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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연시 님의 서재입니다.

혈해마록(血海魔錄)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차연시
작품등록일 :
2023.05.10 20:18
최근연재일 :
2023.06.23 23:37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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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699
추천수 :
639
글자수 :
170,638

작성
23.06.03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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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9. 재능개화(才能開化)(3)

DUMMY

한 달 후...


철무진은 폭혈장을 완숙하게 익혀내기 위해서 매일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수련을 하는데 몰두했다.


그것은 오늘 역시 마찬가지...


해도 뜨기 전인 이른 새벽에 일어난 철무진은 컴컴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뒤뜰로 향했다.


그리고 뒤뜰 정중앙에 가부좌를 튼 철무진은 가문의 육합천령기공에 삼재기공의 의념호흡법을 가미한 현천신공을 연공하기 시작했다.


비록 삼재기공의 의념호흡법이 강호에서 허황되다고 여겨졌지만 철무진은 이를 현천신공으로 탈바꿈시켜 매일같이 익힌다면 결국에는 자신의 생각대로 큰 성과가 있으리라 여기며 운기조식 삼매경에 빠졌다.


우우우웅~


철무진이 가볍게 소주천을 시작하자 차가운 새벽 공기가 잔잔하게 떨리며 가벼운 파동을 만들어 냈다.


허나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철무진은 소주천에 몰두할 뿐이었다.


이로 인해 기경팔맥에 흐르던 내력은 모조리 단전에 몰려들었고, 곧 독맥을 타고가 백회까지 올랐다가 임맥을 통해 다시 단전으로 돌아와 몸을 크게 순환하며 축기가 되기 시작했다.


현천신공은 확실하게 육합천령기공보다 축기 효율이 좋았다.


지난 십여 년간 뒷산에 올라 홀로 육합천령기공으로 축기했던 내공의 양보다 근래 한 달 정도 현천신공으로 축기한 내공의 양이 월등히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철무진은 언젠가는 임맥과 독맥이 연결되어 생사현관이 타통되는 경지도 바라볼 수 있으리라 여기며 계속해서 내력을 쌓아갔다.


그러길 한참...


여느 때처럼 해가 떴고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철무진은 상쾌한 표정으로 운기조식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후우... 몸이 날아갈 것처럼 가볍다. 이 상태라면 아무리 움직여도 지칠 거 같지가 않아.”


자신이 만들었지만 현천신공의 효능이 보통이 아님을 깨닫게 된 철무진은 뿌듯해진 표정으로 간단하게 준비된 아침식사를 하였다.


냠냠~

후루룩~

아삭아삭!


쌀밥과 닭을 삶은 국에 간이 조금 된 소채 두 가지가 전부였지만 시장함을 느낀 철무진은 이를 게 눈 감추듯 빠르게 먹어버렸다.


“아... 맛있다. 그럼 다음 수련을 시작해볼까?”


잠시 앉아서 휴식을 취하던 철무진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마보 자세를 잡았다.


신체가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만큼, 자신의 취약점이 기초적인 체력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철무진은 마보 자세를 펼친 상태로 두 눈을 감고 스스로의 몸을 관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가볍던 몸이 무겁게 느껴지며 다리까지 부들부들 떨리려 하자, 철무진은 감았던 눈을 뜨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어느덧 해가 중천에 걸렸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흠! 기초수련도 좋지만 몸을 혹사시킬 수야 없지.”


매일같이 미리 일정을 짜놓은 대로 수련했기 때문에 철무진은 가볍게 자리에 쭈그려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뭉친 다리 근육을 풀어주었다.


곧 가벼운 근육통이 사라지자 철무진은 아침에 미리 삶아놓았던 닭다리 하나와 만두 두 개로 끼니를 해결했다.


냠냠~

으적으적!


“아버지께서 항시 그러셨지. 무공을 수련하며 몸을 만들려면 잘 먹어야한다고.”


철유량이 남겨놓은 재산이 얼마 되지 않았지만 철무진은 복수를 위해서 이를 과감하게 투자해야한다고 생각하며 먹는 걸 아끼지 않았다.


식사 후 잠시 휴식을 취하자 철무진은 오전 수련으로 지쳐있던 몸이 완전히 회복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럼 이젠 폭혈장을 수련해볼까?”


작게 중얼거리듯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선 철무진은 천천히 보법을 밟으며 양팔을 휘젓기 시작했다.


스스스슥~

파파팟!


철무진이 삼운보를 밟으며 폭혈장을 휘두르자 모래먼지가 비산하며 가벼운 파공성이 터져 나왔다.


이에 몸이 풀리는 것을 느낀 철무진은 이번엔 현천신공까지 운용하여 폭혈장을 펼쳤다.


쿠르릉~

파파팡!


내력이 실렸기 때문인지 철무진이 팔을 내뻗을 때마다 묵직한 파공성이 터지며 공기를 떨게 만들었다.


그렇게 몸에 힘이 들어가며 폭혈장이 마음먹은 대로 펼쳐지자 철무진은 흥이 오른 듯 조금 상기된 얼굴로 계속해서 몸을 움직였다.


쉬이익!

퍼퍼펑~


삼운보를 펼친 철무진의 신형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뒤뜰 곳곳에 세워진 목각인형을 두드리며 큰 충격음을 발생케 했다.


물론 폭혈장에 적중된 목각인형이 처참하게 박살났음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후두두둑~


파괴되어 비산하는 나무 파편을 바라보며 철무진은 잠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원수인 이신의 뒤에 무당파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 철무진은 곧 잠시도 쉬지 않고 폭혈장을 반복하여 펼치기 시작했다.


쿠르릉~

파파팡~


폭혈장이 펼쳐지자 이신이 깜짝 놀라 물러서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이에 물 흐르듯 삼운보를 밟고 이신에게 다가서 폭혈장을 내뻗자, 놈이 제대로 된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명치에 일장을 허용해 피를 토하고 쓰러지는 모습이 눈에 훤히 보였다.


물론 이신의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나 그날 철무진이 보고 느꼈던 그대로라면 놈은 폭혈장을 단 두 수도 받아내지 못하고 목숨을 내놓아야 할 터였다.


“아하하! 이놈... 기다려라. 곧 죽여줄 테니.”


겨우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수련해서 복수를 성공할 자신이 생겼기 때문인지 철무진은 오랜만에 밝아진 표정으로 기분 좋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철무진은 몰랐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유하기만 했던 자신의 성격이 아버지와 형의 죽음으로 조금씩 거칠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그렇게 목표치 수련을 마치자 어느덧 날이 저물어 하늘이 컴컴해지려 했다.


하루를 알차게 보냈기 때문인지 철무진은 조금 가벼워진 표정으로 몸을 씻었다.


시원한 물로 몸 곳곳을 닦아내자 종일 쌓였던 피로가 가시는 게 느껴졌다.


“음... 좋군. 이대로 잠을 청하면 얼마나 좋을까?”


노곤해진 몸 상태에 철무진은 예전처럼 당장이라도 자고 싶은 유혹을 느꼈지만 빠르게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쉬운 소리를 해봐야 마음만 약해진다.”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철무진은 아버지와 형의 얼굴을 떠올리며 곧장 걸음을 옮겨 서재로 향했다.


그리고 지난 한 달간 꾸준하게 익혔던 의술서와 진법서를 집어 들며 철무진은 야심한 시각이 될 때까지 독서삼매경에 빠져들었다.


.

.

.


며칠이 더 흘렀다.


철무진이 뒤뜰 한가운데에 좌정하여 이신과 이관재를 쳐 죽이는 심상수련을 하고 있을 때였다.


저벅 저벅


누군가 뒤뜰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오자 철무진은 천천히 두 눈을 떴다.


“무진아! 수련을 방해한 건 아니겠지?”


철무진이 침착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서자 뒤뜰에 들어선 금만재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에요. 사형이 아니었다면 이토록 마음 놓고 수련할 수 없었을 텐데 그런 말씀은 마세요.”


금만재가 그간 가문에서 고용한 무사들과 숙수를 철가장에 배치해주어 마음 편히 수련할 수 있었기 때문에 철무진은 담담하게 고개를 저으며 녀석에게 다가섰다.


“그러냐? 그렇다면 다행인데...”


안도하던 금만재는 뒤뜰 곳곳에 굴러다니는 파괴된 목각인형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허... 왜 그리 많은 목각인형이 필요하다고 했는지 궁금했는데 이걸 보니 이제야 이해가 간다. 혹시 다친 곳은 없지?”


금만재는 자신의 실력으로는 단단한 목각인형을 이토록 산산조각 파괴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네. 전 멀쩡해요.”


“그... 그래. 그것 참 대단하구나.”


철무진이 상처 하나 없는 양손을 들어 올리며 천진난만하게 대답하자 금만재는 한참이나 벙찐 표정을 지었다.


“별것 아니에요. 한데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요?”


철무진의 물음에 금만재는 그제야 화들짝 정신을 차리며 입을 열었다.


“아차... 내 정신 좀 봐. 무진아! 현성진인이 어제 이가장을 떠났다고 하더라.”


“네? 그게 정말인가요?”


“그래. 이관재가 얼마나 많은 재물을 바쳤는지 제자들과 함께 3대의 수레를 끌고 무당산으로 돌아갔다네.”


금만재의 답변에 철무진은 조바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그렇다면 이신도 그와 함께 떠난 건가요?”


“워~ 진정해라. 이신은 다른 제자 한 명과 아직까지 이가장에 남아있으니 말이다.”


“오오! 그것 참 다행한 일이네요.”


“그래. 이신이 무당산으로 가버렸다면 놈을 처단하기가 몇 배는 더 어려워졌을 테니까. 한데 자신은 있는 거냐?”


금만재가 조금 조심스럽게 묻자 철무진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에요. 예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이라면 이신에게 결코 질 거 같지가 않아요.”


대답을 마친 철무진은 뒤뜰 한쪽에 쌓여있는 목각 인형들을 집어 들고 곳곳에 세워두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금 금만재를 바라본 철무진은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씨익 미소를 지었다.


“잘 보세요.”


스스슥~


삼운보를 밟기 시작하자 철무진의 신형은 구름을 타고 유영하듯 부드럽게 목각인형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허나 그런 부드러운 움직임과 반대로 철무진의 양손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자 강력한 폭음이 터져 나왔다.


쿠르릉~

퍼퍼퍼펑!


철무진이 가볍게 내뻗은 폭혈장에 목각인형들의 가슴부위가 움푹 파이며 그와 동시에 등 뒤가 터져 버린 것이다.


후두두둑~


순식간에 8개나 되는 목각인형 사이를 지나치며 이를 모두 파괴한 철무진은 이리저리 비산하는 나무파편 사이에서 평온한 표정으로 금만재를 바라보았다.


“어때요?”


철무진의 물음에 금만재는 한동안 입만 쩍 벌린 채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사형! 정신 차려요.”


급기야 철무진이 다가서 어깨를 잡아 흔들며 소리치자, 멍한 표정이던 금만재는 그제야 침음성을 터트리며 정신을 수습했다.


“어음... 대단하다. 무진이 네가 그간 무공 실력을 숨겨두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였을 줄이야. 이걸 이신에게 펼친다면 필히 일수에 놈을 즉사시킬 수 있을 거다.”


금만재는 상인들이 표하는 최고의 표현인 엄지까지 척 들어 올리며 감탄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금만재의 이런 칭찬에도 철무진의 표정을 그리 밝지가 않았다.


이에 금만재는 다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왜? 무슨 다른 문제라도 있는 거냐?”


“네. 사실 이신을 처단하는 건 크게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만 그의 뒤에는 무당과 현성진인이 있으니 그게 걱정이에요.”


“아... 하긴 제자가 죽었는데 스승이 가만히 있을 리 없지. 허면 이 대단한 폭혈장으로도 현성진인을 이길 자신이 없어서 그러는 것이더냐?”


금만재가 진지하게 묻자 철무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날 잠시 보았지만 현성진인의 모습을 떠올리니 지금으로서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그를 이길 자신이 생기지 않아요.”


“그러면 어떡하려고? 이신을 상하게 한다면 무당과 현성진인이 나설 것은 자명한 사실인데...”


마땅한 방도가 생각나지 않는지 금만재는 고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후환이 두려워서 복수를 포기할 순 없으니, 그냥 수일 내로 이신과 이관재를 처단하고 도망이라도 칠까싶어요.”


철무진은 아직 어린 나이답게 조급함을 숨기지 못하고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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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 불구대천(不俱戴天)(1) 23.05.29 1,213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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