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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연시 님의 서재입니다.

혈해마록(血海魔錄)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차연시
작품등록일 :
2023.05.10 20:18
최근연재일 :
2023.06.23 23:37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44,607
추천수 :
639
글자수 :
170,638

작성
23.05.15 22:39
조회
1,669
추천
24
글자
12쪽

7. 강호의 생리를 느끼다.

DUMMY

금재력과 철유량의 관심이 자신에게 집중되자 금만재는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평소 스스로를 무공 둔재라고 생각했던 만큼 처음 받아보는 아버지와 스승의 관심이 부담스럽기만 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어버린 상황에서 어쩔 도리가 없었기 때문인지 금만재는 까짓것 철무진과의 약속도 지킬 겸 능청스럽게도 자숙하는 표정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


“아버지! 신경써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사부님! 괜히 저 때문에 분란이 일어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그렇게 자신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두 사람의 모든 관심을 스스로에게 집중시키려는 금만재의 모습에 철무진은 만족스러움을 느끼며 녀석이 꽤나 의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금만재의 의도를 모르는 금재력은 평소 집에서 무뚝뚝했던 아들의 감사 표현에 기뻐하였으며, 철유량 또한 제자의 예의 바른 모습에 기꺼워하며 입을 열었다.


“심려라니 가당치도 않다. 내 평소 마을을 오가며 이가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 정도는 알아챌 수 있었으니 말이다. 분명 이관재 그자는 어제의 일이 아니었더라도 조만간 이런 사달을 벌이고도 남았을 것이니 너무 주눅 들 필요가 없단다.”


“철 장주의 말씀이 옳습니다. 저 역시 자리를 자주 비우기는 하지만 근래 이가장의 행보가 도를 지나치고 있다는 소문 정도는 들을 수 있었으니 말이지요. 그러니 만재 넌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이 아비가 빠른 시일 내에 금화상단의 이름으로 이가장에 자중할 것을 경고할 터이니.”


스승과 아버지의 자상한 격려가 이어지자 금만재는 그제야 애써 표정을 풀어 밝아진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부님! 아버지! 그리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다. 상행 때문에 자주 자리를 비워 아비로서 네게 모자람이 많아 늘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허나 오늘 철가장에 들어서니 장주님을 비롯한 사형제들이 너와 가족처럼 지내는 것 같아 이 아비는 참으로 기쁘기 그지없구나. 철 장주! 그리고 다른 소형제들! 우리 만재와 잘 지내주어서 정말 고맙소!”


금재력은 자신의 아들 때문에 벌어진 위급한 상황에서도 다들 똘똘 뭉쳐 이를 극복하려는 철가장의 모습에 감동하였는지 급기야 포권까지 말아 쥐며 장내의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에 그 모습이 보기 좋았는지 철유량을 비롯한 철가장의 제자들 또한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포권을 말아 쥐고는 금재력의 감사인사에 답인사를 하였다.


그렇게 분위기가 훈훈해지자 철유량은 만족스럽게 금재력을 바라보았다.


“금 대인! 비록 명망 높은 대문파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그래도 본인은 제자들에게 항시 협과 의를 강조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저를 믿고 계속해서 만재를 저희 철가장에 보내주십시오.”


“하하. 그야 이를 말입니까? 그렇지 않아도 조만간 또 먼 곳으로 상행을 떠나야할 것 같아 오히려 제가 앞으로도 만재를 잘 부탁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먼저 이리 말씀해주시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이토록 믿어주시니 제가 더 감사하지요.”


겸양을 떠는 철유량의 모습에 금재력 또한 기꺼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하하. 그럼 철 장주와 저 모두 서로에게 감사한 것으로 치십시다.”


“네? 하하. 그거 좋습니다. 과연 듣던 대로 금 대인께선 호방하시기 이를 데가 없군요.”


두 사람의 거듭된 칭찬에 장내의 분위기는 언제 비장했냐는 듯 금세 훈훈해질 수 있었다.


“과찬입니다. 철 장주. 어쨌든 지금껏 먼 타지에 가서도 항시 하나뿐인 아들 걱정 때문에 잠을 못 이루곤 했었지만 더 이상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안심이 되는군요. 그럼 오늘은 이만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가 보겠습니다.”


먼 곳으로 떠나야한다는 말이 거짓이 아닌 듯, 금재력은 좀 더 철유량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아쉬운 표정으로 장내를 떠나갔다.


그러자 오늘 버거운 하루를 보냈다고 생각한 철유량 또한 제자들을 다독인 후, 철무진과 금만재를 자신의 방으로 불러들였다.


잠시 후...


쪼르륵~


집안에 큰 액이 닥칠 뻔했지만 철유량은 평소처럼 침착한 얼굴로 찻잔에 차를 따르더니 가볍게 미소를 보였다.


“후우... 무진아! 만재야! 너희 두 사람도 이제는 강호무림이 어떤 곳인지 조금은 느낄 수 있었겠지?”


잠시 적막한 상황에서 철유량이 가득 채워진 찻잔을 앞으로 내밀며 운을 떼자 철무진과 금만재는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버지. 사소한 분쟁이 생기더라도 반드시 그 뒷감당을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맞아요. 저 또한 이번 일로 어지간하면 시비가 걸려도 뒷일을 생각해서 일을 크게 벌이지 않는 게 좋다는 걸 느꼈어요. 오롯이 자신이 모든 걸 감당할 수 없다면 말이지요.”


두 사람이 진지한 얼굴로 답하자 철유량은 나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강호는 그런 곳이다. 하지만 너무 움츠려들 필요는 없어.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는 낙원이 없다는 말처럼, 뒷감당이 무서워서 사소한 분쟁마저 피한다면 이 넓은 강호 그 어디에도 발붙일 곳이 없을 테니 말이다.”


오늘 일로 아들과 제자가 크게 주눅들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철유량은 자상하게 말하며 두 사람을 다독여주었다.


이에 금세 얼굴을 편 금만재가 입을 열었다.


“사부님 말씀이 옳아요. 무림인들은 한줌의 명성 때문에 목숨까지 건다는데 뒷감당이 무서워서 분쟁을 피한다면 사부님과 사문의 명성에 먹칠을 하게 되겠죠. 앞으로도 철가장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게요.”


금만재가 씩씩하게 말하자 철유량은 기꺼운 표정으로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오냐! 어찌되었든 별 탈 없이 오늘 일이 끝날 수 있어 다행이구나. 허나 이관재 그자는 욕심이 많고 편협하니 오늘 일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에이~ 설마요? 그래도 아버지께서 금화상단의 이름으로 겁박을 준다고 했는데 별일이야 있겠어요?”


금만재는 평소처럼 낙천적인 모습으로 말했다.


하지만 철유량은 금세 굳어진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거야 모를 일이지. 금화상단이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그 본단은 이곳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무한에 위치해있고, 금 대인 또한 조만간 상행을 떠나신다고 하니 이관재는 분명 다시금 시비를 걸어올 것이 분명해.”


“그... 그럼 어떡하죠?”


철유량의 이야기를 듣고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현실이 실감되는지 금만재는 조금 어두워진 표정으로 물었다.


이에 철유량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하! 그래도 너무 걱정은 말거라. 너도 보았지 않느냐? 이 사부가 이관재 그자보다는 한 수 앞선다는 것을 말이다.”


금만재가 주눅 들까 걱정되었는지 철유량은 평소와 달리 허세까지 부리며 제자의 마음을 다독여주려 하였다.


그러자 그 마음을 느끼기라도 했는지 금만재는 환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자가 사부님과의 대결이 무승부라고 우겼지만, 계속해서 싸웠다면 분명 승자는 사부님이 되셨을 거예요.


“당연하지. 그러니 넌 평소처럼 열심히 수련만 하면 된단다. 그리만 한다면 다음번에도 이가장과 시비가 붙더라도 또다시 그놈의 제자들을 때려눕힐 수 있을 테니까. 이 사부와 철가장을 믿고 결코 물러서지 말거라.”


“헤헤. 물론이죠! 결코 철가장의 이름에 먹칠하지 않을게요.”


금만재가 넉살좋게 말하자 철유량은 잠시 기꺼운 표정으로 녀석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곧 지금까지 조용히 자리에 있던 철무진을 바라보게 된 철유량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만재는 그렇다 치고... 무진이 너는 어떡할 생각이더냐?”


“네? 무엇을 말이지요?”


귀찮아질 일이 생길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철무진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철유량을 바라보았다.


허나 아들 걱정이 앞선 철유량은 평소와 달리 엄한 얼굴로 철무진을 바라보았다.


“허어! 오늘 일을 겪고도 그리 태연하다니 네 담이 큰 것인지... 무감각한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구나.”


철유량은 한탄하듯 말했다.


그러나 그는 곧 오늘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자신의 아들이 이 험난한 세상을 무사히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무공을 익혀야 한다고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무진아! 너도 보고 들었듯이 이제 이가장에서 어떻게 나올지 알 수가 없으니 앞으로는 이 아비에게 무공을 전수받도록 하여라. 그리하지 않는다면 내 너의 외출을 결코 허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철유량이 단단히 마음을 먹은 듯 두 눈까지 부릅뜨고 말하자, 철무진은 아버지의 그런 의지를 느끼고는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알겠습니다. 대신 수련을 마친 후에는 꼭 봉추서점에 갈 수 있도록 허락을 해주세요.”


전날 봉추서점에서 보았던 서적들이 눈앞에 아른 거렸기 때문에 철무진은 그것만은 양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크흠! 녀석하고는... 좋다. 하지만 너도 이건 약속하거라. 오늘 이런 일이 있었던 만큼 훗날 이가장과 시비가 붙는다면 반드시 이 아비에게 우선적으로 도움을 청할 거라고 말이다.”


“그야 물론이죠. 제가 어찌 만재 형처럼 이가장의 무인들과 싸움을 벌이겠어요? 저들이 시비를 걸어온다면 반드시 아버지께 우선적으로 도움을 청할게요.”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상황에서 철유량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것임에도 철무진은 지금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애써 아버지의 말에 따르는 척 고분고분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 네가 그리 말해주니 그나마 안심이 되는구나. 만재야!”


“넵! 사부님.”


철유량이 갑자기 자신을 부르자 금만재는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철무진을 바라보다가 화들짝 놀라 답했다.


“녀석! 뭘 그리 놀라느냐?”


“아... 아닙니다.”


“싱겁기는! 어찌되었든 오늘 일은 만재 너와 무진이가 엮여있는 만큼 이관재 그자는 너희 두 사람을 노릴 확률이 크다. 그 정도는 알고 있겠지?”


“물론이지요.”


“그래. 알고 있다니 내 편히 말하마. 앞으로 두 사람은 내가 특별 관리하여 무공을 전수할 테니 마음 단단히 먹고 있도록 하여라. 알겠느냐?”


“네? 특별관리라면...”


금만재가 의아해하자 철유량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오전에는 내 수업을 다른 제자들과 함께 듣고, 오후에는 속성으로 대련을 하여 빠르게 실전 감각을 기르도록 만들어 줄 테니 말이다.”


“오오! 그게 정말이신가요? 그럼 저는 무진이와 대련을 하면 되는 겁니까?”


철무진이 자신을 도울 때 보였던 무공 실력이 눈앞에 아른거렸기 때문인지 금만재는 흥분을 숨기지 못하고 물었다.


“그래. 허나 무진이는 아직 무공에 제대로 입문조차 하지 못했으니 만재 네가 사형으로서 잘 좀 이끌어주면 좋겠구나.”


“네? 제가요?”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었기 때문인지 금만재는 다시금 전날의 일을 떠올리고는 침을 꿀꺽 삼키며 철무진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공의 둔재인 자신이 철무진을 잘 이끌어줄 일은 결코 없을 거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금만재의 벙찐 표정이 웃겼는지 철무진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입을 벙긋거렸다.


“헤헤. 잘 됐네요. 만재 형. 아니 금 사형. 잘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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