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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연시 님의 서재입니다.

혈해마록(血海魔錄)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차연시
작품등록일 :
2023.05.10 20:18
최근연재일 :
2023.06.23 23:37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44,600
추천수 :
639
글자수 :
170,638

작성
23.06.0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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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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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11쪽

21. 복수(2)

DUMMY

퍼억!


“어윽...”


검조차 뽑지 않고 자만하고 있던 이관재는 그대로 가슴에 일장을 허용하며 답답한 신음성을 터트렸다.


하지만 놀랄 일은 그 직후에 벌어졌다.


푸화학~

후두두둑~


가슴을 두드려 맞은 이관재의 등판이 터져나가며 대량의 피가 뿜어져 바닥에 떨어져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커윽... 너... 너...”


털썩!


입으로 피를 게워내며 철무진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던 이관재는 결국 제대로 된 마지막 말조차 남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무너지듯 쓰러지고 말았다.


그렇게 철무진은 살아생전 첫 살인을 저질렀다.


그럼에도 철무진은 심장이 평소보다 좀 더 강하게 쿵쾅거린다는 것만 느낄 뿐 아무런 감흥도 없는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 무서운 놈!”

“악귀다. 악귀가 나타났어.”

“으으으...”


철무진의 섬뜩한 눈빛을 마주한 이가장의 제자들은 겁에 질려 감히 스승의 복수도 생각지 못하고 침음성만 터트리고 말았다.


이에 철무진은 저놈들이 지금 당장은 주눅 들어 있지만 갑자기 이관재의 복수를 하겠다고 달려든다면 감당하기 어렵다고 여기고는 재빨리 저들의 기세를 제압하기 위해서 입을 열었다.


“다들 보셨습니까? 이 장주는 본인과의 일대일 대결을 흔쾌히 승낙했고, 그 결과로 나 철무진이 얼마 전 사망하신 아버지와 형의 복수를 정정당당하게 성공했다는 것을!”


철무진은 기세를 피워 올리며 두 눈을 부릅뜨고 주변을 훑어보았다.


그러자 이가장의 제자들은 우두머리를 잃은 개떼처럼 더욱 주눅 들어 감히 철무진의 눈을 마주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대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마을 주민들은 그와 반대로 큰 소리로 철무진을 찬양하며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철 소협! 최고다~”

“아무렴! 저 어린 나이에 이관재를 일 수에 쓰러트리다니 정말 멋지고말고.”

“흥! 그와 반대로 스승이 죽었는데도 어린 소협의 무공이 무서워서 나서지도 못하다니. 이가장 놈들은 당장 고추를 떼 버려라.”

“옳소! 저런 겁쟁이 놈들이 우리를 보호한다고? 보호비는 무슨... 당장 꺼져라!”


와아아아아~


그렇게 대세가 완전히 자신에게로 기울자 철무진은 이제 느긋한 표정으로 이가장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나의 승리요. 허나 무림인이라면 의당 복수할 권리가 있으니, 당신네들은 당장 돌아가 이신에게 복수를 원한다면 3일 뒤에 이곳에서 승부를 보자고 전하시오.”


철무진이 못을 박듯 소리치자 장내에서 우물쭈물하던 이가장의 제자들은 마을에 자신들의 편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을 느끼고는 급히 이관재의 시신을 수습해 도망치듯 자리에서 떠났다.


잠시 후...


계속되는 마을 사람들의 격려와 응원이 부담되었지만 철무진은 처음 마음먹었던 대로 차분하게 봉추서점으로 향했다.


그리하여 방숙을 마주하게 된 철무진은 태연한 표정으로 그에게 의술서를 건넸다.


“방 노야! 전에 빌려주신 의술서 덕분에 무공 수련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그러냐? 한데 밖이 소란스럽던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게야?”


봉추서점에 오는 동안 마을 사람들이 쉬지 않고 철무진의 이름을 외쳐대며 뒤따랐기 때문에 방숙은 의아해하며 물음을 던졌다.


이에 철무진은 의술서를 반납하러 오던 길에 우연찮게 이관재와 그의 제자들이 마을 사람들을 핍박하는 모습을 보았고, 이를 기회로 일대일 대결을 펼쳐 복수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방숙에게 전해주었다.


“오오! 그게 정말이냐? 어린 네가 그 독사 같던 이관재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것도 모자라 놈을 일장에 쳐 죽이기까지 하였다니... 정말 믿기 힘든 일이구나.”


방숙은 기뻐하면서도 곧 철무진의 안위가 걱정되었는지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허면 3일 뒤에는 이관재의 조카인 이신과 싸워야하는데... 자신은 있고?”


“물론이죠. 비록 이신이 무당파의 무공을 익혀서 이관재보다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아버지와 형을 죽인 진정한 원수는 그놈이기에 결코 질 수 없어요.”


철무진이 의욕을 드러내며 주먹을 꼭 쥐자 방숙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 기왕지사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이신의 뒤에 무당파가 있더라도 넌 네가 원하는 대로 복수를 하여라. 그리하여 이신마저 정정당당하게 일대일로 쓰러트릴 수 있다면 정파의 태산북두를 자처하는 무당파에서도 한동안은 네게 손을 쓰지 못할 게다.”


살아온 세월이 있는 만큼 방숙은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었다.


“정말요? 노야의 말씀대로만 된다면 좋을 텐데...”


무당의 장로인 현성진인이 철가장을 핍박하는데 일조했기 때문에 철무진은 방숙의 말을 쉽사리 믿지 못해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이에 방숙은 주름이 자글자글한 손을 들어 철무진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내 말을 믿어라. 네가 내 말처럼 정정당당하게 승리를 거둔다면 아무리 무당파가 무림의 태산북두라고 하여도 세간의 눈이 무서워 섣부른 짓은 못할 터이니.”


“정말 그럴까요?”


“물론이다. 정도문파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명분과 세간의 인심이라, 반드시 내 말대로 될 것이니라.”


방숙이 이렇게까지 말하자 철무진은 그제야 마음이 놓인 듯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알겠어요. 그렇다면 최선을 다해서 이신과의 결전을 준비해볼게요.”


“잘 생각했다. 그런데 네가 그토록 대단한 무공 실력을 지니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구나. 그것도 몰라보고 삼류잡서를 네게 보여줬다니 노부 인생 칠십 년을 헛살았음이야.”


무거워진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지 방숙이 장난스럽게 말을 건네자 철무진 또한 긴장이 풀린 듯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하하. 뭘 또 그렇게 말씀하세요. 그 삼류잡서들이 제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 아시면 그런 말씀 못하실 거예요.”


“녀석! 농담도 잘하는구나. 그렇게까지 노부를 위해 주지 않아도 되느니라.”


“정말이라니까요!”


“오냐! 알았다. 알았어. 믿어줄 테니 좀 더 무공에 도움이 되도록 새로운 의술서나 빌려가서 읽어 보아라.”


“쳇! 알았어요.”


진실을 말해주었지만 노회한 방숙이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하자 철무진은 체념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서점 2층으로 향했다.


.

.

.


그날 밤...


철가장에 돌아온 철무진은 금만재와 유영을 뒤뜰에 불러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을 전해주었다.


“뭐? 그게 정말이야?”


“허어... 네가 이관재를 죽였다고?”


두 녀석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았지만 철무진은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이에요. 그리고 3일 뒤에는 이관재를 죽인 그 자리에서 이신과 대결을 펼치자고 했으니까 사형들도 그렇게 알고 계시면 좋겠어요.”


철무진이 박력 있게 말하자 금만재와 유영은 그제야 출타한 정신을 겨우 수습하고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겠다! 한데 3일 뒤면 시간이 너무 촉박한데 무엇 때문에 그리 서둘러서 대결 날짜를 정한 거야?”


“그러게! 이신은 무당파의 무공을 익혀서 이관재보다 훨씬 강할 게 분명하고만 어쩌려고 그리 성급하게 대결을 하자고 한 거야?”


두 녀석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허나 철무진은 느긋하기만 하였다.


“그건 다 생각이 있어서 그리 정한 거예요. 왜냐하면 놈에게 시간 여유를 많이 준다면 득보다 실이 많을 것 같아서요.”


“하긴... 네 말이 맞다. 이신이 혹여나 현성진인을 다시 불러들이기라도 한다면 이관재를 죽였던 것처럼 놈을 죽이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 될 테니 말이다.”


머리 회전이 빠른 금만재가 철무진의 의도를 알아채고 신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에요.”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철무진이 숨겨둔 수가 하나 더 있다는 듯 말하자 지금껏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유영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음을 던졌다.


“그건 운신의 폭이 좁아진 놈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정해져 있는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조금만 기다려보면 알게 될 거예요.”


그렇게 철무진이 대화를 마무리하려 할 때였다.


타다다닥

탁!


검은 도사복을 입은 두 개의 인영이 철가장 담벼락을 박차고 뛰어오르더니 철무진의 앞에 내려섰다.


이에 두 사람의 얼굴을 확인한 철무진은 느긋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후후. 이것 보세요.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기다리고 있었다. 이신!”


“이놈! 삼촌을 죽이고 멀리 도망이라도 간 줄 알았건만... 아직까지 이곳에서 여유를 부리고 있어? 어린 녀석이 심히 겁을 상실했구나!”


그간 자신의 뒤를 밀어주던 이관재가 죽었기 때문인지 이신은 크게 노한 표정으로 철무진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이런 이신의 사나운 기세에도 철무진은 태연하기만 하였다.


아니 오히려 놈이 혈육인 이관재의 죽음에 슬퍼하기보다, 그저 자신의 뒤를 밀어주던 물주를 잃었다는 상실감에 분노했다는 감정을 읽게 된 철무진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흥! 내가 분명 3일 뒤에 대결을 하자고 했는데 뭐가 그리 급해서 이 야밤에 쳐들어 왔느냐?”


“뭐? 이놈 보게! 너 따위 놈이 3일 뒤라고 날짜를 정하면 내가 그걸 따라야 하느냐?”


철무진이 이관재를 일장에 쳐 죽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이신은 깔보는 듯한 표정으로 말하며 살심을 내보였다.


이에 철무진은 놈의 성정이 도가 문파인 무당파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강하게 느끼며 입을 열었다.


“물론 그건 아니지. 그래도 이 장주는 네 마지막 혈육이라고 하던데 그런 삼촌의 초상도 치르지 않고 곧장 나를 찾아온 걸 보면 손에 피를 묻히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한가 보구나.”


앞서 아버지와 형을 잔인하게 살해하던 이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놈의 흉악한 인성을 엿보았기 때문에 철무진은 도발성이 다분한 말을 내뱉었다.


그러자 이신은 남몰래 밤에 찾아온 만큼 자신의 본심을 숨기지 않고 음침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흐흐. 어린놈이 눈치가 빠르군. 아직까지 삼촌이 내게 해주어야 할 것이 많았거늘... 감히 내 앞길을 방해해? 지금 당장 그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이신이 문답무용이라는 듯 피를 갈구하는 눈빛으로 무당면장의 기수식을 취하자 곧 놈에게서 진득한 살기가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철무진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건 이렇게 대결 날짜를 정해놓으면 잔악한 심성을 감추고 있던 이신이 어떻게든 빠르게 자신을 해하기 위해서 이른 시일 내에 찾아올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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