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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의 도전 님의 서재입니다.

시작은 어렵다는 말을 누구라도 한번쯤은 들어 본적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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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의도전
작품등록일 :
2021.06.01 18:39
최근연재일 :
2021.06.05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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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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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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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4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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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경계 너머로

DUMMY

파티가 인을 따라가다 멈춘 곳에는 정말 동굴이 있었다. 인이 안을 확인하고 파티를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인은 가장 먼저 아공간에서 담요를 하나 꺼내 아리에 비나에게 감싸주었다.


“정말, 괜찮을까요?”


바이온의 눈이 흔들렸다. 두려움 가득한 눈이었다. 인은 그를 다독여주었다.


“괜찮다. 내가, 너희 모두 사지 멀쩡히 돌려보낸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렇습니까..? 죄송합니다. 전부 제 잘못입니다... 제가 비나의 부탁을...”


“네 탓이라면 내 탓이기도 한 거지. 아리에-비나를 데려 온 것은 너지만 파티에 참가시킨 것은 나다. 만약 능력이 없다면, 내가 보기에 부족했다면 파티에 참가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그렇습니까?”


“너도 쉬어야겠다. 마법사의 정신이 흐트러지면 사용하는 마법도 흐트러지는 법이다. 정신을 가다듬고 평정을 유지해라. 두려움과 공포에 사로잡히면 네 심장에 있는 서클이 더 크게 요동치게 된다. 중요한 순간, 필요한 순간에 부족했다는 말은 듣기 싫다.”


“비나에게 하셨던 말씀이시군요. 사형인 제가 나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겠지요. 알겠습니다. 신경 쓰게 해서 죄송합니다.”


바이온이 비나의 옆에 앉아 비나를 살폈다.


“꼬맹이 괜찮은 거 맞습니까?”


러스터가 인에게 다가와 물었다.


“육체적으로 큰 이상은 없다. 내가 마법으로 몇 번이고 정밀검사 했으니 맞다. 피로와 스트레스 때문에 잠시 힘들어 하는 것뿐이다.”


“하아.. 저는 대체 왜 애를 데리고 오신건지 모르겠습니다. 형님 생각이시니 따랐던 거지만 왜 이렇게 위험한 임무에..”


“너희 전부를 돌려보내는 정도는 내 역량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필요한 정보도 거의 다 모았다. 임무도 거의 다 끝나간다.”


“휴우.. 알겠습니다. 참, 저는 모르겠습니다. 모르겠어요.”


러스터는 한숨을 쉬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러스터의 말이 사실 맞았다. 아리에-비나는 데려와서는 안 되는 임무였다. 우리는 모험을 하러 온 것도 여행을 온 것도 아니었다. 왕국의 의뢰를 받아 일을 수행하는 용병으로 온 것이었다. 어쩔 수가 없었다. 등의 말 따위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용병에겐 실패하느냐 성공하느냐 두 가지의 결과 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인은 저 아이를 데리고 가야한다고 느꼈다. 이유도 근거도 없지만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인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였다. 이익과 가치계산에 근거를 두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 그런 행동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 주었지만 그렇다고 ‘감’이라고 하는 것에 의존하는 행동은 너무 위험했다. 이번 임무야 혼자서도 해결할 수 있는 임무였기에 아리에-비나의 동행을 허가 했지만 과연 그것이 옳았는지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아마 이게 맞았겠지. 시작의 신, 그것의 답이니까.’


시작의 신는 완전한 답을 내려준다. 시작의 신이 준 답을 해석해 가장 올바른 답을 찾을 수만 있다면 답을 구한 자에게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하지만 시작의 신이 준 답은 인간의 지식과 지혜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고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옳다고 생각되는 답과 정반대의 답을 줄 때도 많으니 시작의 신이 준 답을 따를지 따르지 않을지는 각자가 알아서 선택해야 했다. 시작의 신이 준 답 그것의 창을 본다.


『 경계에서 부는 바람


왕국의 바깥 만들어진 선 밖에 바람이 불고 있다. 붉은 산이 막아주었던 바람이 이제 산을 넘어 올 것이다. 이제 그들은 거센 바람에 대비하여 준비해야 할 것이다.


강철로 만든 성벽을 짓고 그 위에서 아래를 내려 보는 자들과 눈부신 휘광을 감고 눈감은 이들이여 몸을 움츠리고 다가오는 바람에 준비하라.


붉을 산을 넘어 그 세상을 보고 기록할 자를 찾아 그의 도움을 청하라. 그의 뜻을 따르며 그의 뜻대로 행하게 하라. 그러면 그가 자신의 무리를 이끌고 붉은 산을 넘어 그곳을 이야기 할 것이니


비바람과 번개가 하늘에서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타버린 잔해들만 남을 것이니 너희는 그것을 알라.


전부를 지배하고 모든 것을 가진 높다란 곳에 앉은 자가 붉은 산을 넘을 것이다. 그리고 그 땅은 그들의 것이 되리니


너희는 준비하여 어서 그를 맞이할 준비를 하라. 그것이 너희의 세상을 보다 더 확장시킬 것이니. 너희는 빛나는 미래를 마주하리라. 』



시작의 신의 답은 모호하기 짝이 없었다. 이것이 세상 그 어떤 현자의 말보다 완전한 답이라는 것이다. 그것을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누구도 의심한다 말하지 못한다. 실제로 그 답을 올바르게 해석하여 답을 실천한자의 이야기에서 과연 위대한 시작의 신의 답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하나만 아는 눈감은 자들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왕국과 성직자들이 모여 해석한 이번 시작의 신의 답은 아마 이럴 것이었다.

왕국의 경계에서 무언가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인간들은 그것에 대비해야 한다.


강철로 만든 성벽 그 위에서 아래를 내려 보는 자들은 왕국이며 눈부신 휘광을 감고 눈감은 자들은 성직자들이다. 몸을 움츠리고 다가오는 바람에 준비하라. 는 다가오는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정도로 해석했을 것이고


붉은 산을 넘어 그 세상을 기록할 자를 찾아라. 그의 뜻을 따르며 그의 뜻대로 행하게 하라. 이 두 가지는 기록을 할 수 있는 마법이나 아이템을 가진 사람를 찾아서 그가 주관하게 하여 일을 처리하게 하라 라는 말로, 뒤의 붉은 산 너머의 이야기는 정찰과 탐색하고 얻은 경계의 밖에 대한 정보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비바람과 번개가 하늘에서 떨어져 그곳에는 타버린 잔해가 남는다는 것은 경계의 밖에서 ‘신의 징벌’이 일어나 그곳을 파괴한다는 의미이고, 전부를 지배한 높은 곳의 앉은 자는 왕국의 왕을 뜻하며 붉은 산을 넘는다는 의미는 경계를 넘는다는 의미로, 마지막의 준비하여 그를 맞아하라. 빛나는 미래를 마주한다. 는 말은 왕이 행하게 될 위업과 더 나은 왕국의 `미래를 뜻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금에 와서 이 내용을 다시 보니 헛웃음이 나왔다.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그가 보기에는 완전히 틀린, 그들이 해석한 것과 완전히 달랐다. 인간들은 여기서 나온 ‘그’가 당연히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 인간 이외의 종은 전부 ‘몬스터’였다. 인간을 먹잇감으로 삼는 인간의 ‘적’들 결코 ‘그’라고 지칭할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그러니 시작의 신이 말하는 ‘그’란 오직 ‘인간’만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라는 것을 대부분의 인간들은 몰랐다. 특히 신을 믿는 왕국인 만큼 신의 의심하는 행위를 불경죄라고 말하는 세계에서는 더욱 알려고 하지 않을 것이었다.


‘나는 모른다. 말해도 의미 없고 말한다고 해도 의심받거나 불경죄라며 죄를 물을 게 뻔하다.’


그래도 나오는 안타까움에 헛웃음이 나왔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알아도, 보아도. 눈감아야 한다면 그것은 알지도 보지도 않은 것이었다.


“나는 나가서 정보 수집을 하겠다. 너희는 여기서 쉬면서 적을 경계해라.”


“이제 어두워집니다. 달이 밝은 날이기는 해도 괜찮으십니까?


“나는 밤눈이 밝다. 오늘 같은 날이면 아무 상관없다.”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루페아스와 대화 후에 인은 동굴에서 나갔다. 아무리 인이라고 해도 어두운 밤에 홀로 정찰을 나가는 것은 위험한 일일 것이었다. 하지만 어째서 인이 지금 무리를 하면서까지 움직이는 이유는 모두 대충 알 수 있었다.


“저... 때문이겠죠?”


아리에-비나가 누워 입을 열었다. 그 옆에 앉아있던 바이온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모두가 그 말에 선뜻 잎을 열지 못했다.


“너 때문은 아닐 거다.”


“네? 러스터 아저씨? 그게 무슨..”


“끙, 나도 인, 저분을 아주 잘 알지는 못하는 데. 동정이나 연민 때문에 움직이는 사람은 아니라는 거다.”


“정말 그런가요... 제가...”


“거 참! 아니라면 진짜 아닌 거다. 내가 왜 거짓말 하냐?! 너는 저 분의 진짜 모습을 못 봐서 그래.”


러스터는 침을 삼켰다. 젊었던 자신이 떠오른다. 그 날도 달빛이 밝은 날이었다. 멍청하게 기사들에게 시비를 걸었고 놈들의 명예를 건들었다. 썩어 빠진 것들도 기사라고 서로 협력하며 자신을 몰아세우는 데 이길 수가 없었다. 그렇게 놈들과 싸우며 죽을 위기에 처했던 자신을 인이 구해주었다. 기사 셋을 몇 번의 칼부림으로 무력화시키고는 그 자존감 밖에 없는 기사 놈들을 쫓아냈다. 그 때 자신을 도와 준 인에게 평생 해본 적 없는 감사 인사를 하려던 차, 인의 목검이 자신의 머리에 강타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황당해 하는 자신에게 무차별적인 공격이 시작됐다. 정말 죽기 직전 까지 맞았다. 중간에 반격을 해도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정신을 잃고 깨어난 다음 날 후드를 쓰지 않은 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자신보다도 나이가 어려보이는 어린놈이 자신을 패버렸던 사실에 자신의 자리 근처에 있던 무기에 손에 갔지만 곧 가슴을 가라앉히고 인과 대화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자신보다 강한 것은 물론이고 자신을 구해준 것도 인이었으니까.


“복수하지 않는 거냐?”


가슴이 순간 뛰었지만 아무렇지 않게 인과 대화 했다.


“어.. 음.. 그러니까...고맙다...?”


퍼어어어억!!!


이번에는 보이지도 않는 공격이 머리를 강타했다. 얼마나 강력한 공격이었는지 러스터의 몸이 그대로 땅바닥에 쳐 박혀버렸다.


“커어어억!!!”


“고맙습니다, 라고 존칭도 못하나? 이거야 원, 더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나이도 어려보이는 놈이 나이든 늙은이처럼 말하는 모습에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 들었을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그 후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는지는 생각하기조차 싫었다. 진짜 죽는 거보다 더 힘들었다. 진짜 죽는 게 차라리 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분이 이유가 있으니 하시는 일이다. 인이 안 계시는 지금 이 자리에서 그 분을 말하는 게 좀 그렇긴 한데.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무서우신 분이다. 그러니까 그 분이 정말 괜찮다고 하면 정말 괜찮은 거다. 내 말을 믿으라는 게 아니라. 그 분 말을 믿으라는 거다.”


“러스터는 인을 잘 아시나보네요.”


“나도 자세히는 몰라. 아는 것도 못 말해. 함부로 입을 놀렸다가는 맞아 죽을 수도 있다. 나는 농을 잘 못하는 데 몇 놈들은 이게 농인지 알더라.”


“인에게 맞아 죽을 뻔 했나요?”


“윽! 후, 그럴 뻔 했다 이거다. 내가 이런 이야기 했다고 하지 마라. 진짜 나 죽는다.”


“인이 러스터를 압도 할 만큼 강한가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요?”


“말해서 뭐하냐. 끝도 없는 업적을 쌓으신 분인데. 알면 알수록 두려우신 분이다. 그러니 그 분 말은 믿을 수밖에.”


“두렵기 때문에 믿는 거군요.”


“아니다. 그게 아니다.”


러스터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그가 가진 힘을 두려워하며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가 살아온 삶을 경외하기에 존경하기에 따르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분의 말이라면 믿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존경과 경외심, 인간이 다른 누군가를 정말 순수하게 존경할 수 있을까? 만약 있다면 어떤 삶을 살았어야 했을까?


“... 아니 됐다. 내가 말이 많았다.”


“러스터를 보니 인은 정말 대단하신 분인가 보네요.”


“비나야, 우리 비의 탑을 세울 때도 인이 도움을 주셨단다.”


“저도 들었어요. 대단하신 분이네요.. 저와는 다르게...”


무어라고 답해야 우는 아이를 달래줄 수 있는지 여기 있는 모두가 알지 못했다. 눈물을 흘리지는 않고 있지만 분명 울고 있을 아이에게 무어라 위로해주어야 할까. 할 수 있는 말 따위가 있을 리가 없었다. 왜냐면 파티에 짐이 되고 있는 것은 실제로 맞았으니까.


“러스터 물어 볼 것이 있다.”


“뭐야 파프가, 네가 뭘 물어보려고?”


“ ‘그’를 정말 경외할 존재라고 생각하는 거냐?”


“또! 싸우자는 거냐? 싸우고 싶다면 받아주겠다만 일이 끝난 뒤로 미루고 싶은데.”


“아니다. 싸우자는 소리가 아니다. 그저 묻고 싶었다.”


“어째서지?”


“그건 이야기해줄 수 없다. 하지만 듣고 싶다.”


“너희들 성직자들은 인에 대해 잘 안다고 하지 않았나? 근데 왜 나한테 묻지?”


“부탁한다. 러스터여, 들려줄 수 있나?”


“내 말은 듣지도 않는군. 쯧, 그래 나는 진짜 그렇게 생각한다. 받은 도움도 그분이 가진 힘도 그분이 살아온 삶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못 살아.”


“저도 한 마디 거들자면 그분께 은혜를 받은 사람들은 한 둘이 아닙니다. 가난해서, 종족이 달라서, 신을 믿지 않아서 등의 많은 고통을 받고 세상을 저주할 수밖에 없던 이들을 그는 구원하였습니다. 신을 믿는다고 해도 들어주지 않았던 것을 그는 세상의 편견과 악의에 맞서 싸워주셨습니다. 과거 인간 이외의 종에게 향했던 무분별한 적대와 혐오에 정면으로 맞서신 분입니다. 인간만이 종의 정점이라며 다른 모든 종을 학대하던 그 시대를 변화시키는데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던 존재입니다. 그런 분을 감히 어떻게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신을 믿는다면 구원받을 수 있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만이 그랬지요. 크루세이더 파프가, 나 같은 혼혈조차 천대 받고 경멸받으며 목숨의 위험을 평생을 걸쳐 겪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당신들의 잘난 신들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제발, 제발, 나를 구해달라고 신께 간절히 기도해도 들은 체도 하지 않던 신들을 내가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다. 믿음은 모두를 구원해줄 것이다.”


“확실하게 말해주지요 파프가. ‘모두’가 아닙니다. 나만 그 모두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인간들조차 대부분 그 ‘모두’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어쩌면 신께서는 모두에게 공평하실지 모릅니다. 하지만 신을 믿는다는 ‘성직자’들은 공정하지도 공평하지도 않지 않습니까?”


“그것은...”


“저도 신께 기도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가난하고 쓰레기통을 뒤지며 살아갈 수밖에 없던 버림받은 아이들 전부 미친 듯이 신께 기도했었을 것입니다. 제발 나를 구원해달라고 제발 나를 살려달라고. 제발 제발”


“후... 당신들은 그런 우리를 이렇게 매도했지요. 너희는 신을 믿지 않는다고. 너희는 신을 믿을 자격조차 없다고. 너희는 신께서 버린 존재라고”


“나는 인간이 싫습니다. 인간답게 라는 말로 위선을 떠는 인간들이 싫습니다. 그 무엇보다도 탐욕스럽고 욕망 밖에 없는 종들이 감히 ‘선하다’라는 말 따위를 짓 걸이는 것에서 역겨움을 느낍니다.”


“당신도 과거에 아픔이 있었을지 모릅니다. 당신도 피해자 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결국 당신은 구원받지 않습니까? 하루에도 수백 수천 명이 굶어 죽어가고 몬스터들에게 잡아먹히고 같은 인간들에게 죽어나가는 현실 앞에서 구원받지 않았습니까? 나는 당신이 어째서 아파하는지 모르겠군요. 무엇 때문에 인을 원망하는 모르겠습니다.”


......


파프가는 입을 움직였지만 말하지 않았다. 그는 눈을 감았다. 루페아스는 흥분을 숨을 몰아쉬며 잠재웠다. 러스터는 잠시 동굴 앞에 있겠다고 하고 자리를 비웠다. 마리안과 바이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리에-비나는 저 모든 게 자신의 탓이 아닐까 싶었다. 처음 여정을 시작할 때만해도 우리는 이러지 않았는데... 전부 자신이 나약한 탓이었다. 다 자신이 억지를 부렸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울고 싶었지만 울 수 없었다. 운다면 정말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을 것만 같아서. 어둠을 눈부시게 빛내는 달빛이 비추는 숲속에서 늑대의 울음소리가 울렸다. 유독 오늘따라 그 늑대소리가 크게 느껴졌다. 떨리는 몸을 웅크려서 겨우 잠재웠다. 괜찮을 거다. 괜찮을 것이다. 괜찮다고 했으니 괜찮아 질것이었다. 아리에-비나는 눈을 감고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




그러나 잠이 오지 않았다.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계속해서 머리에 맴돌기만 했다. 아리에-비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형은 피곤했는지 옆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잠시 동굴에 나가 시원한 바람을 느끼고 싶었다. 그 모습을 루페아스가 보았지만 아직까지 동굴 입구에 앉아있는 러스터를 보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어디 가는 거냐?”


동굴 바깥으로 나가는 아리에-비나를 본 러스터가 물었다.


“잠깐 바깥바람 좀 쐬려고요.”


“아픈 녀석이 쉬지 않고, 그리고 너 어디 가면 안 된다.”


“안 가요. 소변도 좀 놓고 오게요.”


“그럼 같이 안 간다. 빨리 와라. 민망해도 동굴 바로 근처에서 해라.”


“네에. 알겠어요.”


달빛이 정말 밝은 날이었다. 달이 가득 찬 날, 일설로는 마나가 가장 풍부한 날이라고도 하지만 실제로는 아니라고 한다. 달이 밝아서 마나가 풍부한 것이 아니라. 밤에 마나가 더 무거워져 지상으로 가라앉기 때문에 밤에 사용하는 마법이 더 효율이 좋은 것이라고 스승님께서 말씀하셨다. 지식이란 끊임없이 확장하기에 완전한 답인지는 스승님도 모른다고 하셨지만 어느 정돈 정설로 받아들이는 지식이라고 하셨다.


잠이 안 오는 날이 있었다. 그런 날이면 밤바람을 맡기 위해 창문을 열었다. 달이 떠오른 밤에 창문을 열면 열려진 창문으로 달빛이 들어왔다. 밤하늘에 고고하게 떠있는 달을 보며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었다. 평소와 같이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어쩐지 달이 더 작아보였다. 달이 더 멀어 보였다. 오늘따라 떠오른 밤하늘의 달이 외롭게 보였다.


“춥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아파서 그런 걸까? 이상하게 어지러웠다. 내가 이렇게 나약했나 싶었다. 의지나 노력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것도 세상에는 있는 걸까? 노력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세상에는 있는 걸까? 모르겠다. 머리가 아팠다. 생각하기 싫었다.


소변을 놓고 돌아갈려는 찰나 향기로운 냄새가 아리에-비나의 코에 닿았다.


“어? 이게 무슨 냄새지?”


코끝을 스치는 향기로운 향이 느껴졌다. 살아생전 처음 맡아보는 기묘한 향기, 그러나 결코 거부감이 느껴지는 향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이 기묘한 향에 몸을 맡기고 싶은... 그런...


향기가 짙어져 간다. 좀 더 맡고 싶었다.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리에-비나는 향기가 나는 쪽으로 무언가 홀린 듯 걷기 시작했다.


“꼬맹아, 뭐하냐?”


러스터가 아리에-비나를 부른다. 소변이라면 충분한 시간이 지났다. 꼬맹이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꼬맹아?!”


한 번 더 불러본다. 그러나 답하지 않는다. 이상함을 느낀 러스터가 다급히 아리에-비나가 있던 곳으로 가 본다. 보이지 않았다. 동굴 주변을 급하게 둘러봤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하... 미치겠군.. 일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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