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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연시 님의 서재입니다.

혈해마록(血海魔錄)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차연시
작품등록일 :
2023.05.10 20:18
최근연재일 :
2023.06.23 23:37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44,605
추천수 :
639
글자수 :
170,638

작성
23.06.1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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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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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12쪽

28. 궁지(1)

DUMMY

화가 난 철무진이 자신을 노려보았지만 허공 대사는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지금 내 걱정을 해주는 건가?”


“하아... 당연하죠! 제가 비록 이런 꼴을 당하고 있지만 저에게 적대적이지 않은 사람까지 죽이는 취미는 없습니다.”


철무진이 한숨까지 내쉬며 차분한 표정으로 말하자 허공 대사는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그런가? 시주의 심성을 보니 그대가 마인과는 거리가 멀다는 걸 알겠군. 또한 폭혈장이라는 무공 역시 마공이 아니라는 걸 잘 지켜보았고.”


“저... 정말입니까?”


허공 대사가 폭혈장을 제대로 견식해보지도 않고 자신을 인정해주자 철무진은 당황한 표정을 보였다.


“정말이고말고! 폭혈장이 마공이었다면 시주는 이토록 내게 가까이 다가오지도 못하고 진즉에 피떡이 되어 튕겨나갔을 거라네.”


“그게 무슨...”


허공 대사의 말이 허황되다고 여긴 철무진은 말문이 막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순박한 모습에 허공 대사는 철무진이 진정으로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아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쯧! 강호의 은원 때문에 시주같이 불운한 사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어쨌든 내가 익힌 금강불괴신공은 마공에 매우 강한 반탄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말을 했던 거니 그저 그렇게 알고 있게나.”


“금강불괴신공!”


말로만 전해 듣던 전설적인 무공과 그 경지를 다른 사람도 아닌 지체 높은 소림의 승려에게서 듣게 되자 철무진은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러든 말든 허공 대사는 짠해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미타불! 시주... 내가 이대로 길을 열어준다면 앞으로 어찌할 것인가?”


허공 대사가 불호를 외며 말하자 금강불괴신공을 견식하고 싶다는 열망에 빠져있던 철무진은 화들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정말 이대로 보내주는 겁니까?”


“물론이라네. 소림은 한 입으로 두 말을 하지 않아.”


“그렇군요. 그러면 저는...”


허공 대사의 자비로운 모습에 철무진은 저도 모르게 개봉으로 들어가 신분을 숨기고 살아가겠다는 계획을 실토하려다가 급히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그가 자신을 놓아주기로 했다고는 하나 사람의 앞일은 모르는 것이기에 더 이상 말을 해봐야 좋을 게 없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에 허공 대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그대로 길을 비켜주었다.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로군. 허나 시주... 오늘 내가 그대를 놓아줬던 것처럼 시주도 앞으로 상대하게 될 무인들에게 자비를 베풀게. 그들도 무당의 이름에 눌려 시주를 뒤쫓는 것뿐이니 말일세.”


“손속에 사정을 두란 말씀입니까?”


“그렇다네. 물론 쉽지는 않겠지. 하지만 시주의 무공인 폭혈장은 살기가 매우 짙어 자칫하다가는 정말로 마공으로 변질될 우려가 매우 크니, 본인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그리하는 게 좋을 거라네.”


허공 대사가 차분하게 말하자 철무진은 살면서 처음으로 강호의 명숙이란 이런 것이라는 느낌을 받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음... 알겠습니다. 허나 목숨이 경각에 달하는 상황에 처하면 그 말씀을 따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저도 우선은 제가 살고 봐야 하니까요.”


철무진이 생존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하며 말하자 허공 대사는 더 이상의 설득은 무의미하다고 여겼는지 품에서 얇은 책자 하나를 빼내 들었다.


“시주의 사정이 그러하니 나도 더는 다그치지 못하겠군. 대신 틈틈이 이 금강경(金剛經)이라도 읽어주게. 그리만 한다면 살기 짙은 폭혈장으로 인해 시주의 인성이 파괴되는 걸 어느 정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테니. 약속해주겠는가?”


허공 대사가 자비로운 표정으로 말하며 책자를 건네주자, 철무진은 그의 인자한 마음이 느껴져 이런 사람이야말로 비정한 강호에서도 몇 없는 참된 선배라고 생각했다.


허나 여기에서 시간을 더 끌어봐야 좋을 것이 없었기 때문에 철무진은 굳이 고마움을 표현하지 않고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하겠습니다. 대신 대사께서도 약속을 지켜주시리라 믿겠습니다. 그럼 이만!”


갈 길이 멀기에 철무진은 고개를 숙여 허공 대사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빠르게 걸음을 재촉했다.


이에 허공 대사는 그저 안타까운 표정으로 합장하며 불호를 욀 뿐이었다.


“아미타불! 오늘 우리의 선연이 훗날 악연이 되지 않기를...”


.

.

.


허공 대사와 헤어진 후, 철무진은 밤새 체력을 회복하여 생생해진 말을 타고 쉬지 않고 개봉을 향해서 달렸다.


그렇게 이른 아침부터 해가 중천에 뜬 정오까지 말을 달리다보니, 그간의 도피 생활로 적응할 만도 했지만 엉덩이가 아려오는 것을 느낀 철무진은 급히 말을 세우고 쉬어갈 만한 그늘진 곳을 찾으려했다.


때마침 먼 전방에 작은 내가 흐르며 그 주변으로 듬성듬성 긴 수풀이 늘어서있는 광경이 철무진의 눈에 들어왔다.


“휴... 1각(刻)만 쉬어갈까?”


지금껏 잘 달려준 말 또한 제법 지친 기색이 역력했기 때문에 철무진은 하마한 후 고삐를 쥐고 천천히 냇가로 향했다.


저벅 저벅

또각 또각


인적이 드물어서 그런지 자신의 발걸음 소리와 말발굽 소리가 평소보다 좀 더 크게 귀에 들려왔다.


물론 평소라면 이 정도의 일로 그리 민감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터였으나, 철무진은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며 급히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응당 냇가라면 새가 지저귀는 소리나 벌레가 우는 소리가 들려야 했음에도 그저 적막감만이 감돌고 있다는 걸 느낀 탓이었다.


곧 기감을 가다듬자 기다랗게 자란 수풀 속에서부터 자신을 노리는 은은한 살기가 느껴졌다.


다시 길을 되돌아갈 수도 없는 현실에 철무진은 한숨을 내쉬며 다가올 싸움에 대비했다.


“후우... 명문대파와 척을 지면 이토록 살아가기가 팍팍해지는구나. 하지만 내가 무림의 명성 높은 절대고수가 된다면 그 누구도 나를 쉽사리 건들지 못하겠지?”


지금 자신이 약하기 때문에 무당에 동조하는 자들이 이토록 많다고 생각한 철무진은 언젠가 꼭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절세고수가 되리라 다짐하며 천천히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러자 철무진이 방심한 틈을 타 기습을 가하려던 수풀 속의 무인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터벅 터벅


수풀을 헤치고 나타난 5명의 무인들은 통일되지 못한 거친 외관에 다양한 무기를 들고 있었다.


“쯧! 어린놈이 조심성이 많군.”

“그러게 말이오. 조금만 더 수풀 쪽으로 다가왔다면 손쉽게 놈을 포획했을 텐데.”

“캬악~ 퉷! 수풀에 숨어있느라 지겨워 죽을 뻔 했다.”

“꼬마야. 어르신들이 갈 테니까 얌전히 무릎 꿇고 있어라.”

“크크크. 반항하면 뒈질지도 모른다~”


거칠어 보이는 사내들이 전방을 포위하듯 둘러싸고 다가오자 무언가 모를 압박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철무진은 재빨리 상대의 행색을 훑어보고, 저들이 명문대파의 제자들이 아닌 단순한 현상금 사냥꾼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예전 아버지에게 틈틈이 강호무림에 대해서 지식을 전수받던 중 현상금을 쫓는 낭인 무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마 아버지의 이야기가 틀리지 않았다면 저들의 대부분은 삼류에 불과한 무력 수준을 갖추었을 게 분명했다.


그렇게 마음의 부담이 덜어지자 철무진은 무당이 저런 낭인에게까지 현상금을 걸고 자신의 뒤를 쫓는다는 사실에 치를 떨었다.


‘무당... 정말 지독하구나.’


철무진은 자신이 죽기 전까지는 이 추격이 멈추지 않을 거라 여기며 그 집요함에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낭인들은 철무진이 자신들의 압박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생각했는지 한층 더 살기를 풀풀 날리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챠핫! 저 놈의 목은 내 것이다.”


가장 앞장섰던 짧은 턱수염의 사내가 철무진의 목을 노리고 박도를 휘둘렀다.


쉭!


의도한 것인지 햇빛을 반사시킨 박도가 강한 빛을 번뜩이며 시야를 멀게 만들었다.


낭인들이 상대의 눈을 멀게 하기 위해서 흔히 사용한다는 수법이었다.


그간은 그래도 정도를 걷는 문파의 무인들을 상대하며 이런 비겁한 수를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잠시 방심하고 있던 철무진은 더 이상 저들을 경시하지 못하고 급히 내력을 끌어올렸다.


다행스럽게도 현천신공의 공능덕분인지 시야가 금세 회복되며 투박한 박도가 곡선을 그리며 날아드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에 철무진은 급히 자세를 낮추며 삼운보를 밟았다.


휙~

스스슥


박도가 빠르게 머리 위를 스쳐지나가는 것과 동시에 철무진은 상대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상대의 명치가 큼직하게 눈에 들어오자 철무진은 평소처럼 빠르게 좌수를 내뻗으며 폭혈장을 펼쳤다.


쿠릉~

퍽!


“크아아아악~”


명치가 함몰된 사내는 처참한 비명성과 함께 등 뒤로 피를 뿜어내며 한참이나 훨훨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철무진은 갈 길이 머니 내심 남은 4명의 낭인들이 겁을 먹고 도망가길 빌었다.


하지만 저들은 현상금을 노리고 여기까지 온 만큼 쉽사리 도망치기보다 긴장한 표정으로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철무진의 전방 방위를 점하고 늘어섰다.


“시벌... 듣던 대로 살벌한 놈이었구만.”

“크크. 돈 한번 벌기가 이리 힘들어서야. 퉤~”

“꼬마야. 네 무공이 악랄하니 우린 이제부터 합공을 할 것이다.”

“칫! 할 수 없지. 현상금은 4등분 하자고.”


저들은 함께 매복하고 있었지만 서로 일말의 정도 없었는지 방금 죽어나간 사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은 채, 부끄러움도 모르고 성인 4명이서 철무진에게 동시에 달려들기 시작했다.


타다다탓!


먼저 좌우 양쪽 끝에 서있던 검을 든 곰보 인상의 사내와 낫을 든 대머리 사내가 철무진의 가슴과 허리를 노리고 무기를 휘둘렀다.


이에 철무진은 급히 앞으로 달려가며 이 두 사람의 공격을 회피하려 했다.


그러나 미리 전방을 점하고 있던 창을 든 반백의 장년인과 단검을 든 젊은 중년인이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듯 음침하게 미소를 짓자, 철무진은 할 수 없이 바닥을 박차고 그대로 자리에서 뛰어올랐다.


“어딜 감히!”


“자충수를 두는구나!”


내공을 사용했기 때문에 철무진이 자신들의 키 높이까지 도약하며 공격을 피해내자, 곰보 사내와 대머리 사내는 그 즉시 반색하며 검과 낫을 철무진의 다리를 향해 휘둘렀다.


쉭!

슥!


하지만 철무진은 공중에서 몸을 운신하기가 힘들다는 일반상식을 깨부수며 그대로 몸을 일(一)자로 눕혀 회전하며 두 사람의 공격을 다시 피해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가문의 무공인 선풍각을 응용하여 거칠게 다리를 내뻗은 철무진은 거의 동시에 두 사내의 경동맥을 가격할 수 있었다.


퍽! 우직!


“켁!”

“윽!


큰 충격을 받은 두 사내는 목이 꺾여 짧은 단말마의 비명성을 내지르며 그 자리에서 무너지듯 쓰러져 숨을 거두고 말았다.


“아... 아니 시발!”


“젠장! 도망칩시다.”


철무진의 무공이 상상 이상이자 남은 두 사람은 방금까지의 여유로웠던 표정을 잃고 급히 등을 돌려 수풀 속으로 뛰어들려고 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고만 있을 철무진이 아니었다.


저들이 등을 돌리는 순간 철무진은 이미 삼운보를 펼쳐 두 사람의 지척까지 달려간 것이다.


그리고...


퍼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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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 불구대천(不俱戴天)(1) 23.05.29 1,209 17 11쪽
13 13. 악연(惡緣)(2) 23.05.23 1,319 21 12쪽
12 12. 악연(惡緣)(1) 23.05.22 1,343 1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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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 주련야독(晝鍊夜讀)(3) +2 23.05.20 1,427 19 11쪽
9 9. 주련야독(晝鍊夜讀)(2) +1 23.05.18 1,454 2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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