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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 히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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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작품등록일 :
2022.05.11 12:54
최근연재일 :
2024.06.19 19:30
연재수 :
2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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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53
추천수 :
315
글자수 :
3,681,922

작성
22.05.2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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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20쪽

15

DUMMY

“하아아움······ 안녕하세요, 어머니.”

“그래. 잘 잤니?”

“후······우으음······ 네. 잘 잤어요.”


잘 잤다고 하는 말과 달리 리아는 방에서 나오며 늘어지게 하품했다.



“아······. 아버지 벌써 가셨구나.”


둘러보는 방안 어디에도 이스카르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 출근했으리라.


최근 매번 이렇다. 늦잠 자는 일이 많아져 출근하는 이스카르를 배웅하지 못할 때가 많아졌다.


‘기분 탓이면 좋으련만······.’


리아는 아직도 나오려는 하품을 참고 의자에 천천히 앉았다.


냅다 달려가 앉던 평소와는 달리 상당히 조심스럽다.


이는 비단 오늘의 일만은 아니었다. 최근에는 될 수 있으면 움직이는 것을 자제했으며, 만약 움직이더라도 행동 하나하나에 유의하며 지냈다.


미소를 띤 리아는 요즘 잘 때도 벗지 않는 앞치마를 내려다봤다.


커다란 주머니가 달린 앞치마에는 거무칙칙한 칠흑의 알―― 얼마 전에 주워 왔던 그 알이 들어있었다.


잠시 애정 어린 손길로 쓰다듬던 리아는 부엌에서 요리하는 중인 필리아에게 시선을 옮겼다.


사실 필리아는 이 시간엔 집에 없고 밭쪽에 나갔어야만 했다. 하지만 알을 키운다고 했을 때부터 한동안 쉰다고 하여 남게 됐다.


물론 감시겸 딸을 보필하기 위해.


앞치마도 알을 낑낑거리면서 안고 다니는 게 안쓰러웠던지 낡은 앞치마를 수선해 준 것이었다.


덕분에 여러모로 지내기 편해서 좋긴 하지만 약간······ 아니, 솔직히 많이 부담된다.


‘억지를 부린 이상 달게 받아들여야겠지. 근데 왠지 요즘 마력 모으기가 힘들던데 이유가 뭐지?’


들뜬 마음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대기의 마력을 끌어오기만 하면 이상하게도 도중에 흩어져버리기 일쑤였다. 덕분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했던 마력레벨 올리기도 잠시 쉬게 되었다.


이렇게 된 건 알을 가져온 다음 날부터인데······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이 아이는 착한 아이인걸.’



“그렇지? 아이리스. 헤헤······”


아이리스라는 이름은 자신의 이름에서 따와 지은 것으로, 남녀, 어떤 성별이라도 어울릴 최고의 작명이었다.


다만 이 이름을 들은 부모님―― 특히 이스카르가 난색을 보였다.


어떤 마수, 마물일지 모를 알에게 딸의 이름을 딴 것이 마음에 안 들었나 싶었지만, 딱히 그런 건 아니었는지 이스카르는 눈물을 흘리며 “벌써, 아직” 같은 소리를 했다.

참고로 이후 필리아에게 맞고 진정하게 되었다.


또 한 가지 의외였던 건 아이리스에 대한 반응이었다.


가족들은 여태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은 것이다. 하물며 이스카르의 경우 오히려 거리낌도 없이 친근하게 말을 걸어주기도 했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마을 주민들도 지나가다가 마주치면 신기하게 보기만 할 뿐, 그 이상의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개중엔 아이리스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는 사람까지 있었다.


잭과 에이브안에게 사정을 들었다고는 했지만 다들 정말 고마웠고 매번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면목이 없었다.


그래서 손을 걷어붙여 한창인 밭일을 도와주러 갔다.


······하지만 배가 부른 아이에게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임산부 취급을 당하고 바로 쫓겨났다.


‘제법 충격적이었지. 신경 써주시는 건 알겠지만 아직 7살인데······’



“다 먹었니?”

“어. 네. 잘 먹었습니다.”

“그래. 오늘은 어디에 갈 거니?”


오늘도 빠지지 않고 따라올 셈인지 바로 예정을 물어본다.


거부권이 없었던 리아는 얌전히 대답했다.



“할아버지 집에 가보려고요.”

“촌장님······? 물어볼게 있는 거니?”

“네. 마력레벨······ 그러니까 마력이 잘 안 모여서요. 모일라치면 자꾸만 흩어져버리거든요.”

“······.”


말을 잃은 필리아가 얼굴을 굳힌다.



“아, 아니에요! 이 아이는 아니라구요. 아이리스는 착한 아이예요!”

“알겠어. 미안한 소릴 했어. 그러니까 빨리 촌장님에게 가보도록 하자.”

“아······안 믿고 계시는 거죠?”

“당연히 믿는단다. 믿으니까 얼른 가봐야지 않겠니? 무슨 문제인가 확인하러.”


확실히 맞는 말인 듯도 하고······


왠지 지레짐작으로 제 무덤을 판 기분을 지울 수 없었지만 리아는 손을 잡고 이끄는 필리아를 따라 밖으로 나섰다.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한 필리아. 도중 만난 주민들이 반갑게 인사해도 대충 무성의하게 대꾸해줬다. 그런 필리아의 분위기에 압도된 주민들은 더 이상의 말 없이 길을 비켜줬다.


그렇게 도착한 촌장의 집.


필리아는 바로 문을 두들겼다.



“아빠! 나 왔어요.”

“그래. 네가 어쩐 일로······ 오! 리아야! 어서 오렴. 잘 왔단다.”


정말 반갑다는 양 에이브안은 귀찮다는 듯 찡그려져 있었던 얼굴을 활짝 폈다. 필리아는 그런 자신의 아버지를 차가운 눈으로 봤지만.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물어볼게 있어서 찾아왔어요.”

“그래그래. 언제든 찾아와도 괜찮단다. 아니다. 그냥 문을 떼어 놓을까?”

“바보 같은 소리는 그만하고 얼른 들어가요. 네? 촌장님······?”


차갑디차가운 필리아의 목소리와 시선에 에이브안은 딱딱하게 얼굴을 굳히더니 곧장 안으로 안내했다.


뭔가 무거운 분위기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에이브안이 일어섰다.



“차······! 그래. 차를 타오마. 금방 다녀오지.”


일방적으로 그 말만 남기고 에이브안은 허둥지둥 부엌으로 향했다. 어딘가 도망치는 느낌이랄까.


그 도망치는 대상은――


위기 센서가 자극당한 리아는 거기에서 생각을 멈추고 아이리스나 보듬기로 했다.



“후우. 기다리게 했다.”


오래 걸리지 않아 침착해져서 돌아온 에이브안은 슬쩍 필리아를 쳐다보고는 안심하더니 자리에 앉았다.



“물어볼 게 있다고 했니, 리아야?”

“네······”


고민됐지만 리아는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실은 마력이 잘 안 모여서 여쭤보려고요.”

“응? 대기의 마력 말이니?”

“맞아요. 끌어오는 도중에 자꾸만 흩어져요.”

“흐음. 여태 잘해오던 일이 어째서······ 혹시 짚이는 이유가 없니?”

“······.”


리아는 입을 다물었다.


‘어, 어머니의 시선이 따가워. 하지만 이 아이는 아닌걸······ 응. 그럴 리가 없지. 분명 착한 아이이니까. 혹시 만약 그렇더라도 태어날 때까지 마력레벨을 높이지 않으면 될 뿐이고 아무 문제 없잖아. 그렇지?! 역시 별것도 아닌 일이었지? 맞아. 할아버지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었던 거야!’



“······필리아. 그런 눈으로 그만 보고 잭이나 데려와 봐라. 그라면 알지도 모르지.”

“알겠어요. 나중에······ 이건 제대로 짚고 가요.”

“지, 짚고 갈 일이 아니야. 이제 익숙해져라!”


자기들만 통할 대화를 주고받고 필리아는 부탁에 따라 밖으로 갔다.


오래 기다려진 않아서 차를 마시고 있으니 금세 잭과 돌아왔다.



“촌장님, 무슨 일―― 리아? 혹시 알 때문인가요?”

“안녕하세요, 아저씨. 근데 알이 아니라 아이리스에요.”

“어. 아이······리스라고? 저기, 필리아······?”

“저한테 묻지 마세요.”

“좋은 이름이죠, 아저씨?”


얼떨떨하면서도 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좋은 이름이긴 하구나······”

“헤헤. 그렇죠?”


잠시 황당하다는 시선이 이어졌으나 잭은 이내 에이브안에게 고개를 돌렸다.



“촌장님. 그래서 저는 무얼 하러?”

“그렇지······ 잠시 일로 와보게.”


조금 거리를 벌린 둘은 조용히 쑥덕거렸다. 상당히 조심했던 모양으로 목소리는 작아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한동안 비밀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어느 정도 정리됐는지 돌아왔다. 그리고 고개를 내려 묘한 시선을 보내왔다.


왜 그러는지 물어보려던 찰나 잭이 입을 열었다.


“리아, 우선 지금처럼 된 게 알······ 아이리스를 데려오고 나서니?”

“아니에요! 이 아이가 그럴 리는――”

“――진정해라. 확인하는 것뿐이니. 추궁하려는 게 아니야.”


차분하게 바라보는 잭의 눈빛에 리아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대답했다.



“네. 사실 다음날부터 안 되긴 했어요.”

“그렇구나. ······흐음. 촌장님, 어쩌면――”


잭은 다시 에이브안과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에 불길함을 느낀 리아는 필리아를 올려다봤다.



“어머니······

“괜찮아. 조금만 기다려보자?”


여전히 불안했지만 미소 지어주는 필리아를 믿고 방해하지 않도록 조용히 있었다.


그렇게 기다리니 결론이 났는지 두 사람은 뒤를 돌았다.



“리아야. 혹시 요즘 피곤하지 않니?”


에이브안의 물음에 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요. 아침에 일어나면 피곤하긴 하더라고요. ――아앗! 아녜요. 아이리스를 돌보느라 그런 거예요. 네. 분명 마력이 안 모이는 것도 피곤해서 일 거예요.”

“혹시 너의 마력량은 확인해봤니?”

“네? 어, 잠시만요. ······으응? 어라······? 아, 아니. 마력량은 비슷해요! 진짜요!”

“나도 큰 차이가 없다고 느꼈다. 하지만······ 후우. 표정을 보아하니 다른 일이 있다고 여겨진다만?”


리아는 뜨끔했다.



“아, 아니요~ 평소랑 똑같은데요? 다른 건 아~무것도 없어요. 표정이 원래 우스꽝스러운 탓에 착각하셨나 봐요.”

“하아······ 혹시 그 알―― 아이리스에게 마력을 빼앗기고 있니?”

“어, 어떻게?! ······앗?!”


뒤늦게 입을 막아봤지만 이미 늦었다. 모든 걸 확신한 에이브안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난 느껴지지 않지만 역시나구나. 잭, 설명을 부탁해도 되겠나?”

“맡겨주시죠.”


선뜻 수락한 잭은 앞으로 다가왔다.



“리아. 사실 아까 네 상태를 물어봤던 건 말 그대로 확인하기 위해서였어.”

“뭐, 뭐를요?”

“아이리스가 ‘고위’마수나 마물의 알인지를 말이야.”

“에?”

“넌 모르겠지만 알이나 유충 중에서는 품고 있는 자에게 영향을 끼치는 게 있어. 물론 다른 것들도 전부 영향을 끼칠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보통은 본인도 모를 수준이 아닐까 싶어. 약간 상태가 나빠진다거나.”

“그렇다는 건······”

“십중팔구 아이리스는 고위 쪽에 속할 테지.”

“그, 그래도 큰일이 난다는 건 아니잖아요.”

“모를 일이야.”

“어째서요?!”


울컥해 따져 묻는 말에도 잭은 침착했다.



“내가 이 정보를 알게 된 건 어떤 마수 때문이었지. 정말 강한 녀석이었어. 그 녀석과 마주했을 땐 죽음까지 각오했었지. 하지만 난 녀석을 손쉽게 쓰러뜨릴 수 있었다. 막상 붙어보니 맥이 빠질 정도더라고.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

“리아, 이제 너도 알겠지만, 마수는 약해져 있었던 거야. 명백히 강력할 마수였음에도 별다른 저항을 못 할 정도로. 품고 있던 알을 지키느라 그런 것도 아니었어. 오히려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지 싸우다 본인이 밟아서 깨뜨렸지.”

“······저는 유도신문에 걸린 거군요.”

“우린 네 마력이 빠져나가는지 잘 모르겠으니까. 단순히 그렇지 않겠냐는 심증뿐이었지. 하지만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마렴. 원인이 뭔지 알아야 방도를 찾을 수 있잖아.”

“네······. 여러 가지 생각해주셔서 감사해요.”


입술은 삐쭉 나왔지만 리아는 자신을 염려해준 것임을 알기에 정중히 고개를 숙여 감사를 전했다.


그렇게 이야기가 일단락되니 걱정스레 보고 있던 에이브안이 물었다.



“리아야, 마력은 얼마큼 빨아들이고 있니?”

“벼, 별로 안 돼요. 정말 적어요. 진짜예요.”

“그렇군······ 잭, 빨아들이는 양이 늘어날 수도 있나?”

“없다고는 못하겠네요. 그때 쓰러뜨린 마수도 정말 한참~ 약해졌으니.”

“음······ 헌데 마력을 빼앗긴다 한들 마력을 못 끌어들이는 이유를 모르겠군. 피곤을 느끼는 것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육체적인 이유라기엔 아직 마력량이 충분해서 건강할 텐데······”

“촌장님도 모르시나요?”

“병이 아닐까도 싶었지만······ 저런 증상은 들어본 적이 없군.”

“그러면 역시 그때 그 마수도 그렇고······”

“알을 품는다는 행위에 뭔가가 있다는 건 확실하겠지.”


이후로도 대화를 나눠봤지만, 결론은 아이리스에게 마력을 빼앗기고 있다는 사실 단 하나뿐이었다.


거기에 더해 말하진 않았지만, 자연적으로 회복하는 마력의 양도 확 줄어 있었다. 아이리스가 얼마나 더 마력을 많이 빨아들일지 모르겠으나, 이 상태가 오래 유지되는 건 좋지 않아 보인다.


앞으로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일투성이로, 예상보다 중대한 상황이 되자 필리아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런 필리아는 적극적으로 가세하여 더 많은 논의를 했다. 그러나 정해진 것은 딱히 없었고, 일단 앞으로의 경과를 지켜보며 대응해나가기로 했다.


물론 이 상황을 해결할 아주 간단한 방법을 전원 알고는 있었다.


원인이 너무나도 명확하기에······


그렇지만 누구 하나 언급하질 않는다. 그 점이 리아는 미안하면서도 고마울 뿐이었다.


‘결국 난 모두에게 또 민폐를 끼치게 됐네······’


기가 죽은 리아는 고개를 떨궜다.


그런데 살며시 머리를 만져주는 손길이 있었다.



“리아야, 이대로 유지될 수도 있지 않느냐?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이 할아버지가 다 방법을 찾아 둘 테니.”


다정한 에이브안의 위로에 리아는 억지로였지만 미소를 간신히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바람과는 반대로 상태는 점점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촌장의 집에서 숙식하기를 3일. 기대와 달리 아이리스가 빨아들이는 마력은 점점 부피를 키워갔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괜찮았다. 그러나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그 양이 배로 늘어 점차 감당하기 버거워졌다.


대응하기 위해 계속해서 대기의 마력을 끌어모아 봤지만 여전했다. 모으면 흩어지고를 반복하여 아무런 진전은 없었고, 몸의 피로만이 쌓여갔다.


1주일이 지난 오늘에는 마력고갈에 가까운 상태까지 몰린데다, 피로도 누적되어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만 있는 신세가 됐다.


되려 그립기까지 한 상태.


이 지경이 됐음에도 아이리스를 포기한다는 선택지는 여전히 생겨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 손을 놓으면 큰일 날 거라는 예감밖에 안 들어, 이전 아이리스를 버리는 걸 상상했을 때와 똑같이 온몸이 싸늘하게 식기만 했다.


어째서 주워온 알에 이런 감정이 드는지는 아직도 도통 모르겠다.


그저 이제는 단순한 오기랄까······ 죽는 한이 있더라도 아이리스를 놓지 않으려 없는 힘 쥐어짜 꽉 안을 뿐이었다.


차마 말리지 못한 가족들에게는 또 걱정을 끼쳐 미안했지만 후회하진 않는다.


······그러나 어떤 마음이든 간에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악화만 되어가겠지.


마음을 정한 리아는 물을 먹여주는 필리아에게 말을 걸었다.



“어머니······”

“왜 그러니?”


원했던 것보다도 훨씬 작게 나온 목소리에 이젠 정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렇지만 이게 남은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저기, 할······아버지. 아버지도······”

“알았어. 잠시만 기다리렴.”


짧은 말이었지만 바로 이해한 필리아는 둘을 부르러 갔다.


그녀가 자리를 비운 동안에 리아는 천장을 올려다봤다.


‘이전 반년간 누워있던 침대에서 그때와 비슷한 상황이라니. 누워있는 것도 똑같고.’


겨우 좋아졌는데 또 쓰러지다니 꼴이 말이 아니다. 게다가 저번과는 다르게 이번엔 자신의 고집으로 인한 것이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던 리아는 허탈하게 웃었다.


도대체 뭘 하는 건지······


하지만 역시 포기할 순 없다.


――찰칵.


흔들리는 마음을 재차 다잡으니 필리아가 금방 돌아왔다. 함께 온 에이브안과 이스카르는 곧장 침대맡으로 왔다.



“리아야······”


‘아버지, 할아버지, 미안해요. 하지만 이 방법밖에 없어 보여요.’


마음속으로 사죄한 리아는 힘들었지만, 최대한 밝게 웃어 보였다.


그렇게 충분히 가족들의 얼굴을 기억 속에 새긴 리아는 시선을 돌렸다.



“어머니.”

“그래. 말하렴.”

“저······ 잠시······ 잠들 거예요.”

“무, 뭐?! 어, 얼마나! 얼마나 잠이 드는 거니? 일어―― 아니.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

“네. 얼마나 잘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일어나요. ······반드시.”

“얼마나 잘지를 몰라?”


중얼거린 에이브안은 곧 눈을 부릅떴다.



“리, 리아야, 설마?!”


‘할아버지는 뭘 하려는지 눈치채셨나 보네.’


이번엔 얼마나 잘지······ 그래도 되도록 짧았으면 한다.


마음속으로 바란 리아는 황급히 할 말만을 전하기로 했다. 얼버무리려는 속셈도 있었으나 정말 시간이 없었다.



“그······ 그럼 부, 부탁해요. 아이리스를······ 제게서 떼지······ 말아주세요.”

“그래, 리아. 그러니까 반드시 일찍 일어나렴. 알았지?”

“네. 일찍 일어······날게요, 어머니.”

“좋은 꿈 꾸거라, 리아야······”

“아버지······”

“아이리스는 걱정 말거라. 할아버지가 반드시 리아와 함께 지켜주도록 하마.”

“하······아부지.”


이젠 말할 힘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정말 때가 온 것이다. 더 이상 시간을 끌 수는 없다. 정신을 잃으면 끝이다.


리아는 빠르게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눈짓으로 작별 인사를 하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생에 첫 마법을 다시 발동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고 있다. 자신이 처음으로 쓴 마법은 잭의 무릎 위에서 바람을 일으킨 게 아니라는 것을.


진짜 첫 마법은 4살 때의 늦은 봄. 처음 마력을 모았던 그 날. 바로 그때가 생에 처음으로 마법을 사용한 순간이었다.


――자동으로 마력을 쌓고 정리해주는 마법을.


누워있는 동안에도 흡수한 마력이 폭주하는 일 없이 안정되었던 기적 같은 일. 그 자체가 마법으로 효과로 인한 현상이었다.


당시 발동된 마법은 원했던 대로 ‘못해도 평범한 아이’에 맞춰 마력을 계속 흡수하고, 안정시키는 작업을 반복했다.


――마치 로봇청소기처럼.


그리고 목표치에 도달해 눈을 뜨는 데 걸린 시간이 반년이었던 거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상태가 나빠져 누워만 있을 때였다. 문득 이전 에이브안이 말했던 내용이 떠올랐다.


――통제력을 잃은 안정되지 않은 마력은 몸을 다치게, 심하면 터뜨린다고.


그래서 깨달았다.


3년 전 멀쩡했던 자신은 이상 사태 혹은 뭔가의 개입이 반드시 있었을 것이라고.


그 뭔가는 마법이지 않을까 싶어 바로 그때와 같은 상황을 이미지하여 마법을 써보았다. 하지만 발동하지 않아 착각했나 싶었다.


그러다 마법의 발동 조건 중 하나인 ‘목적’을 떠올렸다.


지금은 당시에 세웠던 기준치를 훨씬 넘은 상태. 그래서 발동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 새롭게 목표를 수정했다.


――아이리스가 무사히 태어날 수 있을 정도의 마력량으로.


새 목표를 설정하고 바로 시도해봤다. 그러자 발동이 가능하다는 피드백이 전해져와 자신의 짐작이 들어맞았음을 깨닫게 됐다.


희망을 보았다. 이 마법은 쓴 당사자마저 강제로 반년이나 잠재우고 완벽히 목표를 완수했을 만큼 효과가 강력했으니. 분명 마력을 못 모으는 지금의 상태에서도 마력레벨을 올리는 게 가능할 터였다.


충동에 순간 바로 마법을 쓰고 싶었다. 그렇지만 이번엔 도대체 얼마나 잠들지 스스로도 알 수가 없어 발동을 자제했다.


하지만 이제 더는 방법이 없었다.


마법의 효과에 의해 멀어지는 의식 속에서 리아는 그저 바랬다.


모두가 걱정하지 않게 일찍 일어나기를······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라스티아입니다~!


다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들 되세용!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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