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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연시 님의 서재입니다.

혈해마록(血海魔錄)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차연시
작품등록일 :
2023.05.10 20:18
최근연재일 :
2023.06.23 23:37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44,601
추천수 :
639
글자수 :
170,638

작성
23.06.06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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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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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글자
11쪽

20. 복수(1)

DUMMY

며칠 후...


현성진인이 무당파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철무진은 몇 날 며칠이나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것은 지금 당장이라도 이가장으로 쳐들어가 이신과 이관재를 처단하느냐?


아니면 이신과 이관재가 홀로 있을 때를 노려 급습하느냐? 하는 고민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가 않았다.


당장 이가장으로 쳐들어가게 된다면 서른이 넘는 놈의 제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현실이 부담스러웠고, 또한 이신과 이관재가 홀로 있을 때를 포착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시발... 일대일 대결이라면 이신이나 이관재나 단숨에 처단할 수 있을 텐데.”


좀처럼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철무진은 초조함을 느꼈다.


그렇다고 복수를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낀 철무진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후... 할 수 없지.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고 했다. 그러니 좀 더 침착하게 기회를 기다려 보자.”


마음을 다잡은 철무진은 지난날 방숙이 건네주었던 의술서를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의술서를 읽고 신체에 대한 지식이 늘어나니 무공에도 큰 도움이 되는구나. 역시 연륜은 무시 못 한다던 옛말이 맞았어.”


지난 며칠간 답답했던 가슴이 의술서를 읽는 동안만은 평온해질 수 있었기 때문에 철무진은 방숙에게 감사해하며 그의 조언처럼 새로운 책을 빌리기 위해서 봉추서점으로 향했다.


잠시 후...


마을 중심으로 이동하던 철무진은 문뜩 금만재가 전해주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근래 이신과 이관재는 제자들을 대동한 채, 이가장의 뒤에 무당이 있음을 홍보하며 마을 거리를 활보한다고 했었지? 흠... 어쩌면 놈들을 처단할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지도 몰라!”


철무진은 겨우 다잡아 놓았던 마음이 쿵쾅거리며 들뜨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옛 성현의 말씀 중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을 속으로 되뇌던 철무진은 불끈 주먹을 쥐고 마을 중심부로 향했다.


저벅 저벅


마을은 철가장에 큰일이 있기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다.


평화롭게 길을 오가는 사람들과 저잣거리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그렇듯 바쁘게 살아가고 있었다.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철무진은 자신 역시 저들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었을 텐데 이가장과의 악연 때문에 가족들을 잃었다는 자책감에 빠져들었다.


‘아... 그날 내가 봉추서점에 가자만 않았다면... 아니면 만재 형의 위기를 못 본 척했더라면...’


그렇게 철무진은 아버지와 형을 잃었다는 상실감에 자책을 넘어 못난 생각까지 하고 말았다.


그때였다.


징~


“으하하하~ 강호동도 여러분! 앞으로 이 태을촌은 무당파의 비호를 받는 우리 이가장이 철저하게 보호하겠소이다. 그러니 다들 협조 부탁드리오!”


큰 징소리와 함께 이관재가 이십여 명의 제자들을 거느리고 저잣거리에 모습을 드러내더니, 무당의 이름까지 팔아먹으며 위세를 부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길을 오가던 사람들은 즉시 길가로 자리를 피했고, 거리에서 장사를 하던 상인들 역시 이관재와 눈이라도 마주칠까 두려워하며 모두들 고개를 돌렸다.


이에 이관재는 자신의 위엄이 통했다고 생각했는지 더욱 기고만장해진 표정을 지었다.


“흐흐. 다들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니 이 이 모는 기쁘기 그지없소.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앞으로도 이 태을촌에 사마외도의 무리가 얼씬 거리지 못하게 하려면 그대들은 조금 더 많은 상납금을 내야할 거이오.”


웅성웅성~


무당파에 많은 재물을 바쳤기 때문인지 이관재가 탐욕스러운 얼굴로 마을을 찾은 용무를 말하자 상인들은 크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이가장의 보호가 없어도 잘만 살아왔는데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이오?”

“옳소! 며칠 전부터 상납금을 요구하더니 뭘 더 얼마나 내란 말이요?”

“우리에겐 상납금을 요구하는 이가장이 사마외도나 다를 바 없소!”

“우우~ 이가장은 물러가라!”


저잣거리에서 오랜 세월 장사를 해왔던 만큼 뼈대가 굵어진 상인들은 급기야 야유까지 쏟아내며 이관재의 요구에 반발심을 드러냈다.


그러자 이관재의 표정은 대번에 흉신악살처럼 변했다.


“뭐라? 다들 권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택하다니! 이거 좋게 좋게 상생하며 살아가려는 내 관대한 처사를 무시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얘들아. 쳐라!”


이관재가 눈빛으로 신호를 주자 그를 따라온 이가장 제자들은 그 즉시 검을 빼들고 상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퍽! 파직!

우당탕당!


“이놈들... 하늘이 두렵지 않느냐?”

“아이고~ 나죽네!”

“그... 그만. 아아아악!”

“사... 살려줘! 으악!”


이가장의 제자들이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하자 기세 좋게 나섰던 상인들은 잠시 악을 쓰며 발악하기도 했으나 곧 이에 굴복하여 목숨을 구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관재는 악랄했다.


“흥! 기세 좋게 나서기에 제법 뼈대가 굵은 줄 알았더니 실망이군. 허나 이제 와서 빌어도 소용없다. 사람들을 선동했으면 그 대가를 치러야지. 얘들아! 본보기로 저놈들의 가게를 부숴버리고 앞으로 다시는 이 태을촌에 발도 붙이지 못하게 만들어라.”


“넵!”


비열한 이관재를 스승으로 둔 만큼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이가장의 제자들은 그 누구 하나 반발하는 이 없이 오히려 즐거워하며 다시금 폭력을 행사하려 했다.


이에 길가 인파에 묻혀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철무진은 크게 인상을 찌푸렸다.


‘우리 철가장을 철저하게 무너트리고 무당파의 비호까지 받게 되자 저놈이 드디어 본성을 드러내는구나.’


철무진이 이관재를 노려보고 있는 사이 이가장의 제자들은 우월감에 찬 표정으로 상인들의 가게를 부수기 시작했다.


콰직!

콰지지직!


“아아... 안 돼!”

“무사님들 제발 가게만은...”

“이놈들아 차라리 죽여라!”

“제발 그만! 으허헝~”


목숨보다 중요한 가게가 박살나기 시작하자 상인들은 앞서 두드려 맞고 다친 몸으로 울부짖으며 이가장 제자들의 바짓단을 잡고 늘어졌다.


허나 이들의 몸부림은 오히려 매만 부를 뿐이었다.


“이거 놔라!”

“이 더러운 손으로 누굴 만져?”


퍽! 퍼버벅!

아아악~~


이가장 제자들은 매몰차게 상인들을 짓밟으며 매타작을 이어갔다.


그러자 무당파의 위세를 등에 업은 이가장의 행사에 차마 반발하여 나서지 못한 사람들은 애써 두 눈을 질끈 감거나 고개를 돌려 이 모습을 외면할 뿐이었다.


이에 철무진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힘이 없으면 당하고 살 수밖에 없다는 무림의 생리를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아버지와 형이 이신에게 목숨을 잃던 때를 떠올렸다.


‘시발 놈들... 반드시 죽이고 만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자 때마침 뒤쪽에 홀로 남아 제자들의 만행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던 이관재의 모습이 철무진의 눈에 들어왔다.


지금이라면 홀로 남은 이관재를 기습하여 단숨에 쳐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보는 눈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철무진은 들뜬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가 이관재의 앞까지 다가섰다.


저벅 저벅


“음? 넌 뭐지?”


어려보이는 아이 하나가 자신의 앞을 막아서자 이관재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허나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철무진이 더했다.


“이 장주! 내 아버지와 형을 죽게 만들어 놓고 벌써 내 얼굴까지 잊은 거요?”


“뭐? 이 장주? 이 새파랗게 어린노무 새끼가...”


화가 난 이관재는 잠시 철무진을 노려보다가 무언가 떠오른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오호! 그러고 보니 네 녀석은 망해버린 철가장의 자식 놈이었구나. 감히 내 앞에 나타난 걸 보면 아비와 형을 잃고 실성이라도 한 게냐?”


이관재는 깔보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에 철무진은 당장이라도 그의 면상에 폭혈장을 박아 넣고 싶었지만 차갑게 마음을 식히며 입을 열었다.


“실성이라... 그렇다면 어쩔 거요?”


“뭐라고? 이 새끼가...”


“흥! 새끼 새끼 그만하시오. 무당파를 등에 업고 힘없는 양민이나 핍박하는 주제에 부끄러움도 모르는 당신은 날 무시할 자격이 없으니까.”


철무진이 한마디도 지지 않고 말을 내뱉자 이관재는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쳤는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이노옴~ 그러고 보니 전날 내 제자들을 비겁하게 등 뒤에서 습격한 네 녀석 또한 짓밟아 놓았어야 했는데! 이렇게 제 발로 내 앞에 나타나 주어서 고맙다. 그 버르장머리를 고쳐주마!”


이관재는 철무진이 어린 나이라고 깔보았는지 성큼성큼 거리를 좁히며 다가들었다.


그러자 철무진은 오히려 잘되었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좋소! 오늘 내 버르장머리가 고쳐지는지, 아니면 그대의 악랄한 삶이 종지부를 찍는지 어디 한 번 길고 짧은 걸 대어봅시다.”


이관재와의 일대일 대결을 바라왔던 만큼 철무진은 큰소리로 말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려했다.


이에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저잣거리의 사람들은 대번에 철무진의 모습을 알아보고 웅성이기 시작했다.


“아... 철가장의 어린 소협이 또 다시 나섰어.”

“저런! 그날 이가장의 제자들을 물리쳤던 것처럼 오늘도 기적이 일어날까?”

“하늘이시여! 저 무도한 이가장을 벌줄 수 있도록 어린 소협에게 힘을 주소서.”

“힘내요! 어린 소협.”


그렇게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화들짝 놀란 이가장의 제자들이 이관재에게로 다가서려 했다.


허나 이관재는 보는 눈이 많다는 것을 의식하며 침착하게 손을 들어 제자들이 다가오는 것을 막아 세웠다.


“보아하니 철 가장의 어린 애송이가 복수를 하고 싶어 하나 본데, 너희들은 그냥 거기서 구경이나 하려무나.”


지난날 철유량의 기세에 눌렸던 것이 떠올라 수치심을 느낀 이관재는 철무진이 어리다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고, 본인이 직접 철가장의 마지막 생존자를 처단하여 후환을 없애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며 천천히 기수식을 취했다.


“흐흐. 애송아! 보는 눈이 많으니 강호무림의 선배로서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선수 또한 양보해주마.”


어린 철무진을 상대로 선공을 취한다면 욕을 먹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관재는 모든 사람이 들으라는 듯 크게 말하며 자신의 배포를 과시하려했다.


이에 철무진은 속으로 비웃음을 터트렸다. 허세 가득한 이관재의 모습을 바라보니 곳곳이 빈틈투성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철무진은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좋소! 이 장주의 배포에 감탄을 금할 길이 없으니, 내 그 제안에 응하리다.”


철무진이 아버지의 어투를 흉내 내어 답하자, 그 모습이 매우 건방져 보였는지 이관재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기분 나빠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스스스슥!

쉬익~


철무진이 바닥을 박차고 빠르게 자신에게 다가들며 팔을 내뻗자, 이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깜짝 놀란 이관재는 어깨를 움찔거리며 두 눈을 부릅뜨고 말았다.


“자... 잠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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