탄이 아니라 탄식의 뜻이 담긴 탄성이었다.


신부는 소문대로 못생겼다. 쪽을 지어 올린 머리는 숱이 작아서 볼품이 없었다. 눈은 작고 가늘었으며 이마는 좁고 광대가 납작했다. 거기다 턱이 발달하고 입술이 두꺼워서 전체적으로 메기를 연상시켰다.

이장섭이 소곤거렸다.


“방 단주가 도망칠 만하네.”

설송이 지청구를 주었다.


“좋은날에 헛소리하지 말고 입 다물고 있어.”


신부가 세수를 하고 나자 주례자가 등장해서 손을 잡았다.

신부가 그의 안내에 따라 동서남북을 향해 네 차례 절을 했다. 천지신명께 혼인을 알리는 것이다. 그러고는 예탁 앞에 섰다. 이제 신랑이 등장할 차례다. 그런데 신랑이 좀체 등장하지 않았다.


하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또 도망친 거 아냐, 저기 봐 목우방 안색이 좋지 않아, 이러다 일 나겠네, 신부가 너무 못생겼어, 저 인물이면 나라도 도망쳤겠다, 등등 근심 섞인 안타까움과 악의 섞인 비아냥거림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방파의 미래를 걱정하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하객의 반응이 극명하게 갈렸다.


이장섭이 말했다.

“우리 결혼 깨지면 튀자.”


설송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좋은날에 흉한 소리하는 거 아니라고 나무라지 않았다. 웅성거림이 파도에서 해일로 변하려는 즈음 신랑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도의 한숨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신랑은 시무룩했다. 밤새 술을 퍼마셨는지 눈이 충혈되고 얼굴이 누렇게 떴다.

유성은 부지불식간에 코를 만졌다.


술 냄새가 여기까지 나는 듯했다.


신부의 표정이 굳었다. 굳게 다문 입술이 그녀의 닫힌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그녀가 입을 반쯤 열었다가 다물었다. 화를 삭이는지 볼이 푸들푸들 떨렸다.


오래 끌면 사달이 날 거라고 판단한 주례자가 빠르게 식을 진행시켰다. 신랑 신부가 한 잔의 술을 나눠 마셨다. 하객들이 박수를 쳤고 술잔이 돌았다. 신풍방 방주가 일어서서 술잔을 들었다.


“신혼부부의 행복을 위해서. 건배.”

“건배.”


하객들이 따라서 외치며 술잔을 비웠다. 유성은 술을 받을 위치가 아니라서 뒤에서 입맛만 다셨다.


쨍, 쨍그랑, 쨍.

술잔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그걸 본 유성은 혼사를 치를 때 잔을 깨는 풍습이 있는 줄 알았다.


귀신을 쫓아낸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액땜?

둘 다 아니었다.


“술맛이 이상해.”

“독이다!”

“독이 들었어.”


신부를 따라온 목우방 사람들이 분분히 소리치며 신부를 에워쌌다.


“대호방 짓인가?”

“병기, 병기를 가져와.”

“어서!”


현장은 대혼란에 빠졌다. 목우방은 신풍방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총관한테 맡겼던 병기를 돌려받았다.

신풍방 방주가 의자 위에 올라서서 소리쳤다.


“독이 아니다. 진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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