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비레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그리드 : 살아남을 수록 강해진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비레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2
최근연재일 :
2018.05.17 18:1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50,711
추천수 :
847
글자수 :
171,907

작성
18.04.10 08:05
조회
2,058
추천
37
글자
10쪽

5화-함정과 마주하다

DUMMY

절망적인 심정으로 뛰어든 나를 처음 맞이한 것은, 바닥을 밟으면 화살이 날아오는 함정이었다.

만약 나무 방패를 챙기지 않았다면, 본격적으로 들어가자마자 머리가 꿰뚤려 죽을 뻔했다.

기겁하며 방패에 박힌 화살을 부러뜨리는 나를 보고, 추한오는 피식 웃었다.

“겨우 이런 걸로 겁을 먹다니, 한참 멀었군.”

“저기요. 전 이렇게 목숨을 노려진 적은 처음이거든요?”

“하지만 앞으로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안그러면 노려지는 선에서 끝나지 않을테니까.”

재수없다 못해 소름끼치는 소리를 하며, 추한오는 저 앞쪽을 가리켰다.

“아마 함정이 더 있을 것이니 조심해야 한다.”

“혹시 함정을 찾는 법도 아시나요?”

“본좌는 무성(武聖)이다.”

“안다는 겁니까, 모른 다는 겁니까?”

“어차피 모든 함정은 내게 통하지 않으니 찾는 법을 알 필요가 없지.”

잘나셨구만.

나는 한숨을 내쉬고 눈 앞의 통로를 바라보았다.

기껏 해야 차 하나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좁은 통로. 사방은 벽돌로 되어 있으며, 다행히도 양쪽 벽에는 랜턴이 걸려 있어서 어둡지는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함정이 무서워서 앞으로 나갈수가 없다는 거다.

나는 거의 네발로 기다시피 바닥을 더듬거리며 천천히 나아갔다. 그런 내 머리 위에서, 추한오의 탄식이 울려펴졌다.

“한심한 지고.”

“저는 댁처럼 강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내 경험은 이어 받지 않았느냐.”

“좀 전에는 경험이 있다고 해서 다 해결되는건 아니라면서요?”“하지만 살기를 느끼고 날아오는 화살을 방패로 막거나 피할수 있을 정도는 된다. 그만 추한 짓 하고 검을 들고 일어서거라.”


젠장. 나는 욕지거리를 속으로 눌러참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 뒤에, 칼과 방패를 앞세워 천천히 앞으로 향했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걸어가길 20여분.


다행스럽게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반대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게 문제다.

계속해서 긴장을 유지하려니 몸이 순식간에 피로해졌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베낭에 넣어두었던 에너지바랑 생수통을 꺼내 수분과 칼로리를 보급했다.

그렇게 식사를 하고 있는 나를 보고, 추한오는 고개를 저었다.

“또 뭐가 불만입니까?”

“그런 걸로 허기가 채워지느냐?”

“넉넉치 않으니 별수 없잖습니까?”

내가 퉁명스럽게 한 말에, 추한오는 끌끌 거리며 혀를 찼다.

“식사도 이래서는 외공은 커녕 싸우는 데도 무리가 있겠구나. 걱정하지 말거라. 내려가면 든든히 요기를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식당이 있단 말인가요?”

나는 먹고 남은 쓰레기를 뭉쳐서 버리며 물었다. 그는 내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비슷하다.”

“의외군요. 지하에 그런 곳도 있다니...”

“네놈 생각보다 이 곳은 훨씬 거대하고 복잡하다. 본좌도 처음에는 꽤나 애를 먹었다.”

추한오는 그렇게 말하며 추억에 잠긴 눈으로 저편을 바라보았지만, 내게는 절망적으로 들려올 뿐이었다.


...이거, 서두른다고해서 빨리 나갈수 있긴 한가?


“그 저주를 풀수 있다는 신전은 대체 얼마나 더 내려가야 합니까?”

“한참을 내려가야한다.”

“어느정도요.”

“본좌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 때 무렵 너무나 치열하게 싸웠기 때문이지. 싸우고 싸우다 보니 어느새 그곳에 도달해있었다.”

추한오는 그렇게 말하며 흐흐, 하고 웃었지만, 나는 도저히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저주는 풀었습니까?”

“풀었다. 본좌에게 제물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얼마나 듭니까?”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


추한오의 말에 나는 들고 있는 주머니를 꺼냈다. 고리비가 들고 있던 보물을 무한히 담을수 있는 주머니다. 주머니 겉면에는 7100G라는 글씨가 빛을 내며 떠올랐다. 거기 있던 금과, 고리비가 가지고 있던 금을 모두 합친 금액이었다. 이게 얼마나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적은 금액은 아닐 터.“


나는 그 금주머니를 추한오에게 들어보이며 말했다.

“이정도면 충분합니까?”

추한오는 주머니를 보고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택도 없다. 고블린 주제에 제법 모았지만, 그걸로는 한참은 부족하다.”

나는 목까지 차오른 욕지거리를 참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가 이곳에 탈출할 미래는 멀고도, 아득했다. 추한오는 그런 나를 빤히 보다가 넌지시 말을 건넸다.

“네놈은 끝까지 내려갈 생각이 없군.”

나는 그의 말에 움찔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의 눈치를 살폈다. 그의 인상은 여전히 험악했으나 표정은 평온했다. 어차피 그를 속여봤자 득될게 없었기 때문에, 나는 용기를 내어 말했다.

“네.”

“흐음, 소원을 빈다는 욕심은 없는 것인가?”

“그거 뻥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곱게 소원을 들어주지는 않는다고 했지 거짓말이라고 한적은 없다. 애초에 본좌의 소원은 그와 싸우는 것이었다.”

추한오는 그렇게 말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나로서는 정말 이해가 안되는 사람이군. 아니 사람이 아닌가?

“저는 그냥 적당한 양의 돈만 벌고 돌아가면 만족합니다.”

내 말에 추한오는 이상하다는 얼굴로 나를 보았다.

“네놈은 욕심이 많은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겠도다.”

추한오는 그렇게 말한 뒤 나지막히 말했다.

“본좌는 말리지 않겠다. 저주를 풀면 본좌가 깃든 그 단검을 다른 고수에게 맡기고 가도 좋다.”

“...말씀은 그렇게 하셔도 제가 당신 없이 홀로 돌아가는 건 거의 불가능하겠죠.”

추한오는 내말에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기만 할 뿐이었다.


...음흉한 놈 같으니.


“네놈은 강해질수 있다. 내 경험을 이어받지 않았느냐.”

“입발린 소리 하지 마십쇼. 방금 전에는 그걸로는 부족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 허약한 몸을 단련해야지. 내공을 익힐수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이 안에서 그런 기연을 얻기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보다 어려울 것이다. 허나 만약 강해진다면, 네놈은 본좌의 심정을 이해할수 있을 것이다.”


퍽이나, 지금 내가 바라는 건 그저 빨리 여기를 나가는 것 뿐이다.


나는 다시 집중하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다시 나아가길 수십여분.


“...대체 이 끝은 어디야?”


계속 똑같은 통로를 계속해서 가고 있자니 정신병이 걸릴 것 같았다.

차라리 요전 처럼 바닥에 뭐라도 떨어져있기를 바랐다. 물론 뼈나 이런거 말고, 금이나 무기 같은 걸로 말이다.


물론 그 뒤로도 한참을 더갔지만 그런 건 나오지 않았다. 다행스러운 건 함정도 더이상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건 또 뭐야?”


대신 바닥이 마치 미끄럼틀처럼 푹 꺼져있는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래에는 랜턴이 걸려있지 않은지,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베낭에 꽂아두었던 랜턴을 꺼내 아래 쪽을 비췄다.


계속 내려가는게 아니라, 내려갔다가 올라가는 구조였다. 한마디로 통로 한 가운데가 푹 꺼져있다고 보면 된다.

나는 고래를 돌려 추한오를 바라보았다. 그는 지루하다는 표정으로 귀를 후비고 있었다.


“무엇이냐.”

“여기 와본적 있으시죠?”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왜냐하면 여기까지 일방통행이니까요. 당신은 저기 출구 근처에 계시지 않았습니까.”

추한오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옳다. 하지만 본좌는 이 곳을 모른다.”

“...예?”

“본좌는 잠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추한오는 지나온 길을 돌아보았다.

“그 한심하고 멍청한 사내와 말조차 섞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본좌가 왜 그걸 네놈에게 말해줘야 하느냐?”

“대충 말하지 않아도 압니다. 보나마나 저주를 풀고 도망치면서도 당신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지 않았겠지요,”

내가 그가 깃단 단검을 줏었던 정황이 그 증거다.

추안오는 내 말에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그렇다. 그 잡놈은 이 던전을 나간 후에도 본좌를 이용해 큰 돈을 벌려고 했지. 그러다 멍청한 고블린의 함정에 걸려 죽었지만.”

“그는 강했습니까?”

추한오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지 주제도 모르고 지기 싫어하는 시정잡배였다. 내가 없었으면 얼마 내려가지도 못하고 죽었을테지.”

그렇게 말한 뒤 추한오는 나를 보며 기분나쁘게 웃었다.

“하지만 네놈은 그보다는 훨씬 낫다. 무엇보다 머리가 비상한 점이 말이지.”

“칭찬하셔도 아무것도 안나옵니다.”

나는 그의 말에 무뚝뚝하게 대답한 뒤 손전등으로 꺼져있는 바닥을 이리저리 살폈다.


바닥은 특이하게도 여태까지처럼 벽돌로 되어있지 않았다. 대신, 새카만 흙으로 뒤덮여있었다. 그리고 그 한쪽 벽에는...


“...저건 뭐지?”


마치 지레처럼 생긴 나무 스위치가 보였다. 나는 그것을 가리키며 추한오에게 물었다.


“저런 거 혹시 보신적 없습니까?”

“있다. 당기니 닫혀있던 문이 저절로 열리거나 했었지. 신기한 장치였다.”


역시 스위치 맞네. 굉장히 수상해보이는데.


나는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뭔가를 던져보기로 했다. 돌 같은게 보이질 않아서, 대신 생수통에 조금 남아있는 물을 다 마신 후 빈 통을 던져보았다.


그리고 투웅 하고 바닥에 떨어진 그 물통은,


흙 바닥에서 튀어나온 원형 칼날들에 의해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그런 눈으로 본좌를 보지마라. 본좌도 처음 보는 것이다.”


...염병할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첫번째 시련이군요. 시련이 있으면 당연히 보상도 있겠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던전 그리드 : 살아남을 수록 강해진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 13화-참사를 마주하다 18.04.18 1,372 21 9쪽
13 12화-길드를 털다 18.04.17 1,382 20 9쪽
12 11화-점주를 심문하다 +2 18.04.16 1,392 24 8쪽
11 10화-길드(Guild)를 만나다 +2 18.04.14 1,511 32 13쪽
10 9화-보물을 획득하다 +4 18.04.13 1,598 29 9쪽
9 8화-거상(Colossus)과 싸우다 18.04.12 1,663 29 14쪽
8 7화-마검(魔劍) 발페루스 18.04.11 1,814 33 11쪽
7 6화-함정을 돌파하다 +1 18.04.11 1,853 33 7쪽
» 5화-함정과 마주하다 18.04.10 2,059 37 10쪽
5 4화-무성(武聖) 추한오 +4 18.04.10 2,311 43 12쪽
4 3화-기연과 만나다 +2 18.04.09 2,409 42 12쪽
3 2화-탐험을 결심하다 +4 18.04.09 2,519 38 8쪽
2 1화-보물을 발견하다 +3 18.04.09 2,597 46 7쪽
1 프롤로그 +4 18.04.09 2,850 44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