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망상의 도전 님의 서재입니다.

시작은 어렵다는 말을 누구라도 한번쯤은 들어 본적 있을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망상의도전
작품등록일 :
2021.06.01 18:39
최근연재일 :
2021.06.05 07:03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548
추천수 :
47
글자수 :
105,747

작성
21.06.03 07:01
조회
18
추천
3
글자
20쪽

마차를 타고오는 개들

DUMMY

“비의 탑이 가진 마법 중에 주변을 흐릿하게 보이게 만드는 마법이 있지 않았나?”


“음.. 아마 ‘크루드’ 마법일겁니다. 마법사의 인영을 흐릿하게 보이게끔 만드는 마법입니다. 결계마법과 같은 종의 마법이며 시전자를 중심으로 주변의 시야를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파티 전체에 그걸 사용할 수 있나?”


“가능합니다. 하지만 상대의 시야를 완전히 차단하는 하는 것이 아니고 안개와 같이 뿌옇게 주위를 만들어 시야를 방해하는 정도입니다.”


“그걸로 충분하다. 나머지는 내가 한다.”


바이온이 영창을 시작하고 크루드 마법이 펼쳐진다. 마나로 만들어진 크루드 마법이 파티를 감싼다.


“얼마나 사용할 수 있지?”


“반나절은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는 반나절은 휴식하며 마나를 회복해야 합니다.”


“알겠다. 그럼 ‘커버 일루젼’”


인의 영창을 하자 인에게서 마나가 뿜어져 나왔다.


“마법도 사용하실 줄 아시는 겁니까?”


바이온이 물었다.


“조금 아는 정도다. ‘커버 일루젼’은 나를 중심으로 주변 환경에 맞춰 환영을 만드는 환영 결계다. 이상함을 느끼고 자세히 보면 금방 발각될 만큼 약한 환영 결계이지만 이렇게 안개가 낀 것 같이 흐린 공간에서는 효과가 훨씬 커진다.”


“그래서 비의 탑을 호출하셨던 거군요.”


마법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것은 마법사들에게 흔한 일이었다. 기름을 이용해 불덩어리를 물로 쉽게 꺼지지 않게 만든다거나 수탄에 강철파편을 넣어 적에게 파상의 효과를 주던가. 마나 그 자체를 증폭시켜서 마법 그 자체를 강화한다거나 방법은 많았다. 이번의 경우 크루드 마법으로 흐릿해진 인영을 커버 일루젼이라고 하는 환영 마법으로 중첩해 더욱 흐릿하게 만든 셈이었다.


“마법이 문제없는지 확인해봐야겠지. 나와 바이온의 마법결계 밖으로 나가서 마법이 잘 적용됐는지 확인해다오.”


나머지 인원이 마법결계의 영향에서 벗어나서 인과 바이온이 있는 곳을 보았다.


“음.. 완벽하지는 않은 거 같습니다. 형님”


“흐릿해보기는 하는 데 어떤 물체가 있다는 건 확실히 보입니다.”


“그거면 됐다. 우리가 가야할 길이 탁 트인 평지가 아니니 나머지 은신은 주변의 지형지물이 해결해 줄 거다.”


“그러면 뭐.. 숲에 사는 동물도 나무나 풀 사이에 숨어버리면 찾기 힘드니까.”


“그렇다면 은폐 수준의 은신의 역할은 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근거리까지 다가오지 않는다면 쉽게 들키지는 않을 겁니다.”


러스터와 루페아스가 각각 한마디씩 한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없는 것보다 낫다는 것은 둘 다 알고 있었다.


“내일 경계의 끝에 도착하고부터 이 두 마법을 상시 발동한다.”


“죄송합니다. 제 마나로는 반나절이 한계입니다.”


“내 이능이 뭐라고 했었지?”


“창고.. 그러니까 어떤 제한도 없는 아공간...”

바이온이 다시 곱씹어 봐도 말도 안 되는 사기능력이었다.


“내 창고에는 이런 것들도 있지”


인이 창고에서 오래된 고목으로 만든 스태프와 스스로 빛이 나는 것 같은 로브 한 벌을 꺼냈다. 여관에 있던 이들 모두가 인이 꺼낸 물건이 심상치 않은 귀한 것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엄청 나네요. 이 고목나무 스태프 보통 고목으로 만든 게 아니군요..”


바이온이 더는 놀랄 것도 없다는 듯이 스태프를 바라본다. 스태프에서 느껴지는 마나의 기운이 중후하며 깊고 풍부했다.


이 세상에는 마나가 모여 만들어지는 마나의 길이라는 것이 있었다. 물이 모여 호수를 만들고 모였던 물이 흘러가며 강을 만들고 강을 만든 물이 바다로 향해 흘러가듯 마나도 같았다. 마나가 모이고 무거워져 땅 깊이 흡수되고 모인 마나가 수맥과 같이 흘러가며 마나의 길을 만든다. 보통의 나무는 수명이 일백년 이내에 불과하지만 마나의 길에서 마나를 흡수하며 성장한 나무는 수명이 수십 배에서 수백 배 이상 늘어났다. 그렇게 수백 년 이상을 마나의 길목에서 마나를 흡수하며 성장한 고목은 중후하고 풍부한 마나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 고목으로 만든 스태프는 자신의 몸과 같은 감각으로 마나를 흘려보내 사용할 수 있었고 강력한 부하가 걸리는 마법을 사용해도 어떤 문제도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마나의 길에서 자란 고목은 마법사에게는 보물과도 같은 것이었다. 평범한 일반 마탑의 마스터조차 쉬이 가질 수 없는 물건이었다. 그리고 이 스태프는 그런 고목들 중에서도 상등의 물품이 분명했다.


거기에 저 빛이 나는 로브는 대체 어떤 소재로 만들어졌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마나가 자연스레 감돌며 스스로 빛을 낸다니 들어본 적도 없었다. 마법사의 로브는 대기의 마나를 걸려주며 보다 순수한 마나를 투과해 로브 안의 육체에 쌓이게 해주며 마나 방출 중에 생기는 문제를 방지해준다. 마법사가 질 나쁜 로브를 입는 것은 전사가 저급의 갑옷을 입은 것과 다름없었다. 전사들이 어떻게든 조금 더 뛰어난 갑옷을 입으려고 하는 것은 단순한 사치나 과시가 아니듯이 마법사가 좋은 로브를 보고서 가슴이 뛰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이 두 개를 이번 여정동안 빌려 주마”


“네?!! 정말이십니까!!!”


“이 장비들을 착용하면 크루드 마법을 상시 사용하는 것은 물론 거기에 더해서 마법을 추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설마, 캐스팅 마법이 걸려있기라도 한 겁니까?”


인간은 한 번의 두 가지 마법을 사용 할 수 없었다. 굳이 사용하고자 하면 사용할 수 있기는 하지만 대게 자신의 서클보다 2서클 이하의 마법정도만 다중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심장에 새기는 서클은 하나이다. 하나의 서클로 두 개의 서클 마법을 사용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번에 두 가지 서클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캐스팅된 보조 마법이나 도구가 필요했는데 도구에 마법을 저장하고 마법이 발동되도록 만드는 것은 어지간한 마법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마법도구는 보물에 준하게 취급받으며 부르는 게 값이고 엄청나게 귀했다.


“이 로브에는 3서클 이하의 대부분의 마법을 캐스팅할 수 있는 마도가 걸려있다. 로브의 기본적인 효과는 일반적인 마법사의 로브가 가지는 마나 효율 증대와 마나 방출 효과가 3배 이상이고 로브에 마법을 저장하지 않은 상태라면 3서클 마법을 4서클 급의 마법으로 강화시켜준다.”


바이온은 생각하기를 멈췄다. 그러면 이 로브는 3서클 마법사 한명과 같은 수준의 마도구라는 것이었다.


“저저저...정말.. 이것들을 제게 빌려주신다고요?!!”


떨리는 몸과 바들거리는 손이 멈추지가 않았다. 마법사로써 세상의 탐욕과 물욕보다 지식과 탐구에 힘을 쓰겠다고 결심한 바이온의 마음이 폭풍을 만난 돛단배처럼 거칠게 요동쳤다.


“스태프에는 3서클 이상의 마나를 저장할 수 있고 마법사가 사용하는 마법을 강화시켜준다. 또한 3서클의 이하의 공격 마법이라면 10번은 사용가능한 마나가 이미 채워져 있다. 그리고 간단한 신체보조 마도 몇 개가 추가로 저장되어 있으니 오늘내로 전부 확인하도록 해라.”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번 일을 성공시키겠습니다!!”

바이온은 물건을 받고 인에게 허락을 받자마자 자신의 방으로 뛰쳐 올라갔다. 항상 옆에서 아리에-비나를 챙겨주던 바이온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와...”


아리에-비나가 입을 닫지 못하고 탄성했다. 바이온의 모습에서 놀란 것이 아니었다. 인이 꺼낸 마도구가 어떤 가치를 지녔는지 감조차 잡히지 않아서였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일에 참여한다는 이유만으로 빌려준다니...


“아리에-비나”

“네..네네!!”


“너는 이걸 받도록”

인은 아리에 비나에게 장갑 하나를 건네주었다. 파란색의 가죽의 광택이 나는 에메랄드 비늘로 덥힌 장갑은 바이온 받은 물품과 비교해 결코 떨어지지 않은 보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건 너처럼 번개 속성의 힘을 사용하던 리저드맨을 죽여 만든 장갑이다. 한번 착용해 보거라.”


아리에-비나가 장갑을 착용해 보았다. 손보다 한참 큰 장갑이었는데 장갑을 착용한 순간 손에 딱 맞은 장갑으로 조정되었다.


“그럼 이번에 다시 전력을 손에 집중시켜 보아라.”


아리에-비나가 손에 전력을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그 순간 아리에-비나는 깜짝 놀랐다. 자신이 뿜어낸 전력보다 수배는 강력한 전력이 손에서 발산됐기 때문이었다. 손에서 발산된 전력이 파지지직!!!! 파직!! 파파파!!! 맹렬하게 스파크를 발산했다. 아리에-비나가 당황하고 있을 때 인이 말했다.


“괜찮다. 한 번 마음대로 해 보거라.”


아리에-비나가 인의 말에 심호흡을 하며 전력을 조정해봤다. 아리에-비나는 다시 한 번 놀랐다. 전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제어할 수 없는 힘이었다는 것이다. 자신의 초능력의 특성상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전력이 몸에서 방출되었는데 방출되고 나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마구잡이로 튀는 전력 때문에 강력한 힘임에도 초능력의 사용은 금지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미 몸 밖으로 방출된 전력임에도 제어하는 것이 가능했다. 어떻게 해도 불가능했던 초능력의 제어가 가능해진 것이었다. 아리에-비나가 손에서 방출된 전력을 거두어 본다. 그러자 전력이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장갑의 비늘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전력이 담긴 에메랄드 비늘장갑에서 에메랄드빛이 뿜어져 나왔다. 아름다웠다. 위험한 힘이라고 항상 배척당했던 초능력이 이렇게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와아....”


“마음에 드나?”


“아... 네.. 너무.. 아름다워요..”


“과거에 만든 물건인데 착용할 주인이 없어서 항상 창고에 있었던 물건이다. 이렇게 착용자가 생겼으니 나도 조금 기쁘다. 이번 여정 간 빌려 주마. 그 장갑을 끼고 전력을 다해 공격하면 어지간한 몬스터라도 괴로울 거다.”


“그런가요?”


“내가 직접 사용해보지 않은 아이템이라 뭐라 답해줄 수는 없지만. 전력을 사용하는 존재에게는 보물이라 불려도 될 아이템일 거다.”


“그렇게 귀중한 걸...”

뒷말을 삼켰다. 빌려주다니요?! 만약에 보물을 가지고 도망치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할 건가요?!!


“혹시 빌려준 물건들을 갖고 도망치면 어떻게 할 거냐,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니?”


“헉! 그걸 어떻게!”


“사람이라고 하는 게 결국 다 비슷한 생각을 하니까. 보물을 보면 가지고 싶지. 보물을 가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고 말이야. 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은 아리에-비나의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


“죽였다. 제국의 끝까지 도망쳐도 찾아 죽였다. 배를 타고 바다를 넘어 도망쳐도 끝까지 추적해서 죽였다.”


아리에-비나는 인의 말에서 ‘죽인다’가 아니라 ‘죽였다’라고 표현한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째선지 인의 말은 거짓말로는 전혀 들리지가 않았다. 아직 어리며 여자아이인 자신이라고 해도 망설임 없이 죽일 것만 같았다.


“절대 도망치지 않을게요...”


“무서워 할 필요 없다. 일이 끝나면 돌려주기만 하면 되니까.”


인은 웃으며 아리에-비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형님! 저는 뭐 없습니까?!”


“넌 없다.”


“저는 말입니다!!!....예?”


“넌 옛날에 줬잖아.”


“아, 그건 그거죠! 저도 아이템 빌려 주십쇼!”


“넌 아직도 ‘값’을 다 지불 못해서 나한테 불려오는 주제에 뭘 또 바라냐? 너 진짜 나한테 죽고 싶어서 그러냐?”


“큭.. 그건 아니지만.. 으으.. 하.. 알겠습니다.”


러스터가 고개를 떨군다.


“루페아스 너도 없다.”


“저는 이걸로 충분합니다.”


루페아스가 등에 걸린 활을 툭툭 쳤다. 어쩌면 혹시 저 활도 인이 준 것이 아닐까 하고 아리에-비나는 생각했다.


“마리안, 내게는 이걸 주마”


인이 공간에서 무언가를 꺼내 마리안에게 던졌다.


“이건?”


“착용자가 보는 시야를 저장하고 저장한 내용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저장할 수 있는 양은 한계가 있지만 적어도 이번 여정을 기록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거다. 착용자의 에너지를 연료로 사용하기에 약간의 피로감을 느끼게 만든다. 내일 피로감이 몰려오면 반드시 이야기 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이걸 쓰고 탐색을 하라는 것이겠죠?”


“추가로 그 안경의 시야를 공유할 수도 있다. 이건 관련된 마법을 익혀야 하고 훈련도 따로 받아야 해서 지금 알려 줄 수는 없다.”


“제가 보는 시야를 인도 볼 수 있다는 거군요.”


“내일 행렬의 선두에 서서 정찰을 할 네게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우리가 바로 구하러 갈거다. 또 네가 미처 보지 못한 문제나 위화감을 내가 느낄 수도 있다. 그러면 신호를 보내 멈추라고 이야기하마.”


“시야 저장, 시야 공유, 신호 전달, 보통 물건이 아니네요.”


마리안이 인이 준 안경을 착용해본다. 아리에-비나에게 주었던 장갑과 마찬가지로 착용하자 자동으로 착용자에게 맞게 크기가 조정되었다.


“파프가, 뭔가 필요한 것이 있나?”


“없습니다. 제겐 주가 주신 이 갑옷과 무구면 충분합니다.”


“너희들에게 빌려 주는 아이템은 안전한 임무 수행 위해 빌려준 것이다. 경계 밖에서는 몬스터들에게 발각당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한두 놈, 한 두 무리는 이길 수 있겠지만 전투가 몇 번 일어나면 인간 냄새를 맡고 몬스터 무리가 쏟아지듯 공격해 올 거다. 경계 너머는 수천마리가 모여 사는 몬스터 부족들이 수백 개는 있는 곳이고 몬스터 부락을 상대하려면 군대는 끌고 와야 한다. 가능하다면 최대한 몬스터를 피해서 정찰과 탐색의 임무만 수행하고 돌아오는 것이 좋다.”


인은 공간에서 또 무언가를 꺼내 주었다.


“이건 착용한자의 재취를 지워주며 존재감을 줄여주는 반지 아이템이다. 그리고 조금이지만 몸을 가볍게 만들어준다. 또 이건 신발에 착용하는 건데 이걸 신고 걸으면 족적이 사라진다. 이번 여정에서 두 가지 모두 착용하면 된다. 방으로 들어간 바이온에게는 아리에-비나 네가 가져다주어라.”


“네, 알겠습니다.”


“이것까지 있으면 내일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아까의 마법까지 생각해보면 저희가 몬스터를 지나치더라도 몬스터들이 눈치도 채지 못할 것 같습니다.”


“맞아요! 이런 보물들을 빌려주셨으니 내일 일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에요!”


......

인은 잠시 침묵하다가 후드를 쓰고 얼굴을 가린 채 말을 꺼냈다.


“며칠 전 경계에서 넘어 온 고블린대장 놈을 잡아 죽였다. 단순히 몬스터들의 권력다툼에서 패배하고 도주한 놈이 아닌 것 같았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루페아스가 인에게 물었다.


“소규모 무리가 인간의 경계를 넘어 오더라도 얼마가지 않아 토벌 당한다. 놈들도 그걸 모르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번엔 사지 멀쩡한, 추방자의 표식조차 없는 고보 한 마리가 경계 안을 깊숙이 들어와 고보를 모아 촌락을 만들었지. 고보가 자신의 부족을 만들기 위해 부족을 떠났다고 말하기에는 인간의 경계로 넘어 왔다는 점이 문제다. 부족을 새로 만들기 위해 부족을 떠난 거라면 인간의 영역으로 넘어 올 필요는 없었다.”


“경계 밖의 몬스터들이 인간의 경계를 넘어오는 경우는 보통 부족의 권력다툼에 밀려 패배하여 추방당하거나 도망친 경우다. 이런 놈들이 경계 밖을 배회하다가 마지막 수단으로 인간의 경계를 넘어 인간의 영역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경계에서 전투가 시작되면 인간을 사냥하려는 다른 몬스터들도 합류하여 함께 인간을 공격한다. 이렇게 소규모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나게 된다..”


“그래서 피식자 몬스터하고 포식자 몬스터가 같이 있었던 거군.”


러스터가 경계에서의 전투를 떠올린다.



“이번에 잡은 고보가 어째서 인간의 경계를 넘었냐는 어쩌면 중요하지 않은 문제다. 뭐 고보 놈이 무슨 사정이 있어서 또는 그냥 넘고 싶어서 넘었다든지 이유야 얼마든지 찾을 수 있으니 그건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내게 정찰과 탐색 정도의 임무가 내려왔다는 점이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내게 온 일이라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데. 임무의 내용은 너무 심플하고 쉽다는 거다.”


“쉽다는 게 문제입니까? 형님?”


“절대 쉬운 일이 되지 않을 거란 말이다. 임무를 내렸는데 언제든지 마음대로 포기해도 된다고? 이런 내용은 아무리 시작의 신의 답이라고 해도 이상하다. 대부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확실히 명시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자율을 보장하는 임무라도 해도 알아서 해라. 라고까지는 보통 하지 않는다.”


“아참! 그럼 좋은 게 아닙니까?!”


“너는 단순해서 좋겠다. 알아서 하라는 말에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정의할 수 있는데. 하나는 임무의 결과가 어떻게 대든 이후의 결과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고 두 번째로는 결과가 바뀌지 않는 것이 더 좋은 결과라는 것이다.”


“그럼 시작의 신께서 답을 주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그건 나도 모르지. 시작의 신이 어떤 방식으로 기준을 선정해서 답을 주는지는. 쯧, 결론은 만전의 만전을 가해도 쉽지 않을 임무가 될 가능성이 높으니 절대 방심하지 말라는 말이다.”


“그야 당연한 말을! 걱정 마십쇼.”

러스터가 가슴을 내밀어 두들기며 말한다. 인은 러스터의 말에 동의 하듯이 보는 나머지 인원을 보며 생각했다. 이들에게는 말하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었다. 아까 고보가 어째서 인간의 경계 안으로 왔는지에 관한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들은 모르지만 인은 경계가 확립되기 전에 경계를 넘어 그곳을 탐사한 적이 있었다. 그곳도 인간이 사는 세상과 생각보다 큰 차이는 없었다. 지성을 가진 놈들은 다 비슷한 행동을 하고 무리가 커지면 각자가 있는 사회의 일원으로써 집단에 필요한 일을 하며 살았다.


우리가 다른 몬스터들을 적대하듯 저들도 자신과 다른 모습의 몬스터들을 적대했다. 수십 종의 아종이 있는 경계의 밖에는 각각의 종이 모여 사는 부락이 존재했다. 그들은 서로 적대하고 때로는 협력하며 다른 종과 싸웠다. 평소에는 그들의 힘이 비등하여 균형을 유지했지만 몬스터들 중에서 영웅이라고 하는 존재가 태어나 왕에 자리에 올랐을 때 아종들의 균형이 깨지고 적들의 땅을 점령하고 적을 굴복시키기 위한 전쟁이 일어났다. 경계 밖의 상황을 지금의 내가 자세히 알 방법 따위가 있을 리가 없지만 지금 느껴지는 이 불길함은 어째서인지 거짓이 아닐 것만 같았다. 시작의 신의 임무도 같은 방향으로 생각하면 그 의미가 맞았다. 결과를 바꾸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경계의 밖의 세상 대부분을 점령하고 정복한 몬스터들의 왕의 칼끝이 이번에는 어디로 향하게 될까? 고보 한 마리가 도망쳐 왔다는 것 하나 때문에 떠올린 추측이 옳다고는 못하겠지만 오랜 세월을 목숨을 던지며 얻었던 경험에서 얻어낸 ‘감’이라고 하는 것은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침묵한다. 본래라면 지금의 사실을 추측한 것만으로 시간의 신의 의뢰를 마치고 왕국으로 가서 이번 일에 대해 설명해야 했다. 지금까지와는 규모가 다른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나 왕국을 공격할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러나 이미 왕국에서 온 의뢰를 받고 정찰과 탐색의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만약 지금 왕국에 가서 추측에 불과한 이야기를 짓 껄이면 경계를 넘는 게 두려워 개소리를 한다고 내 말을 무시할 것이었다. 증거가 있어도 믿기 힘든 이야기였는데 정황증거도 불충분한 상황에서 지금 당장 대비하지 않으면 왕국이 위험합니다. 라고 말하면 어느 누가 귀담을까. 그들은 시간의 신이 준 답이 경계의 확장의 기회라고 해석한 모양인데...


인은 생각을 멈췄다. 왕국이 어떻게 되든 내 일이 아니었다. 추측에 불과한 생각을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단지 지금 해야 할 일에 집중 하면 될 뿐이었다. 이들에게도 이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었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정해진 임무만 수행하면 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시작은 어렵다는 말을 누구라도 한번쯤은 들어 본적 있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 경계 너머로 +5 21.06.05 47 3 32쪽
12 경계 너머로 +1 21.06.05 11 1 18쪽
11 경계 너머로 +1 21.06.04 18 1 19쪽
10 경계 너머로 +1 21.06.04 17 3 27쪽
9 마차를 타고오는 개들 +1 21.06.03 19 2 19쪽
» 마차를 타고오는 개들 +1 21.06.03 19 3 20쪽
7 마차를 타고오는 개들 +5 21.06.02 56 4 19쪽
6 마차를 타고오는 개들 +1 21.06.02 27 2 11쪽
5 마차를 타고오는 개들 +1 21.06.01 39 2 16쪽
4 마차를 타고오는 개들 21.06.01 30 2 13쪽
3 마차를 타고오는 개들 21.06.01 36 3 13쪽
2 마차를 타고오는 개들 +2 21.06.01 59 5 14쪽
1 마차를 타고오는 개들 +6 21.06.01 171 16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