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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 히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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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작품등록일 :
2022.05.1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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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1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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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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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8

DUMMY

오늘도 맛있었던 식사를 마치고, 필리아와 이스카르는 함께 그릇을 정리하러 갔다.


딱히 할 것도 없겠다, 리아는 어제 듣지 못한 앞으로의 일에 관해 물었다.


에이브안은 고민스러워 보였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리아야. 다시 한번 몸의 마력을 봐보겠니?”

“네. 해볼게요.”


대답과 함께 바로 팔을 내려다봤으나 아무것도 안 보여 리아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이번엔 별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애매하긴 했으나 어제보다는 확실하게 잘 보여 생활마법을 쓰지 않아도 됐다.



“보여요.”

“응? 벌써 확인했니?”

“어, 네. 어제보다 좀 잘 보였어요.”

“흠······ 그렇구나.”


에이브안은 한 차례 고개를 주억이고는 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리아가 앞으로 할 일은 당연히 마력을 모으는 거란다. 그럼 마력을 모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거 같니?”


이제 막 마력을 보기 시작했는데 알 리가 없다. 리아는 절레절레 머리를 흔들었다.



“······잘 모르겠어요.”

“몰라도 괜찮단다. 이 할아버지가 다 알려주도록 하마.”

“헤헤헤······”


단지 자신이 없어 고개가 내려갔을 뿐인데 에이브안은 풀이 죽었다고 여겼는지 머리를 쓸어줬다.


그 손길에 기분이 좋아진 리아는 80세의 인생을 살아왔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멍청하니 웃었다.


마음 한편에서 창피하다는 기분도 들었으나 멈춰지진 않는다. 그만큼 마음이 들떴다.


자신이 왜 이렇게 됐는지는······ 대충 짐작이 됐다.


현재 자신은 확실히 전생의 기억 때문에 그 나이에서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인지능력이 높아졌다.


그렇지만 감정 자체는 변함없이 4살의 어린아이 그대로였다.


전생의 자신과는 달리 시도 때도 없이 들쭉날쭉한 감정의 폭을 보면 그 외엔 달리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렇게 신기한 기분을 맛보고 있으니 이어 설명하는 에이브안의 말이 들렸다.



“우선 마력에 대해서다. 마력은 여기 우리가 숨 쉬는 공기 중에 있지. 그것을 가져다가 몸에 쌓는 행위가 바로 마력을 모으는 거란다.”

“공기 중에요?”

“그래. 그러니까 마력을 느낄 수 있어야 쌓을 수도 있겠지? 그래서 리아가 마력을 느낀다고 했을 때 필리아나 이스카르가 그렇게나 좋아했던 거란다.”

“그렇군요. 공기 중에······. 할아버지! 마력을 끌어들이는 방법은요?”

“일단 그 전에 필요한 게 있단다.”

“뭐가 필요 하나요?”

“마력을 다루는 것이지. 마력조작이라고도 부르는데, 이건 각자 차이가 있구나. 일상 중에 자연스럽게 터득해 다루거나, 의식하지 않고도 다루는 예도 있고 조금 다양하단다. 그래도 리아는 똑똑하니 분명 괜찮을 거야.”

“감사합니다. 헤헤.”

“으윽! 아, 아니, 미안하구나. 계속해서 말하자면 느끼는 것뿐만 아니라, 마력조작도 어느 정도 능숙해진 다음에 마력을 모아야 하지. 어느 정도는 자연스레 적정량만을 쌓도록 몸이 알아서 조절하겠지만······ 절대 무리하게 많이 모아서는 안 된단다. 알겠니? 리아야.”

“네! 절대 무리하지 않을게요.”


리아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대답했다. 어째서인지 에이브안의 눈은 의심쩍다는 듯이 가늘어졌지만.


한동안 눈싸움하듯 빤히 보던 에이브안. 그러다 목을 가다듬고는 이야기를 재개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쌓여있는 마력량을 마력레벨이라고 부른단다.”

“오옷! 레벨!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예상치도 못한 단어가 튀어나와 순간적으로 소리쳤다가 다시금 눈이 가늘어지는 에이브안을 보고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흥분은 좀처럼 식을 기미가 없었다.


‘레벨! 판타지의 꿈! 미묘하게 마력레벨이라고 부르고, 개념도 약간 달라 보이지만! 하지만 마구 마력을 모아서 올리면 위험하겠지? 할아버지도 아까 몸을 해친다는 식으로 말했었고······’


마력레벨이 뭔지 정확한 개념을 이해하진 못했지만,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들떴던 기분은 착 가라앉았다.


딱히 쫄보인 건 아니다. 그렇다고 위험을 즐기는 강심장인 것도 아니었다. 피할 수 있는 위험을 제 발로 갈 마음 따윈 전무했다.


완전히 차분해진 리아는 조용히 손을 들었다.



“할아버지! 마력이요. 계속 모으다가 다루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요?”

“음. 잠시만······”


조금 놀란 표정을 지은 에이브안은 신중하게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낌새로 보자면 아마 부모님이 주변에 있나 살펴보는 것이지 않을까 싶었다. 정확히는 필리아가 어디 있나 확인하는 것 같았지만.


그렇게 한동안 살피던 에이브안은 마침내 위험―― 필리아가 없는 것을 확신하였는지 가까이 고개를 내밀었다.


분위기상 리아도 이에 맞춰 가까이 몸을 내밀었다.



“잘 듣거라, 모은 마력을 다루지 못하면은······ 자제력을 잃은 마력이 몸에 갇혀 폭주한단다.”

“폭주하면요?”

“몸 여기저기 상처 입히는 마력을 어떻게든 내보내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터진다.”

“네?! 터――!”

“――쉿! 필리―― 부모님이 들으면 큰일······이 아니라, 걱정할 거란다.”

“쉬, 쉿!”


제법 필사적으로 검지를 세우며 말하는 에이브안을 따라 리아도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터지는 거는 몸······을? 말하는 거지요?”

“그렇단다······”


‘푸, 풍선처럼 몸이 터진다고?!’


생각을 한참 뛰어넘는 위험한 일에 앞으로 그걸 자신이 해야 하는 거냐며 리아는 몸서리 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에이브안―― 가족들이 위험한 상황이 오기 전에 분명 막아줄 거라는 막연한 믿음에 살짝 안도감이 들기도 하였다.


‘뭐, 그 전에 마력조작부터 가능해야 하겠지만.’



“그나저나 이해력이 좋구나. 바로 알아들을 줄은······”

“할아버지가 설명을 잘해 주신 거예요.”

“흠흠. 역시 내 손녀구나. 앞으로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네! 열심히 할게요.”


내밀던 허리를 편 에이브안은 흡족스럽다는 양 머리를 쓰다듬어주지만······ 아쉽게도 방금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었던 건 자신이 똑똑해서가 아니라 전생 덕분이었다.


그냥 평범한 4살이 어떻게 바로 저런 이야기를 알아듣겠는가.


‘평범하게 잘 알아듣는다면 그 아이야말로 똑똑한 아이일 거야. 내가 아니라.’


앞으로는 계속 아이답게 굴어야 하나 고민이 된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자신은 뭔가를 숨기는 일엔 소질이 없다. 들키는 거야 분명 시간문제일 터.


결국 리아는 이상한 오해를 사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 지금처럼 딱히 의식하지 않고 행동하기로 정했다.


‘영재 취급받으면 곤란하지만······ 솔직히 칭찬받는 건 썩 나쁘지 않고 말이야.’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면 평범하기 짝이 없어 실망을 살 게 분명하겠지. 하지만 뒷일은 뒷일.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우선 눈앞에 있는 일부터 집중하자.



“할아버지!”

“왜 그러니. 더 궁금한 게 있는 게냐?”

“네, 마력조작은 어떻게 해요?”

“오오. 의욕이 좋구나. 좋다. 그럼 내가 열심히 고안한 놀이가――”

“――아뇨! 그, 설명을 듣고 싶어요!”


크게 낙담하는 에이브안에게 리아도 미안했지만, 놀이보다는 설명을 듣고 이해하는 게 훨씬 빠를 거 같았다.


그러나 예상보다도 더욱 심하게 실망하고 있는 에이브안이 마음에 걸린다.


어떻게 해야 하나 조금 고민하던 리아는 탁자에 얼굴을 올려놓고 지긋이 바라보기―― 전생의 손녀가 자주 하던 필살기를 시전했다.


자신은 이것을 당하면 무슨 부탁을 하든 거절하지 못했었다.



“우리 리아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려무나.”


효과는 강력했다!


바로 화색이 돈 에이브안은 곧장 근엄한 얼굴로 설명해줬다.



“원래 마력조작은 자기 몸 안에 있는 마력을 다루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단다. 그편이 여러모로 나중에 편하지. 하지만 리아는······ 혹시 모르니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을 거 같구나. 남은 건, 주위의 마력을 다뤄서 연습해야 하는데, 조금 힘들 수도 있겠지만 리아는 잘 할 수 있을 거다.”

“네.”

“자. 그러면 이제 마력을 느끼는 것부터 해야겠지?”

“저는 이미 보고 있잖아요?”

“아니,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주변을 느끼는 거란다. 사람보다는 공기에 있는 마력이 훨씬 적으니까 더 느끼기 힘들지.”

“어! 보여요.”

“뭐? 보인다고? 벌써?!”

“네. 본다고 생각하니까 보여요.”


그전까지는 대기 중의 마력을 보려는 생각 자체가 없어서 그랬나, 막상 에이브안의 말을 듣고 시도해봤더니 김빠지게도 그냥 보였다.


다만 쉽게 보였기 때문에 김이 빠졌던 것만은 아니었다.


대기 중에 있는 마력은 분명 적다고 했을 텐데도 이 몸에 담긴 마력보다는 한참 많았던 거다. 정말 쌀 알갱이 한 톨 정도만 모으면 자신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 수준이다.


‘대, 대기의 마력을 느낀다고 말하는 시점에서 눈치챘어야 했어. 내 마력은 못 느꼈으니 말이야.’


쌀 알갱이 한 톨이 온몸에 퍼져 연하디연한 마력만이 있는 자신의 몸.


과연 느낀다는 게 쉽진 않겠구나 싶다. 어쩌면 저 마당에 있는 약초가 더 마력이 많지 않을까, 의심마저도 든다. 풀이 마력을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살짝 궁금증하긴 했지만 실제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이 이상 좌절하고 싶지도 않았기에······


그렇게 자신에게 마력이 정말 적다는 걸 실감하던 차에 중얼거리는 에이브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가! 본인의 마력이 적으니 어쩌면······ 으응?! 피, 필리아! 이스카르!”


도대체 무얼 깨달았던 것일까. 벌떡 일어난 에이브안은 정말 다급하게 외쳐댔다.


그리고 그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마루바닥이 울린다.


두두두두.


‘빠, 빨라! 운동선수 수준이야. 어머니는 그렇다 치더라도 아버지도 엄청 빠르신데?!’


엄청난 속도로 뛰어온 둘은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에이브안에게 달려들었다.



“아빠, 무슨 일이에요?!”

“크······큰일이구나! 필리아, 이스카르!”

“도대체 뭐 때문에 그러십니까, 어르신?!”


다급한 둘의 외침에 에이브안은 충격을 받은 듯 떨면서 말했다.



“리아는―― 내 손녀는······ 천재다!!”

“어르신, 그게 무슨······?”

“아빠! 갑자기 뭔 개―― 아니, 말이야?!”


‘아, 이거! 옛날에 많이 봤던 패턴이다! 그거야 그거. ――자식에게 지레짐작하는 그거!’


내용까지는 알지 못하겠지만 리아는 무슨 상황인지 손에 잡힐 듯 훤했다.


시급했다.


달라진 필리아의 말투는 못 들은 걸로 하고 리아는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서둘러 에이브안을 말리려 했다.


······하지만 늦었다.


흥분한 에이브안은 손녀가 당황하는 것도 모른 채 입을 열어버리고 말았다.


이제는 일어서서 열성적으로 떠드는 에이브안의 모습에 리아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는 양 얼굴을 가리고 탁자에 엎드렸다.


‘들리지 않아! 난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히히, 아무 일도 없었어! 천재니, 지혜의 신이니 뭐니, 난 전혀 듣지 못한 거야!’


도대체 누구일까? 저 어마어마하게 대단한 사람이 될 예정인 분은.


한번 만나보고 싶기까지 하다.


‘아~ 어디 들어가기 좋은 곳 없나······’


자식을 칭찬하는 모습을 보는 건 절로 미소가 지어질 만큼 흐뭇할 뿐이다. 그야 다 큰 어른이 그러는 게 즐겁지 않은가. 그러나 에이브안처럼 과도한 칭찬은 오히려 듣기 괴롭다.


그 칭찬의 대상자가 바로 자신이라면 도저히 참을 수도 없다.


한 가지 다행이라면 그 지독하게도 부끄러웠던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는 거다. 귓가에 아름답게 울리는 ‘빡!’ 소리와 함께 종식될 수 있었다.



“제대로 설명해보세요.”


싸늘한 필리아의 말에 작게 신음을 흘리는 에이브안. 그의 머리엔 자세히 보면 조그마한 혹이 생겨있었다. 하지만 보기보단 침착하여 제대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 거 같다.



“아아··· 내가 흥분했나 보군. 내 손녀가 정말 굉장했기에 그만······.”

“그건 이제 됐으니까, 얼른 말해보세요. 그리고 내 딸이에요.”

“뭐! ······아니, 그건 넘어가도록 하지. 그보다 리아가 마력을 느꼈다는구나.”

“어제 느꼈잖아요.”

“그게 아니다. 대기의 마력을 느꼈다는구나.”

“네? 지금요?”

“그래, 지금이다. 듣자마자 바로 하더구나.”

“굉장하구나, 리아야!”

“당신도 그건 나중에 해요. 아빠, 굉장하긴 하지만 그게 그렇게 놀랄 정도예요?”

“놀랍다마다. 내 예상이지만 아마도 확실해 보인다. 리아야!”

“············네넷! 부르셨나요?”


현실도피로 얼굴을 파묻고 있던 리아는 뒤늦게 고개를 들었다.



“주위에 마력이 어느 정도 보이니?”


리아는 시키는 대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시원하게 개방된 널찍한 거실에는 확실히 아까 봤었던 무언가―― 마력들이 존재했다.



“어······ 여기~는 다 보여요.”

“뭐? 정말이니, 리아야?”

“역시, 그렇군.”

“아빠, 어떻게 된 거예요?”

“말하기 전에 잠시 나가자.”


다들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에이브안을 따라 밖으로 나왔다. 마당에서 느꼈던 맑은 날씨의 신선한 공기를 한껏 들이킨 리아도 기분 좋게 뒤를 따라갔다.



“이쯤이 좋겠군. 리아야, 여기서 한 번 봐보겠니?”

“네에······”


에이브안이 안내한 곳은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집 앞 언덕이었다.


그곳에서 리아는 긴장하는 부모님을 뒤로하고 한 걸음 나와 시키는 대로 주의의 마력을 보았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모든 범위 전부가 마력으로 가득 차 있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마치 보석처럼 빛을 반사하는 마력들은 무척이나 아름다워 집에서 봤던 마력과 같은 것인지 의심된다. 정말 평생 기억에 남을 정도로 멋졌다.


――와 같은 일은 없었다.


‘마력으로 가득한 하늘이래서 꽤 기대했는데 정말 평범하네. 손녀가 하던 게임에서는 환상적이다 뭐다 온갖 수식어를 붙여대더니만. 역시 현실은 다르구나.’


그렇지만 아예 수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집에서는 몰랐지만 지금 보니 마력은 무색으로 보였던 것이다.


무색인데 보인다, 같은 애매한 느낌이지만 분명히 그렇게 보인다.


‘신기하긴 한데······’


이러나저러나 실망감은 좀 크기에 리아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러니, 리아?”

“아니에요, 어머니. 그냥 전체 다 보여서요.”

“역시나······! 아니, 내 예상보다 더 굉장하군.”

“저, 전체 말이니, 리아야?”

“응? 네, 아버지. 여기 하늘이랑 마을 전체에 있잖아요?”

“뭐······?”


‘왜 이렇게 놀라시지?’


당연한 걸 이야기했을 뿐인데 이스카르 뿐만이 아니라 필리아마저 놀란다. 에이브안만은 뿌듯해하지만.


이런 반응들에 고개를 갸웃거렸던 리아였지만 이내 번뜩 뇌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설마 보이는 범위가 다 다른 거야?!’


짐작일 뿐이지만 다른 이유는 없지 않을까.


그리고······ 이스카르는 역시 잘생겼다. 입을 벌린 이상한 표정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추하게 보이지 않는다. 필리아야 워낙 가련해 보이니 그 무서운 미소만 아니라면 어떤 표정을 짓든 잘 어울릴 거고.


에이브안은 근엄한 얼굴만 내비치니 모르겠다.


‘······현실도피는 그만해야겠지? 저러다가 아버지 턱 빠지실라.’


리아는 용기를 에이브안을 바라봤다.



“할아버지······”

“그래. 영특한 리아라면 눈치챘겠지만, 사람마다 마력을 인지하는 범위가 다르단다.”


생각을 읽듯 답해준 에이브안은 바로 이스카르를 불렀다.



“이스카르, 네가 느끼는 범위는 어디쯤 되냐?”

“여기서 한발······ 아니, 두 발자국쯤 됩니다.”

“호오? 두 발? 제법 노력했군. 필리아는?”

“저는 아까 거실쯤 되겠네요.”

“할아버지는요?”

“오오! 할아버지는 여기, 집 정도는 되겠구나.”


에이브안은 기쁜 듯 말하지만 저건 단순히 손녀에게 자랑하고 싶기 때문이다.


무시하고 지금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에이브안, 필리아, 이스카르 순으로―― 마력이 진한 사람일수록 멀리 느낀다고 여겨진다.


즉 마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사람은 멀리 마력을 느낀다는 뜻.


하지만 가장 마력이 적은 자신이 제일 넓게 보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무언가의 다른 요인이 있지 않을까······


‘짐작이 안 되네. 응? 그러고 보니 마력이 많으면 신체가 강하다고도 했었지? 아버지가 평균인데 두 발자국. 노력하셨다니까 평균보단 조금 위이려나?’


그런데 필리아는 거실쯤············


‘여, 역시 그때의 내 다짐은 결코 틀리지 않았어! 할아버지가 칭찬한 나는 아마 그때의 나일 거야. 정말 영특했어. 응응. 앞으로도 어머니 말씀은 꼭 잘 들어야지.’


그런 인생에서 중요한 깨달음을 얻을 때였다. 마치 있어선 안 된다는 양 떨리는 필리아의 목소리가 울렸다.



“리아······ 그건?”

“네?”


되묻는 말에 필리아는 대꾸도 없이 휙 고개를 돌렸다.



“――아빠, 언제 리아에게 저 버릇을 옮긴 거예요?”

“뭐?? 무슨 소리냐, 그게. 내가 리아에게 그럴 리가 있겠나! 그리고 그거는 옮지 않는다. 헛소리는 그만하고 그 얼굴이나 좀 어떻게 해라.”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리아는 필리아를 올려다봤지만, 자신에게 고개를 돌리는 어머니는 여전히 자상한 미소밖에 없었다.


뭔진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아니겠지. 물어보기도 좀 껄끄럽고.


위험한 냄새를 맡은 리아는 그리 넘어가기로 하고 아까 떠오른 의문이나 물었다.



“할아버지, 저는 왜 마력이 넓게 보여요?”

“음. 일단 들어가서 다시 이야기하자꾸나.”


에이브안의 말에 모두 동의하고······ 필리아는 잽싸게 다가와 리아를 안아 들고는 집으로 이동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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