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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연시 님의 서재입니다.

혈해마록(血海魔錄)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차연시
작품등록일 :
2023.05.10 20:18
최근연재일 :
2023.06.23 23:37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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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852
추천수 :
639
글자수 :
170,638

작성
23.05.18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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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9. 주련야독(晝鍊夜讀)(2)

DUMMY

며칠 후...


하앗!

합! 합! 합!


새로운 문하생을 받아서인지 철가장의 연무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우렁찬 기합성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함께 무공을 수련하는 철무진의 모습 또한 진지하기 그지없었는데...


평소 홀로 뒷산에 올라 가문의 무공을 익혀왔던 철무진은 지금처럼 다른 사형제들과 함께 수련을 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호승심과 의욕이 치솟는 것을 느끼고 매우 만족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거기에다가 오전 수련을 마치고 오후에는 금만재와 함께 손을 섞으며 대련하다 보니 홀로 수련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자신의 취약점을 발견하거나, 좀 더 효율적인 수를 계산하여 무공을 펼치는 법을 익힐 수 있어 그간 왜 사형제들과 함께 무공을 수련하지 않았는지 후회하는 마음까지 가지게 되었다.


‘같은 무공을 펼치더라도 힘을 얼마나 분배하느냐에 따라서 상대방의 움직임을 사전에 봉쇄하거나 역습을 가할 수 있는 틈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니! 이래서 다들 실전의 중요성을 운운하며 매일같이 대련을 거르지 않는 거였어. 그간 내가 무공을 너무 쉽게 보았다.’


대련에 몰두해있던 철무진이 미소까지 지으며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짓자, 장내를 살펴보고 있던 철유량은 자신의 둘째 아들 역시 무재가 범상치 않다고 생각하며 뒷짐을 쥐고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왔다.


“무진아! 그간 뒷산에 올라 체력을 키운 덕분인지 네 배움이 참으로 빠른 거 같아 이 아비는 정말 기쁘기 그지없구나. 하하하.”


아직까지 철무진이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고 있었지만 철유량은 이것만으로도 크게 만족한 듯 웃음을 터트렸다.


이에 철무진은 능청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버지도 참... 그래도 형에 비하면 아직까지 한참은 멀었으니까 너무 띄워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런! 이제 초심자 주제에 벌써부터 오랜 시간 수련해온 네 형을 넘보는 것이더냐?”


말은 그렇게 했지만 철유량은 철무진이 호승심을 느낀다고 여기며 크게 기꺼워하는 표정을 보였다.


“설마요! 그래도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사형제들과 함께 수련을 하니까 참으로 좋은 거 같긴 해요.”


“그렇지? 그러게 진즉에 이 아비 말대로 수련을 함께 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 그랬다면 아마 모르긴 몰라도 너 역시 지금쯤 네 형에게 뒤처지지 않을 만큼 큰 진전이 있었을 게다.”


아무것도 모르는 철유량은 안타깝다는 듯 안쓰러운 눈빛으로 철무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철무진은 곧장 고개를 저었다.


“에이~ 그렇게 띄워주지 마시라니까요. 그보다는 아버지 말씀대로 이렇게 수련을 열심히 했으니까 이젠 저녁에 마을로 내려가는 걸 허해주세요.”


“어허! 설마 또 그 고서점에 가려는 것이더냐?”


“네! 며칠간 책을 읽지 않았더니 입 속에 가시가 돋는 거 같아서요.”


“쯧! 이리 무공에 재능이 있는데도 아직까지 그리 고집을 부리다니...”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둘째 아들의 모습에 철무량은 허탈함을 숨기지 못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오냐! 네가 10년이 넘도록 거부해온 무공 수련까지 이리 성실하게 하는데 이 아비가 약속을 어길 수는 없는 노릇이지. 네 뜻이 정 그렇다면 그리 하도록 하여라.”


“오오! 아버지 감사해요!”


반대가 있을 거로만 생각했지만 아버지 철유량이 평소의 모습대로 신의 있는 모습을 보이자 철무진은 크게 기뻐하였다.


“녀석하고는... 고리타분한 책을 읽는 것이 그리 좋더냐?”


“좋고말고요! 어찌되었든 형이 아버지의 뒤를 잇는다면 저는 학문을 익혀 관에 들어가거나, 형이 우리 철가장을 운영하는 걸 옆에서 돕는 게 좋다고 생각하니까요.”


철무진은 아직까지 자신의 재능을 드러내기보다 은인자중하는 편이 좋으리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공 수련은 지금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기며 천진난만한 표정을 보였다.


이에 철유량은 자신의 아들이 착한 심성을 가졌다는 것을 느끼며 조금 안쓰럽지만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여기며 그저 철무진의 머리를 쓰다듬어 줄 뿐이었다.


.

.

.


그날 저녁...


해가지려는지 날이 어둑해질 무렵이었다.


바쁘게 걸음을 옮기던 철무진이 봉추서점에 들어서자 방숙이 크게 반기며 맞아주었다.


“무진이 이 녀석아! 그날 이후로 며칠간 보이지 않더니... 난 네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다. 큰일은 없었던 게지?”


무림이 얼마나 험한 곳인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던 방숙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에 철무진은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에요. 큰일이 날 뻔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되었다고나 할까요?”


“그래. 나도 이가장의 무인들이 철가장에서 무력시위를 하다가 그냥 돌아갔다는 이야기는 소문으로 들었다. 그 후로 철가장에 많은 제자들이 입문했다는 것까지 말이다.”


“이야~ 정말 소문 한번 빠르네요.”


“빠르긴 뭐가 빨라? 사소한 일도 다음날이면 파다하게 퍼지는 곳이 강호무림인데... 이가장의 제자 셋을 때려눕힌 네게 도전할 거라며 호승심을 보이는 녀석들이 마을에 한둘이 아니니까 조심히 다녀라.”


“에에... 그게 정말인가요?”


철무진이 당황한 표정으로 묻자 방숙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고말고! 내 너에게 거짓을 말해 무슨 이득이 있다고 그러겠느냐.”


“쩝! 하지만 겨우 그런 일로 제게 도전까지 생각하다니 사람들이 정말 할 일도 없나 보네요.”


“흐흐. 녀석아! 그게 바로 무림이란다. 누군가 조그마한 명성이라도 얻으면 그것을 노리고 빼앗으려는 승냥이들이 가득한 곳이지.”


“그... 그렇군요. 강호무림은 정말 피곤한 곳 같아요.”


“당연하지! 거기에다가 지금은 조용하지만 이가장에서 너와 철가장에 앙갚음을 할 것은 자명한 일이니까 노부의 말을 허투루 듣지 말고 정말 조심해서 다녀라. 괜히 경을 치고 후회하지 말고.”


방숙이 자신을 걱정하는 게 진심이라고 느껴지자 철무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알겠어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방 노야.”


“녀석! 이런 늦은 시간에 다니면서 대답은 잘도 하는구나.”


“헤헤. 뭐 어때요. 철가장이 여기에서 그리 먼 곳도 아니고, 우리 태을촌은 번화한 마을이라 밤늦게까지 불야성이니 두세 시진 정도는 방 노야의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도 별 탈은 없을 거예요.”


“그야 그렇다만은...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니까 넌 노부의 말을 결코 흘려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알겠느냐?”


“네! 물론이에요. 그럼 그간 못 봤던 책을 좀 보고 가도 될까요?”


철무진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자 방숙은 혀를 찼다.


“쯧! 하여간 요즘 어린 것들은 겁이 없어. 에잉~ 그러려무나.”


그렇게 방숙의 허락이 떨어지자 철무진은 곧장 걸음을 옮겨 자신이 아버지 철유량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며 서점 1층의 학문 서적이 가득한 곳으로 향했다.


“흠... 주역과 논어라...”


학문을 익힌다고 아버지에게 큰소리를 쳤던 만큼 철무진은 어려운 글자들이 빽빽하게 들어차있는 서적을 펼쳐든 후 잠시간 독서삼매경에 빠졌다.


하지만 요 며칠간 무공수련을 즐겁게 했기 때문일까?


철무진은 갑자기 가슴속에서부터 강해지고 싶은 호승심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에 처음의 각오대로 학문에 매진하는데 집중력을 잃게 된 철무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힐끔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바라보았다.


“그래! 삼류 서적이면 어때? 일단은 무공 서적부터 좀 더 살펴볼까나?”


빠르게 서책을 덮어버린 철무진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서점 3층으로 향했다.


“역시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1층, 2층과 달리 3층은 고요하기만 하네.”


저잣거리에 굴러다니는 무공서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서점 3층에 단 한 명의 사람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철무진은 곧장 전에 눈여겨 놓았던 서가로 향한 후 책 한 권을 뽑아 들었다.


“삼재기공(三才奇功)이라...”


무림인이라면 누구라도 알고 있는 삼재기공이라는 내공심법서를 내려다보던 철무진은 곧 책을 펼쳐 한참이나 탐독한 후 무언가 느끼는 바가 있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천지인(天地人)을 합일하여 완성한다는 이 요결은 아마 모르긴 몰라도 우리 철가장에 전해지는 전륜팔괘장의 기본심법인 육합천령기공(六合天靈奇功)이 하늘과 땅, 동서남북 모든 방위의 기운을 사지백해로 받아들인다는 요결과 그 요체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전에 보았던 건곤권과 육합권이 가문의 전륜팔괘장에 수록된 기본적인 권법과 크게 틀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던 것처럼, 삼재기공에 수록된 의념호흡 또한 가문의 내공심법과 그 극의에서는 통하는 바가 있다고 여기게 된 철무진은 천천히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겨들었다.


그러길 한참...


어둑해지려던 창밖의 풍경이 완전히 어두워지자 지금껏 미동조차 없던 철무진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두 눈을 떴다.


“하하. 그렇지 않아도 전륜팔괘장이 좀 더 강한 위력을 발휘하려면 이 육합천령기공의 축기 속도를 올리고 하단전에만 의지하는 요결 자체를 타파해야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삼재심법에서 그 돌파구를 찾게 될 줄은 몰랐어.”


수년간 뒷산에 올라 가문의 무공을 수련해왔던 철무진은 삼재기공에서 말하는 의념호흡이 육합천령기공에 커다란 변혁을 줄 수 있으리라 여기며 다시금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렇다면 의념호흡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축기한 모든 기운을 하단전에 버무린다는 육합천령기공의 요결과는 반대로, 혼탁한 기운을 받아들이되 상중하단전을 따로 나누어 탁한 기운은 밖으로 배출해내고 바른 기운은 하단전에서부터 차례대로 중단전과 상단전을 거쳐 백회에까지 보내어 다시 하단전으로 돌리는 운기행공의 회전을 공고히 하는 호흡이란 말인데... 지금껏 해오던 축기 방식에 변혁을 주어 이를 해낼 수만 있다면 종국에는 의념 없이도 심신이 절로 끊임없이 운기를 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 분명하니, 심지어는 자는 시간에조차도 운기행공을 할 수 있어 내력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게 분명해. 또한 상중하단전의 연계를 통하여 내력을 더욱 효율적이고 위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될 것도 자명하고 말이야.’


강호무림의 날고 긴다하는 고수들조차도 허황되다고 여겨 외면 받는 삼재기공이었으나, 철무진은 이 의념호흡법의 허황됨이 왠지 가능할 것 같아 실제로 운용할 방도를 떠올리며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쉽진 않겠지.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육합천령기공에 이 의념호흡을 녹여내는 방식을 통하여 내공을 연마한다면 분명 머지않은 시일 내에 큰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거야. 그러다보면 수년 내에 강호의 전설적인 고수들처럼 대단한 무력을 가지게 되는 건 시간문제가 되겠지. 큭큭!”


은인자중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철무진은 아직 어린 소년답게 치기어린 모습을 숨기지 못하고 자신이 무공 고수가 되어 무림을 발칵 뒤집어 놓는 상상하며 작게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지금 이곳이 아무도 없는 봉추서점의 3층인 것이 다행한 일이라 여기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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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 강호의 생리를 느끼다. 23.05.15 1,679 24 12쪽
6 6. 금재력(金財力) 23.05.14 1,721 24 12쪽
5 5. 충돌 23.05.13 1,857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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