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망상의 도전 님의 서재입니다.

시작은 어렵다는 말을 누구라도 한번쯤은 들어 본적 있을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망상의도전
작품등록일 :
2021.06.01 18:39
최근연재일 :
2021.06.05 07:03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552
추천수 :
47
글자수 :
105,747

작성
21.06.01 18:45
조회
36
추천
3
글자
13쪽

마차를 타고오는 개들

DUMMY

고버들의 축제가 끝난 깊은 어둠이 진 시간

따분한 경계 임무를 맡은 고버 경비들이 눈을 비비고 하품을 할 때 소리 없이 날아 온 화살이 그들의 목숨을 빼앗았다. 경계를 서는 고버의 숫자는 많지 않았다. 아마도 오늘의 승리에 자만해서 경계를 게을리 한 것일 태다.


준비가 끝났다는 연락과 동시에 고버 촌락을 둘러싼 나무 벽에서 불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용병들의 함성소리가 크게 고버 촌락에 울려 퍼졌다. 단순히 소리를 증폭시키는 도구를 사용해서 지르는 함성이지만 늦은 밤 적의 숫자를 파악하기 힘든 상황에서 들리는 커다란 함성은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축제를 벌여 난장판이 된 고버들의 혼란스러운 둥지에 용병들이 삼면에서 동시에 공격을 가했다.


불타 약해진 목책을 부시고 들어 온 용병들을 본 고버들에게서 커다란 당혹감이 생겼다. 본진의 침략을 인간에게 허용한 셈이었다. 힘없는 암컷과 새끼가 있는 마을에 말이다.


“그어러어억!!!!”


정신을 차린 고버들이 제대로 된 무장도 하지 않고 나무 몽둥이만을 들고 용병들에게 달려들었지만 그들은 백전노장의 베테랑 용병들, 기습으로 완전한 우위를 만들고 싸우는 전장에서 고버 따위에게 당할 존재는 그곳에 없었다.


“정신 차리지 못해!!! 당황하지 말고 인간 놈들을 죽여!!!!”

고버들의 대장이 외쳤다. 고버들은 특정한 언어체계를 가지지 못했다. 간혹 똑똑한 고버들이 인간의 언어를 모방한다고도 하지만 그건 정말 극소수의 고버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고버 대장은 용병들에게도 분명히 또렷하게 들리는 인간의 말을 사용했다.


“뭐야? 저 고버 놈. 어떻게?”

“‘경계’ 너머의 아종 일부는 인간의 언어와 유사한 언어를 사용한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진짜 사실인 이야기인 줄은 몰랐다.”


“그거 진짜였단 말이야? 몬스터가 인간의 말을 한다고?”

“일처리가 먼저지. 신경 끄자고”


고버 대장의 외침이 효과가 있었는지 고버들에게서 아주 조금이나마 두려움이 사라진 것이 보였다. 하지만 고버들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숲속도 아닌데다가 기습을 당해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지도 못하고 함정도 없는 고버 촌의 내부에선 인간보다도 약한 육체를 가진 고버들은 몬스터도 아닌 맹수보다도 못한 존재들이었다.


순식간에 고버들을 학살하고 고버의 집을 태우는 용병들을 보며 고버 대장은 박박 소리를 지르며 지휘를 하려고 했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불타는 마을과 마을을 태우며 하늘 높이 올라가는 뿌연 연기가 마을의 참상을 알려주었다. 도대체 인간들이 어떻게 자신들에게 들키지 않고 기습을 할 수 있었는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삼중 사중의 함정으로 절대 들키지 않고서는 다가오지 못할 텐데?!’


마을에서 가까운 함정이 발동하거나 제거되면 그 즉시 마을로 함정에 문제가 생겼다고 전달된다. 육체적으로 약한 고버가 살아남을 수 있던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마을에 가까울수록 강력한 함정이 있고 함정을 피해서 오기 위한 길은 복잡한 미로와 같았다. 그 길은 오직 같은 종인 고버만이 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 마을의 안정화가 끝 난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준비는 마쳤었다. 그런데 어떻게?


“크아아아아!!!! 인간 놈들!!!”


어떻게 인간 놈들이 함정을 뚫고 왔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건 그동안의 수고가 전부 물거품이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들의 학살로 마을의 고버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불에 타고 무너진 집에 깔려죽는 새끼 고버들의 울음소리와 암컷들의 비명소리, 수컷 고버들의 절규가! 마을을 가득 채웠다. 인간 놈 한 둘이면 자신이 이길 수 있었지만 저들은 완전한 태세를 갖추고 진형을 짜서 마을을 공격하고 있었다. 결사의 각오를 한다고 해도 저들 중 하나를 죽이기도 힘들지 몰랐다. 고버 대장의 선택은 빨랐다. 불같은 분노가 치밀었지만 큰 애착이 있던 마을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새롭게 만들면 그만이었다. 이곳의 고보들은 약해 빠져 자신이 지배하기엔 너무나 쉬웠으니까


“도망친다!”


자신을 뒤따르는 수십의 고보들과 함께 인간 놈들이 공격해오지 않은 북쪽 방향의 목책을 열었다. 아비규환 속에 자신에게 달려드는 암컷과 새끼를 전부 베고 자신이 기르는 호그를 타고 빠르게 촌락에서 벗어났다.


“이번에는 당해주지만 다음에는 반드시 갚아주겠다!!!”

자신을 따라오는 모든 고보가 이에 응하듯이 외친다. 이들은 멍청한 이곳의 고보들 중에서 그래도 똑똑한 녀석들이었다.


“갚아주겠다!!!”

“갚아주겠다!!! 반드시!!!”


다음에는 좀 더 빠르게 강한 부하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는 인간들에게 쉬이 들키지 않을 마을을 짓겠다. 다음에는 더 많은 인간들을 사냥 하겠다. 고 마음으로 다짐하며 고보대장은 마을에서 빠르게 벗어났다.


고보 대장이 마을에서 도망치는 모습을 본 용병 한명이 물었다.


“정말 괜찮은 거 맞습니까?”


“괜찮다.”

“끙- 놓치면 금화20개요! 그런데도 괜찮다는 겁니까?”

“너는 우리 팀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


유일하게 불길이 미치지 않는 출구로 고보들이 달려들지만 무참히 반으로 갈아 죽인다. 고보들은 살기 위해 출구를 뚫어보려고 하지만 진형을 갖춘 베테랑 용병 팀을 뚫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한 1~2년은 됐습니다.”


“그러면 모를 수도 있지”


“도대체 저 놈이 누구길 레 그리 확신할 수 있는 겁니까? 이 밤중에 호그까지 타는 고보들을 다 잡아 쳐 죽일 거라는 자신감은?”


“너도 들어 본적은 있을 거다...”


달려든 고보들을 전부 죽인 신참이 ?를 띠었다.


“붉은 눈의 귀신”


신참에게서 경악의 얼굴이 드러난다. 이 왕국, 아니 제국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존재

그 악명 중 하나로 천명의 기사를 홀로 죽였다고 전해지는 괴물

강을 핏빛으로 채우고 시체로 산을 쌓았다는 악마


“말도 안 됩니다!! 그런 괴물이!!!”


“믿든지 말든지 그건 니 맘이다. 난 말해 줬어”

아직도 믿지 못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신참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도 처음에는 믿지 못했다.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믿지 않았었다. 악명이든 뭐든 유명한 사람의 흉내를 내고 다니는 놈들은 언제 어디서나 있었다. 말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만약 진실이라면 ‘증명’하면 될 뿐이었다.





고보대장이 한참을 달렸다고 생각했을까.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술에 취하고 기습에 급히 도망쳐 나온 터라 체력을 온존하지 못했다.


“휴식! 잠시 휴식한다!!”


고보 대장이 호그에서 내려와 뒤를 돌아보자 아직 부하 놈들이 따라오지 못했는지 모습이 보이지가 않았다.


“이 약해빠진 놈들!! 이것도 따라오지 못해!!”

이가 갈렸다. 이 따위 약해빠진 놈들을 데리고 새롭게 시작해야하니 속이 답답했다. 아주 빠르게 달려온 것도 아니었다. 부하 놈들 전부 호그를 타고 있었다. 그런데도 뒤쳐졌다니?


“빌어먹을 놈들 이번엔 철저히 훈련시켜주마!!”


그 순간


꾸웩!!! 몸을 돌려 자신의 호그를 보았다. 호그의 배를 관통한 굵은 화살, 호그는 움찔움찔 경련하다가 이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뭐... 뭐야!!! 이이익!!!”


등에 걸었던 인간들을 죽여 취득한 강철 도끼를 들고 전방을 경계한다. 대체 어디서? 어떤 놈이? 숲에는 야생동물의 울음소리와 벌레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평소와 하나 다름없는 숲의 소리였다. 전혀 들리지가 않았다. 저 두꺼운 화살이 자신의 호그를 꿰뚫는 순간까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가 않았다.


“나와!! 나오란 말이야!!!”

분명 아까 그놈들 중 하나일 것이 분명했다. 인간 놈들!! 어떻게 따라왔는지는 몰라도 죽여주마!! 인간 혼자라면 충분히 죽이고도 넘쳤다. 인간만큼 약해빠지고 쉬운 먹잇감도 없었으니까. 사냥감을 두려워하는 전사는 없었다. 인간 놈의 화살만 조심하면 아무것도 아니....


퍽!!!

“아아악!!!! 으아아악!!!”


도끼를 들고 있던 팔에 정확히 날아와 박힌 화살, 뚫린 팔에서 피가 솟구쳤다. 도끼를 쥐었던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다음의 비명보다도 빨리 왼다리에 화살이 날아와 박혔다.


“크아아아아!!!!”


이번에는 오른다리에 화살이 박혔다. 두 다리에 힘이 빠져 그대로 무릎이 꿇렸다. 고개를 미친 듯이 사방으로 돌렸다. 없다! 없다! 대체 어디 있는 거나!! “크아아악!! 모습을 들어내라!! 간악한 인간...!!!!”

그리고 그 고보의 생의 기억은 그것으로 끝이 났다.


“대가리 수집 완료”






고보촌락의 파괴는 해가 뜰 무렵 끝이 났다. 본래 고보촌락을 파괴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고보촌락 주위에는 고보들이 만들어낸 엄청난 양의 함정이 숨겨져 있었다. 만약 강행돌파를 하려고 한다면 함정에 죽거나 발을 묶어 고보들에게 사냥 당했다. 그래서 고보촌락의 위치를 발견했다고 해서 무작정 고보 촌락을 공격하려는 행위는 바보 같은 짓이었다. 천천히 고보들이 설치한 함정들을 제거하고 피하면서 앞으로 전진해나가야 했다. 함정을 제거하면 어떻게 알았는지 고보들이 나타나 공격해왔다. 마을에 가까워질수록 고보들의 공격도 거세졌다. 함정을 제거하면서 고보들의 공세를 막아내는 일은 아무리 베테랑 용병들이라도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가 나서서 고버 촌락까지의 길을 열었기에 모두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고서 고보 촌락까지 올 수 있었다.


“저기에 보물창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


땅에 묻혀있던 고버들의 보물창고를 찾은 팀원이 물었다. 팀의 리더는 고개를 저었다.


“약속이었다. 우리는 다음번이다.”


“그래도 상관없지 않습니까? 모를 겁니다.”


“안 돼. 나는 분명히 말했다. 도와주지 않을 거다.”


“...알겠습니다. 리더의 결정을 따르죠.”


으쓱하고 돌아가는 팀원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내 말을 들을지 말지는 알아서 하는 것이다. 돈에 눈이 멀었던 녀석들이 ‘계약’을 무시하고 날뛰기도 했지만 자신은 그들의 결과가 어떻게 끝났는지 알고 있었다. 아직 자신은 죽고 싶지 않았다.


“저기 오고계시군.”


도망간 고버들의 머리를 한 대 묶고서 질질 끌고 오는 존재의 모습은 그들이 보기에도 이질적이었다. 도망간 고버들 목을 전부 잘라서 온 것이었다. 오른 손에는 고버 대장의 목이 있었다. 얼핏 보기에 충격과 공포로 경악한 얼굴 그대로 죽은 듯 보였다.



“일은 잘 끝났습니까?”


“예! 한 놈도 빠짐없이 전부 몰살했습니다.”


“여기 대장 머리가 있습니다. 나머지 졸개들 머리도 다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창고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가시죠.”


그와의 약속은 고버 마을에서 얻은 전리품 중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다면 가진다. 라는 것이 전부였다. 그는 돈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지 나머지 잔금도 전부 우리에게 준다고 했다. 창고에는 인간들에게서 훔쳐 온 물건들과 고보들이 숲에서 채취한 온갖 식물들로 가득했다. 창고 안은 악취가 나기도 하고 향기가 나기도 해서 되려 속을 뒤엎을 것만 같았다. 그는 창고 안을 아무렇지도 않게 뒤지고 몇몇 물품을 챙겨 창고 안에서 나왔다. 고보들의 창고에는 인간들에게 악탈한 값나가는 물건들도 있었지만 그런 것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모든 일처리를 마치고 용병들은 보어의 군락으로 돌아갔다. 보어는 어벙벙한 표정으로 용병들을 맞이했다. 고작 하룻밤 만에 고보 촌락을 파괴할 수 있을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고보들의 특성상 천천히 시간을 들여 조금씩 공략해 나가야만 했다. 그것을 어떻게 일개 용병들이 해냈단 말인가.


“정말 수고 많았네! 대단하군!! 고작... 하룻밤에 고버 무리들을 전부 몰살시켰을 줄이야...”


“임무가 완료 된 것을 확인했다면 계약금을 지불해주셨으면 합니다.”


“아, 그래.. 그렇지.. 가져와라!!”


혹시나 해서 준비한 금화를 그들에게 건네주는 보어였다. 당연히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의뢰를 성공시킨 그들을 보며 보어는 그들 중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그.. 후드를 쓴 용병은 어디로 갔는가?”


“아 ‘그’분은 일이 있다고 먼저 돌아가셨습니다.”


“뭐? 그분? 그리고 의뢰금을 지불받지도 않고 그냥 갔다고?”


“예. 그렇습니다.”


보어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돈만 준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용병 것이 돈을 마다하고 먼저 떠났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체 누구기에 또 이들이 ‘그분’이라고 존칭하는 걸까?


“정말 대체 누구인가? ‘그’는? 혹시 이번 일도 그라는 용병이 해낸 것인가?”


안타깝게도 그들은 보어의 호기심을 채워주지는 않았다. 보어는 그들의 쓴웃음에 더욱 호기심이 끓었으나 더 묻지는 않았다. 어쩌면 후드를 쓰던 용병은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존재보다도 더 큰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말이다. 눈치 없는 인간은 전장에서 오래 살아남지 못했다. 그의 나이 45세였다. 호기심 정도야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시작은 어렵다는 말을 누구라도 한번쯤은 들어 본적 있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 경계 너머로 +5 21.06.05 47 3 32쪽
12 경계 너머로 +1 21.06.05 11 1 18쪽
11 경계 너머로 +1 21.06.04 19 1 19쪽
10 경계 너머로 +1 21.06.04 17 3 27쪽
9 마차를 타고오는 개들 +1 21.06.03 19 2 19쪽
8 마차를 타고오는 개들 +1 21.06.03 19 3 20쪽
7 마차를 타고오는 개들 +5 21.06.02 56 4 19쪽
6 마차를 타고오는 개들 +1 21.06.02 28 2 11쪽
5 마차를 타고오는 개들 +1 21.06.01 40 2 16쪽
4 마차를 타고오는 개들 21.06.01 30 2 13쪽
» 마차를 타고오는 개들 21.06.01 37 3 13쪽
2 마차를 타고오는 개들 +2 21.06.01 59 5 14쪽
1 마차를 타고오는 개들 +6 21.06.01 171 16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