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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연시 님의 서재입니다.

혈해마록(血海魔錄)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차연시
작품등록일 :
2023.05.10 20:18
최근연재일 :
2023.06.23 23:37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44,853
추천수 :
639
글자수 :
170,638

작성
23.06.09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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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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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11쪽

23. 도주

DUMMY

철무진은 이신이 사라진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크게 분노한 표정으로 급히 놈을 쫓으려했다.


하지만 금만재가 급히 철무진의 어깨를 붙잡으며 이를 만류했다.


“무진아! 이미 늦었다.”


“놔요! 뭐가 늦었다는 말이에요?”


아버지와 형에 이어 친하게 지내던 유영마저 목숨을 잃었기 때문인지 철무진은 금만재의 손을 뿌리치고 경공을 발휘하려했다.


이에 금만재는 급히 철무진의 앞을 가로막으며 뺨을 후려쳤다.


짝!


“윽! 만재 형. 이게 무슨 짓이에요?”


복수에 눈이 돌아가 있던 철무진은 그제야 정신이 냉정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금만재를 바라보았다.


허나 금만재는 심각해진 얼굴로 입을 열뿐이었다.


“무진아! 지금 이럴 때가 아니다.”


“네? 이럴 때가 아니라뇨? 원수가 눈앞에서 사라졌는데 만재 형이야말로 지금 뭐하는 짓이에요?”


금만재의 방해만 아니었다면 단숨에 이신을 뒤쫓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철무진은 크게 소리치며 화를 냈다.


하지만 금만재는 여전히 심각한 얼굴로 급히 품에서 전낭을 꺼내 철무진의 손에 쥐어주었다.


“이 녀석아! 제발 내 말부터 들어. 무당의 제자가 이곳에서 죽었으니 어서 도망쳐야해. 당장 짐을 싸서 여길 떠나!”


금만재가 크게 소리치자 철무진은 그제야 정신이 완전히 돌아오는 걸 느꼈다.


그리고 청수 도사가 피를 흘리고 쓰려져 죽어있는 모습을 보자 철무진은 금만재의 말이 옳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어디로 도망쳤는지 알 수 없는 이신을 쫓으려다가는 복수에 성공하기도 힘들뿐더러 오히려 자신만 개죽음을 당할 확률이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제... 젠장! 저더러 어떡하라고요?”


생각이 복잡해지자 철무진은 금만재를 바라보며 조언을 구했다.


그러나 금만재 역시 자신이 청수 도사를 살해했기 때문인지 창백해진 표정으로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이에 철무진은 정신이 없기는 자신뿐 아니라 금만재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는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청수 도사의 시신 앞으로 이동했다.


“무진아... 어떻게 하려고?”


잔뜩 얼어있던 금만재가 자신을 바라보자 철무진은 어떠한 대꾸도 없이 그저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청수 도사의 등에 박혀있던 화살을 뽑아낸 철무진은 그대로 놈의 상처 입은 등판에 폭혈장을 적중시켰다.


퍼퍼퍽!


무진의 손바닥에 얻어맞은 청수 도사의 등판은 움푹움푹 파여 들어갔고, 그와 동시에 그 반대편 가슴이 터져 나가며 대량의 피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금만재가 경악을 금치 못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무진아! 한시가 급한데 이게 무슨 짓이야?”


“무슨 짓이긴요? 형 말처럼 한시가 급하지만 내가 이대로 떠난다면 어떻게 되겠어요? 집요한 무당파 놈들이 형을 가만히 두겠어요?”


철무진이 자신의 독문무공 흔적을 청수 도사의 몸에 새겨놓고 이리 말하자 금만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눈물을 흘렸다.


“고... 고맙다. 무진아.”


“아니에요. 고맙긴 제가 고맙죠. 사형이 아니었으면 전 방금 이 도사 놈에게 살해당했을 게 분명하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저는 앞으로 무당과는 한 하늘 아래에서 살아갈 생각이 없으니까 이게 맞는 거 같아요.”


“그... 그래도...”


“그래도는 무슨! 어서 사형도 짐이나 싸요. 이제 저는 사형의 조언대로 이 철가장을 떠날 생각이니까 형도 금화상단으로 가서 몸을 보중하세요. 훗날 인연이 닿으면 다시 만나요.”


짧은 시간 동안 앞으로 어찌 할지 마음을 정했기 때문인지 철무진은 말을 마친 후 일사천리로 짐을 정리해서 철가장을 떠나갔다.


.

.

.


이틀 후...


스스스슥!


이제 천애고아가 되어 누구 하나 도와줄 이가 없었기에 철무진은 쉬지 않고 보법을 펼쳐 호북성의 북쪽에 위치한 하남성을 향해 달려갔다.


“후읍... 후읍...”


숨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지만 철무진은 결코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신이 사라진 만큼, 놈의 조력자들이 언제 나타나 자신의 뒤를 쫓아도 하등 이상할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해가 뜨려는지 컴컴했던 시야가 점차 밝아지기 시작하자 철무진은 그제야 자리에 멈춰서 숨을 돌리며 휴식을 취했다.


“후욱... 씨발! 죽을 맛이다.”


쉬지 않고 장시간 달렸기 때문인지 호흡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고, 다리 근육 또한 경련을 일으킬 것 같았기에 철무진은 저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뱉어냈다.


하지만 오래 휴식을 취할 수는 없었다.


이가장 제자들의 추격은 두렵지 않았으나, 조만간 무당파에서 내보낼 추격조가 뒤에 따라붙는다면 더 이상 도주조차 하지 못하고 사로잡힐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젠장! 그 전에 호북성을 벗어나야 해.”


비록 지난 십오 년 평생 태을촌을 떠난 적은 없었으나, 철무진은 무당의 영향력이 큰 호북성을 떠나 소림의 영향력이 미치는 하남성으로 들어서야 그나마 목숨을 부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다시 보법을 펼쳤다.


스스스슥!


다리에서 묵직한 느낌이 나고 신물이 넘어왔다.


허나 철무진은 이를 인내하며 현천신공을 운용하여 삼운보를 펼치는데 열중했다.


그리고 철가장을 제외한 세상 어느 곳에도 연고가 없는 자신에게 가장 생존이 용이한 장소가 어디인지 잠시간 고심했다.


“그래. 개봉이다. 하남성에서 인구가 가장 많다는 낙양은 너무 뻔한 선택지라 오히려 빠르게 발각당할 위험이 크니까, 인구가 두 번째로 많은 개봉에 들어가 신분을 숨긴다면 무당의 말코들이 아무리 날고기어도 날 찾기가 쉽진 않을 거야.”


결론이 나자 철무진은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아직까지 희미하게 반짝이는 별자리를 살펴본 후 조금 방향을 틀어서 달리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별자리 보는 법을 배워놓지 않았다면 이렇게 도망조차 치지 못했겠지?”


달리는데 집중하려 했으나 문뜩 아버지 철유량과의 추억이 떠오르자 철무진은 저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혔다.


“어쩌다가 내 신세가 이리 기구하게 되었을까? 하...”


처량함을 느낀 철무진은 이 모든 것이 꿈처럼 여겨져 한탄성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철무진은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는 유영의 죽음에 슬퍼하느라 이신을 놓친 것이 천추의 한이라 여기며 이를 갈았다.


“으득! 쥐새끼 같은 놈. 반드시 네놈을 죽일 것이다.”


이관재를 일장에 쳐 죽였을 때의 통쾌함이 떠오르자 철무진은 이신 또한 언젠가는 그리 처리하리라 마음먹으며 빠르게 다리를 놀렸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해가 완전히 솟아올라 주변이 환해지자 밤새 무리해서 경공을 펼쳤던 철무진은 심한 피로감을 느끼며 자리에 멈춰서고 말았다.


“허억... 하악... 더는 무리다. 이대로 더 달렸다간 기혈이 뒤엉켜 결국 쓰러지고 말거야.”


당장이라도 눕고 싶었지만 철무진은 자신의 신세가 어떠한지를 떠올리며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여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스럽게도 근처에 울창한 나무들로 숲이 우거진 장소가 눈에 띄었다.


체력과 내공이 모두 바닥이었기 때문에 철무진은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곧장 숲속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간 수풀을 헤치고 숲 안쪽으로 들어서자 운기행공을 할 만한 너른 들판이 나타났다.


이에 철무진은 빠르게 주변을 훑어보며 사람이나 동물이 지나친 흔적이 없는지 살핀 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후우... 현천신공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며 내력을 회복해야겠다.”


서둘러 자리를 잡고 가부좌를 튼 철무진은 곧 운기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잠시 후...


빠르게 소주천을 마친 철무진은 바닥까지 고갈되었던 체력과 내력이 어느 정도 회복된 것을 확인하고는 육합천령기공보다 현천신공이 몇 배나 뛰어나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꼈다.


하지만 현천신공의 공능에 감탄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운기조식을 취하느라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철무진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서 보법을 밟으려 했다.


그때였다.


두두두두~


멀리서부터 수십여 기나 되는 기마가 달려오는 소리가 지면의 진동과 함께 느껴지자 철무진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왠지 모르게 이 기마들의 목표가 자신이라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급히 자세를 낮춘 철무진은 빠르게 수풀을 헤치고 숲 가장자리로 향했다.


그러자 때마침 멀리 먼지를 일으키며 20기의 기마가 빠르게 달려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젠장!”


기마의 선두에 이가장의 제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철무진은 화들짝 놀라 그대로 바닥에 드러눕고 말았다.


그리고 놈들이 그대로 이곳을 지나치길 바랐던 철무진은 곧 큰 곤경에 빠지게 되었다.


“워어~ 다들 멈춰라. 잠시 이곳에서 쉬어간다.”


선두에 선 가장 덩치가 큰 장한이 명령의 내리자 20명이나 되는 이가장의 제자들이 일사분란하게 말을 멈추어 세우고는 자리에 내려섰던 것이다.


놈들은 잠시간 주변을 살펴보더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사형! 무당파의 제자를 죽이다니 철가장의 어린놈이 겁을 상실했나봅니다.”

“그러게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 어린놈이 어떻게 무당의 도사를 죽일 수 있었는지가 더 궁금하다.”

“아니 왜요? 그놈은 사부님을 해할 만큼 실력이 있었는데 무당의 도사라고해서 죽이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그건 그래. 그러니 이 소협 같은 사람도 소악귀가 나타났다며 본산의 제자들이 내려올 동안 우리에게 놈을 추격해달라고 요청을 한 것이겠지.”

“으으... 소악귀라니! 설마 우리도 그 어린놈에게 당하는 건 아니겠지요?”

“뭐? 으하하하! 아무리 그래도 우린 20명이나 되는데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느냐?”

“하긴! 무당의 도사가 죽어서 그런지 주변의 중소문파들도 이번 추격에 합세하기로 했으니까 그 어린놈이 잡히는 건 시간문제겠지요.”

“당연하지! 놈은 조만간 우리에게 사로잡혀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 거다.”


이가장의 제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오자 철무진은 개봉까지 도달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저들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보니 철무진은 오히려 이 상황이 반갑게 여겨졌다.


왜냐하면 비록 이 자리에 이신이 없어서 당장 복수를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긴 했지만, 놈이 없다면 지금 눈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가장의 제자들을 모조리 쳐 죽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만 한다면 잠시 동안이라도 무당의 본산 제자들이 내려올 동안 추적을 피할 수 있을 테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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