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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장생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정구
작품등록일 :
2015.09.10 13:27
최근연재일 :
2015.10.15 14:38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231,944
추천수 :
7,047
글자수 :
129,493

작성
15.09.11 17:15
조회
8,998
추천
255
글자
9쪽

까막눈 #3

DUMMY

대호방 무사들이 유성 일행을 앞에 두고 두 방향으로 갈라졌다.


혼자 있는 장한림이 만만했던지 그쪽으로 몰려가는 자들이 많았다.

장한림은 홀로 다수를 감당했지만 손에 여유가 있었다. 침착하게 서서 주먹을 내질렀는데 그때마다 적이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뼈 부러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유성은 똥마려운 아이처럼 엉덩이를 빼고 언월도를 내질렀다. 그는 언월도가 길다는 점을 십분 활용해서 도를 마치 창처럼 사용했다.


푹.

함성을 지르며 달려들던 자가 유성이 무의식적으로 내민 언월도에 배가 찔렀다.


“으악.”

그가 비명을 지르며 손으로 언월도를 잡았다. 유성이 말했다.

“야, 이거 놔.”

“못 놔.”


유성은 언월도를 비틀어 당겼다.


“아 시발, 놓으라니까.”

“미친 새끼, 너 같으면 놓겠냐.”


대호방 무사는 비쩍 마른 것 치고는 힘이 좋아서 언월도가 뽑히지 않았다. 유성이 끙끙, 용을 쓰는 사이에 다른 적이 다가왔다.


“아아, 젠장.”


적은 다가오는데 병기는 뽑히지 않고, 유성은 다급해졌다.

어쩔 수 없이 언월도를 버리고 칼을 뽑았다. 대응이 늦어서 공격은 유보하고 칼로 전면을 방어하는데 한순간 적의 검이 두 개로 갈라졌다.


만약 유성의 무위가 지금보다 두 단계 정도 높았더라면 마음속으로 두 개의 검을 잇는 가상의 직선을 그린 후 그 선을 따라 칼을 휘둘렀겠지만 지금은 그게 되지 않아서 도박하는 심정으로 왼쪽을 선택했다. 유성의 칼과 부딪친 상대의 검이 사라졌다.


아, 왼쪽이 허초였구나.


강호의 싸움에서 판단착오는 대개 죽음으로 이어진다.

급히 칼을 돌렸지만 이미 늦었다. 검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니 파고들려는 순간 사나운 바람이 신풍방 무사의 등을 쳤다.


뿌득.

등뼈 부러지는 소리가 섬뜩하게 들렸다.


“장풍!”


유성은 얼이 빠졌다.

놀랍게도 장한림이 장풍을 날려서 적을 격살시켰다. 장한림이 저토록 대단한 고수였다니, 유성은 바보처럼 입을 벌리고 그를 바라보았다.


“정신 차려!”


설송이 소리쳤다.

딴 데 정신을 판 사이에 언월도에 배를 찔린 청년이 복수를 하려고 유성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유성은 얼른 정신을 차리고 그와 맞섰다.


챙챙챙.


칼이 연신 부딪치며 불똥을 튀겼다.

시커먼 어둠 속에서 불똥이 반딧불처럼 흩날렸다. 원래 실력은 대호방 무사 쪽이 나았는데 그는 부상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 바람에 승부가 치열해졌다. 결판이 나는데 시간이 제법 걸릴 것 같았다.


설송은 유성을 도와줄 목적으로 단검을 날렸다.


대호방 무사의 뒤통수를 향해 날아가던 단검이 중간에 차단되었다. 말처럼 얼굴이 긴 사내가 중간에 끼어들어 단검을 쳐낸 것이다. 말상이 히죽거렸다.


“어이, 예쁜이 너는 나하고 놀자.”


설송은 내키지 않았다. 상대의 희번덕거리는 눈이 왠지 꺼림칙했다.

그렇다고 싸움터에서 물러설 수는 없는 일. 그녀는 단검을 입에 물고 양 손에도 하나씩 쥐었다. 그러고는 덤비라는 뜻으로 턱을 까딱였다.


말상의 냉소하며 말했다.

“목숨만은 살려주마.”


저자한테 패하면 아주 험한 꼴을 겪을 듯했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사려주게다니 이거 고마우데.”


단검 때문에 발음이 뭉개졌으나 뜻은 통했다.

설송은 연인에게 하듯이 부드럽게 웃어주었다. 그 미소에 동화된 말상의 무사가 마주 웃는 순간 설송이 단검을 던졌다. 그녀가 오늘 날린 단검 중에서 가장 빨랐으나 말상을 맞추지는 못했다. 말상이 급히 검을 휘둘러 단검을 걷어냈다.


“요년이 어디서 얄팍한 수작을.”


그녀의 미소에 속아서 낭패를 당할 뻔했던 그는 독한 마음을 품고 땅을 박찼다.


“살려주겠다는 말은 취소다. 이년 가랑이를 찢어주마.”


대개의 경우 병기를 다루는 솜씨가 발놀림보다 뛰어나다.

보통 수련을 할 때 무기 쪽에 심혈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자는 검법보다 보법의 수준이 높아서 설송의 예상보다 속도가 빨랐다. 그가 삽시간에 거리를 좁혔다. 설송은 다급하게 단검을 던졌다.


그 탓에 힘이 제대로 실리지 않았다.


말상이 왼쪽으로 몸을 틀어 단검을 흘리고 검을 뻗었다. 검봉이 설송의 목젖을 향해 움직였다. 빠르고 독했다. 살무사가 목을 물어오는 듯했다.


설송은 입에 문 단검을 손으로 옮길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몸을 옆으로 틀며 상체를 젖혔다. 검이 어깨를 스치듯 지나가는 순간 그제야 입의 단검을 손으로 옮겨 적의 옆구리에 박아 넣으려 했다.


말상이 발을 차올려 그녀의 손목을 걷어찼다.

뚝,

손목이 부러져나가고 손에 들려있던 단검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손목을 차고 올라갔던 말상의 발이 아래로 내려오며 설송의 허벅지를 찍었다. 말상은 그렇게 설송의 무장을 해제하고 다리에 부상을 입혀 움직임까지 봉쇄한 후 옆으로 한 걸음 움직여 검을 휘두를 공간을 확보했다.


그 순간 설송은 두 가지 대응을 떠올렸다.

바짝 다가서서 검이 움직일 공간을 지우거나 반대로 훌쩍 물러서서 검의 세력권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 설송은 둘 중에서 전자를 선택했다. 다리가 아파서 후퇴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녀는 그를 향해 몸을 던지며 새로운 단검을 꺼내들었다.


말상이 쾌재를 불렀다.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오른 발을 뒤로 빼서 그녀가 다가온 거리의 절반을 확보한 다음 검을 그었다. 그 움직임이 시의적절해서 그녀가 검을 향해 몸을 던진 모양새가 되었다. 마치 자살을 하려는 것 같았다.


퍽.

검으로 찌르는 소리 대신 몽둥이로 후려치는 소리가 났다. 장한림이 손을 쓴 것이다.


“어억.”

말상이 피를 게워내며 비틀거렸다. 설송이 달려들어 그의 목을 그었다.

푸슉.

절개 부위에서 피가 뿜어졌다.


“장한림, 고마워.”


그녀는 말상의 옆구리에 찍힌 손자국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직접 때려도 이런 손자국을 내기 힘든데 장한림은 허공을 격하고 이런 자국을 만들어냈다. 그녀가 고개를 갸웃했다.


정말 고수잖아. 이런 고수가 왜 신풍방에서 하급 무사 노릇을 하고 있을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말상이 이 무리의 대장이었던 듯 그가 죽은 후부터 싸움의 양상이 일방적으로 변했다. 유성이 상대를 꺾은 것을 마지막으로 싸움이 끝났다. 유성은 자괴감에 휩싸였다.


배에 구멍이 난 자를 상대로 겨우 이겼어.


그가 과다 출혈로 흔들리지 않았다면 죽는 쪽은 유성이었을 것이다.

유성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적이 또 몰려오기 전에 빨리 내뺍시다.”

“잠깐만 기다려.”


이장섭이 칼을 휘둘러 부상자를 죽였다. 그러면서 장한림을 비난했다.


“손을 썼으면 확실하게 끝을 봐야지.”

그의 독한 행동에 장한림이 눈살을 찌푸렸다.

“죽이는 게 내키지 않아서 조금 봐줬어. 이봐, 항거 불능 상태에 빠진 자들을 꼭 죽여야겠어?”


장한림과 싸운 자들은 대개 숨이 붙어 있었다. 유성을 구해줄 때처럼 급박한 경우가 아니라면 살수를 자제했기 때문이다.


“살려두면 우리에 관해서 보고할 테고 그럼 추격자들이 몰려오겠지.”

“그 말이 맞아.”

설송이 동의하고 나섰다. 그녀가 단검을 날리며 말했다.


“우리도 유쾌해서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기 때문이야.”

이장섭이 말을 받았다.


“네가 인정을 베푼 덕분에 내가 나쁜 놈이 되었어.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을 죽이는 게 얼마나 기분 나쁜지 알아?”


장한림의 낯이 바위처럼 굳었다.

유성은 그가 화를 낼 거라 예단하고 긴장했다. 그가 화를 내면 감당하기 어렵다.


“미안하다. 내가 이기적이었어.”

예상과 달리 그는 화를 내지 않았다.

“알면 됐어.”


이장섭은 화가 나서 퉁명하게 말했다. 장한림이 설송을 구해줘서 속이 상했던 것이다. 이장섭은 입술을 깨물며 칼을 휘둘렀다.


내가 설 소저를 구했어야 했는데…….


무림의 여자는 고수를 선망한다. 대개의 경우 잘생기고 돈 많고 학식 높은 남자보다 강한 남자에게 끌렸다. 장한림은 그보다 훨씬 고수인데 설송의 생명까지 구해주었다.


장한림한테 넘어가겠구나.


이장섭은 장한림을 제치고 설송을 차지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화가 났고 장한림을 거칠게 몰아세웠다.


유성이 말했다.

“다 끝났으면 빨리 움직이죠. 누나 다리 괜찮아요? 달릴 수 있어요?”


그녀는 한 발 내딛다가 인상을 썼다. 허벅지 근육이 많이 상했다.

장한림이 등을 내밀고 말했다.


“업히시죠.”


이장섭이 그를 밀쳐내고 말했다.

“아니 내가 업을 거야. 내 등에 업혀.”


설송은 볼을 긁적이며 둘을 쳐다보다가 이장섭한테 업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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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태평도관 #2 +5 15.09.24 5,371 15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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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까막눈 #2 +7 15.09.11 9,431 26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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