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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연시 님의 서재입니다.

혈해마록(血海魔錄)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차연시
작품등록일 :
2023.05.10 20:18
최근연재일 :
2023.06.23 23:37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44,854
추천수 :
639
글자수 :
170,638

작성
23.06.1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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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0
추천
13
글자
12쪽

25. 살행(2)

DUMMY

며칠 후...


이신이 자신을 극악한 마두로 모함하여 무당파의 척살대를 꾸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는 사이, 철무진은 낮에는 사람의 눈을 피하여 휴식을 취하고 밤에는 시신을 실은 기마들과 함께 쉬지 않고 이동하고 있었다.


아직 성장기의 혈기왕성함 덕분일까?


이런 밤낮이 바뀐 생활에도 철무진은 그럭저럭 버틸 만하다고 여기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쳤다.


“후우... 사람들의 눈을 피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군. 엉덩이도 아프고 말이야.”


더 이상 추격이 따라붙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계략이 통한 것인지 반신반의하던 철무진은 계속해서 이렇게 움직여야하나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이제 이런 생활에 슬슬 한계가 다가오는지 심신이 지쳐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무진은 무당파의 저력을 몰랐기에 이런 안일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사실 현재 무당파는 호남성을 둘러싸고 있는 다른 성에 자리한 명문대파와 중소문파는 물론이고, 경쟁 관계있는 팔대세가에까지 철무진을 마두로 공개 수배하여 지원을 요청한 상태였다.


그랬기에 이미 지난 며칠 동안 각 문파에서 파견 나온 무인들은 철무진이 다른 방향으로 이동시킨 기마들을 모조리 따라잡아 포획하였고,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기마 흔적을 따라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는 실정이었다.


허나 그것을 모르는 철무진은 정도문파의 무인들이 자신의 숨통을 죄여오는 것도 모른 채, 조만간 개봉에 숨어들어갈 생각에 들뜬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개봉에 들어가면 우선은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점소이로 일하며 돈을 벌면서 정보를 모아야겠어. 그리고 정보가 어느 정도 모인다면 무당과 그들이 속해있는 구파일방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떠나 무공을 수련해야지.”


아직까지 세상물정을 잘 몰랐기 때문에 철무진은 막연하게나마 실현 가능성이 큰 계획을 짜며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다.


그렇게 말을 달리며 복잡해지려는 머릿속을 정리하자, 어느덧 새로운 하루를 알리는 해가 떠오르며 날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음... 오늘은 어디에 몸을 숨겨야할까?”


철무진은 조금 밝아진 주변을 훑어보며 나무가 울창한 숲이나, 크고 작은 바위로 가득한 계곡을 찾으려했다.


하지만 오늘은 운이 나쁜지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기가 힘들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허허벌판뿐...


자신뿐 아니라 다른 기마까지 숨기에 적합한 지형을 발견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자 철무진은 이제 제법 부패하기 시작한 이가장 제자들의 시신을 살펴보며 좀 더 안일한 판단을 하게 되었다.


“그래. 아직까지 별탈이 없는 걸 보면 이제는 이들과 갈라서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말에서 내려선 철무진은 다른 3기의 기마를 개봉과 다른 방향으로 달려 보내며 앞으로 속 편히 홀로 움직일 생각에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후후. 무당의 말코 놈들... 이번에도 다른 곳으로 보낸 기마들을 쫓는다고 헛고생이나 실컷 해라.”


각기 세 방향으로 흩어져 빠르게 달려가는 기마들을 바라보며 철무진은 다시금 말에 올라 길을 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해가 완전히 떠올라 날이 밝았다.


이제 시신을 태운 기마들과 흩어져 몸을 숨길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철무진은 피곤한 와중에도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마을을 찾으려 했다.


또각 또각


지난 며칠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지친 말이 쓰러질 수도 있었기 때문에 철무진은 천천히 말을 몰았다.


그러자 그간 신경도 쓰지 않았던 사방으로 끝없이 펼쳐진 벌판의 모습이 시원하게 눈에 들어왔다.


“휴~ 추적을 어느 정도 따돌렸다고 생각하니까 이제야 주변 경관이 눈에 들어오는군.”


지난 며칠간 마음을 졸이며 밤에만 이동하고 낮에는 숲속이나 동굴에서 새우잠을 잤었기에 철무진은 이런 대자연의 모습을 바라보며 무언가 마음이 확 트이는 것을 느꼈다.


“강호의 절대고수들은 홀로 생활하며 이런 경관을 즐기기 위해서 수시로 여행을 떠난다더니 과연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아.”


말로만 들어왔던 무림 고수들의 이야기가 떠오르자, 철무진은 흡사 자신이 그들과 같은 무공 고수가 된 듯한 느낌을 받으며 느긋하게 말을 몰아 이동하는 것이 꽤나 낭만적이라고 느꼈다.


“그래. 이신을 죽이고 무당파를 굴복시켜 아버지와 형의 복수를 이룬다면, 그 후에는 지금처럼 강호를 주유하며 유유자적하게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 같아.”


아버지와 형을 잃고 처량하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지만 철무진은 평소 꿈꾸었던 미래를 떠올리며 잠시간 그 여유를 즐겼다.


그때였다.


두두두두~


지면으로 강한 진동과 함께 제법 많은 수의 기마들이 달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철무진은 장밋빛 미래를 꿈꾸다 말고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려 보았다.


그러자 먼 후방에서부터 자욱한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십여 기의 기마가 철무진의 눈에 들어왔다.


“씁! 어쩐지 쉽다 했다.”


철무진은 저들의 목표가 자신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고는 곧 천천히 말에서 내려섰다.


지금 타고 있는 말이 크게 지쳤기 때문에 저들의 추격을 따돌릴 수 없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 태산(泰山)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깃발을 안장에 달아놓은 9기의 기마들이 철무진의 지척까지 도달했다.


“워워~ 아이야! 설마 네가 철무진이라는 녀석이냐?”


말을 멈춰 세운 태산파의 무인들 중 선두에 있던 깡마른 장한이 철무진을 내려다보며 물음을 던졌다.


이에 철무진은 잠시간 고개를 숙이고, 언젠가 지나가는 말로 금만재에게서 호북성과 하남성 경계 어디쯤에 태산파라는 문파가 있다고 전해 들었던 일을 떠올렸다.


‘문하제자는 50명 내외고, 저들이 사용하는 독문무공은 태산도법이라고 했었지.’


대충 봐도 이가장의 제자들과 수준이 크게 차이나 보이지 않는 태산파 무인들을 바라보며 철무진은 굳이 저들의 물음에 대답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그러자 철무진의 꾀죄죄한 몰골을 바라보던 태산파 무인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대사형! 뭘 그리 묻고 그럽니까?”

“맞습니다. 네 이놈! 우릴 보고 잔뜩 쫄아서 몸이 굳은 것 같은데 냉큼 무릎을 꿇지 못할까?”

“크크. 어서 놈을 포획해서 무당에 넘기고 포상금이나 받아 챙기죠.”


놈들은 철무진을 다 잡은 물고기를 보듯 바라보며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저들이 그러든 말든 이미 속으로 계산이 선 철무진은 문답무용이라는 듯 그 어떤 대꾸도 하지 않고 빠르게 바닥을 박찼다.


“흡!”


철무진이 삼운보를 밟으며 빠르게 자신에게 달려들자 선두에 있던 깡마른 장한은 깜짝 놀라 숨을 급하게 들여 마시며 안장에 걸어놓은 도를 빼내려했다.


그러나 그는 채 도를 집어 들기도 전에 굳은살이 잔뜩 박인 철무진의 손바닥이 시야 가득 들어오는 것을 목도했다.


쿠릉~

퍽!


우레 같은 파공성과 함께 파육음이 터지며 깡마른 장한은 그대로 안면이 함몰되는 것과 동시에 뒤통수가 터져 나갔다.


털썩!


눈 한 번 깜빡일 시간에 자신들의 대사형이 살해되어 낙마해 바닥에 떨어지자, 시시껄렁하게 농을 주고받던 태산파 무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 듯 멍하게 그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 틈을 놓칠 철무진이 아니었다.


철무진은 곧장 삼운보를 밟아 저들 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철가장에서 수련했듯 양팔을 풍차처럼 휘두르기 시작했다.


쿠르릉~

퍼퍼퍼퍽!


폭혈장에 적중당한 4명의 태산파 무인들은 곧 묵직한 충격과 함께 자신의 신체 반대편이 터져나가는 기이한 경험을 하며 제대로 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낙마해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러자 포상금을 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대사형을 따라왔던 다른 4명의 태산파 무인들은 그 즉시 기겁하는 표정으로 말을 돌려 장내에서 도망치려고 했다.


“흥! 태산파에도 배덕자들이 있었군.”


도망치는 무인들의 모습에서 철가장을 저버렸던 제자들이 겹쳐 보이자, 철무진은 순간 크게 노해 전력을 다하여 삼운보를 펼쳤다.


스스슥~


채 가속이 붙지 못한 기마들은 금방 철무진에게 뒤를 잡혔다.


놈들의 등짝이 큼지막하게 눈에 들어오자 철무진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폭혈장을 펼쳤다.


쿠르릉~

퍼퍼퍼퍽!


“크아아악~”


전력을 다했기 때문일까? 등을 적중당한 태산파 무인들은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말에서 훨훨 날아 전방으로 한참이나 날아갔다.


그리고 복부가 터진 채 날아가던 그들이 공중에 피와 내장을 뿌려대며 바닥에 처박혀버리자 철무진은 그 참혹한 광경에 잠시간 희열을 느꼈다.


“크흐흐. 버러지 같은 놈들! 앞으로도 내 앞을 가로막는 것들은 모조리 이놈들처럼 처참하게 죽여줄 것이다.”


무당이 건재한 이상 이런 추격이 멈추지 않을 것임을 예감했기 때문인지 철무진은 스스로 마음을 강하게 다잡으며 전의를 불태웠다.


.

.

.


다음날...


두두두두~


안장에 정도(正道)와 태극(太極)이라는 글이 새겨진 깃발을 걸어놓은 수십 기의 기마들이 허허벌판을 가로질러 힘차게 달려가고 있었다.


그들은 누군가를 쫓는지 무복 곳곳에 뿌연 먼지가 가득 내려앉았음에도 개의치 않고 말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참이나 내달리던 그들은 곧 너른 벌판 곳곳에 쓰러져 있는 시신들을 발견하고는 급히 말을 멈춰 세웠다.


“워워~ 정지하라!”


히이이잉~


무인들이 고삐를 잡아당기자 말들이 큰 소리를 내며 투레질을 했다.


그러자 말을 부드럽게 토닥거리며 지면에 내려선 무인들은 제법 심각한 표정으로 벌판 곳곳에 쓰러져 있는 시신들을 살펴보았다.


“으음... 태산파의 제자들이 이곳에서 이렇게 떼죽음을 당했을 줄이야.”


추격자들이 잘 보라는 듯 철무진이 시신들을 그대로 방치하고 떠났기 때문에 이들의 신분을 빠르게 알아본 짧은 턱수염의 장년인, 정도문주 마방이 침음성을 터트리며 중얼거렸다.


이에 그와 함께 시신을 살펴보고 있던 사각턱의 중년인, 태극문주 염철 역시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마 선배! 무당에서 겨우 열다섯 밖에 되지 않는 꼬마 놈이 마공을 익혔다며 추격하라고 공문을 보냈기에 우습게 여겼거늘... 과연 손속이 악랄한 놈이었군요.”


“자네 말을 부정하기 힘들군. 아아! 세상이 어찌되려고 그리 어린 아이가 이런 악랄한 마공을 익혀 사람들을 해한단 말인가.”


염철의 말에 잠시 인상을 찌푸리며 한탄하던 마방은 곧 제자들을 시켜 태산파 제자들의 시신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허허벌판 다른 방향에서부터 4기의 기마가 이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이에 시신을 수습 중이던 정도문과 태극문의 제자들은 잠시 경계하는 기색을 보였으나, 곧 그 4기의 기마에 올라탄 사람들이 잿빛 도복을 입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도사들이 점점 가까이 다가옴에 따라 그들의 소매에 수놓아져 있는 매화 표식이 인상적으로 시야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좀 더 시간이 지나 4기의 기마 중 선두에 선 청년의 얼굴을 알아본 두 문파의 제자들은 크게 흥분하기 시작했다.


“옥룡 하가현(河假現)!”

“헉! 화산의 옥룡이 내려왔다.”

“후기지수 제일을 다툰다는 그 옥룡을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허어... 정말로 훤칠하게 잘 생겼다. 오늘 개안을 하는구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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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허공(虛空) +1 23.06.14 847 15 12쪽
26 26. 살행(3) 23.06.12 920 15 12쪽
» 25. 살행(2) 23.06.11 951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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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도주 +1 23.06.09 1,080 21 11쪽
22 22. 복수(3) +1 23.06.08 1,123 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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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복수(1) +2 23.06.06 1,196 19 11쪽
19 19. 재능개화(才能開化)(3) +1 23.06.03 1,228 2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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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 재능개화(才能開化)(1) +1 23.06.02 1,251 21 12쪽
16 16. 불구대천(不俱戴天)(3) 23.05.31 1,193 2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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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 불구대천(不俱戴天)(1) 23.05.29 1,218 17 11쪽
13 13. 악연(惡緣)(2) 23.05.23 1,329 21 12쪽
12 12. 악연(惡緣)(1) 23.05.22 1,352 1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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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 주련야독(晝鍊夜讀)(3) +2 23.05.20 1,435 19 11쪽
9 9. 주련야독(晝鍊夜讀)(2) +1 23.05.18 1,463 2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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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 강호의 생리를 느끼다. 23.05.15 1,679 24 12쪽
6 6. 금재력(金財力) 23.05.14 1,721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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