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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그리드 : 살아남을 수록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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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2
최근연재일 :
2018.05.17 18:10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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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98
추천수 :
847
글자수 :
171,907

작성
18.04.09 10:14
조회
2,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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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글자
12쪽

3화-기연과 만나다

DUMMY

현재 시각. 오후 2시 23분.


나는 부모님이 입사기념으로 사주신 40만원 짜리 세이코 손목시계에서 눈을 뗀 후 손으로 피로가 잔뜩 올라있는 눈두덩을 문질렀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이사다 뭐다 이것저것 설치느라 제대로 잠도 못잤군.


나는 길게 숨을 내뱉은 후, 눈 앞에 있는 뼈와 금괴들을 바라보았다.


그 때랑 변함이 없다.


다행히도 아무래도 누군가의 손을 타진 않은 모양이군. ...아니면 여기에 살아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거나.


머리속에 떠오르는 불길한 상상을 집어치우고, 나는 금괴가 가득 들어있는 자루를 향해 손을 뻗었다. 자루 속에서 금괴 하나를 꺼내 손에 드는 순간,


“앗 뜨거!”


갑자기 뜨거운 것에 데인 것 같은 느낌이 확 들어서 나도 모르게 금괴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땅


마치 쇠파이프가 바닥에 떨어지는 것 같은 소리가 통로에 가득히 울려퍼졌다. 나는 깜짝 놀라서 손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딱히 손 어디에도 데인 흔적은 없었다. 다만...

“이건 뭐야?”


왼손등에 마치 영어 알파벳 G처럼 생긴 문양이 마치 얼룩처럼 묻어있었다. 아무리 손가락을 꾹꾹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았다.


설마 자루에서 꺼낼 때 묻은 건가?


일단 아프지 않아서 나중에 비누로 닦기로 하고 다시 금괴를 집어들었다. 집어 든 순간, 느껴지는 묵직함에 나는 확신했다,


이건 진짜다.


사실 진짜 금괴를 들어본적은 없지만 이건 딱 봐도 진짜라는 느낌이 팍 하고 왔다.


이렇게 많은 금괴를 손에 넣다니... 이게 꿈이야 생시야?


하지만 기쁨도 잠시, 나는 곧 고민에 빠졌다.


이걸 어떻게 들고 가지?


도저히 이렇게 많은 금괴를 들고 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역시 손수레를 챙겨왔어야 했나...

아냐, 그걸 굳이 가져왔어도 그걸 끌고 내려가는 건 무리다. 그렇다고 금이 나올 때마다 거기에 금을 싣고 매번 왔다갔다할 수도 없었다. 이번에는 그렇게 한다고 쳐도, 다음에는 얼마나 더 깊은 곳으로 가야할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일단 나중에 생각하자.


나는 금괴 몇개만 베낭에 챙겨넣었다. 금 시세가 정확히 얼만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집을 사고 남겠지. 베낭을 짊어지고 일어서자 어깨가 빠질 것처럼 무거웠다.


이래서는 손수레도 금방 망가지겠군.


혀를 차며 앞으로 갈 때였다.


“...이건 또 뭐야?”


자루에서 좀 떨어진 곳, 흩어져있는 뼈의 옆에 팔목만한 크기의 단검과 둥그런 방패가 놓여있었다.


이거 진짜 칼인가?


나는 먼저 단검을 집어들어 손가락으로 날을 만져보았다. 그걸로는 날이 잘드는지 아닌지 알수 없어서, 배낭의 남는 어깨끈을 잘라보려고 했지만 잘 잘리지 않았다.

이거 그냥 장식용 아니야?

그래도 일단 챙겨가기로 했다. 아무리 못해도 없는거보단 낫겠지.


그리고 방패는 나무로 되어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그렇게 무겁지 않았지만 크기가 문제였다. 카페에서 흔히 볼수 있는 작은 원탁 정도라서 제대로 막을 수는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방패 뒤쪽에 팔을 넣을수 있게 되어있는 노끈에 팔을 집어넣어 휙휙 휘둘러보았다.

그래도 생각보다 느낌은 나쁘지 않군. 이것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게 나을테니 챙겨야지.


그렇게 칼과 방패를 들고 다니 마치 과장님이 했던 폰게임이 떠올랐다. 같이 하자고 했지만 돈이 생각보다 꽤 들어서 좀 하다 포기했었지.


그나저나 이 남은 금은 어떻게 한다, 여기도 두고 가는 것도 찜찜한데, 그렇다고 들고가는 것은 무리고...


바로 그때였다.


“おまえは誰だ?”


나는 갑자기 통로 안 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거기에는 커다란 배낭을 메고 있는 길쭉한 매부리코의 초록색 난쟁이가 있었다. 그 난쟁이는 길쭉한 손으로 턱을 긁고 나서 잔뜩 쉰 목소리로 말했다.

“你是谁?”

“너, 넌 뭐야?”

나는 깜짝 놀라서, 칼과 방패를 들고 뒤로 물러섰다. 난쟁이는 그런 나를 보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는....

“아, 그쪽 사람이었나? 흠흠...”

유창하게 한국말을 하더니, 나를 보고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너도 여기에 한탕하러 온거냐?”

“뭐? 한탕을 해?”

나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사람, 아니, 사람도 아니지. 그 정체불명의 난쟁이와 그가 하는 말 때문에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난쟁이는 나를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 설마 저 금이 저절로 생겨 났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나는 경계태세를 풀지 않은 채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금을 어디서 구할수 있는데? 어디 금보관소와 이어져있기라도 한거야?”

“어디긴 어디야. 이 던전(Dungeon)에서지.”

“던...뭐?”

“이거, 영 말이 안 통하는 친구군.”

그 난쟁이는 내게 휙, 하고 뭔가를 던졌다.

나는 내 앞에 떨어진 갈색의 주머니를 바라보았다. 쌈지처럼 생긴 묶을수 있게 끈이 달린 작은 주머니였다.

“이게 뭐지?”

“보물이 무한정 들어가는 보물주머니지.”

“...뭐라고?”

“정 못믿겠으면 열어서 안이나 보라고.”

나는 칼을 든 채로, 조심스럽게 허리를 굽혀 주머니를 집어들었다. 집어드는 순간 갑자기 아무것도 없던 주머니의 겉면의 한 부분이 빛나더니, 500G라는 빛나는 글씨가 떠올랐다 사라졌다,


...대체 뭐지?


나는 곁눈질로 난쟁이의 눈치를 보다 조심스럽게 주머니를 열어보았다. 그러자 갑자기 엄청나게 눈부신 빛이 비쳐서, 나도 모르게 윽 하고 신음을 내며 고래를 돌렸다.


난쟁이는 그런 나를 보고는 배를 잡고 낄낄대며 웃었다. 나는 그걸 보니 욱해서 소리쳤다.

“지금 누굴 놀리는 거야?”

“놀리긴 누굴 놀려? 그 안에 그 금이나 넣어봐.”

나는 좋게 봐줘야 주먹보다 조금 클 정도인 주머니와, 그에 비해 벽돌만한 금괴를 번갈아 보았다.

.,.도저히 안들어갈거 같은데.

주머니 입구를 최대한 벌려도 겨우 들어갈 정도였다. 말도 안된다는 표정으로 그 난쟁이를 바라보자, 난쟁이는 턱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잔말 말고 어서 해보라는 뜻이었다.


...그래, 뭐, 그래봐야 찢어지기 밖에 더하겠어. 어차피 내 것도 아니잖아?


나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금괴를 주머니안에 찔러넣었다. 그러자...


마치 빨려들어가듯 금이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주머니의 표면에 600G라는 글자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눈이 휘둥그레진 나를 보고, 그 난쟁이가 말했다.

“거봐, 내가 뭐랬어.”

“이, 이건 대체...”

“말했잖아. 보물주머니라고. 무게도 부피도 느껴지지 않지. 여기서 한탕하려면 그 주머니는 필수야. 제법 귀중한 것이지만 말이지.”

난쟁이의 말은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였지만, 직접 눈 앞에서 본 나로서는 그 말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그 주머니와 거기있는 금들을 너한테 주지.”

“...뭐?”

난쟁이는 악수를 권하듯 손을 내밀며 말했다.

“난 고리비라고 한다. 나와 손을 잡지 않을래?”

“...손을 잡자고?”

내 말에 자신을 고리비라고 하는 난쟁이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그래, 너도 금을 원하잖아? 목적이 같으면 협력해야지. 안 그래?”

“그렇다고 해서 너한테 무슨 이득이 있는데?”

“이거 원, 의심이 많은 친구군.”

고리비는 누더기 같은 옷 소매를 걷어 앙상한 팔을 보여주었다.

“나는 경험이 있지만 작고 힘이 부족해. 하지만 넌 경험은 없지만 나보다 힘은 세지. 그리고 무엇보다 말이 통하는 친구고.”

나는 ‘말이 통하는...’ 부분에서 슬쩍 시선을 돌려 벽에 쓰여져있는 낙서를 보았다.

“너도 나쁠거 없잖아? 안 그래?”

그렇게 말하며 히죽 웃는 고리비의 웃음을 보고, 나는 확신했다.


이 녀석은 나를 속여먹으려 하고 있다고.


나는 한 발자국 더 다가오려는 고리비를 향해 칼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고리비는 걸음을 멈추고는 두 손을 들었다.

“이봐, 그 태도는 너무 한거 아니야? 내가 그 귀한 주머니까지 줬는데 말이야.”

“난 너 못믿어. 너 같은 녀석은 많이 봐와서 척 보면 알거든. 남을 이용해먹고 버리는데 거리낌이 없는 녀석들 말이야.”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별의별 사람을 다 만나게 된다. 그리고 특히 사내정치가 심한 회사의 경우 더 그렇지.

생각만 해도 역겨운 얼굴들을 떠올리며, 나는 고개를 저었다.

“주머니는 고맙지만, 잘쓰도록 하지. 하지만 너와 협력하지는 않겠어.”

“다시 생각해보는게 좋을 걸. 이 지하에는 수 많은 함정이 있어. 아무것도 모른채 여길 탐험하려고 하면 저 뼈다귀처럼 시체가 될 뿐이야. 칼과 방패를 가지고 있어도 아무런 도움이 안돼.”

고리비는 발 끝으로 뼈를 툭하고 건드렸다. 나는 경계를 멈추지 않으며, 고리비에게 툭 던지듯 말했다.

“저 사람은 이 칼과 방패를 잘 못다뤘을 수도 있지.”

내 말에 고리비는 하, 하고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면 너는 잘 다룬다고? 내 경험을 보건대, 너는 검술도 초짜야. 지금 딱 폼만 봐도 그래.”

그 말은 옳았다. 하지만 난 지금 말로 한개를 깨달았다.

“너지?”

“뭐가?”

“이 경고문을 쓰고, 여기에 금을 둔거 말이야.”

고리비는 고개를 저으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근거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근거? 일단 하나는 이 낙서야. 나 한테 말 걸기 전에 중국어랑 일본어 같은 여러 말로 말을 걸었었지. 이런 경고문을 쓰려면 너처럼 여러 언어를 아는 녀석이 아니면 안돼.”

“그건 억지군.”

“내 말 아직 안 끝났어.”

나는 턱으로 내 옆에 있는 뼈들을 가리켰다.

“무엇보다 이 칼과 방패가 이 시체의 것이라고 난 말한 적이 없어. 하지만 넌 이미 그걸 알고 있는거 같던데.”

내 말에 고리비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거, 원 정말로 의심이 많은 친구...군!”

고리비는 갑자기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휙 하고 던졌다. 나는 깜짝 놀라 방패를 들어 막았다, 팍, 하고 둔탁한 뭔가가 박히는 소리가 났다. 방패를 살펴보니 손바닥 만한 단검이었다.


나, 바, 방금 죽을 뻔 한거야?“


“어리숙한 녀석 하나 잡아서 부려먹으려고 했는데, 유감스럽게 됐군.”

어느새 고리비는 손에 석궁을 꺼내 날 겨누고 있었다. 그리고는 히죽 웃었다. 예의 그 사람을 속여먹는 웃음이었다.

“순순히 포기하시지. 그 낡아빠진 방패로는 이 석궁을 못 막아.”


젠장.


고리비가 나쁜 녀석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저런 무기까지 가지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어떻게 하지? 안전모로 막을수 있을까? 아니야. 만약 못막으면 머리가 뚫려서 죽어버린다.


나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죽음의 공포에 침을 꿀꺽 삼켰다. 오금부터 시작해서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이젠 꼼짝없이 여기서 죽는 구나, 하고 생각할 무렵이었다.


「힘이 필요한가?」


머리속으로 말 소리가 들려왔다. 착 가라앉은 중후한 목소리였다. 나는 내가 쥐고 있는 단검을 바라보았다. 소리는 그 단검을 타고 전해졌다.


「힘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무, 무슨 소리지?”

“소리는 무슨 소리? 죽을 거 같으니 무서워서 정신이 나간 건가?”


고리비가 빈정거리며 석궁을 내게 쏘려고 하자, 나는 기겁하며 소리쳤다.


“네. 필요해요! 그러니 제발 도와주세요!”

“무슨 헛소리를...”

고리비는 말을 하다 말고 놀라서 헛숨을 삼켰다. 그리고 놀란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온통 검은 천을 두른 거구의 사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는 오른손을 앞으로 뻗어 고리비를 가리켰다.

“죽여라.”


그러자 어느새 내 몸은 멋대로 도약해 고리비의 심장을 찌르고 있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이제 남은 것은 정말 보물 뿐이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78 석거사
    작성일
    18.04.11 12:26
    No. 1

    벽돌만한금궤하나면 몇키로나되나?
    20kg잡으면 금한돈에 18만원x5000만해도90억정도인데
    한개만가져도 집을사고도 남겟내요
    금시세좀 알아보시구 글을 쓰셔야할듯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0 비레
    작성일
    18.04.11 12:36
    No. 2

    헉 충고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좀 오버한 감이 없지 않았는데... 독자님 충고 반영하여 내용 수정하였습니다. 앞으로는 열심히 조사해보고 쓰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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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화-참사를 마주하다 18.04.18 1,371 2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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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화-함정과 마주하다 18.04.10 2,058 37 10쪽
5 4화-무성(武聖) 추한오 +4 18.04.10 2,310 43 12쪽
» 3화-기연과 만나다 +2 18.04.09 2,409 42 12쪽
3 2화-탐험을 결심하다 +4 18.04.09 2,518 38 8쪽
2 1화-보물을 발견하다 +3 18.04.09 2,596 46 7쪽
1 프롤로그 +4 18.04.09 2,849 44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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