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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장생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정구
작품등록일 :
2015.09.10 13:27
최근연재일 :
2015.10.15 14:38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232,191
추천수 :
7,083
글자수 :
129,493

작성
15.09.16 16:00
조회
7,380
추천
216
글자
8쪽

여인 #1

DUMMY

일단 산을 내려오긴 했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


장한림은 마을 어귀에서 노을이 질 때까지 우두커니 서 있었다.


여자를 구하려면 먼저 만나야 하고 만나려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그러데 어디로 가야 여자를 만날 수 있을까? 아무집이나 막 들어갈 수도 없고, 이것 참 난감하네.


궁리를 거듭했으나 평생을 깊은 산골에서 생활한 그에게 뾰족한 생각이 떠오를 리 만무하다.


이제 해가 완전히 저물었고 달이 높이 떠올랐다.

심력을 많이 소모한 탓에 별로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피곤했다.


한숨 자고 내일 생각하자. 내일은 좋은 생각이 떠오르겠지.

한림은 산을 내려가기 전에 사부가 해주었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마을로 들어섰다.


객잔에 가면 숙식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하셨지.


그는 청각을 예민하게 깨워서 인기척이 많은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간간히 지나가는 여자가 보였지만 감히 말을 걸지는 못했다. 시장이 가까운 곳에서 2층 객잔을 발견한 그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 옵쇼.”

볼에 큰 점이 있는 점소이가 살갑게 그를 반겼다.


“손님 여기 앉으십시오.”


점소이가 안내한 곳 옆 탁자에 여자들이 앉아 있었다. 남자도 둘 있었지만 그의 눈에는 여자들만 보였다.

연습 삼아 말을 걸어볼까.


“저기요.”


슬쩍 말을 거는 순간 그 여자 옆에 앉아있던 다박나룻 장한이 퉁명하게 물었다.

“뭡니까?”


여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데 남자가 대꾸를 하자 한림은 당황했다.

남편인가?

“아니, 아무 것도 아니다.”


한림은 손을 휘저으며 식은땀을 닦아냈다.


“거참 싱거운 양반일세.”

한림은 자리에 앉기가 거북해져서 점소이에게 말했다.


“하룻밤 유할 터이니 방을 좀 보여주게.”

점소이는 재빨리 그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얼뜨기구만. 벗겨먹기 쉽겠어.

뜨내기손님이라서 바가지를 씌워도 뒤탈이 없으리라. 점소이는 그를 가장 비싼 방으로 안내했다. 응접실이 딸린 방이었다.


“조식을 포함해서 하룻밤 묵는데 은자 석 냥입니다.”

한림이 잘라 말했다.


“석식까지 포함해서 한 냥.”

점소이의 눈동자가 영활하게 움직였다.


내가 잘못 봤나? 보기보다 똑똑한데.

“손님 어디 산에서 살다오셨어요? 물가를 통 모르시네.”


한림은 뜨끔했다.


이놈이 그걸 어떻게 알았지. 점소이한테 얕보이면 껍데기까지 벗겨진다는데 이거 안 되겠다. 객잔을 옮겨야겠어.

한림은 대화를 더 하면 말려들 것 같아서 아무 말 없이 그를 지나쳤다.


“손님 어디 가세요.”

한림은 대꾸를 하지 않고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손님 흥정 잘하시네. 알았어요. 알았어. 제가 특별대우로 한 냥, 한 냥에 해드리겠습니다.”


점소이가 그의 손목을 잡았다.

고수는 남이 자신의 몸에 손을 대는 걸 극히 싫어한다. 암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부한테 그런 경고를 귀에 딱지가 않도록 들었던 터라 한림은 순간적으로 그를 잡아채서 바닥에 패대기칠 뻔했다.

그는 마지막에 가까스로 참았다.


한림은 그의 손을 천천히 떼어내며 말했다.


“저녁은 여기로 가져다주게.”

“뭐로 해드릴까요?”

“대충 알아서 챙겨주게.”


점소이가 휘파람을 불며 나갔다. 그걸 들으며 한림은 깨달았다.


아, 바가지 썼구나. 사부가 무조건 삼분의 일로 깎으라고 하셨는데 다음부터는 오분의 일로 깎아야겠어.


잠시 후 점소이가 만두와 소면을 가지고 들어왔다.

“맛있게 드십시오.”


점소이가 접시를 내려놓고 나가려하자 한림이 불러 세웠다.


“이보게, 점소이.”

“예, 손님.”


불러 놓고 말이 없다. 거기다 더해 눈도 마주치지 않고 볼을 붉히기까지 한다.


이 손님 왜 이러지.

점소이는 기분이 나빠졌다.


“시키실 일이 없으면 그만 나가보겠습니다.”

“잠깐만. 저기…….”

“예?”

“저, 여, 여, 여, 여…….”


한림은 민망해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질문을 하면 점소이가 비웃을 것 같았다. 점소이는 오랜 세월 객잔에서 잔뼈가 굵어서 눈치가 빨랐다.


“아, 여자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한림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래, 여자.”


한림이 개방적인 여자를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하느냐고 물으려는데 점소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여자를 불러올까요?”

의외의 말에 한림의 눈이 휘둥그러졌다.


“여자를 부를 수 있어?”

“당연하죠.”


점소이는 한림 같은 손님이 반가웠다. 화대의 1할을 중개료로 받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점소이의 태도가 눈에 띄게 싹싹해졌다.


“예쁜 여자로 불러오겠습니다.”


한림은 속사정을 몰랐으므로 엎드려서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이고, 이렇게 고마울 때가.”

“별말씀을요. 손님을 즐겁게 하는 것이 모두 저의 소임입니다.”

“바가지나 씌운다고 욕을 했는데 사실은 훌륭한 점소이구먼.”


점소이는 속이 뜨끔했다.

바가지 씌운 거 알았구나.


“하하하.”

점소이가 어색하게 웃었다.


“대신 여자는 싸게 해드릴 테니 마음 푸세요.”


점소이가 방을 나가자 한림은 먹기 시작했다. 그는 면을 두 젓가락 입에 넣고 후루룩 국물을 마시고 만두를 한 입 베어 물다가 고개를 들고 눈을 두어 번 껌뻑거렸다.


“싸게 해준다는 게 무슨 뜻이지? 물어볼 걸 그랬네.”


한림은 마치 싸움을 하는 것처럼 모퉁이가 베인 만두를 노려보았다. 그때 문이 열리고 여자가 들어왔다. 얼굴이 하얗고 입술이 빨갛고 눈가가 푸르다. 얄궂어 보였다.


“얼굴이 왜 저렇지.”

여자가 그의 혼잣말에 대답을 했다.


“화장한 거야.”

여자가 맞은편에 앉았다.


“어색해 보여?”

한림은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아니요.”

“부끄럼이 많구나. 나는 홍화, 댁은?”

“장한림.”

“식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면 더 먹어. 기다릴 게.”

“아니, 다 먹었습니다.”


한림은 만두를 내려놓고 접시를 밀었다.


홍화는 겉옷을 벗어 의자 등받이에 걸쳤다.

잠옷 같이 생긴 옷이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었는데 얇아서 속이 비쳤다. 한림은 잠깐 훑어보고 곧 시선을 돌렸다.

얼굴이 화끈거려서 계속 보고 있을 수가 없다.


그는 그녀가 벗어놓은 겉옷에 수놓아진 문양만 바라보았다.


“화대부터 정하자.”


한림은 화대라는 말을 알지 못했다.

“무슨 뜻입니까?”


봄바람처럼 부드럽던 그녀의 언행이 겨울바람처럼 싸늘해졌다.


“공짜로 하자는 거야?”

“돈을 달라는 겁니까?”

“당연하지.”

“얼마나?”

“난 싸구려가 아니야. 최소한 두 냥은 받아야겠어.”


무조건 오분의 일로 깎겠다고 결심한 게 불과 얼마 전이다. 하지만 한림은 그녀한테 깎아달라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


한림은 그녀의 얼굴을 잠깐 보았다가 시선을 돌렸다.


“저, 돈을 주면 아가씨는 뭘 해주나요?”

“일단 돈부터 줘 봐. 상상 이상의 것을 해주자.”


그녀가 팔꿈치를 탁자 위에 올리고 손에 턱을 괴었다.

한림은 이 상황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잘 모르겠어요.”


한림의 사부가 사조를 따라 강호를 여행했을 때 사조가 이쪽 방면은 철저하게 차단했기 때문에 사부는 이 방면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한림의 지식은 모두 사부한테서 나왔으므로 사부가 모르는 것은 한림도 몰랐다.


그녀가 샐쭉하게 말했다.


“이봐, 총각, 장난치는 거지? 아니라고? 순박한 시골 총각 역할하고 싶은 거야? 그래, 좋아. 돈만 많이 주면 맞춰 주지.”

한림의 눈이 빛났다.

“돈만 주면 뭐든 해줄 수 있다는 건가요?”

“그래.”


홍화는 고개를 끄덕였다가 걱정이 되어서 덧붙였다.


“심하게 변태적인 건 안 돼.”

“변태적인 거라면?”

“때리는 건 안 돼.”


“제가 소저를 때려요? 왜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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