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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 히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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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작품등록일 :
2022.05.1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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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47,950

작성
22.05.2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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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7

DUMMY

한 해가 지나 여름이 되었다.


그동안 아이리스는 마을에 완벽히 적응했다.


걱정했던 주민들도 잭과 이스카르―― 특히 에이브안이 솔선수범하여 한집, 한집 다 돌아다니면서 존재를 알렸기에 어색해하긴 했지만 꺼리진 않았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주민들에게 마스코트인 마냥 귀여움을 받으면서 수확 중인 채소를 씻어주는 등, 이것저것 잔뜩 얻어먹고 돌아오기 일쑤였다.


그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몸집도 제법 커지게 됐다. 꼬리 또한 길어져 조금 안기 불편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들 만은 했기에 자주 안아줬다.


마력조작도 능숙해져 평범한 사람은 마력량을 측정하기도 어렵게 됐다.


그리고 생각했던 대로 정말 똑똑해서 여러 가지를 빨리 배워나갔다.


생활마법도 몇 번 써줬더니 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이제는 혼자 씻으러 가기까지 했다.


어느 날 한 번은 호기심이 생겨 구경해봤는데 물을 채우는 것부터, 저 손으로 어떻게 여는지 욕조의 마개도 능숙하게 빼내어 가장자리에 올려놔 마무리까지 완벽했다.


동동 떠다니며 목욕을 즐긴 그 모습은 털썩 주저앉을 정도로 놀라웠다.


저토록 일찍 혼자 씻을 수 있었던 거다. 거기에 뒤처리까지 깔끔한 완벽함은 엄마를 자처하는 리아를 좌절시키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생후 1년도 안 됐는데 벌써 독립을 인정할 수 없었고, 다음날부터 조금 난색을 보이는 아이리스를 이끌고 홀딱 벗고 같이 씻었다. 그리고 그건 아직 현재 진행 중이었다.


그러한 평온한 나날을 보내는 한편, 다른 쪽으로는 바쁜 일상을 보냈다.


우선 사냥.


이젠 어느덧 혼자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받아먹기는 하지만 아이리스의 식사량은 생각보다 많았다.


집에 와서도 계속 먹어 치우니 손이라도 보탤 겸 사냥을 하러 가기로 했다.


하지만 8살 아이에게 그런 일을 허락하겠는가. 당연히 반대당했다.


그러나 성장기의 아이를 굶길 순 없으니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이래저래 잭을 함께 가는 것으로 정리됐는데, 이조차도 마력레벨이 엄청나게 오른 것을 눈치챈 에이브안 덕분에 허락이 겨우 떨어진 것이었다.

안 그랬으면 아이가 사냥에 나간다는 소릴 허락할 리가 없다.


그리고 이를 위해 습득한 마법이 바람의 총이었다.


물론 총기류와는 작동원리가 좀 다르다. 실제 총처럼 이미지를 짜 시도해보긴 했는데, 뻥 터지는 소리가 나는 데다 조준하기도 까다로웠다. 더군다나 마력까지 많이 소비되니 너무나 비효율적이었다.


그래서 총알이 회전하는 부분만 이미지를 따와, 응축시킨 바람을 회전시켜 잭이 활을 쏘듯 발사하는 게 최종적으로 결정됐다.


처음으로 생긴 이 공격마법은 생각보다 마력조작에 집중해야 했지만, 마력대비 효율이 높아 자주 애용했다.


흡사 총에 피격된 듯 상흔이 생긴 사냥감을 들고 가는 것도 큰 무리는 없었다. 너무 무겁지만 않으면 적당히 들고 갈 힘은 있었으니.


사냥 방식은 광범위한 마력감지로 주위를 탐지하고, 원거리에서 이 마법을 쏘아 일격에 쓰러뜨리는 식이었다.


위험하지 않고 상당히 안정적이었는데, 감독관으로 몇 번 지켜보던 잭도 문제없다고 판단을 내려 허가하되, 깊은 숲 쪽은 여전히 안 되고 루데릭도 데려가게 했다.


그리고 방어마법도 하나 터득했다. 이것은 아이리스가 계기가 되어 터득하게 됐다.


정말 누굴 닮았는지 아이리스는 사냥에 나갈 때마다 따라오려고 했었다. 그러다 기어코 맡겨놓은 부모님의 눈을 속여 몰래 빠져나와 따라오게 되었었다.


결국 혼자 숲속에서 몬스터와 조우해 큰일 날 바에는 눈앞에 두는 편이 훨씬 좋다는 생각에 백기를 들었다.


그렇게 함께 다니던 어느 날, 위험한 일 따윈 없어 너무 안일하게 있다 아이리스가 마물에 습격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물론 상처는 없었다. 그러긴커녕 아이리스가 아무렇지도 않게 회색빛의 불을 내뿜어 쫓아냈다.


이때가 말로만 듣던 브레스를 목격한 순간이자, 게임에서 나오는 보호막을 익힌 순간이었다.


하지만 절박한 탓에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게 된 건 좋았으나, 익숙해지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이 보호막은 사용되는 마력이 천차만별로 딱히 정해지지 않은 것이다.


즉 완벽히 통달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상황에 맞춰 보호막의 세기를 정해야 한다는 소리였는데, 실제로도 약한 공격에 불필요하게 마력을 많이 담는 등의 실수가 발생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정말 위험한 건, 강한 공격을 오인하여 보호막을 약하게 만들 때다. 자칫 펼친 보호막에 안심하고 있다가 큰 봉변을 당할 수도 있었다.


훈련은 루데릭에게 부탁하여 진행했다. 펼친 보호막에 공격을 가하는 간단한 것이었다만, 루데릭은 공격하는 맛이 나서 허공에 연습하는 것보다 좋다며 긴 기간 어울려줬다.


밭일도 주민들이 평범하게 마력을 쓰기 시작하니 일의 진척 속도가 현격히 달라져 수확도 이전 해와 비교해 많이 늘어났다.



“올해 마지막도 기대해볼 만하겠지.”


평화로운 마을에 만족하여 고개를 끄덕이고 있으니 누군가 어깨를 툭툭 두드린다.


돌아보니 그곳에는 몸집이 더욱 커다래져 이제는 자신과 머리하나 밖에 차이 나지 않는 아이리스가 불만스럽게 올려다보고 있었다.



“미안. 빨리 가보도록 할까?”


말하기 무섭게 아이리스는 능숙하게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갔다.


리아도 문단속하고 뒤를 따랐다.


아이리스가 향하는 곳은 루데릭과 맨날 훈련하는 근처 숲속. 놀고 싶어 하는 아이리스와 산책하러 나온 것이었다.


다들 신체가 건강해서 그런지 이곳이 안 더운지, 맑은 날에 비해 너무 덥지 않은 길을 나아가니 금방 도착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아이리스는 바로 이곳저곳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혼자 냅둘 수 없으니 리아도 곧장 뒤를 따라다녔다.


다행히도 만화처럼 배불뚝이가 되지 않은 아이리스는 날렵하고 귀여운 드래곤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그 탓인지 제법 민첩했다.


이것이 최근의 일과. 그러나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니었다.


과연 드래곤. 활동량이 엄청난 것이다.


두 발로 서기도 하고, 네 발로도 뛰기도 하는 아이리스를 따라다니기만 해도 녹초다. 덕분에 뜻하지 않은 체력까지 꽤 붙게 되었다.


하지만 그냥 마냥 돌아다니기만 하는 것은 아니어서, 아이리스는 에이브안의 집에서도 보았던 회복초 같은 약초들을 쉽게 발견하여 알려주기도 했다. 그것들을 체집하는 양도 꽤 되었다.


‘이, 일석이조긴 한데······ 왠지 모르게 옛날에 루데릭에게 끌려다니던 때가 떠오르네······’


추억을 떠올려 미소를 그린 리아는 겨우 아이리스를 따라와 손을 붙잡았다.



“아이리스, 너무 멀리 나왔어. 이제 돌아가자.”

《저것만.》

“응?”


아이리스는 기본적으로 떼를 잘 쓰지 않는다. 말도 잘 듣고 똑똑하기까지 한 엘리트였다.


하지만 오늘은 좀 더 놀고 싶은 모양이다. 드물게 꼼짝하질 않는다.


리아는 당황하면서도 깊으니 안쪽에서 놀자고 설득했다. 그러나 요지부동.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후웅~


머리 위에서 부는 강한 바람이 불었다.


리아는 손으로 흙먼지를 가리며 하늘을 쳐다봤다.


그렇게 본 하늘은 검었다.


――아니. 어두워진 게 아니라 너무 큰 물체에 하늘이 완전히 가려진 것이었다.


워낙 거대한 탓에 이 지척에서는 전체모습이 보이지 않는――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무언가는 천천히 땅에 내려왔다.


쿠우우웅······.


큰 소리와 함께 땅이 진동했다.


그 흔들림에 중심을 잃고 넘어진 리아는 서둘러 주위를 살피다가 이 진동을 만든 거대한 물체의 정체를 알게 됐다.


――그리고 그때서야 의문이 들었다.


자신이 부모를 자처하고 있지만, 아이리스를 낳은 부모는 아니다. 그럼 진짜 부모는 누구인가?


그것의 답이 눈앞에 있었다.


한눈에 담기도 어려운 거구의 칠흑의 비늘을 가진 드래곤이······


역시 아이리스와 마찬가지로 배불뚝이 같은 느낌은 아니지만, 만화에서나 등장할법한 엄청난 크기의 드래곤이었다.


분노한 드래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 또한 까마득한 양이었고, 명확한 살의에 동조하듯 마력이 숨을 압박해왔다.


‘정황상 분명 아이리스를 낳은 부모가 맞을 거야. 하지만 확신할 수 없는 데다가, 분노 때문인지 아이리스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해.’


잘못하면 아이리스가 다친다.


그런 생각이 듦과 동시에 리아는 두 발로 서서 올려다보는 아이리스의 손을 잡아당겼다.



“아, 아이리스! 마을로······ 할아버지께 가. 빨리!”


너무나도 다급한 외침이었음에도 강심장인지 아이리스는 처음 보는 거대한 드래곤에게 흥미가 있다는 양 버텼다.


그렇지만 상황은 급박하다. 아쉽지만 저 바람을 들어줄 순 없었다.


리아는 힘을 더 주어 아이리스를 자신의 뒤로 숨기듯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저 드래곤을 자극하지 않게 조용히 말했다.



“아, 아이리스? 엄마 말 잘 들어. 할아버지······ 어른들께 꼭 지금 본 거 이야기 해줘야 해. 알았지? ――사랑한단다, 아이리스. ······빨리가!!”


자신은 분명 멀쩡하지 못하겠지.


눈앞에 있는 드래곤을 보면 그런 생각밖에 안 들었다. 맞서 싸운다는 의지 자체가 피어오르질 않는 격의 차가 느껴진다.


하다못해 최소한 아이리스가 도망칠 시간을 벌어야만 했다. 미끼가 되어서라도.


그런데 분위기에 주저하면서도 손을 놓고 등을 돌리려던 아이리스가 무언가에 놀란 듯한 기척을 내더니······ 몸을 돌려 앞으로 튀어 나왔다.


놀란 리아가 아이리스의 등을 쫓아 시선을 돌리니――


――검은 불꽃이 집어삼킬 듯 들이닥쳐 오고 있었다.



“아이리스!!”


‘늦으면 안 돼! 제발!! 그때처럼······ 늦으면 안 돼!!’


온 힘을 다해 앞으로 뛰쳐나간 리아는 아이리스를 뒤로 당겨 던져버렸다.


이 순간조차도 던져진 아이리스가 다쳤을까 염려됐지만, 그보단 지금 눈앞에 있는 불꽃이 먼저다. 막지 못하면 더 크게 다칠 수 있었다.


아니. 죽을 수 있다.


열심히 연습한 보호막을 최대한 신속하게 모든 마력을 때려 박아 발동했다.


바로 마력고갈로 피로가 몰려오지만 리아는 그대로 몸을 돌려 뒤, 멀지 않은 곳에 쓰러진 아이리스의 몸을 가리듯 감싸 안았다.


그러나 아직도 불안하다. 마력을 거의 다 써서 만든 보호막이지만 저 화염을 감히 막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따윈 들지 않는다.


혼자였으면 여기서 포기했을지도 모르지만, 아이리스가 있기에 그럴 순 없다.


에이브안이 정말 급할 때가 아니면 시도도 하지 말라던 방법―― 대기의 마력을 바로 끌어와서 새로운 보호막을 더 만들려 시도해봤다.


안 되면 어쩌나 걱정하던 것과 달리 자신의 마력조작으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나 보다. 가능하다는 피드백이 돌아온다.


확인을 마치자마자 리아는 즉각 될 수 있는 대로 무작정 마력을 빨아들였다.


최종적으로 할 수 있었던 건 처음 보호막보다 3배 이상 마력이 들어간 보호막이었다.


‘무사히 마법이 발동해서 진짜 다행이야.’


에이브안에게 들었던 신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무사할지 알 수 없다.


무리한 마법의 사용으로 감각조차 희미한, 잘 움직여지지 않는 몸을 이끌고 리아는 커진 아이리스의 몸을 최대한 저 불꽃에 가리기 위해 몸으로 꿀꿀 눌렀다.


펑!!


첫 번째 보호막이 불꽃에 닿았나 보다. 다만 깨지는 게 아니라 터져나간 듯한 소리에 절망감이 부푼다.


미래를 예감한 리아는 미소와 함께 아이리스를 눈에 담았다.



펑!!


바로 앞에 쳐놓은 두 번째 보호막도 터지듯 사라지고······ 몸이 불탔다.


정말 불타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뜨거웠다. 정말 너무나도 뜨거웠다.


억지로 사용한 마법 때문에 몸의 감각이 희미해졌음에도 느껴지는 엄청난 열기와 고통. 리아는 이를 꽉 악물고 버티고 버텨냈다.


그러나 끝끝내 의식은 의지와 상관없이 깊은 어둠으로 떨어졌다.


작가의말

악! 이전 화에 포함했어야 할 내용이었는데 실수로 분할 했습니다.


죄송한 마음에 다음화도 바로 올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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