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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 히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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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작품등록일 :
2022.05.11 12:54
최근연재일 :
2024.05.01 00:47
연재수 :
26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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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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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47,950

작성
22.05.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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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9

DUMMY

“으음······”


눈을 뜨니 보이는 건 익숙한 지붕. 우리 집의 내방이다.


천장을 보고 자신이 있는 곳을 확인한 리아는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켰다.


뚜드드득.


소리가 요란하지만, 몸 자체는 상쾌하다.



“흐아암······”


늘어지게 하품까지 한 리아.


그리고 보게 되었다.



“어? 누구······세요?”


처음 본 사람이다.


침대 옆에 앉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칠흑의 눈동자가 아름다운 그 사람은 남자로······


잘생겼다.


찰랑거리는 긴 흑발을 한쪽 앞머리만 귀 뒤로 넘긴, 어지간해선 소화하지 못할 헤어스타일이었음에도 잘 어울린다. 옷도 몸맵시가 훤히 드러나는 슈트 같은 형태로, 매우 값비쌀 거란 확신이 드는 고급품을 아주 잘 소화했다.


이 모든 게 어우러진 그는 풍기는 분위기도 그렇고 귀한 신분의 사람처럼도 보인다.


‘귀족이라든가 뭐 그런 사람인가? 옷도 그렇고, 특히 외모가 말이야······ 미남만 가득한 이곳에서 한층 더 잘 생겼네. 진짜 얼굴은 보면 볼수록······ 아! 그래! 이게 연예인인 건가?!’


그랬었다. 마을 주민들도 다 잘 생겨서 연예인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턱도 없었나 보다.



“이게 진정한 연예인······ 와. 피부에 윤기 나는 것 좀 봐. 뷰티라고 하던가? 그런데 별 관심이 없는데도 부러워지려고 하네.”

“리아라고 했던가? 상태는 어떻지? 무슨 일이길래 혼자――”

“――아뇨! 괜찮아요! 아무 일도 없어요. 잘 생겼네, 이런 소린 안 했어요!”

“아니, 괜찮다면 문제없다. 부모를 불러오지.”

“넷. 고마워요!”


‘와, 긴장했다. 너무 잘생긴 얼굴은 가까이 들이대는 것만으로도 위협적이구나. 심장이 벌렁대는 것 좀 봐······.’


전세에 노인까지 살아봐서 남자에게 두근대거나 할 일은 영원토록 없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


‘실제로도 여태 그런 적이 없어서 결혼은 절대 못 하리라 예감까지 했건만······ 아직도 두근대네. 진정 좀 해라, 심장아······’


그렇게 날뛰는 심장을 누르며 숨을 고르고 있으니 왠지 시선이 느껴진다.


멍하니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 있는 건 회색의 귀여운 드래곤.


얼굴이 빨개지고 있던 리아는 뒤늦게 아이리스를 발견하고는 못된 짓을 하다 들킨 사람처럼 화들짝 놀랬다.



“어, 어머! 아이리스도 있었구나. 잘 잤니?”


말을 하다 보니 아이리스의 상태가 묘했다. 뭔가 당황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태평하게 지켜보고 있었더니 답답했는지 아이리스는 화내듯이 말하였다.



《숲 말이야. 숲! 까먹었어?》

“으응? ······아앗! 맞아, 아이리스는 괜찮아? 어디 다친 곳은 없니?!”


드디어 어제의 상황을 기억해낸 리아는 황급히 아이리스의 얼굴을 잡고 여기저기 살펴보았다.


다행히도 어디에도 상처는 없었다. 그 어마어마했던 불꽃에서 아이리스를 무사히 지킬 수 있었던 거다.


‘그런데 왜 난 살아있고 집에 있는 거지?’


죽음을 예감했던 불길이었다. 당시의 뜨거움과 고통을 재차 떠올려보면 저절로 몸서리까지 쳐질 정도였다.


의아한 기분으로 리아는 이어지는 아이리스의 설명을 들었다.


끼익.


문이 열리고 이스카르와 필리아, 두 사람이 아까 그 잘생긴 남자와 함께 들어왔다.


리아는 사냥하면서 습관이 되어버린 마력탐지를 해봤다. 그리고 이 남자가 누군지 알 것 같았다.


얼마나 있는지 모를 마력량을 지니고 있었기에······


정말 끝이 없다고 느껴지는 듯한 엄청난 마력량이다. 이런 존재가 달리 많진 않을 것이다.


‘분명 그 드래곤 씨 정도는 되어야 이 무지막지한 마력량을 지닐 수 있을 거야. 다만 어째서 인간의 모습이고 우리 집. 그것도 내 방에 와 있는 거지?’



“리아야, 이제 괜찮은 거니?”

“멀쩡해요. 몸은 아무 이상도 없어요.”

“정말이니?”

“네. 걱정 끼쳐서 죄송해요.”


근심이 떨어지지 않는 부모님을 안심시키고자 리아는 침대에서 일어나 건강함을 증명하기로 했다.


주섬주섬 신발을 신으면서도 확실히 모든 감각이 숲에 갈 때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상태라는 게 느껴진다.


‘그때의 고통으로 생각해보면 난 분명 다쳤겠지. 의식을 잃은 내가 치료할 리도 없으니 다른 누군가가 치료했다는 게 되는데······ 어느 정도로 다쳤는지 모르겠지만 평범한 방법으로는 이렇게 깔끔하게 치료하긴 어려웠을 거야.’


생각나는 거라고는 마법뿐. 하지만 마을에서 치유마법이 가능한 사람은 오직 자신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아마······’


신발을 다 신은 리아는 벌떡 일어났다.



“리아, 기다려!”

“잠시만요, 어머니. 흠흠. 저기······요? 잠시 따라와 주세요!”

“그건 상관없다만. 옷을 갈아입는 게 어떠한가?”


모처럼 필리아의 말을 넘겨버렸건만 남자도 같은 소리를 한다.


‘자, 자다가 땀이 많이 나서 냄새가 좀 나나?’


여성으로서의 감수성이 확 생겨난 리아는 조금 창피해져 시선을 내려 복장을 체크해봤다.


그런데 거기에는 땀에 젖은 옷 대신 반쯤 타서 없어진 펄럭거리는 옷가지와 ――자신의 뽀얀 속살이 드러나 있었다.



“꺄악! 보보보보······지 말아 주세요!”

“모두 나가요. 빨리! ······아이리스? 너도 나가 있으렴.”


‘자······자자잠시만! 왜 옷이 이렇게 된 거야?! ······모두 봤겠지? 맞지? 다 봤지?! 그 드래곤 씨도······. 8살 꼬맹이라 신경도 안 쓰이겠지만 그래도 창피한데······. 아. 그러고 보니 어머니가 분명 기다리라고 하셨지.’


역시 부모님의 말씀은―― 특히 필리아의 말은 잘 들어야만 했다.


한껏 울상이 된 리아는 필리아에게 들러붙었다.



“어, 어머니······”

“자. 빨리 옷부터 갈아입으렴.”


필리아는 옷을 건네주며 손수건으로 리아의 눈가를 닦아줬다.


찔끔 눈물을 흘렸나 보네······


마음속으로 변명하면서 리아는 잽싸게 옷을 벗······을 필요조차 없이 스르르, 흘러내렸다. 반쯤 타버린 속옷도 ‘펄럭~’이란 의성어가 잘 어울릴 모습으로 천천히 떨어졌다.


모두가 나가는 게 조금만 늦었어도 벌어졌을 대참사에 리아는 얼굴이 창백해져 서둘러 옷을 갈아입었다.



“우우······ 창피해.”

“얼굴 피고. 숙녀가 그런 얼굴하면 안 돼.”

“후윽. 네······”


더욱 울상이 된 리아는 필리아를 끌어안아 마음을 진정시켰다.


잠시 후 조금은 차분해진 리아는 거실로 나가봤다.


거실에는 이스카르가 굉장한 시선으로 남자를 노려보고 있었는데, 뭔가 일촉즉발의 분위기다. 정작 남자는 딱히 신경 쓰지도 않았지만.


그 기세로 남자는 곧장 리아를 향해 다가왔다. 표정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무표정이다.


‘꼬맹이의 속살을 봐서 당황하면 그것대로 신경 쓰이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도 좀 신경 쓰이네······’


오늘따라 참 복잡한 소녀의 마음이었던 리아는 지긋이 남자를 노려봤다.



“하고 싶은 말이 있겠지. ······왜 그런 거지?”

“으으······ 됐어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자. 따라나 와요!”


저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느낀 리아는 앞장서 문을 향해 다가갔다.



“리아야, 어딜 가는 거니?”

“먼저 이야기 좀 할게요, 아버지. 아이리스도 오렴. 어머니, 잠시 다녀올게요.”

“그래, 다녀오렴. 당신도······ 알겠지요?”

“으응. 다, 다녀오렴.”

“감사합니다. ······그럼 가요!”


리아는 아이리스와 남자를 대동하고 훈련장처럼 쓰고 있는 숲의 공터로 향했다.


걷는 도중 리아는 살짝 남자를 훔쳐봤는데, 그는 딱히 아무런 말도 없이 얌전히 따라오기만 했다.


‘여, 역시 잘 생겼다······가! 아니라! 왜 이리 고분고분 말을 잘 듣지?’



“여······여기서 이야기하도록 해요!”


긴장감에 자꾸만 빨개지려는 얼굴을 감추려 리아는 일부러 소리를 높였다.



“알았다. 일단 말하기 전에 사과부터 하마.”


그렇게 서두를 깐 남자는 대뜸 머리를 숙였다.



“미안하다! 내 착각으로 널 크게 다치게 했다. 뭐라 변명할 말이 없다. 정말 미안했다.”

“어?”


놀란 리아는 흠칫 굳었다. 그러나 곧 고개를 갸웃했다. 공격했기에 사과하는 건 알겠다만, 착각이라는 게 뭔지 이해되지 않았던 탓이다.



“나았으니 별로······ 상관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착각이라뇨?”

“설명하기 전에 자기소개부터 하지. 난 찬크에르라 한다. 다섯 용 중의 하나다. 그리고 저기 있는 아이―― 아이리스의 알을 만든 자다.”


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리스를 낳은 부모라는 건 처음 봤을 때부터 겉모습을 통해 대강 예상은 했었다.



“흠. 역시 그렇군요. 아! 그렇지만 제가 그······ 아이리스를. 알을 훔치진 않았어요!”

“알고 있다. 알을 훔쳐간 것은 마수였으니.”

“그, 그럼 어째서 갑자기 공격을?”

“그래서 사과하는 거다. 말 그대로 내 멍청한 착각으로 인해 그대를 다치게 했으니. 다시금 사죄한다. 용서를 바랄 순 없지만 정말 미안했다.”

“아아앗! 아뇨! 머리, 머리를 들어주세요!”


이 드래곤 씨―― 찬크에르레이가 슬픈 표정을 지으니 오히려 미안하고 마음이 술렁거려 내 자신이 못 버티겠다.


비슷하면서도 뭔가 다른······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리아는 어리둥절했지만, 곧 그가 고개를 들고 표정도 좀 나아지자 동조하듯 술렁거림도 잦아들었다.


알 수 없는 자신의 상태에 리아는 혼란스러웠지만 일단 이야기를 진행시키기로 했다.



“왜 그렇게 된 건지나 말해주세요.”

“알았다.”


고개를 끄덕인 그가 해주는 설명은 거슬러 올라가 처음 알을 도둑맞았던 이야기부터 시작됐다.


말도 안 되는 황당한 도난 사건과 분노. 그리고 이후 몇 개월이나 찾으러 대륙 전체를 돌아다녔다는 말에 리아는 울컥했다. 그가 절실히 찾아다니는 모습이 떠오르니 되려 자신이 슬퍼졌던 거다.


이다음은 그의 착각에 관한 이야기였다.


어찌어찌 고생 끝에 아이리스를 발견했는데 그곳에 나타난 자신을 나쁜 인간으로 오해하여 공격했다는 것이었다.


리아는 도중부터 흘러내린 눈물을 닦아내고 걱정스레 쳐다보는 그에게 말했다.



“미, 미안해요. 갑자기 울어서.”

“그런 건 괜찮다. 사과하지 않아도. 오히려 전적으로 모두 나의 잘못이다.”

“고마워요. 그, 근데 아, 아이리스는 이제 어떻게······ 지, 진짜 부모님이 왔으니······?”


착각은 했으나 이유야 어찌 됐든 자신은 무사하고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


용서해주고 싶은 마음이야 충분했지만, 아이리스의 문제는 별개다.


진짜 부모가 나타난 것이다. 자신이 아무리 아이리스를 사랑한다지만 진짜 부모에게서 빼앗는 일 따윈 할 수 없었다.


아이리스, 당사자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그의 행동이나 말로 봐서는 절대 아이리스를 소홀히 대할 거 같지도 않다. 조금이라도 그럴 낌새가 있었더라면 필사 항전으로 막았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이제 아이리스와 헤어져야 하는 것이다.


참지 못한 리아는 다시 눈물이 터져 나왔다.



《나 어디 안 가! 함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울지마, 엄마!》


서툰 달램에 리아는 아이리스를 끌어안고 둑이 무너진 듯 엉엉 울었다.


그러다 조심스러운 찬크에르레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그대도 그 아이······ 아이리스의 부모가, 엄마가 맞다. 도리어 여태 정성 들여 키운 그대야말로 더욱 아이리스의 부모로서 어울린다.”

“으허엉······ 네? 내가······ 아, 아니, 제가······ 흑. 제가요? 큽!”

“그대는 모를 수 있겠지만, 아이리스의 혼은 나와 그대의 것으로 성장했다. 그러니 그대의 혼과 마력을 나눠 받은 아이리스는······ 분명 그대의 자식이 맞다.”

“호, 혼이요? 흐읍! 제, 제가 나눠줬다고요?”

“그렇다······”


리아는 질질 짜던 것을 멈추고 그가 해주는 말에 집중했다.


태아에게 혼을 나눠주는 일은 어지간한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로, 아이리스에게는 맑은 혼이 가득 들어차 있다고 한다.


그 혼은 자신과 그의 것으로, 혼뿐만 아니라 마력까지도 나눠준 자신은 확실히 아이리스의 부모가 맞다며, 그는―― 찬크에르레이는 단언했다.


모든 설명을 들은 리아는 믿기 어렵다는 표정이 됐다.



“그, 그럼 아이리스는? 어디 안 가도 되나요?!”

“그렇다. 부모와 자식을 떼어놓는 일은 할 수 없지.”

“와아아아! 아이리스, 앞으로도 같이 있어도 된대! 헤헤. 우리 아이리스~ 으응? 아이리스! 그런 말 하면 못써!”


‘어쩜. 어디서 저런 못된 말을 배웠을까나?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저런 말을 하면 안 되지. 루데릭에게 배운 건가?’


아이리스와 얼싸안고 좋아하던 리아는 잔뜩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는 그가 눈에 띄었다.


지금껏 무뚝뚝하다고도 할만한 무표정이었던 그의 얼굴에는 너무나 자상한 표정이 지어져 있는 게 아니겠는가.


리아는 그런 그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정말 멍하니 뚫어질 듯 바라보았다.


그러다 시선을 느꼈는지 눈이 마주쳤다.


홱!


리아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아이리스가 의아한 듯 부르지만 리아는 두근대는 심장을 멈추기 바빴다.


‘후. 진정해, 나야. 오늘따라 진짜 왜 이런다냐. 설마······ 이, 이것이 아들이 그리도 말해줬던 흔들다리 효과라는 건가?!’


공포심이나 흥분된 감정을 좋아하는 것으로 착각한다는, 지구에서 나름 유명했던 이론을 떠올린 리아는 부정하고 싶은 마음에 다시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얼굴이 빨개졌다.


‘그, 그럴 수가! 그 이론은 실존하는 거였어?! 아니. 그전에 공포심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라도 적용되는 거야?!’


생각이 요동치는 와중에도 리아는 그가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자 바로 자신에 관한 생각은 접어버렸다.


그의 저런 표정은 보고 싶지 않다.


그러한 기분에 따라 리아는 자신의 제멋대로 설레는 감정도 숨길 겸 다급히 아무 말이나 했다.



“어어. 그러니까······ 저기, 앞으로 어떻게 하시게요?”

“무얼 말인가?”

“어~ 앞으로! 네. 앞으로 당신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나는······ 아이리스가 무사하다는 걸 알았으니 됐다.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지.”

“네?! 도, 돌아간다고요?!”

“그렇다. 오해에서 비롯된 착각이라고는 하지만 그대와 아이리스에게 큰 상처를 남긴 것이니. 뻔뻔하게 뭔가 바랄 염치는 없다. 다만······ 조금이라도 용서해줄 수 있다면 먼 곳에서나마 지켜볼 수 있게 허락해주지 않겠나?”


‘안 돼. 절대 안 돼!’


단지 돌아간다는 소리만 들었을 뿐인데 철렁하고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 든다.


왠지 모르겠지만 지금 그를 보내서는 평생을 후회할 것만 같았기에 리아는 단숨에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찬크에르레이는 당혹스러웠다. 놓치지 않겠다는 듯 자신의 옷을 꽉 부여잡고 있는 리아도 그렇고, 이런 감정이 드는 자신도 그렇고.


아니. 실은 이곳에 올 때부터도 당혹과 긴장으로 주위에 눈이 가지 않았었다.


지금도 그러했다. 자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그녀, 리아를 보노라면 뭔지 모를 감정이 피어올랐다.



“으······ 아, 안 돼요!”

“뭐가 말인가?”


되도록 자연스럽게 물었으나 이 또한 당혹스럽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절박하게 외치는 리아의 말에 이내 머리속에서 사라졌다.



“용서! 그래요. 용서해요! 그러니까 같이 있어야 해요! 아이리스도 괜찮지?!”

“하지만 나는······”

“부모는 같이 있어야 한다고 했죠? 그렇죠?!”

“분명 그렇게 말하긴 했었다. 그렇지만――”

“――아뇨. 당신도 아이리스의 부모예요. 그러니까 당신도 같이 사는 게 맞아요. 알겠어요?”

“아니――”

“――알겠죠?!”

“아, 알았다.”


어딘가 절실하고 박력이 넘쳤던 리아에게 딱히 아무런 반박조차 못 했다. 그리도 그럴 순 없다며 마음을 굳혔었건만.


언제나 냉정하고 정확한 판단, 이성적인 사고를 하던 머리가 잘 돌아가기 않는 느낌이다.


그런데다가 말을 더듬기까지 했다.


이런 적이 도대체 얼마 만인지······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보기 드문 일이었지만, 리아는 그저 지금의 대답만이 마음에 들었는지 싱글벙글하기만 했다.



“네! 그럼 자기소개부터 시작해요. 전 이스피리아에요. 앞으로 잘 부탁해요.”


내밀어 오는 리아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그러면서도 의문이 생겼다.


자신이 한 짓이 있었기에······


욕이나 원망을 들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실제로 아이리스는 대차게 욕을 했었다.


그런데 어째서――


두근!


그 순간, 생에 처음으로 느껴본 감정이 태어났다.


맞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심장은 크게 뛰었고, ‘뭐, 아무렴 어때.’라는, 자신답지 않은 가벼운 생각과 함께 의문 따윈 가볍게 던져버렸다.


그리고――



“나야말로 잘 부탁한다, 리아.”


환하게 미소 지어 답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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