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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의 도전 님의 서재입니다.

시작은 어렵다는 말을 누구라도 한번쯤은 들어 본적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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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의도전
작품등록일 :
2021.06.01 18:39
최근연재일 :
2021.06.05 07:03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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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5,747

작성
21.06.03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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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마차를 타고오는 개들

DUMMY

“그럼 이제부터 진영을 짜서 움직인다.”



길을 안내하는 마리안이 일 열에 이열에 러스터가 섰다. 삼열에 인이 사열에 바이온과 아리에-비나가 루페아스와 크루세이더 파프가가 오열에 서서 후방을 지켰다. 지금부터 경계의 밖으로 나간다.


경계의 마지막 구역은 시간을 들여 지형을 평지로 만들어 버린다. 몬스터가 공격해 왔을 때 은신하거나 엄폐할 수 없도록 만들기 위해서이다. 이런 점 때문에 경계의 마지막 구역에는 인위적으로 그어진 선이 하나 생긴다. 이곳이 진짜 마지막 ‘경계’이며 이 앞은 인간이 살지 않으며 인간보다 훨씬 강력한 몬스터들이 무리를 이루며 살았다. 인간에게 있어서 이 경계의 밖은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마계와도 같은 곳이었다.


인의 파티는 경계를 완전히 넘어 경계의 숲 안으로 들어갔다. 언제나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모험가들은 있었다. 경계 밖에서만 자라는 희귀한 식물이나 몬스터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물건을 구하기 위해서 경계를 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의 결말이 어떻게 됐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대부분 다시는 그들을 보지 못했다고 전하는 그들의 지인들이 하는 이야기만이 들릴 뿐이었다.








마리안은 경계에서 태어났다. 부모가 무엇 때문에 경계에 왔고 자신을 낳았는지는 모른다.

단지 자신은 운이 좋았다. 병사 한명이 순찰을 돌다 죽은 부모 곁에서 울던 자신을 찾았으니까. 자신을 찾은 병사가 불쌍하다고 여겨 경계 근방의 개척된 땅을 경작하러 온 양부모에게 건넸던 것도 운이 좋았다. 몬스터들이 쳐들어와 일차 경계 벽이 허물어져 양부모가 죽고 고아가 되었지만 운 좋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폐허가 된 경계에서 어렸던 자신이 살아갈 방법 따윈 없었다. 수일을 배고픔에 굶주려도 누구도 자신을 구해주지 않았다.


마리안은 그 때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경계를 넘었다. 절대 넘어서는 안 된다고 배우고 들었던 그 선을 넘었다. 경계의 밖은 인간들이 말하던 지옥 같은 세상이 아니었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숲에는 먹을 것이 넘쳐났고 자신을 해할만한 맹수나 몬스터가 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리안은 경계의 바깥에서 수년을 살았다. 간혹 몬스터 몇 마리가 보이기는 했지만 인간의 경계와 가까워 진 걸 안 놈들은 경계주변에서 벗어나는 것을 택했다. 마리안이 다시 경계의 안으로 돌아오게 된 것은 경계의 바깥 숲에서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마리안은 그때 기억해냈다. 수년에 한번 씩 몬스터무리가 경계를 넘어 공격한다는 것을


경계 안으로 도망친 자신을 병사들이 보고는 심문을 했다. 마리안은 자신의 삶과 현재 숲의 상황을 전했다. 그리고 며칠 후 몬스터의 공격이 시작됐다. 운 좋게도 이번에는 저번의 공격과 달리 큰 공격이 아닌데다가 침공에 대비한 방비도 철저하게 하여 경계는 큰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었다. 그 때부터 경계를 지키는 한 기사가 자신을 후원해주며 자신의 기술을 전수해주었다. 수년의 시간이 흐르고 경계 구역 확장 임무에 자신을 후원해주던 기사도 출전하였다. 그리고 경계 구역 확장의 임무에서 자신을 후원해준 기사가 죽고 말았다.


그 때 다시 마리안은 혼자가 되었다. 혼자서 살아남아야 했다. 마리안은 어렸던 그 때를 떠올렸다. 인간이 넘지 말라던 선을 넘어 살아남을 수 있던 그 날을. 마리안은 다시 경계를 넘었다. 경계를 넘어 경계의 밖을 탐색하고 그 너머를 정찰하고 기록했다. 마리안이 그렇게 만든 경계 밖의 지도를 군에게 넘겼을 때 마리안은 절대 군 이외에 다른 존재에게 이 지도를 팔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대가를 지불 받을 수 있었다. 마리안은 군에게 받은 돈으로 처음으로 인간 문명의 이기를 접했다. 처음 먹는 음식, 푹신한 침대, 편안하고 실용적인 옷.. 오직 살아있기에 살아가기만 하던 마리안에게 욕망이라고 하던 것이 처음 생겨났다. 그 날부터 마리안은 돈을 모았다. 경계를 넘는 모험가에게 길을 인도하고 군에 경계의 지도를 제공하면서 돈을 모았다. 돈을 모아서 적막하고 죽음밖에 없는 경계를 벗어나 왕국의 수도로 떠나기 위해서. 마리안은 알았다. 언젠가 다시 자신은 경계로 돌아오게 될 거라는 것을 말이다. 그럼에도 경험해보고 싶었다. 경계가 아닌 경계의 ‘바깥세상’을


이번 의뢰자는 무려 선금으로 금화30개를 지급한다고 했다. 또 추가 달성에 따른 보수까지 더한다니 임무가 얼마나 고되고 위험할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마리안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의뢰를 받았다. 목숨 따위는 언제나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경계에서 태어난 것은, 경계 안쪽에서 살던 양부모가 죽은 것은, 경계를 넘어서 살아남을 수 있던 것은, 정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 아니었다. 언제나 그래왔다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마리안은 거침없이 경계 너머의 길을 인도했다. 경계 너머는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아 마땅히 사람이 다닐 길도 없었고 난생 처음 보는 식물과 벌레들도 보였다.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앞선 마리안의 뒤를 쫓아 걸었다. 마리안은 과연 경계에서 살았다는 말이 거짓이 아닌 듯 이곳의 지리를 꿰차고 있었다.


작은 둔턱에서 걸음을 멈춘 마리안은 후방을 지키던 파프가까지 도착하자 손가락으로 저 앞에 보이는 작은 산을 가리켰다.


“저기부터는 완전한 몬스터들의 구역입니다. 저 산을 경계로 진짜 인간과 몬스터의 세상이 달라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저 산 너머를 탐색한 적은 없습니다. 지금부터는 저에게도 여기 있는 이들 모두에게도 미지의 땅일 것입니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돌아가고 싶은 사람이 있나?”

인이 마리안의 말을 끝으로 파티원을 돌아보며 물었다.


“위험한 수준으로 따지자면 의뢰등급 A 이상이다.”


“고작 정찰의 임무가 말입니까?”


러스터가 묻는다.


“이곳이 인간의 세계라면 저곳 너머는 몬스터들의 세계다. 인간이 만든 왕국이 있는 것처럼 저곳 너머도 같다. 몬스터들이 만든 몬스터들의 거대 부락들이 존재한다. 저기 너머로 들어가서 우리의 정체가 발각 됐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지는 말 하지 않아도 잘 알 수 있겠지?”


“이번에는 우리가 인간의 구역에 침범한 몬스터쯤 되는 것이겠군요. 몬스터는 발견 즉시 소탕의 대상이니까요.”


바이온이 말한다.


“저 놈들, 몬스터들에게 인간 따위야 손쉬운 사냥감이지. 이번 일은 조금의 방심도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끊임없이 몰려드는 몬스터들의 무리를 상대하기 싫다면 말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이번에 충분한 지원을 해주시지 않으셨습니까?”


루페아스가 말했다.


“어디까지나 은폐 수준의 마법을 중첩한 것에 불과하다. 위장을 하고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곳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니까.”


“괜찮아요! 잘될 거예요!”


아리에-비나가 말했다.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들뜬 것처럼 보였다.


인이 파티원 모두를 둘러보았다. 마지막으로 인이 마리안을 바라보고 마리안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산을 향해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경계 너머에 사는 몬스터들에게는 하나의 불문율이 있었다. 그것은 ‘레드 마운틴’ 이라 불리는 저 산을 넘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백년이나 지난 이야기인데다가 어째서 저 산이 레드 마운틴이라 불리는지도 몰랐다. 다만 늙어빠진 권위만 남은 장로들은 레드 마운틴을 결코 넘지 말라고 당부하기에 굳이 저 산을 넘지 않는 것뿐이었다.


“흥! 겁 많은 늙은 오보들!”


“장로님들을 ‘오보’라 부르는 것을 들키면 골치 아파진다.”

(오크들이 겁쟁이 오크를 향해 멸칭하여 부르는 말, 오크와 고보를 합친 말)


“언제까지 늙은이들이 만든 규율에 얽매어야 하는데! 저 산 너머 기름진 땅을 약해빠진 인간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왜 이곳에서 우리가 썩어빠져야 하느냔 말이야!”


“그러면 네가 왕에 자리에 올라서 저 산을 넘으라고 말하면 되잖아?”

“미친 소리! 날 죽일 셈이냐! 감히 왕께 어찌 도전하라는 말을 해!!”


“가장 위대하신 왕의 뜻이니 우린 그 뜻을 따를 뿐이지”


“그래 나도 알고 있다고! 어쩔 수 없다는 건!! 그러니까 잔소리 좀 그만 해!”




산을 넘자 한 오크무리가 산 아래에 순찰을 돌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리안에게 준 아이템을 통해 인도 그것을 볼 수 있었다.


‘붉고 검은 털의 오크들이다. 저 놈들이 왜 이곳에 있지?’


‘무슨 말씀이신가요?’


‘저 놈들은 이 곳 경계 근처에서 사는 놈들이 아니었는데? 첫 시작부터 안 좋은 느낌이 드는군. 마리안, 들키지 않는 범위에서 저 놈들을 따라가 봐라’


‘괜찮을까요?’


‘괜찮다. 오크들의 감각은 고보보다 둔한 편이니까.’


마리안이 조심스럽게 그들을 따라갔다. 마리안이 오크 놈들의 근방까지 접근하자 놈들이 떠드는 소리도 들렸다.


“나는 왕께서 무슨 생각이신지 모르겠다.”


“당연하겠지. 우리 같은 졸들이 어떻게 위대하신 왕의 뜻을 알겠어?”


“ ‘위대하신’ 위명을 받으신 왕께서 명만하신다면... 과거의 낡은 규율 따윈...”


“너는 뭐가 그리 불만이냐? 그냥 때가 되면 알아서 하시겠지.”


“이해가 안 되잖아! 과거의 규율 때문에 우리 오커들이 싸우지도 못하고 순찰이나 돌고 있다니!! 모두가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제길!!”


“큭큭, 명예롭고 영광스러운 전투를 위해서라잖냐? 까라면 까야지”


“후.. 빌어먹을..”


......


‘마리안 돌아와라.’


‘알겠습니다.’



마리안이 돌아오고 다시 진형을 짜서 조심스럽게 숲을 헤치며 나아갔다. 몬스터가 보이면 걸음을 멈추고 그들이 지나칠 때까지 기다렸다 다시 걸음을 옮겼다. 해가 저물 무렵 숲 안에 있던 작은 공터에 자리를 잡았다. 야영의 준비에 앞서 보다 철저하게 결계마법을 치고 결계 밖에서의 시야를 확실하게 차단하였다. 이렇게 해도 빛을 내는 모닥불이나 아이템은 사용할 수 없었다. 어둠속 빛은 특수한 결계가 아닌 이상 어떻게든 적에게 들어나기 쉬웠으니까.


“내일 해가 뜨는 새벽부터 다시 움직인다.”


인은 짧게 말하고 자신의 아공간에서 작은 통들을 꺼내 파티원에게 건넸다.


“이건.. 아! 본적 있어요!”

“비나야 조용하게.”


“아.. 네.. 이거.. 음식을 오랫동안 보존하기 위해서 만든 통이라고 들었어요. 조리된 음식을 여기에 담으면 쉽게 상하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꼬마 아가씨는 처음 먹는 건가?”


“네. 러스터 아저씨”


“아저씨... 아무튼 용병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발명품이지 ‘새벽빛’에서 이 기술을 만들어 용병들에게 이걸 납품한 뒤로 적어도 일하면서 굶지는 않았다.”


“그런가요?”


“용병 나부랭이들에게까지 보급될 기술은 아니었지. 물론 용병들에게 주어지는 음식의 질은 싸구려이긴 하지만 그래도 굶지는 않으니 얼마나 좋은 일이냐.”


“배가 고프면 일 할 수가 없잖아요.”


“네 말대로 굶으면 임무를 수행할 수가 없지. 그러니까 먹긴 먹는데 배고픔만 가실정도의 양의 육포를 물에 불려 먹었다. 용병 짓 하러 가는 데 짐을 들고 갈 수는 없으니 육포나 주머니에 가득 쑤셔 넣고 먹을 수밖에 없었지. 그마저도 일이 예상과 달리 지연 돼서 다 먹게 되면 이제 일 나는 거지.”


“어.. 이런 숲에도 먹을 건 충분히 있잖아요? 러스터 아저씨 같은 강한 사람이라면 짐승이라도 잡아서...”


“흐흐 그래 분명 그렇긴 하지. 하지만 우리 일이라는 게 그렇게 생각대로 되지는 않는단다. 지금처럼 모닥불도 못 피는 상황도 있고 짐승을 잡으러 갔다가 길을 잃고 숲에서 미아가 되거나 배고픔에 숲속의 이상한 풀을 먹고 배를 부여잡고 쓰러지기도 하지.”


“아...”


“몬스터 놈들 때려잡는 건 어렵지 않았는데 배고픔 참는 건 정말 힘들었다.”


“짐꾼을 구해서 필요한 물품을 가지고 가면 됐었잖아요.”


“돈 벌려고 용병 짓하는 인간에게 돈을 쓰란 말이냐? 네 말대로 짐꾼을 구하려고 해도 짐꾼을 구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설사 어떻게든 짐꾼을 구했다고 해도 만만치 않은 보수를 줘야했다. 여정에 짐꾼을 데리고 다닐 만큼의 재력이 있는 녀석이라면 용병 짓을 할리가 없겠지.”


아리에-비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러스터는 그것과 상관없이 계속 말을 이었다.


“쉽고 보수가 좋은 일은 순식간에 처리가 되니 남은 건 어렵고 위험하고 시간이 걸리는 일만 남게 된다. 거기서 용병들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안전하지만 보수가 적은 의뢰를 하느냐 위험하더라도 큰 보수를 노리고 목숨을 거느냐.”


러스터가 익숙하게 통의 뚜껑을 열었다.


“파티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파티를 하면 보수를 나눠야 하는데 보수를 나눠도 만족할만한 의뢰는 많지 않다. 파티를 구했다고 해서 서로를 신뢰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돈에 눈이 멀어 파티를 배신하거나 목숨을 잃는 것이 두려워 임무 도중 도망치거나... 말이 많았군. 주저리주저리”


“아니에요.. 저는 일이 그렇게 힘들 줄은 몰랐어요..”


“젊은 놈들이 낭만이니 뭐니 새로운 세상을 경험한다고 하느니 하는 뭣 모르는 소리를 해대니 그럴 만도 하지, 하기사 그것도 틀린 말도 아니긴 하다. 분명 버티고 버텨서 살아남은 놈들은 평생 농사나 지어도 얻지 못할 돈을 벌수도 있기는 하니까.”


러스터는 통 안에 들어 있던 딱딱한 음식 하나를 꺼내고 통의 뚜껑을 닫았다. 통의 뚜껑을닫자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리에-비나는 생각해냈다. 통에서 바람을 전부 빼내면 진공상태라는 바람이 없는 상태가 되는 데 그 상태에서는 음식이 쉽게 썩지 않는다는 글을 말이다. 아리에-비나도 받은 통에서 음식을 꺼내 그것을 먹었다.


‘맛없어. 딱딱해.’


수분이 없어 굳어 딱딱해지고 아무런 조미료도 들어가지 않아 맛이 없었다. 음식을 먹고 맛이 없다고 찡그리는 그런 맛이 아니라. 진짜 오미의 맛 중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떻게 이걸 아무렇지도 않게 먹는 것인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들 묵묵히 그것을 먹고 있었다. 아리에-비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떻게 모두 아무렇지도 않은 건지 말이다. 미쳐 꺼낸 음식도 다 먹지 못해 통에 넣으려고 하는 것을 사형인 바이온이 잡았다. 꺼낸 것은 다 먹어야 한다고 말이다. 어째서 라고 물었지만 사형은 답해주지 않았다. 말없이 웃는다. 답해주지 않는다. 이럴 때는 그냥 시키는 대로 하라는 말이었다. 맛없고 딱딱한 음식을 오물거리며 간신히 다 삼키고 주어진 물통에서 물을 마시는 것으로 오늘의 저녁은 끝이 났다. 배고프고 힘들었다. 온 종일 긴장하고 경계하며 다닌 탓에 기운이 없었다. 할 수 있다. 자신 있다고 말했지만 자신이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이곳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비나는 잠들었네요.”


바이온이 금세 잠이든 비나를 보고 말했다. 힘들었을 것이다. 피가 섞이지는 않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하나하나 챙겨주며 키운 동생이나 다름없는 아이였다. 그래서 걱정되었다. 아직 진짜 힘든 일은 시작도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지금이라도 돌려보내야 하는 거 아냐?”


“러스터 형님”


“강한 초능력을 가졌다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아직 어리고 너무 여려. 지금까지는 아무 일도 없었지만 앞으로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패닉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강하고 자시고 일하는 데 방해에 불과해. 아니, 방해하는 걸로 그치면 다행이지 패닉상태에서 미친 짓을 하다가 몬스터에게 발각되면 진짜 끝이다.”


바이온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비나의 요구를 거부했어야 했다. 스승님의 만류를 비나의 견문과 지식을 위해서라는 말로 설득과 논쟁 끝에 겨우 허락받을 수 있었다. 비나가 이번에는 반드시 꼭 가야겠다며 고집 부리던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소원이라고까지 말하는 비나를 말릴 수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막았어야 했는데...”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 지금이라도 마을로 돌려보낼 수 있으니까. 여기가 진짜 마지막이다. 더 앞으로가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일이 끝날 때까진 못 돌아가.”


어둠이 지고 달빛이 비추는 밤

숲속의 벌레와 어둠속에서 살아가는 새들의 울음과 노랗게 빛나는 눈이 숲을 바라본다.


“저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형님.”


러스터가 인을 바라본다. 모든 결정권은 인이 가지고 있었다. 아리에-비나가 거부하던지 바이온이 감싸던지 상관없었다.


“아리에-비나도 데리고 간다. 애초에 그럴 셈으로 파티에 데려 온 것 아닌가?”


“그렇지만 형님, 저도 친분 있는 애새끼가 죽는 걸 보는 건 좀...”


“안 죽는다. 모두, 전부 사지 멀쩡히 돌아갈 거다.”


“휴.. 저는 분명 말렸습니다.”




러스터는 더는 상관하지 않겠다며 어깨를 으쓱했다. 달빛 밖에 없는 어둠에 그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그들 모두 자세히는 보이지 않았지만 러스터가 어떤 마음으로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는 알 수 있었다.


“의외로 상냥하시네요.”


“뭐가?”


“아니에요. 아무것도”


“싱겁긴”


마리안과 러스터의 말을 마지막으로 그곳에는 고요함만이 남았다.

다음 날 새벽이 밝았다. 새들의 울음이 청명한 소리를 낸다. 인이 기척을 내며 몸을 일으키자 파티원 모두가 하나 둘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가장 늦게 일어난 것은 아리에-비나였다. 아직 피곤이 가시지 않은 듯 잠에서 완전히 깨지 못한 표정이었다.


“준비 됐으면 이제 출발한다. 오늘부터 본격적인 탐색에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묻겠다. 지금이라도 돌아갈 인원 있나?”


모두의 시선이 아리에-비나에게로 향한다. 아리에-비나는 단호하게 눈을 크게 뜨고서 말했다.


“저는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만약 제가 문제가 된다면!”


“그럼 됐다. 출발한다.”


인은 아리에-비나의 말을 일부로 중간에 끊었다. 지금 이 순간 아리에-비나는 반드시 이번 임무에서 큰 활약을 하겠다고 다짐하였다. 무시와 모멸로 자신을 보았다면 코웃음을 쳤겠지만 걱정과 불안으로 자신을 바라보니 오기가 솟았다. 자신은 약하지도 무능력하지도 않았다. 얼마든지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었다. 짐덩이가 아니었단 말이다! 바이온은 이런 비나의 생각을 대충 눈치 챈 듯 했지만 별로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설마- 무슨 일이 있겠냐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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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차를 타고오는 개들 +1 21.06.03 20 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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