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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의 도전 님의 서재입니다.

시작은 어렵다는 말을 누구라도 한번쯤은 들어 본적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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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의도전
작품등록일 :
2021.06.01 18:39
최근연재일 :
2021.06.05 07:03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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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6
추천수 :
47
글자수 :
105,747

작성
21.06.05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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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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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32쪽

경계 너머로

DUMMY

핑----


멀리서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며 그것이 자신을 지나쳐갔다. 늙은 오크가 순간 대체 무슨 상황이 일어났는지 이해하려고 하며 무언가가 소리를 내며 지나간 궤적을 따라서 보자. 단검을 들었던 오른 손이 잘려있었다.


“크아아악!!! 이 대체 무슨!!!!”


아오오올!!! 아올오올!!!


울프들이 미친 듯이 울어 댄다. 재빨리 잘린 팔을 위로 쳐들고 옷을 찢어 팔을 압박했다. 뒤를 돌아보니 어떤 검이 나무에 박혀있고 잘려진 손은 바닥에 단검을 쥔 채로 떨어져 있었다.


“이게 무슨!!”


“휴, 늦지 않았군. 역시 눈을 떼지 않은 것이 정답이었다.”


“누구냐 네 녀석은!!!”


하필이면 손이 잘려버렸다. 진지로 돌아가면 치료받을 수 있겠지만 싸워야하는 이 순간에 주술을 사용해야 할 손이 잘린 것은 치명적이었다.


“하아, 잠시 자리를 비웠다고 바로 이런 일이 터지나? 역시 정말 열 받는 일이야. 날 놀리는 것도 아니고.”


늙은 오크가 뒷걸음을 치며 도망칠 기회를 잡았다. 위험했다. 저 것은 위험했다. 자신은 자연의 힘을 사용하는 샤머니즘을 숭배했다. 자연과 소통하기에 짐승의 말도 이해할 수 있었으며 재해와 같은 예측이 불가능한 위기도 감지 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존재가 가지는 오오라의 성질도 볼 수 있었다. 존재가 가지는 오오라는 살아온 삶에 따라 그 성질과 색이 결정되었다. 그래서 대상의 오오라를 보는 것으로 대상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대략적으로 유추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저‘것’이 가진 오오라는 보는 것만으로 온 몸이 떨리는 두려움을 불러 일으켰다. 인간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것’이었지만 놈에게서 보이는 오오라는 그분을 뵀을 때 보았던 오오라 만큼이나 흉악하고 붉고 검었다.


“이이익!!! 네 놈은 누구냐!!!”


“달맞이꽃이군, 인간세계에서는 맹독으로 사용되는 꽃이다. 희귀한 것은 둘째 치고 마법사에게 치명적이라 달맞이꽃이 발견되면 마법사들이 어떻게든 그 뿌리까지 태워 없애버리려고 하기 때문에 기록된 서적조차 얼마 없는 꽃이다.”


“어떻게!! 인간 주제에 그렇게 많은 피와 업을 쌓았단 말이냐!!”

“음? 나름 감춰서 아무나 보지 못하는데. 너는 보이는가 보구나.”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생명을 죽여 온 것이지?!! 수천!? 수만?! 아니 그 이상? 그렇지 않다면 지금 네놈에게서 보이는 검붉은 오오라는!!!!”

“아, 거기까지만 하지.”


늙은 오크의 눈이 깜박이기도 전에 그의 손이 늙은 오크의 안면을 잡았다.


“크아아악!!!”


“모두들 자는 밤에 소란스러워지면 안 되겠지, 안 그런가?”


그리고는 늙은 오크의 목과 턱에 단검이 박힌다.


“컥커커커걱”


늑대들이 인에게 달려들었다. 늙은 오크가 데려온 다섯 마리의 늑대들이었다. 사방에서 포위하여 덮치는 늑대들을 보면서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늑대의 이빨과 발톱이 그에게 닿으려는 순간 인의 몸 주변에서 창들이 솟아나와 그대로 늑대들의 몸통에 쏘아졌다.


“육감이 발달한 짐승도 잘 눈치 채지 못하도록 만들었는데.. 아직 보완할 구석이 남았나 보군”


늙은 오크는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 ‘것’의 주변에서 아무런 전조 없이 창이 나와 울프들을 꿰뚫어 버렸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무언가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그에 따른 오오라를 소모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것은 생각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육체에서 오오라를 끌어올려 조율하고 변화시켜 몸 밖으로 뿜어내기까지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런데 어떻게 아무 힘도 사용하지 않았던 놈에게서 창이 솟아져 나왔다. 그 전에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창이 쏘아져 나갔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우우우웁!!!”


“금방 끝난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눈앞의 ‘것’이 무엇을 말했던 건지 늙은 오크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눈앞의 ‘것’에서 엄청난 양의 검은 마력이 솟아나오기 시작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지는 검은 마력이었다. 이토록 강한 마기를 가진 마력은 들어본 적도 없었다. 발버둥을 쳤다. 어떻게든 벗어나야 했다. 저‘것’은 닿기만 해도 정신을 침식하고 파멸시킬 독이었다. 하지만 늙은 오크가 태어나 몇 번 흘리지 않은 눈물에도 검은 마력은 그의 손을 타고 늙은 오크의 머리를 잠식시켰다. 닫힌 입에서 무언가의 끓는 소리가 잠시 들리더니 이네 작은 소리까지도 사라졌다. 그가 검은 마력을 거둬들이자. 늙은 오크는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졌다. 늙은 오크가 쓰러지고 나서 어디선가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샤머니즘을 숭배하는 주술사라. 나름 괜찮은 지식이었다.”


검은 눈물이 흐르고 있는 늙은 오크의 시체에 그가 손짓을 한 번 하였다. 그러자 늙은 오크의 시체가 순식간에 불타 잿더미가 되어 바람에 사라졌다.


“네 영혼은 거두지 않겠다. 다음 생이 있다면 그 마음을 잃지 말거라.”


그의 몸에서 언제 있었냐는 듯이 검은 마력이 사라져갔다. 늑대를 꿰뚫은 창이 스스로 그에게로 돌아가 그의 몸에 닿자 사라졌다. 그는 다음 아리에-비나의 상태를 확인했다. 아리에-비나의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달맞이꽃을 이용한 주술로 인해 마나가 완전히 꼬여버렸다. 인간의 몸에서 피가 언제나 돌듯이 마나도 마법사의 신체에서 항상 원활히 돌아야 했다. 마나가 멈추거나 역류하면 마법을 못쓰는 것은 물론이고 마법사의 신체를 망가트렸다. 이런 상태를 긴 시간 지속하게 된다면 최악의 경우 마나를 다시 사용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었다. 그가 공간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아리에-비나에 입에 집어넣었다. 약을 삼킨 아리에-비나는 곧 몰아쉬던 숨을 편하게 쉬기 시작했다.


“이걸로 위기는 넘겼다.”



“비나야!!! 비나야!!!”


“꼬맹아!!! 들리면 대답해봐라!!”


바이온과 러스터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들도 곧 달맞이꽃이 자라는 이 공터를 발견하고 들어왔다. 그들은 아리에-비나를 간호하고 있던 인과 마주쳤다.


“비나야!! 괜찮은 거냐!!”

바이온은 아리에-비나에게 달려들어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이 심장도 잘 뛰고 마나의 흐름도 괜찮아보였다.


“인!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상황 설명은 일단 나중에 하자. 그리고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그게.. 말입니다. 형님.. 잠깐 한 눈 파는 사이에...”


“일단 이 자리를 벗어나자. 여긴 좋은 자리가 아니다.”


“알겠습니다. 당장 동굴로 돌아가죠! 비나를 안정시켜야 합니다!!”


“잠깐 그 전에”


인이 자신의 공간에서 무언가의 가루를 꺼내 파티원에게 뿌렸다. 그리고는 공터에도 전부 뿌렸다.


“이정도면 됐다. 돌아가자.”


“무엇을 하신 겁니까.”


“혹시 모를 추적을 막기 위해서다. 후각이 뛰어난 짐승이 우리를 찾아낸 거더군.”


“그렇다면 저희가 발각되었다는 말입니까?”


“다행이도 아직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발각되는 것은 시간문제겠지.”


“알겠습니다. 나머지는 일단 이곳을 벗어나고 이야기하죠.”


그가 날린 창에 찔렸던 늑대들의 시체는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그것들이 흘린 피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인은 동굴로 돌아와 방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하! 오크 주술사가 마나를 사용하는 마법사를 유인했던 겁니까?!!”

“아마 그런 것 같았다. 놈을 심문해서 몇 가지 정보는 얻었지만 짧은 시간에 급하게 뽑아낸 정보라 확실한지는 모르겠다.”


“오크 주술사의 시체는 어떻게 처리하셨습니까? 아까 보이지 않던데.”


“태워버렸다. 오크 주술사와 같이 왔던 늑대들도 전부”


“연기도 나지 않게 태우는 능력도 있으신 거군요.”


“오크 주술사가 저희를 찾아낸 거라면 저희는 지금 발각당한 것입니까?”


“내가 가진 능력 중에는 암시와 최면으로 적에게 정보를 이야기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놈에게 그걸 사용해 물으니 공을 독차지하기 위해 아직은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 저희는 들키지 않은 겁니까?”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일단은 그렇다고 봐도 된다. 다시 말하지만 짧은 시간에 급하게 뽑은 정보라 깊은 암시와 최면을 걸지 못했다. 그래서 심층정보에 관한 것과 놈이 거짓말을 했더라도 알기 힘들다.”


“하지만 거짓말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말씀이시겠죠?”


“마리안 맞다. 그러나 우리가 발각당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주술사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면 진지에 있던 놈들이 주술사를 찾기 시작할 거다. 주술사의 흔적을 추적하다 보면 우리의 정체도 결국 들어나게 될 거다.”


“오크 주술사를 납치해서 정보를 캐는 방법은 어땠습니까?”


“파프가, 아리에-비나의 상태가 나빠 지체할 수가 없었다. 당장 놈에게 해독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럼 비나는 지금 괜찮은 것이 맡습니까?”


“바이온,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가진 약으로 급한 상황은 넘겼다.”


“휴우우우... 정말 다행입니다. 정말정말 다행입니다....”


바이온이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바이온은 처음 만났을 때보다 십년은 늙어 보였다. 이제야 겨우 마음을 놓은 듯했다.


“형님 그러면 지금부터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러스터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인에게로 향한다. 임무를 계속 수행할 것인가 아니면 임무를 마치고 돌아갈 것인가를 묻는 것이었다.


“돌아가야 합니다. 오크들에게 정체를 들키기 직전까지 왔습니다. 이제 더는 임무를 수행할 수 없습니다.”


바이온이 혼자 중얼거리듯 말한다. 러스터는 바이온을 한번 보고는 인에게 물었다.


“형님, 탐색은 거의 다 끝난 것이 맞습니까?”


“거의 다 끝났다.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이정도면 정찰과 탐색의 임무는 완수할 수 있다.”


“그러면 이제 들키지 않고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임무를 계속하기에는 너무 위험해졌습니다.”


“너희들도 그렇게 생각하느냐?”


“그렇습니다... 임무를 완수하였다면... 이젠... 돌아가야 합니다....”


바이온이 힘없이 답한다.


“마리안, 네 생각은 어떠냐?”


“저는... 여러분의 생각을 따르겠습니다.”


마리안은 씁쓸하게 웃었다.


“루페아스, 파프가 너희 둘의 생각은 어떠냐?”


“저는 아직 돌아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크루세이터 파프가 나 역시 루페아스와 같은 생각이다. 아직 임무는 끝나지 않았다.”

“대체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그래 맞다! 너희 둘이 무슨 일이 있어서 말을 맞추는 거냐?”


바이온과 러스터가 동시에 외쳤다.


“아직 들키지 않았다면 좀 더 임무를 지속해야 합니다. 순찰, 정찰, 탐색, 확보의 임무이지 않았습니까? 저희가 오크와 직접 싸워 지역을 차지해야만 확보의 임무를 달성한 것은 아닙니다. 후에 있을 경계 확장 전투에서 유리한 고지를 찾아 알릴 수만 있다면 개인에게 주겠다고 하는 200금화를 전부 다 받지 못해도 일부는 협상 가능할지 모릅니다.”


“아직 주의 답이 이뤄진 것을 보지 못했다. 내가 온 가장 큰 이유인 주께서 내리신 징벌을 확인 하지 못했으니 나는 아직 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친!! 그럼 이대로 오크 놈들에게 공격당하는 것을 기다리자는 거야?”


“러스터, 그건 아닙니다. 저희는 아직 발각당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탐색을 포기할 정돈 아닙니다.”


“확실하지 않다고 하잖아!! 그리고 들키는 건 시간문제야!!”


“그러면 러스터는 진짜 이대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래 맞다!! 죽을 걸 뻔히 알면서도 버티는 건 멍청이나 하는 짓이야!”


“지금 비나의 상태가 좋지 못합니다. 또한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나의 상태를 제외하고 말하더라도 지금 성력 때문에 마법이 봉인된 상태입니다. 이대로 더는 임무를 진행할 수 없습니다.”


“바이온, 성력 때문에 마나가 잠시 봉인 된 것뿐이라네. 그러니 그것이 임무를 지속하지 못할 변명은 되지 못한다네.”


“변명이 아닙니다. 마법사의 마법은 특히 더 정신적인 부분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저는 이제 지쳤습니다. 만약 이대로 강행한다고 한다면 제 마법에 분명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적에게 발각당할 가능성도 높아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더 정신을 차려야겠지요. 바이온, 할 수 없다는 말은 변명이 되지 못합니다.”


“루페아스.... 말처럼 그것이 쉬운 것이 아닙니다. 생각하고 의지하는 것만으로 되는 일이었다면 말하지도 않았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생각한 대로 이뤄 질 수 있다면 세상에 불행할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지금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우리 모두가 곤란해 하고 있지 않습니까.”


모두의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한다. 각자가 가진 이유를 대고 물러서지 않는다. 누구의 말도 틀리지 않았기에 그러니 서로 설득되지 않는다.


“마리안, 네 생각은 어떠냐?”


“어.. 저는 파티의 생각을....”


“네, 생각이다. 파티의 결정된 뜻이 아니고”


“저는... 남아 임무를 지속해 금화를 조금이라도 더 받았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만...”


“그렇군. 알겠다.”


인이 박수를 짝! 소리 나게 쳤다. 모두가 언쟁을 그치고 인을 바라봤다.


“지금 상황이 좋지 못하다. 임무가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파티원의 생각이 하나가 되어 결정을 내리지도 못한 상태다.”


인이 고개를 돌리며 모두를 보았다.

다른 입장을 고수하는 이들을 설득시킬 방법은 없었다. 사람마다 가진 기준과 생각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에 설득되지 않았다. 서로가 각자 가진 이유들은 자신에게는 틀리지 않았기에 더욱 그렇다. 상대방이 ‘틀렸다’고 생각해 설득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는 ‘틀리지 않은’ 일이였기에 설득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니 설득 되지 않은 상대와 남은 것은 결별하거나 힘으로 굴복하게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 그런 사태가 일어나는 것은 막아야 했다.


“러스터와 바이온은 지금 임무를 마치고 돌아가는 것을 원하고 루페아스와 파프가는 임무를 조금 더 지속한다는 것을 원한다고 했다. 마리안은 파티의 뜻이 결정되면 따른다고 했고”


“그러면 인의 뜻만 남은 겁니까?”


“나와 아리에-비나의 생각이 남은 거지.”


“비나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비나의 의견을 지금 들을 수는 없습니다.”


“깨어나서 들을 수는 있겠지. 내일이면 정신을 차릴 수 있을 거다.”

“꼬맹이 생각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파티의 장이신 인이 결정할 문제이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내 독단으로 결정할 문제는 아닌 듯싶다. 내 결정은 아리에-비나의 생각을 듣고 말하겠다.”


“당장이라도 결정해야 할 사항이지 않습니까...”


“바이온, 지금은 늦은 밤이며 너도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아리에-비나의 정신이 들지도 않았고 어두운 밤에는 파티가 이동할 수도 없다. 결정을 한다면 내일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지금 너희들 모두 너무 흥분한 상태다. 예기치 못한 상황인 것은 모두에게 같다. 조금 흥분을 가라앉히고 침착해져라. 지금 파티에 분열이 생기는 것보다 최악의 상황은 없다.”


“인은 냉정하시군요.”


“루페아스, 너희가 지금 격해져 있으니 내가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만약 너희가 냉정했다면 반대로 내가 불같이 화를 냈을 수도 있지.”


“인의 말이 어떤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파티의 결속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내일 아리에-비나의 의견을 듣고 다시 이야기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하아.. 뻔한 거 아니야? 꼬맹이가 남으려고 하겠어? 당장 돌아가자고 하겠지. 그래도 너희 둘은 내일도 반대할 거 아니야?”


“반대는 하겠지만 결정은 인이 하는 것이겠지요. 아리에-비나까지 돌아가는 데 찬성이라면 2:3으로 찬성이 더 많습니다. 마리안은 파티의 결정을 따른다고 했으니 파티의 장인 인이 다수의 뜻을 따르겠다고 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은 없습니다.”


“나도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나 혼자 남는다고 해도 주의 답을 확인할 수는 없으니. 무엇보다 이번에는 ‘그’의 뜻을 따르라 했으니 나는 인의 뜻을 따를 것이라네.”


“그러면 끝났군. 바이온 이제 너도 긴장 풀어라. 임무는 이제 끝났다.”


“하하..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여러분.. 그리고 인도 중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아직 답을 내리지 않았다. 아리에-비나의 생각을 듣고 결정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저도 잠을 좀 자겠습니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너무 피곤합니다.”


위기가 있었지만 무사히 잘 넘어갔다. 위험한 상황인 것은 여전했으나 분명 숨을 고를 시간은 생겼다. 다음 날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달이 아직 하늘에 남아 있었다. 간혹 해가 떠오른 뒤에도 달이 보이는 날이 있었다.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모두 일어났나?”


아리에-비나를 포함해서 모든 이들이 잠에서 깨어났다. 다들 어제의 일이 피곤했는지 일어나야 할 시간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다.


“인은 괜찮으십니까?”


인은 혼자서 밤새 경계를 섰다. 인은 이미 이틀째 잠을 자지 않았다. 일주일 넘게 긴장 상태를 유지하면서 이동한 인도 피로가 많이 쌓였을 것이었다.


“나는 괜찮다. 잠 조금 안 잤다고 어떤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그보다 밤의 결정을 마무리해야지”


돌아갈 것인가. 남아 임무를 마무리 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순간이 왔다.


“아리에-비나”


“네.. 말씀하세요.”


아리에-비나는 인을 바라보았다. 아리에-비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어떤 말도 어떤 질책도 감내할 생각이었다. 자신 때문에 생긴 일을 생각하면 입이 열 개라고 하나 할 말이 없었다.


“네가 잠들어 있던 밤에 지금 당장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남아 임무를 마무리 할 것인가로 서로 의견충돌이 있었다.”


“네”


“나는 마지막으로 결정하겠다고 했다. 남은 의견은 너 하나뿐이다. 그래서 너의 의견을 듣고 싶다.”


“제.. 의견이요?”


비명을 지르며 일어난 아리에-비나가 곁에 있던 바이온을 보고 파티가 자신을 구해주었다는 것을 파악한 순간 참을 수 없을 만큼의 울음이 쏟아져 나오려 하였다. 하지만 아리에-비나는 울지 않기로 했다. 모두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았었다. 그런데 거기서 나 힘들다고 울어서 모두를 깨우고 싶지 않았다. 그 전에 울고 싶지가 않았다. 못나고 부족한 민폐만 끼친 자신이 울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했다. 나 따위는, 울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다.


“저는 판단할 자격이 없어요.... 그러니까...”


“그건 내가 판단하는 문제다. 네가 너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지금 중요하지 않다. 내가 파티에 참가한 모든 인원에게서 의견을 들어야 하는 문제라고 판단했다. 그러니 너는 네 생각을 말하기만 하면 된다.”


“제... 생각은 들을 필요가 없어요... 저는 파티에 폐만... 제 고집이 아니었다면...”


“아리에-비나에게 묻겠다. 너는 내가 너를 데려온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나?”


“저는.... 네... 제 고집 따위는 무시하는 것이 맞았다고 생각해요... 저 같이 화초처럼 온실에서 밖에 자라지 못한... 멍청한 아이의 말은...”


아리에-비나가 고개를 숙였다.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진짜 무지하고 멍청했다. 책을 달달 읽을 줄 밖에 모르는 바보, 세상물정도 모르면서 새장 안이 답답하다고 외치기만 할 줄 아는 앵무새


“그러니까. 너는 지금 내가 멍청하다는 거냐?”


“네?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인이 얼마나 많은 능력을 가졌는지는...”


“내가, 너를, 데려온 것이다. 내가 보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서 너를 참가시킨 것이다. 네가, 고집을 부려서 파티에 참가할 수 있던 것이 아니란 말이다.”


.....


“왜 자꾸 스스로를 자책하는 거냐? 왜 아리에-비나 너는 내가 하는 말은 듣지 않는 거냐? 아니면 혹시 내 말을 무시하고 있는 거냐?”


“아니에요!! 절대로 그렇지 않아요!!”


“그러면 왜 내 말에 답하지 않는 거냐?”


“그건... 제가 잘못했으니까... 제 잘못이니까....”


“네가 부족한 것이 맞다. 그리고 운이 나쁘든 능력이 부족하든 이유가 뭐든 네가 파티를 위험에 빠지게 만들 수도 있던 것도 맞다.”


“내가 그걸 지금 몰라서 너에게 지금 묻는 것이라 생각하느냐? 지금 내가 하는 말이 너를 위로하기 위해서나 동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착각하지마라. 지금은 잘잘못을 이야기할 시간이 아니니 말하지 않는 것뿐이다. 지금 해야 할 일을 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나는 판단했다. 또한 파티의 장으로써 파티원의 의견 전부를 들어야 할 사항이라고 판단했으니 네게 묻는 것이다.”


그러나 아리에-비나는 여전히 답하지 않았다.


“네가 어째서 지금 내 말에 답하지 않는지 내가 이야기 해볼까? 아리에-비나?”


고개를 숙였던 아리에-비나가 인을 바라본다.


“너는 지금까지도 자신은 조금도 잘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 왜 자신이 아파야하는지 왜 자신이 지금 괴로워야하는지 조금도 이해하고 싶지 않으니까.”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에요!! 절대로!! 그런 마음은 품지 않았어요... 정말 이 모든 건...!!”


“잘못했다는 말로 자신에게 주어진 힘든 선택과 괴로운 책무를 미루고 싶으니까.”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잘못될 수도 있는 선택의 책임을 회피하고 싶어서”


“저 따위가... 제 선택 따위는 어떤 의미도...”


“나는 지금 네게 네 잘잘못과는 상관없이 지금 너는 그저 내가 질문한 것에만 답하기만 하면 된다고 하였다. 하지만 너는 내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돌아가고 싶다. 돌아가고 싶지 않다. 의 한마디를 대답하기만 하면 되는 것을 너는 답하지 않았다.”


“그건...”


“너는 지금까지 내가 무엇을 말했는지 듣지도 않고 네가 가진 생각만을 위해 답하고 있다. 어째서 지금 내가 아리에-비나 네가 어떤 반성이나 죄책감도 가지지 않았다고 말하는지 이해할 수 있나?”


........


“아직도 나는 답을 듣지 못했다. 무엇이 그리 힘들지? 돌아가고 싶다면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가? 아니면 돌아가지 않고 임무를 마무리하면서 지금까지의 실책을 조금이라도 만회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 어려운 건가? 대체 왜 내가 묻는 말을 너는 왜 ‘고집’ 부리면서 답하지 않는 거냐?”


........


“너는 너의 고집 때문에, 너 때문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났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너는 내게 ‘고집’을 부리고 있다. 하기 싫다고 말하기 싫다고 알아서하라고 나는 모른다고”


“네가 정말로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면, 반성하고 있다면, 앞으로 더 좋은 모습으로 파티에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면... 네가 지금 고집을 부리고 있지는 않았겠지.”


아리에-비나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울먹이면서 울음을 억지로 참아내었다. 하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 간신히 목에서 올라오는 울음을 막아내는 것이 전부였다. 아무도 아리에-비나에게 지금의 말이 아니라고, 괜찮다고 말하지 않았다. 어려운 말이 아니었다. 말하기만 하면 되었다. 돌아가고 싶다거나 임무를 마무리하자고 둘 중 아무것이나 아무렇게나 말하기만 하면 됐다. 그런데


말이 나오지가 않았다.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괜찮을까. 또 잘못하지는 않을까. 또 잘못해서 모두에게 폐를 끼치는 것은 아닐까. 짐덩이가 말 따위를 해서 또 미움 받지는 않을까. 또 몬스터에게 잡혀서 죽음의 위기를 겪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저..저어..느느는.....”


목 끝까지 차오르는 울음과 비명을 참으며 입을 열었다. 말하면 된다. 말하기만 하면 된다. 돌아가겠다고 말하기만 하면 되었다.


“저저저...어...는...”


“두려워하지 말고 답하면 된다. 어떤 선택을 해도 괜찮다. 너는 네 생각만을 말하기만 하면 된다. 임무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싶은데 두려움 때문에 말하지 못하는 거라면 두려워하지 않아도 좋다. 내가 지금 너희들에게 약속하겠다. 너희 모두 멀쩡히 살려서 돌려보내겠다고 내가 분명히 약속하겠다. 그러니 어떤 선택이든 괜찮다. 두려워서 포기하고 싶다고 그래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해도 괜찮다. 아니 다른 이유 어떤 이유라도 상관없이 그저 돌아가고 싶다면 돌아가자고 말하기만 하면 된다. 어떤 선택을 해도 괜찮다. 네 생각을 말하기만 하면 된다. 어떤 선택도 두려워하지 않아도 괜찮다. 걱정할 필요 없다. 책임은 전부 내가 질태니.”



.......


아리에-비나는 입을 열었지만 말할 수가 없었다. 도저히 말할 수가 없었다. 울음이 결국 목구멍에서 뛰쳐나왔다. 참으려고 참으려고 했지만 참을 수가 없었다. 왜 어째서 울음을 참을 수 없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멍청하게 우는 자신이 미웠다. 싫었다. 어째서 무엇 때문에 입을 열지도 못하고 우는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인은 동굴의 결계를 강화했다. 동굴이라서 소리가 더 잘 울렸기 때문이었다. 아리에-비나는 울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울었다. 참아왔던 것이 터져 나왔다. 몬스터에게 납치당할 뻔 했던 것부터 자신이 고집을 부려 생긴 문제들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면서 다른 이에게 도움만을 받는 자신을, 어떻게 해도, 무슨 짓을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는 무력감이 아리에-비나를 절규하게 하였다.


그 누구라도 실수를 하는 법이었다. 그 누구라도 잘못을 하는 법이었다. 이곳에 모인 이들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이들에게도 두려움과 고통에 엎드려 포기하고 좌절하여 울고 싶었던 적은 살면서 셀 수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울지 않았다. 그 삶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울어서는 안 되었으니까. 우는 것은 약한 것이었으니까. 우는 자는 비웃음 받고 약자로 찍혀 괴롭힘을 받을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울지 않는다고 해서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괴롭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모두 울음을 참았던 것뿐이었다.


아리에-비나의 울음은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사그라져갔다. 가슴에 담았던 울음과 눈물을 거의 다 쏟아낸 것 같았다. 아리에-비나가 울음을 그치자 인이 아리에-비나를 보고 말했다.


“아리에-비나 네가 정 내 말에 답하고 싶지 않다면 더는 묻지 않겠다. 그럼 이제 내 의견을 말하겠다. 나는 남아서 임무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형님, 형님의 생각은 그렇습니까?”


“그렇다. 아직 오크들에게 들키지 않았다. 차후에 실행될 경계확장전쟁에 유효할 수 있는 정보를 구하고 싶다. 필요한 정보는 거의 다 모았다. 하루만 더 진행하면 될 거다.”


“너무 위험합니다. 그리고 어제 바이온이 말했던 대로 바이온이 지친 지금 탐색을 이어가기는 힘들 겁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 정신력이 부족한 탓입니다. 빌려주신 아이템에 비해 너무나 부족한 마법사입니다.”


“정말 안 되겠습니까. 바이온?”


“루페아스,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해야 한다면 더욱 정신을 차려야겠죠. 제가 걱정하는 것은 제가 정신을 차리고 사용한 마법조차 불완전해서 오크들에게 발각당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하아, 바이온도 저리 말하지 않습니까? 저희 모두 이제 피로가 많이 쌓였습니다.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상태로 탐색한지 벌써 일주일입니다. 만약 오크들에게 발각된다면 제대로 싸우지도 못할 겁니다.”


애초에 내려진 임무가 불합리했다. 확실히 소규모의 정찰대로 정찰을 해야 적에게 노출될 위험이 적어지기는 하지만 발각됐을 때의 위험을 생각하면 그냥 죽으라는 거였다. 미지의 땅을 탐색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곳이 경계 너머의 몬스터들의 세상이란 점이다. 작은 실수가 곧바로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세상이었다. 그런 곳에서 정찰과 탐색을 실행하라고? 러스터는 착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리 어렵지 않으면서 상당히 많은 보수를 주는 꿀 같은 의뢰라고 생각했었다. 착각이었다. 멍청한 착각이었다.


용병협회에서 용병들에게 주는 의뢰의 절반은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이었다. 어디선가 나타난 몬스터를 잡아달라는 의뢰가 게시판에 걸리고 각자가 자신의 역량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그 의뢰를 협회에 접수한다. 협회에서 용병의 능력이 의뢰를 완수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의뢰가 성립된다.


의뢰를 받은 후에 가장 먼저 잡아야 하는 몬스터에 대한 정보를 구한다.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어떤 특성을 가졌는지 무엇이 약점인지 등에 대한 사냥해야하는 몬스터에 대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구한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계획을 준비하고 준비한 계획에 맞는 물품과 물건을 가지고 출발한다. 잡아야할 몬스터의 정보를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죽느냐 사느냐의 차이까지 만들 아주 중요한 사항이었다. 그런데 이번 임무에서 우리는 어떤 정보도 받지 못했다. 그 말은 여정에 필요한 어떤 준비도 하지 못했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또 싸워서 죽이는 단순한 임무가 아니라 몬스터에게 들키지 않고 탐색을 유지해야만 하는 임무였다. 몬스터에게 발각되면 그걸로 도망칠 수도 없이 끝나는 뒤가 없는 임무이기도 했다.


오크 놈들 몇몇은 우습지도 않았지만 수백 수천이 넘는 오크가 자신을 덮친다고 생각하니 피가 머리까지 솟아올랐다. 오크들이 보일 때마다 온 몸이 긴장으로 가득 찼다. 혹시라도 발각당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 근거리까지 다가왔을 때 몸을 움직여야 하는지 놈들이 보이지 않는 순간까지 식은땀을 흘리면서 오크 놈들에게 뛰쳐나갈 준비를 하였다. 저 놈들은 우리를 보지 못했지만 우리는 저 것들을 계속 주시해야 했다. 잠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자신은 몬스터를 죽이는 몬스터 헌터였다. 어딘가에 잠입하거나 침입하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잘 몰랐다. 도망치는 것도 잘 못했다. 만약에 혹시라도 전투가 일어나 발각당한다면 거의 확실하게 살아서 돌아가기 힘들다는 것을 경계에 들어 온지 삼일이 지나서야 알았다. 러스터도 알고 있었다. ‘그’가, 인이 부른 일이 절대 쉽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나 고작 정찰과 탐색에 불과한 임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니 그럴 줄만 알았다. 전투를 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면서 꼬맹이까지 데려가는 것을 보았을 때 어쩌면 위험한 임무가 아니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꼬맹이가 잠깐 동굴 밖에 나갔다 사라지자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던 것인지를 깨달았다. 아무리 인이 보증한다고 해서 그것만을 믿고서 안일한 마음으로 임하면 목숨을 간수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어야 했다. 다행이도 인이 아리에-비나를 구했기에 망정이었지 아리에-비나가 잡혀 죽었다면 이 파티는 그걸로 완전히 끝장났었다. 바이온의 정신이 무너졌을 것이고 우리도 결코 지금과 같이 태평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파티의 장인 인에게 큰 의문이 생겨나게 될 것이었다. 왜 어째서 아리에-비나, 꼬맹이를 데려온 것이냐고... 왜 자신의 말에도 돌려보내지 않았던 거냐고


“형님,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뭐냐 러스터”


“어떻게 우리 전부를 사지 멀쩡히 돌려보낸다는 말씀이십니까? 어제 꼬맹이는 목숨을 잃을 뻔했습니다. ‘운’좋게 인이 꼬맹이를 구했지만 ‘운’좋은 일이 반복되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인에게 듣고 싶습니다.”


인은 분명 모두를 돌려보낸다고 말했다. 러스터는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허풍으로 우리의 안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의심이 아니라 믿음이었으며 이 믿음은 우리가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것이었다.


“그렇군.. 무슨 말인지 알겠다. 러스터”


인은 잠시 고민하는 것 같더니 동굴의 벽에 기대고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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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경계 너머로 +1 21.06.04 19 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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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마차를 타고오는 개들 +1 21.06.03 19 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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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마차를 타고오는 개들 +5 21.06.02 56 4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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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마차를 타고오는 개들 +1 21.06.01 40 2 16쪽
4 마차를 타고오는 개들 21.06.01 31 2 13쪽
3 마차를 타고오는 개들 21.06.01 37 3 13쪽
2 마차를 타고오는 개들 +2 21.06.01 60 5 14쪽
1 마차를 타고오는 개들 +6 21.06.01 171 1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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