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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그리드 : 살아남을 수록 강해진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비레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2
최근연재일 :
2018.05.17 18:10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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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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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7
글자수 :
171,907

작성
18.04.11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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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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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글자
11쪽

7화-마검(魔劍) 발페루스

DUMMY

“아마도 이 함정에 당한 이들의 물건일 거다.”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서 무기들을 보고 있는데, 추한오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그렇게 말했다.

“유류품이란 말인가요?”

“그런 셈이지. 생각보다 쓸만한 것들이 많군. 방어구들은 함정때문에 대부분 망가졌지만... 이건 괜찮겠군.”

나는 그가 가리킨 물건을 바라보았다. 마치 X자 멜빵 한 가운데 둥그런 철판을 달아놓은 물건이었다.

“이 정도면 움직이는데 불편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장갑도 꼭 챙기도록. 무기를 다루는데 손은 대단히 중요하다.”

나는 그의 말대로 멀쩡한 장갑을 찾아 돌아다니던 도중, 쓸만한 물건 두가지를 발견했다

하나는 허리에 차는 가죽 칼집이고 나머지 하나는...


“차원 주머니군.”

“예?”

“네놈이 그 난쟁이한테 뜯어낸 보물주머니와 비슷한 거다. 대신 보물과 무기를 뺀 나머지 잡동사니들을 전부 넣을 수 있는 귀중한 물건이다. 잘됐군. 네놈의 그 거추장스러운 가방은 버리고 그 주머니를 쓰도록 해라. 그렇게 큰 가방은 오히려 싸울 때 방해만 되니까.”


아마 전에 그 보물주머니를 봐서 그런가, 이번에는 별로 그렇게 말이 안된다느니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나는 먼저 그 주머니 안에 물건을 확인하기 전에,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 확인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그 주머니안에 다른 것들은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나는 베낭을 벗고 그 안의 물건을 꺼내 그 주머니 하나 집어넣었다.

그나저나 이 안에 물이나 음식을 넣어두면 어떻게 되는 거지? 변하나?


...에라 모르겠다. 일단 넣자. 기껏해야 생수랑 에너지바니까 쉽게 변하진 않겠지.


나는 베낭에 들어있던 물건을 다 때려넣고, 베낭은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그냥 그 주머니 안에 집어넣었다. 여차하면 쓸일이 있겠지.


“그나저나 이 주머니라는게 굉장히 귀한 물건인가 보군요. 무기나 장비는 이렇게 많은게 주머니는 이거 밖에 없다니...”

“그리 귀하지 않다. 조금만 더 내려가면 개나소나 다 가지고 다니지. 훔치고 남을 속이는 것 밖에 못하는 고블린 같은 천한 놈들에게나 귀중한 물건이다.”

추한오는 싸늘하게 말했다. 나는 그 말에 의문이 들었다.


“그런 것 치고는 주머니가 너무 없는데요?”

“다 이 함정에 망가졌을게다. 이렇게 바닥에 많은 물건이 흩어져있는 것도 그 주머니 안에 물건이 쏟아져나온 것일 터.”

“보물은요?”

추한오는 나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제자란 놈이 제물에 이렇게 관심이 많아서 원...”

“저주를 풀어야 하잖습니까. 그리고 애초에 제 목적은 돈이었거든요?”


그래, 빨리 저주를 풀고 집을 살돈을 모아서 나가야지. 그렇게 결심하고 있는 나를 보고 추한오는 영 못마땅한듯한 어조로 말했다.


“머리가 좀 비상한줄 알았는데 이렇게 세속적이고 근성이 없는놈이었을 줄은, 본좌는 좀 더 착실한 이를 제자로 삼길 바랐건만...”

“후에 그런 사람을 찾아 넘겨드릴테니 너무 걱정 마시죠. 그래서, 왜 보물은 없는 거죠?”

“네놈의 그 잘난 머리로 생각해봐라. 왜 없겠느냐?”

“고리비 같은 놈들이 이미 싹 훔쳐갔을 거라는게 제 추측인데요. 맞습니까?”

“맞을 거다. 근데 비열한 도둑 놈이 이 주머니를 못보고 갔다는게 이상하긴 하구나. 도중에 급한 용건이라도 있었던 겐가.”


설마 내가 금을 떨어뜨린 소리를 듣고 황급히 달려온건가?

뭐 어찌되었는 이미 지나간 일이니 상관없다.


나는 그 차원주머니를 허리 뒷춤에 찬 뒤 추한오가 말한대로 쓸만한 장갑을 찾아꼈다.

그 와중에 여러가지 무기가 바닥에 떨어져 있어 관심을 가져보려고 했지만...


“창은 쓰지 마라. 네놈의 몸으로는 다루기 벅차고, 이 좁은 공간에서는 별 쓸모가 없다.”

“이미 석궁이 있는데 왜 굳이 활을 들려고 하느냐? 똑똑한 줄 알았는데 그냥 병신이었구나.”


이런 식으로 추한오가 마치 마트에서 과자를 집는 어린아이를 나무라는 부모처럼 잔소리를 해대는 턱에 그냥 신경을 끄기로 했다.


그러던 중 추한오가 불쑥 입을 열었다.


“저건...”


나는 추한오가 보고 있던 검으로 시선을 옮겼다. 1미터가 좀 넘는 길이에, 손잡이 부분이 아름답게 장식된 검이었다.


“대단한 물건입니까?”

“들어보거라.”

나는 그의 말에 의심없이 칼을 집어들었다. 그 때였다.


갑자기 칼날이 시커멓게 변하고, 손잡이가 뒤틀어지며 날에서 검은 안개가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뭐, 뭡니까? 이건?”

“침착하거라.”


비명을 지르며 손잡이에서 손을 떼려고 했지만, 마치 접착제가 엉겨붙은 것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이윽고 검은 안개가 칼 위에서 모여, 괴상한 형체가 되었다. 마치 거대한 박쥐의 그림자처럼 생긴 그것은, 흉측하게 찢어진 입으로 말했다.


“캬하하하! 이 몸을 집어들었구나! 이제 네놈은 죽을때 까지 이 발페루스의 저주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나는 그 형체를 보고 공포스럽다기보다는 어이가 없어 추한오에게 물었다.


“...이거 뭡니까?”

“마검(魔劍)의 저주다. 이런 잡귀를 붙이다니 꽤나 고약한 저주구나.”

“왜 안 놀래시죠?”

“저주가 걸린 줄 알고 있었으니까. 잊었느냐? 본좌는 무성(武聖)이다. 모든 무기에 경지까지 올랐기에 보기만 해도 어떤 무기인지, 어떤 사연이 있는 무기인지 알수 있는 것이다.”

“...지금 저주받은 무기인줄 알고 저를 집어들게 했다고 말한거 맞죠?”

“그렇다.”

“미치기라도 한 겁니까?”

“본좌에게 그따위로 말하다니, 허허, 내가 네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로다.”


그 때 자신을 발페루스라고 밝힌 악령이 당장이라도 나를 잡아먹을 것처럼 몸을 거대하게 몸을 부풀렸다

“거기, 이 몸을 무시하지 마라! 이 몸이 대체 누군지 알고는 있느냐?”

“닥치거라.”

추한오의 일갈하자, 그의 몸 주위에서 파란 돌풍이 일어 발페루스를 감쌌다.

“이, 이 힘은?! 네놈은 설마?!”

“이 잡귀가 어느 안전이라고 함부로 주둥아리를 놀리는게냐. 네놈과 본좌는 같은 혼령이라고 생각한 것이냐? 착각도 유분수지.”

추한오는 그렇게 말하며, 칼집에 차고 있던 자신이 깃들어있는 단검을 꺼내 휙 하고 가볍게 휘둘렀다.

그러자 갑자기 그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돌풍이 그 검격을 따라 발페루스를 갈갈이 찢어놓았다.

나는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안이 벙벙해져서 추한오에게 물었다.

“...방금 뭘하신 겁니까?”

“잡귀에게 다시는 설치지 못하도록 혼을 낸 것 뿐이다.”

추한오는 그렇게 말한 뒤, 너덜너덜해진 그 발페루스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혼백 조차 소멸되기 싫다면 얌전히 구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예, 예에...”


...뭐야? 방금 전 그 큰소리치던 놈 맞아?


추한오는 한동안 발페루스에게 윽박 지른 뒤, 나를 돌아보며 으스대며 말했다.

“이제 이 검을 쓰는게 좋다.”

“잠깐만요? 지금 이해가 잘 안되는데, 지금 저주받은 검을 저한테 들게 한다음, 그 저주를 없애신 겁니까?”

“없앤게 아니다. 다스렸을 뿐이다. 본좌니까 가능한 것이지.”

“...왜 굳이 그런 짓을?”

“내 경험을 이어받았다고 한들, 네놈은 약하니까, 정도가 아닌 사도의 길을 따르는게 옳다.”

“사도요?”

내 물음에 추한오는 들고 있던 단검으로 발페루스를 가리키며말했다.

“네놈, 능력을 말하라.”

어느새 작은 인형처럼 된 발페루스는 주춤거리며 말했다.

“그, 저는 검에 붙은 악령으로, 상대에 달라붙어 꼼짝 못하게하고 정신력과 체력을 흡수합니다.”


...어째 꼭 면접 같네.


나는 추한오에게 물었다.


“그래서요?”

“웬만한 무기는 지금 그대에게 필요없다. 모든 무기를 다룰수 있다고 하나, 그대는 신체적으로 문제가 있어 능숙하게 다루긴 어렵다.”

“멀쩡한 사람을 몸에 하자가 있는 것처럼 말씀하지 마시죠.”

“본좌가 보기엔 네놈에게 멀쩡한 것은 그 목 위에 있는 머리 밖에 없다. 아니, 그것도 이젠 좀 의심스럽군.”


나는 목끝까지 차오른 욕을 간신히 집어 삼켰다. 그리고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며 물었다.

“그렇다고 칩시다. 그래서 그거랑 이게 뭔 상관입니까?”

“이래서 이런 편법을 쓰는 것이다. 무기에 걸린 저주를 이용하는 방법 말이다.”

나는 발페루스를 보았다. 발페루스는 내 시선에도 마치 겁이 잔뜩 든 강아지처럼 움츠러들었다.

방금 전까지 나를 위협하던 존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대체 어떻게 다스렸길래 방금 전까지 나를 잡아먹으려던 놈이 이렇게 공손하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알겠습니다. 그게 어떻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없는 것 보단 낫겠지요.”

솔직히 말하자면 없는게 더 좋지만 말이지. 자신을 잡아먹으려 했던 악령을 달고 다니라니, 속이 편할리가 없다.

“본좌에게는 몰라도 미숙한 네놈에게는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추한오는 그렇게 말하며 끌끌 웃었다.

나는 그에게 속으로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바닥에 굴러다니는 장비를 좀 더 챙겼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무기는 이 마검 발페루스와, 투척용 단검을 한자루 챙긴게 다였다. 추한오가 그정도면 충분하다느니, 네놈한테는 맞지 않다느니하며 계속해서 잔소리를 해댔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기한 마법이 걸린 한쌍으로 된 팔찌를 하나 주웠다. 무기의 외형을 지니고 있는 동안 자유자제로 변형시키는 팔찌였다.

“한쪽 손에 든 무기를 다른 쪽 손에 든 무기와 같은 것으로 변형하는 도구인가. 신비롭군.”

“진짜 꼭 게임이나 영화 같군요.”

“게임? 영화? 그게 뭔가?

“몰라도 됩니다.”

“강한 놈들이 나오는 건가?”

“화면 밖으로 안나오니 신경끄세요.”

나는 내게 험악한 얼굴을 들미는 추한오를 피해 좀 더 팔찌를 만지작 거렸다.

좀 전의 악령, 그리고 추한오의 존재보다 이런 걸 직접 볼 때 마다 내가 이상한 세계에 끌려들어왔다는 실감이 들었다.

그리고 얼른 이 세계에서 살아서 나가야겠다는 생각도.


그 외에 방패를 버리고 철로 된 손목 보호대 등, 방어구를 챙긴 뒤에, 나는 그 함정이 있는 통로를 지나쳤다.

지나치면서도 나는 계속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 내게 추한오가 말했다.

“무엇이냐. 겁을 먹어서 집에 돌아가고 싶은 것이냐.”

“아뇨. 거기 무기나 다른거 많았는데 별로 못챙긴거 같아서요.”

나는 허리춤에 있는 칼집에 꽂혀있는 단검과, 추한오의 검, 그리고 등에 메고 있는 저주받은 검 발페루스를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이제 열발로 늘어난 석궁.


수십개의 무기 더미에서 고직 건진게 이거뿐이라니...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나를 보고 추한오는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네놈은 본좌의 생각보다 훨씬 지독한 놈이구나.”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칭찬 아니다. 여튼 그만 징징대거라. 본좌가 말했지 않으냐.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어차피 싸워보면 알게 될 것이다.”


그렇게 불평하던 내가 추한오의 참 뜻을 알게 된 것은, 그 통로를 지나서 거의 학교 운동장 넓이 만한 광장에 이르렀을 때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광장 가운데 있는 집채만한 거인과 싸우게 되었을 때지.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물론 상대가 있으면 또 다른 보물도 있겠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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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화-함정을 돌파하다 +1 18.04.11 1,853 3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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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화-무성(武聖) 추한오 +4 18.04.10 2,310 43 12쪽
4 3화-기연과 만나다 +2 18.04.09 2,409 42 12쪽
3 2화-탐험을 결심하다 +4 18.04.09 2,518 38 8쪽
2 1화-보물을 발견하다 +3 18.04.09 2,596 46 7쪽
1 프롤로그 +4 18.04.09 2,849 44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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