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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그리드 : 살아남을 수록 강해진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비레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2
최근연재일 :
2018.05.17 18:10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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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04
추천수 :
847
글자수 :
171,907

작성
18.04.10 08:00
조회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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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글자
12쪽

4화-무성(武聖) 추한오

DUMMY

고리비는 쿨럭, 하고 피를 토하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 이게 무슨...”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은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그 때, 그 정체불명의 사내가 앞으로 내뻗은 오른손을 옆으로 휘둘렀고, 그러자 내 손은 내 손이 아닌 것처럼 능숙하게 고리비의 몸을 찢어발겼다.


그러자 갑자기, 고리비의 몸이 빛나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대신 금화 두 개가 허공에서 떨어져내렸다.


나는 눈 앞에 벌어진 광경을 보고도 대체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 믿을 수 없었다.


“뭐, 뭐야? 당신? 방금 무슨 짓 한 거야?”

“보고도 모르나? 단도로 찔러죽였다. 고블린(goblin)이라고 했었나. 열등한 종족 같으니...”


쯧, 하고 혀를 찬 후 그 사내는 얼굴을 덮고 있던 천을 젖혔다. 그러자, 가운데 일(一)자로 된 큰 상처가 나있는 험악한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흉악한 인상에 나도 모르게 헉, 하고 헛숨을 들이켰을 정도였다.

그는 턱을 쓰다듬으며 나를 마치 품평하듯 내려다 보았다.

“...누, 누구시죠?”

“본좌는 무성(武聖) 추한오라고 한다.”

그가 검지를 까닥하자, 내가 쥐고 있던 단검이 공중을 날아 그의 손으로 향했다.


...뭐야, 방금은 또 어떻게 한거야?


정신을 못차리는 나를 두고, 자신을 추한오라고 밝힌 사내는 입을 열었다.

“그쪽은 아무래도 여기가 초행인가 보군.”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내게 천천히 설명해주었다.


이곳의 정체가 대체 무엇인지를.


***


탐욕을 관장하는 신, 그리드만.


그는 차원을 넘어다니며 탐욕을 수집하는 고약한 신이다. 그 신은 평소처럼 탐욕을 부추겨 온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돌아다니던 도중, 하나 기발한 생각을 떠올렸다.


자신이 직접 돌아다니며 탐욕을 모으지 않고, 탐욕스러운 자들을 꾀어내 끌어들이면 어떨까?


그래서 그 신은 지하에 던전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던전을 온갖 차원과 연결해놓고, 그 안에 모두가 좋아할만한 보물을 가득히 쌓아두었다.


그리고 모든 차원에 소문을 뿌렸다. 지하에 금과 보물이 가득한 던전이 있다고. 그리고 그 최하층에는 소원을 들어주는 신이 있다고.


“허나 그 영감이 곱게 소원을 들어줄리가 없지.”


하, 하고 헛웃음을 지은 다음 추한오는 말했다.


“그게 이곳의 정체일세. 탐욕의 던전(Dungeon Greed)라고 하지. 본좌가 살던 곳에서는 마굴(魔堀)이라고 불렀지만, 그건 중요치 않으니 넘어가고...”


추한오는 거기서 말을 끊고 내게 고개를 들이 밀었다. 그 험악한 인상이 다가오자 나도 모르게 움찔하고 말았다.


“어쨌든 자네는 그런 끔찍한 곳에 끌려들어온 걸세.”

그의 말을 다 들은 내 감상은 오직 하나 뿐이었다.

“...말도 안돼.”

“믿지 않아도 상관없네. 어차피 내 말이 곧 사실이란 걸 깨닫게 될테니까.”

그렇게 말하며 사납게 웃는 그의 표정을 보건데, 거짓말 하는 것 같지는 않아보였다. 하지만...

“...그래도 믿기는 힘든 사실이군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그의 말에서 내게 당장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려 애썼다.

“여튼 이게 진짜 보물이란 거죠?”

“그렇다.”

“그럼 됐습니다. 저는 딱 필요한 정도의 보물만 모아서 돌아가면 되거든요.”

그렇게 말하는 나를, 추한오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왜요, 뭐 이상한 소릴 했습니까?”

“그건 불가능해.”

“네? 불가능하다고요?”

“그래.”

추한오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손등을 가리켰다.

“손등을 봐라.”

그가 말한 대로 손등을 보자, 아까전 얼굴이 남아있었다.

“저주의 흔적이다.”

“저주요?”

내 말에 추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곳에 있는 보물에 손을 대면 누구나 저주에 걸리지.”

그렇게 말하며 추한오는 검지와 중지를 펴들었다.

“하나는 이곳에서 죽으면 보물이 되는 저주.”

“...예? 보. 보물이 된다구요?”

“그래, 아까전 죽은 고블린이 어떻게 되었는지 봤잖나.”

나는 고개를 돌려, 고리비가 있던 자리에 떨어져있는 금화 두닢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온 몸에 소름이 쫘악하고 돋았다. 나는 더듬거리며 그에게 물었다.

“그, 그리고 나머지 저주는 뭐죠?”

내 말에 추한오는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당연히 죽기 전까지는 여기서 나갈수 없는 저주다.”


뭐라고? 죽기 전까지는 나갈수 없다고? 말도 안돼. 회사에 연차는 3일 밖에 내지 않았고, 부모님에게 연락도 해야하는데...


혹시나 해서 나는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어봤지만, 먹통이었다.


젠장, 진짜 여기서 못나가는 거야?


그때 나는 문득 생각이 나서 고개를 돌려 바닥에 널부러져있는 뼈를 바라보았다.


...만약 죽으면 금은보화가 되는 저주라면, 저 뼈는 뭐지?


“...저주를 풀수 있는 방법이 있군요.”

“하, 머리는 제법 돌아가는 청년이로고. 마음에 들어.”

추한오는 내 말에 호탕하게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있다. 지하 깊숙한 곳에 있는 탐욕의 신전에 보물을 바치면 저주를 풀수 있지. 물론...”

“거기까지 가는 건 엄청 위험하겠죠. 여기 안에는 상대를 죽이면 보물이 나오는 것을 아는 놈들이 득실 거릴테니까요.”

추한오를 나를 보며 눈을 빛냈다.

“흐흐흐. 역시 자네는 보통내기가 아니군. 본좌가 사람 보는 눈이 있어.”


추한오의 칭찬을 무시하며, 나는 머리속으로 현재 상황을 정리했다.

첫째, 나는 저주가 걸려서 여기서 나갈수 없다.

둘째, 저주를 풀려면 지하 깊은 곳에 있는 신전까지 가서 보물을 바쳐야 한다.

셋째, 지하에는 서로를 죽이려는 놈들이 가득하다.

넷째, 나는 약하다. 고로...


나는 고개를 들어 추한오를 바라보았다. ...이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나는 그에게 넙죽 무릎을 꿇었다. 그런 나를 보고 추한오는 한쪽 눈을 치켜떴다.

“제가 저주를 풀어서 여기 나가도록 도와주십시오.”

“본좌가 왜 그렇게 해야 하지?”

“좀 전에 도와주셨잖습니까?”

“단순한 변덕이었다.”

“아닌거 잘 압니다. 아까 사람 보는 눈이 있다고 하셨잖습니까. 그럼 저를 선택하셨다는 거죠. 맞습니까?”

“흥, 네 놈는 본좌의 생각보다 좀 많이 똑똑한 것 같군.”

추한오는 내 말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본좌는 너를 도와줄거다.”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이는 내 뒷통수에 추한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그게 끝이냐?”

“네?”

“본좌가 얼마나 강한지 물어보지는 않는 거냐?”

“최하층 까지 가봤을 정도니 엄청 강하시겠죠.”

내 말에 추한오가 움찔했다. 그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내가 최하층에 갔다는 걸 어찌 알았느냐.”

“아까전에 마치 그 신을 직접 본 것처럼 말했잖습니까.”


나는 좀 전의 그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허나 그 영감이 곱게 소원을 들어줄리가 없지.’


“크하하하하!”

추한오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크게 웃는 바람에 나는 식겁했다. 갑자기 왜 저러는 거야?

“확실히 재미있는 녀석이로다. 재미있군. 재미있어.”

그는 그 뒤로도 한동안 끌끌거리며 웃다가,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맞다. 본좌는 강하다. 너무나도 강해서 본국에 호적수가 없었지 그래서 이 마굴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적수는 없었다.”

그렇게 말하는 추한오의 얼굴에는 공허함이 가득했다.

“본좌는 그 금은보화의 탐욕에 취한게 아니라, 강함에 취해 계속해서 내려갔다. 그리고 결국 그 신과 겨루었지, 하지만 신을 넘을 수는 없었다. 결국 본좌는 패해 영락(零落)하여 보잘것 없는 단검에 깃든 혼령같은 처지가 되었지.”

...뭔소리야? 영락은 또 뭐야?

의아해하는 나를 향해, 추안오가 한걸음 다가왔다, 단 한걸음 다가왔을 뿐인데, 나는 마치 내 앞에 거대한 폭포가 있는 것 같은 위압감을 느꼈다.

추한오는 두 눈에 섬뜩한 안광을 발하며 내게 말했다.

“본좌는 다시 한번 그 신이라는 작자와 싸우고 싶다. 그러니 힘을 빌려다오. 본좌도 네놈에게 힘을 빌려주겠다.”


망했다.


집 살 돈만 챙기려 왔는데, 괴상한 사람의 괴상한 일에 휘말리게 생겼군. 푹, 한숨을 쉬고 있는데, 추한오는 마치 판사가 판결을 내리듯 근엄한 어조로 말했다.


“네놈은 약하다.”

“그정도는 저도 압니다.”

“문제는 지금 본좌도 힘을 잃어버렸다는 거다.”

“네? 하지만 방금전 난쟁이를 잡을떼에는...”

“그 정도는 본좌에게 어린애 장난같은 것이다.”


추한오는 그렇게 딱 잘라 말한 뒤 자신의 손을 펴보였다.


“본좌는 그 망할 영감에게 육신을 잃어버렸다. 덕분에 내공마저 모두 잃어버렸지.”

“내공이 뭡니까?”

내 물음에 추한오는 나를 마치 벌레보듯 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나는 순간 울컥해서 내뱉었다.

“거 모를수도 있죠.”

“...몸에 내재된 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차피 네놈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일테니 신경쓰지 마라.”

추한오는 그렇게 말한 뒤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금화 두닢, 즉 고리비의 시체가 있던 자리였다.

“저기 떨어져있는 무기를 주워들거라.”

“...저보고 석궁을 쓰란 말이십니까?”

“그래. 전반적으로 공간이 좁고 긴 이곳에서는 그런 무기가 유용할 것이다.”

“하지만 저는 쓸줄 모르는데요. 차라리 이런 단검이 낫지 않겠습니까?”

나는 고리비가 들고 있던 여분의 단검을 주워들며 말했다. 내 말에 추한오는 고개를 저었다.

“본좌가 살던 세계에서는 단검도 훌륭한 암기지만, 이곳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온갖 기상천외한 무기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 무기가 훨씬 나을 것이다.”

물론 그가 그렇다면 그렇겠지만...

“쓸줄 모른다니까요.”

“알 것이다.”

“네?”

무슨 뜬금없는 소리를 하는 거지? 내가 쓸줄 안다고? 두 눈을 동그랗게 뜬 내게, 추한오가 말했다.

“들어서 쏴보면 알 것이다,

나는 반신반의, 아니 반도 믿지 않았지만 그가 하라고 하니 얌전히 그 말에 따랐다.


일단 화살이 들어있는 화살집을 들어올렸다.

...어디보자, 일곱발정도인가. 넉넉하진 않네.

그 화살집은 벨트와 연결 되어 있어서 몸에 고정시킬수 있게 되어있었다. 고리비는 허리에 둘렀었던 것 같지만, 내게는 너무 작아서, 나는 대신 허벅지에 두르기로 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벨트를 오른 허벅지에 두르고...


잠깐, 뭐야. 나 왜 이런 것까지 다 알고 있는 거지?


내가 갑자기 동작을 멈추자, 그런 나를 보고 추한오는 히죽 웃었다.


“네놈, 이제 눈치챘나?”

“...어떻게 된 거죠?”

“본좌는 내공을 줄 수는 없어도, 무성(武聖)이라는 내 별호에 걸맞는 지식과 경험을 전수해줄수 있지.”

추한오는 그렇게 말하고는 팔짱을 낀 채 으스대었다.

“본좌는 수십, 아니 수백 가지의 무기를 달인처럼 다룰수 있지. 본좌는 그런 지식과 경험을 네놈의 신체에 전해준 것이다.


그의 말에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 그게 가능합니까?”

“본좌가 육신이 없는 혼령이기에 가능 한 것이다. 혼령이기에 타인의 육신에 깃들수 있지. 좀 전 고블린을 처지할 때 본좌가 네놈의 몸을 쓴 것을 잊은 것이냐?”


...그러고 보니 그랬다. 어느새 내 몸이 저절로 움직여서 고리비를 해치웠었지.


“하지만 이무리 그렇다고 해서 이런게 가능하다니...”

“여기서는 그렇게 놀라운 일도 아니다.”


추한오는 담담히 말한 뒤에 내게 윽박질렀다.


“하지만 방심해서는 안된다! 네놈은 기껏해야 다룰 줄만 알지.내공도 외공도 전혀 익히지 못했으니까.”

“외공은 또 뭡니까?”

“간단히 말해서 몸이 글러먹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추한오는 쯧쯧, 하고 혀를 차며 그렇게 말했다.


...하긴, 최근에 일이 바빠서 제대로 헬스도 못하고 야근만 해댔지. 이럴줄 알았으면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해두는 건데, 는 개뿔. 이런 일이 일어날줄 누가 알겠냐?


“거기에 대해서는 본좌가 생각이 있으니, 그대는 일단 그 무기를 들고 싸우거라.”

“근데 화살이 일곱발 밖에 없는데 괜찮을까요?”

“무기는 죽이고 빼앗으면 된다.”


...아, 그러시군요.


그렇게 나는 석궁과, 정신나간 유령 하나와 함께 이 지옥같은 던전을 탐험하게 된 것이다.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첫번째 보물 획득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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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79 이블바론
    작성일
    18.04.18 11:16
    No. 1

    아무리 그래도 방아쇠만 당기면 발사되는 석궁보다 단검이 쓰기좋다는건 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0 비레
    작성일
    18.04.18 12:24
    No. 2

    아 ㅎㅎ 찾아보니 재장전이나 조준 등에서는 석궁보다는 단검이 훨씬 쓰기 좋은거 같더라구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yo*****
    작성일
    18.04.28 13:21
    No. 3

    오~ 넘 참신한 시작이어요~ 열심히 따라가겠습니당~!!!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0 비레
    작성일
    18.04.29 09:14
    No. 4

    ㅎㅎ 감사합니다! 기대해주신 만큼 좋은 내용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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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화-참사를 마주하다 18.04.18 1,371 21 9쪽
13 12화-길드를 털다 18.04.17 1,382 20 9쪽
12 11화-점주를 심문하다 +2 18.04.16 1,391 24 8쪽
11 10화-길드(Guild)를 만나다 +2 18.04.14 1,511 32 13쪽
10 9화-보물을 획득하다 +4 18.04.13 1,597 29 9쪽
9 8화-거상(Colossus)과 싸우다 18.04.12 1,662 2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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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화-함정을 돌파하다 +1 18.04.11 1,853 33 7쪽
6 5화-함정과 마주하다 18.04.10 2,058 37 10쪽
» 4화-무성(武聖) 추한오 +4 18.04.10 2,311 43 12쪽
4 3화-기연과 만나다 +2 18.04.09 2,409 42 12쪽
3 2화-탐험을 결심하다 +4 18.04.09 2,519 38 8쪽
2 1화-보물을 발견하다 +3 18.04.09 2,596 46 7쪽
1 프롤로그 +4 18.04.09 2,850 44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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