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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그리드 : 살아남을 수록 강해진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비레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2
최근연재일 :
2018.05.17 18:10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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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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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7
글자수 :
171,907

작성
18.04.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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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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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9쪽

13화-참사를 마주하다

DUMMY

나는 물론 살려만 준다면 입 다물고 있겠다는 점주의 말을 요만큼도 믿지 않았다. 그렇다고 어디 묶어둘수도 없었다. 복귀하지 않는 점주를 이상하게 생각한 레인저들이 분명 수색을 시작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죽여버린다? 그건 불가능했다. 두가지 이유에서였다.

첫째. 마찬가지로 길드 본부에서 눈치챌 수 있다. 역시 복귀하지 않은 점주를 의아하게 생각할테니 말이지.

그리고 둘째, 이게 좀 더 치명적인 이유인데... 내가 사람을 죽이질 못한다,

지금 당장 죽여버릴 것처럼 겁을 주고 있지만, 이건 허세다. 당연하지. 내가 살인마도 아니고 사람을 개미처럼 죽여버릴수 없지 않은가?

그 때 머리 속에서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건 바로 점주에게 발페루스를 붙이는 것이었다. 내 말에 발페루스는 깜짝 놀랐다. 놀란 것은 추한오도 마찬가지였다.

“네놈, 대체 무슨 생각이냐?”

“이 저주, 발페루스를 점주에게 계속 붙여놔서 우리에 대한 사실을 못 떠벌리게 막는 겁니다. 덤으로 길드 내 정보를 염탐해오게 하는 거죠.”

내 말에 점주는 히익, 하고 비명을 질렀다.

추한오는 턱을 쓰다듬었다.

“과연, 납득은 가는 군. 그래서, 이 마검을 점주에게 주고 간다는 것이냐?”

“네.”

내 말에 추한오는 턱을 쓰다듬으며 입맛을 다셨다.

“대충 네놈의 의도는 알겠다만, 웬지 좀 아깝구나.”

“그 만큼 뜯어먹어야겠죠.”

그렇게 말하며 웃는 나를 보고 발페루스가 말했다.

“방금은 좀 진짜 악마 같았습니다.”

악마는 그 쪽이겠지.


***


나는 점주의 양손에 발페루스와 룬스톤(Rune Stone)를 꼭 쥐어주며 말했다.

“아시겠습니까? 저와 만났던 일을 누군가에게 말하거나 저주를 풀려고 하지 마십쇼.”

점주는 내 말에 고개를 연거푸 끄덕였다. 그래도 상인 답게 괜히 쓸데없는 고집부리지 않고 말귀를 잘 알아 들어먹어서 좋군.

그 때 점주에게 달라붙어있는 악령, 발페루스가 어두운 형체를 흔들거리며 내게 물었다.

“만약 어기면 어떻게 합니까?”

“알아서 처리해.”

내 말을 들은 점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발페루스는 기쁜지 덩치를 크게 부풀리며 웃었다.

“드디어, 드디어 싱싱한 생명력을 흡수할수 있게 되다니!”

글쎄, 점주의 나이를 생각하면 그리 싱싱한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지.

“아마도 것보다는 본좌와 네놈한테서 해방되는 것이 기쁜 것일 터다.”

대충 어떤 기분인지 알거 같군. 결혼한 내 친구들이 마누라가 자식이랑 놀러갈 때 느끼는 해방감 같은 거 겠지.

“하지만 떨어져있다고 허튼 생각 품지 말거라. 본좌 원하면 언제든지 네 놈을 찾아내서 혼백 째 소멸 시켜주겠다.”

추한오의 말에 발페루스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굽신거리기 시작했다.

“제,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충실히 명령만을 따르겠습니다!”

“...정말 믿어도 되는 겁니까?”

내 말에 추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다. 저 잡귀의 혼백은 내가 다스리고 있으니 아무리 멀리 떨어져있어도 배신하지 못할 것이다.”

안보는 사이에 딴 마음을 품을 것이 걱정되지만, 괜찮다고 하면 믿을 수 밖에 없겠지.

나는 본부로 가기전에 점주를 붙잡고 말했다.

“아, 그리고 아까 제가 말한 거 기억하시죠? 그거 꼭 해주셔야 됩니다.”

“길드 내 동향 정보 말씀하시는 거죠? 알겠습니다!”

점주는 저러단 목이 부러지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고개를 끄덕인 후, 룬스톤을 이용해 본부로 사라져버렸다.

다시 봐도 저 룬스톤이란 거 정말 편리해보인단 말이지. 어떻게든 하나 구해놓는게 좋으려나.


나는 점주가 사라지고 난 뒤 텅빈 통로를 둘러보았다.

빠뜨린건 없지. ...좋아.

나는 발페루스를 꽂아두었던 검집에, 염화검 카룸을 꽂아둔 뒤 통로를 따라 계속해서 안쪽으로 향했다.

아, 생각해보니 다음에 뭐가 있는지 정도는 물어볼걸 그랬나. 지도 같은 건 없다고 해도 주워들은게 있으니 그런 정보는 알것 같았는데...

“이미 지나간 걸 어쩌겠느냐. 그리고 그렇게 걱정하지 말거라. 이 무성(武聖) 추한오가 있지 않느냐.”

그랬다가 웬 거상한테 죽을뻔 했지만.

“별로 걱정하진 아닙니다. 그냥 좀 아까운 것 뿐이죠. 그리고어차피 길드 근처니까 당분간은 별일 없일 없을 거 같은데요.”

“거상이 어디 있었는지 잊었느냐?”

“꼭 그렇게 불길한 소리를 해야겠습니까?”

그렇게 투덜거리며 통로를 따라 계속 안쪽으로 향하던 나는 얼마 못가지 않아 걸음을 멈춰야 했다. 아까 같은 함정이나, 거상 같은 상대가 나타나서가 아니었다.

추한오가 말했다.

“갈림길이로구나.”

나는 눈 앞에 좌우로 마치 Y자 처럼 갈라진 길을 보고 멈춰섰다. 당연하지만 각각의 길이 어디로 가는지 보여주는 표지판 따위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수 없었다.


그 대신 더 끔찍한게 있었다.


나는 천천히 갈림길의 중간으로 가서 한쪽 무릎을 꿇고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져있는 붉은 색 액체를 손으로 가리켰다.

“...이거 피죠?”

추한오는 고개를 끄덕인 뒤, 손으로 통로를 가리켰다.

“핏자국이 이어져있는 걸 보아하니 저쪽 통로에서 이쪽 통로로 도망친 모양이다.”

“진짜 환장하겠네.”

나는 손을 이마에 짚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길드를 나오자마자 왜 이 모양이야?

그 때 추한오가 내개 물었다.

“기뻐하지 않는 건가?”

“...제가 이걸 보고 왜 기뻐합니까? 예?”

“적어도 상대가 같은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으니까.”

나는 추한오의 말에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설마 여기 사람이 아닌 것들도 많단 소립니까?”

“물론이다. 네가 처음 만난 고블린도 엄밀히 말하면 사람이 아니지 않은가.”

“피는 붉었다구요!”

“네놈의 사람의 범주는 참으로 폭이 넓군. 어쨌든 네놈의 그 관점을 고려하더래도, 사람이 아닌 것들은 이 던전에 널렸다.”

“...뭐 로봇같은 거라도 나옵니까?”

“로봇이 뭔가?”

나는 설명할 기운도 없어서 대충 사람처럼 생긴 도구라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추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로를 자동인형(Automaton)이라고 밝히는 것들이 있었지. 사람처럼 생겼으나 살과 피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들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현기증이 돌것 같아서, 그만 됐다고 말한 뒤 고개를 돌려 피가 떨어진 양 통로를 바라보았다.

나는 추한오에게 물었다.

“얼마나 된거 같습니까?”

“거멓게 되지 않은 걸로 보아하니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좀 더 정확히는 알수 없습니까?”

내 말에 추한오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 알고 싶으면 네놈이 손으로 문질러서 냄새를 맡아보면 될거 아니냐?”

“제가 그런다고 압니까?”

“안다. 내 경험을 이어받았으니까.”

나는 혹시나 싶어서 피를 손으로 꺼내 문질러 보았다. 그의 말대로 아직 굳지 않아서 끈적끈적하게 손가락에 달라붙었다. 혹시나 해서 냄새를 맡아보았다.

“...잘 모르겠는데요.”

“본좌는 알겠다. 얼마 되지 않았다. 일각이 좀 지난 것 같구나.”

일각이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얼마 안되었다 이거지?

나는 핏자국을 옷에 대충 문대어 닦은 뒤, 일어섰다.

“어쩔 것이냐?”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얼른 가서 도와야지요”

내 말에 추한오가 이상하다는 얼굴을 나를 보았다.

“...뭡니까?”

“냉혹하고 잔인한 네놈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누가 냉혹하고 잔인합니까. 누가? 됐고, 어디로 갔는지나 말해주세요.”

“피가 떨어진 방향으로 보아하니 저쪽이다.”

나는 추한오가 가리킨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뛰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건 좋은 기회라고.


일단 사람이니 서로 대화가 통한다는게 중요하다. 그리고 이렇게 다친 상황에서는 먼저 선심을 베풀면 쉽게 가까워질수 있지. 그럼 나는 그걸 댓가로 이 안쪽에 대한 정보를 얻는 거다. 게다가 잘하면 사람이면 같이 다닐수도 있고 말이지.


그렇게 계산을 끝낸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호오, 이건 새로운 손님이군요.”

초승달 같은 눈과 입을 하고 있는 하얀 가면을 쓴, 푸른 정장의 남자였다. 목소리가 아직 앳된걸 보아하니 젊은 청년같았다.

그것보다 문제는 그 청년이 손에 피범벅이 된 나이프를 들고 있다는 것과,

“누...누구?”

그 발 밑에 웬 여자가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있었다는 거지.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드디어 다른 사람과의 첫 대면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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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8화-거상(Colossus)과 싸우다 18.04.12 1,662 29 14쪽
8 7화-마검(魔劍) 발페루스 18.04.11 1,814 33 11쪽
7 6화-함정을 돌파하다 +1 18.04.11 1,853 33 7쪽
6 5화-함정과 마주하다 18.04.10 2,058 37 10쪽
5 4화-무성(武聖) 추한오 +4 18.04.10 2,311 43 12쪽
4 3화-기연과 만나다 +2 18.04.09 2,409 42 12쪽
3 2화-탐험을 결심하다 +4 18.04.09 2,519 38 8쪽
2 1화-보물을 발견하다 +3 18.04.09 2,596 46 7쪽
1 프롤로그 +4 18.04.09 2,850 44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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