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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장생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정구
작품등록일 :
2015.09.10 13:27
최근연재일 :
2015.10.15 14:38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232,195
추천수 :
7,083
글자수 :
129,493

작성
15.09.21 18:00
조회
6,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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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글자
7쪽

용두객잔 #1

DUMMY

북경의 동쪽 외곽,

행정 구역상으로는 북경에 들어가지만 아주 외진 곳이라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황무지를 세 명의 사나이가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말을 타고 있었는데 머리를 요상하게 틀어 올린 게 중국인 같지 않았다.


그의 왼편에는 더벅머리 총각이 말고삐를 잡고 있었는데 흙길을 오래 걸은 듯 바지에 누런 먼지가 묻어 있었다. 머리를 긁적이자 흙먼지가 눈처럼 날렸다.


“도련님, 좀 쉬었다 가지요.”


더벅머리 총각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권유했다. 도련님이라 불린 청년 김조명은 볼때기가 꽉 채운 복주머니처럼 불룩했다. 김조명이 퉁명하게 말했다.


“왜?”

개동은 허벅지를 툭툭 두드리며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


“다리가 아파요.”

“네가 뭘 한 게 있다고 다리가 아파.”

개동은 고개를 돌리며 입을 삐죽거렸다.


너는 말 타고 다녀서 다리가 안 아프겠지. 쌍놈 새끼야. 너도 나처럼 하루 종일 걸어 다녀 봐라. 다리가 아프나, 안 아프나.


개동의 반대편에서 걷던 30대 청년이 말했다.

“쉴 곳이 나오면 하루 묵어가는 게 좋겠습니다.”


의주에서부터 김조명을 호위한 박건동은 자신의 옷을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

“이 꼴로 방문하는 건 결례가 될 테니까요.”


개동의 말은 콧방귀로 무시했던 김조명도 그의 말은 무시하지 못했다.

“그럴까요.”


김조명이 채찍으로 개동이의 정수리를 툭툭 건드렸다.

“객잔이 나오면 그리로 가자.”


새끼가 말로 하면 될 걸 꼭 채찍으로 건드린단 말이야.

개동은 기분이 나빠서 대꾸를 하지 않았다. 김조명이 짜증을 냈다.

“내 말 들었어.”

“예, 예. 들었습니다요.”



이장섭이 유성의 이야기를 끊고 끼어들었다.


“너는 언제 나와?”

설송이 말했다.


“눈치없기는. 개동이 유성이야. 맞지?”

유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맞아요.”

이장섭이 물었다.


“유성이라며?”

“이름 바꿨어요.”

“왜?”

“이름이 마음에 안 들어서요.”

“개동? 괜찮은데?”


설송이 이장섭의 팔뚝을 탁 쳤다.

“가만있어.”


이장섭이 불뚝해서 음성을 높였다.

“나도 입이 있는데 왜 말을 못하게 하냐.”


유성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설송 누나는 눈치가 빠르네요. 원래는 개똥인데 명나라로 넘어오면서 제가 개동으로 고쳤습니다.”

이정섭이 놀라서 물었다.


“원래 이름이 개똥이라고?”

“예.”

“왜 이름을 그 따위로 지었냐?”

“주인마님이 그렇게 지었습니다.”

유성이 자조적으로 덧붙였다.


“노비니까.”

이장섭이 혀를 찼다.

“고생 많이 했겠네.”

설송이 말했다.


“네 주인은 인정머리가 없는 사람이구나. 좋은 이름 다 놔두고 개똥이 뭐냐 개똥이.”

이장섭이 말했다.

“내가 보기에 나쁜 사람은 아니야.”

설송이 물었다.


“무슨 근거로?”

“중국말을 가르쳤잖아.”

설송이 싸늘하게 웃었다.


“소한테 여물 주는 거랑 똑같은 거야. 키워서 잡아먹을 속셈으로 가르친 걸 좋게 보면 안 되지.”

“사람을 어떻게 잡아 먹냐.”

“비유를 한 거잖아. 비유. 무식하게.”

“뭐! 무식!”


말다툼이 벌어지자 유성이 급히 입을 열어 화제를 돌렸다.


“이야기 계속할 게요.”




개동은 드문드문 집이 서 있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발을 디딜 때마다 흙먼지가 날렸다.


“날이 무척 건조하네요.”

말을 했더니 흙먼지가 입 속으로 들어온다.


비나 한바탕 왔으면 좋겠네.


흙을 뱉어내려고 침을 모으는데 깃발이 보였다. 판자로 벽을 세운 볼품없는 단충 건물의 처마에 깃발이 펄럭거렸다.

“용두객잔이라고 적혀 있네요.”


개동이는 신이 나서 말을 객잔으로 몰았다. 김조명이 채찍으로 개동의 등을 쳤다.

“썩었어.”

개동은 채찍을 빼앗아서 분질러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는 등을 문대며 못 들은 것처럼 물었다.


“예?”

“저런 썩어빠진 객잔에 머물 순 없다.”

“주변을 둘러보세요.”

개동은 눈을 비비는 시늉을 했다.


“아무리 둘러 봐도 번듯한 건물은 없습니다. 겉은 허름해 보여도 안은 쾌적할 테니까 일단 한번 가보죠. 하다못해 물은 있겠죠. 목욕하고 싶지 않으세요?”

“목욕이라.”


북경 쪽은 건조해서 목욕이 그다지 당기지 않았다. 김조명은 턱을 긁으며 말했다.


“별로.”

박건동이 말했다.

“나도 목욕은 별로야. 그런데 배는 고프군.”

듣고 보니 김조명도 배가 고팠다.


“저기서 대충 때우고 가자.”


개동은 작은 주인의 마음이 바뀔까 봐, 얼른 객잔 쪽으로 고삐를 당겼다.

촤라라락, 주렴을 걷고 안으로 들어가며 개동이 말했다.


“말 좀 돌봐주세요.”


개동은 내부를 둘러보고 움찔했다. 여덟 개의 탁자가 적당한 간격을 두고 늘어서 있었는데 대부분 선객이 차지하고 있었다.


변두리 객잔에 왜 이렇게 손님이 많아?


개동은 쭈뼛거리며 마지막 빈자리로 향했다.

새로운 인물의 등장에 손님들이 흥미를 보였다. 그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려 유성을 살폈다. 별 볼일 없다고 판단한 듯 시선이 곧 되돌아갔다.


개동의 뒤를 이어 김조명과 박건동이 들어섰다.

이번에도 손님들의 고개가 일제히 움직였는데 이번에는 시선이 꽤 오래 머물렀다. 그들은 박건동의 등허리에 비스듬히 걸린 검을 세심하게 관찰했다.


개동이 탁자에 허리를 기대고 말했다.


“점소이.”


주방에서 염소수염을 기른 뚱뚱한 중년인이 걸어 나왔다. 사내가 손의 물기를 앞치마에 닦으며 뚱한 시선으로 개동을 훑었다.


“뭘 드릴까?”

점소이답지 않게 언행이 불손하다.


“밖에 말을 매어 놓았는데 여물을 주고 물도 먹이세요.”

“객잔 뒤로 돌아가면 마구간이 있으니 직접 하슈.”

“점소이가…….”

“점소이는 없어. 일이 힘들다고 도망쳤어.”


김조명이 개동의 뒤통수를 때리며 말했다.


“네가 가서 해라.”

그러고는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돼지고기 하고 국수 좀 말아주시오. 술은 뭐가 있소?”

“분주가 있소.”

“한 병 갖다 주시오.”


개동은 말을 끌고 객잔 뒤편으로 돌아갔다. 객잔 뚱보의 말대로 마구간이 있었는데 말들로 붐볐다. 개동은 한쪽 구석에 말을 매고 그 앞에 여물을 놓은 후 물도 떠 주었다.


“많이 먹어라.”


그는 말이 물을 마시는 걸 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음식이 아직 나오지 않아서 둘이 멀뚱하게 앉아 있었다. 개동은 바닥에 퍼질러 앉으며 말했다.


“점소이 없는 객잔은 처음 보네요.”

옆 탁자의 노인이 말을 받았다.

“파리 날리는 객잔에 점소이가 있는 것도 이상하지.”


개동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손님 많은데요.”

“오늘은 어쩌다가 손님이 있는 거야. 이런 날도 있어야 주인이 먹고 살지.”


주인 겸 점소이 겸 숙수 겸 장궤가 접시에 돼지고기를 수북이 담아왔다.


“드슈. 모양은 이래도 맛은 괜찮소.”

둘이 젓가락질을 하는 동안 개동은 밑에서 입맛만 다셨다.


노인이 물었다.


“저기 빈 의자가 있는데 왜 바닥에 앉아 있나?”

“가부좌가 버릇이 돼서 의자가 불편합니다.”

“그래도 보기 흉하구먼. 의자에 앉아.”


김조명이 퉁명하게 말했다.

“종놈하고 겸상할 생각 없소이다.”


노인의 눈이 커졌다.


“종놈? 자네 노비인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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