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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연시 님의 서재입니다.

혈해마록(血海魔錄)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차연시
작품등록일 :
2023.05.10 20:18
최근연재일 :
2023.06.23 23:37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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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860
추천수 :
639
글자수 :
170,638

작성
23.05.20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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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0. 주련야독(晝鍊夜讀)(3)

DUMMY

며칠 후...


오전에는 운기조식과 고된 무공 수련을 하고 낮에는 금만재와 대련하는 것도 모자라, 초저녁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봉추서점에서 무공서적을 탐독했기 때문일까?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 시간...


일찍 일어나 세안을 하고 어머니가 생전 사용했던 동경 앞에서 옷매무시를 정돈하던 철무진은 눈 밑이 시커멓게 물든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철무진은 아버지와 형도 가끔 무리하게 수련하다가 피로를 심하게 느끼고 눈 아래가 시커멓게 변했던 사실을 떠올리며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쯧! 며칠 무리 좀 했다고 벌써부터 피로감을 느끼다니 참으로 한심한 체력이야.”


잠시 혀를 차던 철무진은 그래도 새로이 창안해낸 내공심법에 몸이 조금씩 적응하는 것을 느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피로할 땐 운기행공이 최고지. 아암! 소주천이라도 한번 행하면 지금의 이 피로감은 훨훨 날아가 버리고 몸이 가벼워지니까 정말로 무공을 익힐 맛이 나.”


곧 침상에 올라 가부좌를 튼 철무진은 자신이 육합천령기공에 의념호흡법을 가미하여 만든 이 내공심법을 현천신공(玄天神功)이라 이름 붙이기로 마음먹으며 가볍게 미소 지었다.


“후훗! 현천신공이라... 너무 광오하나?”


현천신공이라고 하면 비록 실전되었지만 과거 전설적인 도가 문파의 최고 공부였다고 종종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철무진은 잠시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 내공심법을 연마할 때마다 무언가 모를 현기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철무진은 결코 현천신공이라는 이름을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뭐 어때? 나 혼자 창안하고 나 혼자 익히는 무공인데 그 명칭이 광오하다고 해서 부끄러울 거야 없지. 그렇고말고!”


스스로 합리화를 해버린 철무진은 금세 명상에 잠겨들었다.


‘한데 수년간 익힌 육합천령기공 덕분에 하단전에 미약한 내력을 쌓을 수는 있었지만 과연 운기행공을 한다고 중단전과 상단전에도 내공을 쌓을 수 있을까?’


중단전과 상단전이 각기 칭하는 부위가 심장과 뇌라는 신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였기 때문에 철무진은 자신의 이론이 잘못되었다면 자칫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여기며 잠시 마음속에 마(魔)가 끼는 것을 느꼈다.


‘으음... 이런 것이 주화입마를 초래하는 원인일까?’


마음이 심란해졌지만 철무진은 어릴 적부터 느껴왔던 자신의 재능을 믿고 곧 고개를 빠르게 흔들며 마음을 비웠다.


‘그래! 스스로를 믿지 못한다면 누구를 믿을까? 아버지에게 듣기로 전설적인 무림의 고수들 중 일부는 이미 내 나이에 일가를 이루거나 절학을 만들어내기도 했다고 하니까 나 역시 이 현천신공으로 무언가 큰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거야.’


자신감과 자부심이 차오르자 철무진은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철무진이 운기행공에 빠져들기 한참...


꼬끼오~


해가 뜨며 철가장에서 키우는 닭들이 울어대기 시작하자 창밖은 금세 환해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간 소주천을 마무리한 철무진은 밝은 햇살이 창틈으로 삐져 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두 눈을 떴다.


“휴... 잠시 마가 꼈지만 역시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어.”


자신이 만들어낸 현천신공을 운용하자 피로했던 육신이 날아갈 듯 가벼워진 사실을 느끼게 된 철무진은 빠르게 침상에서 내려섰다.


“좋구나! 좋아.”


육신이 가벼워진 것도 모자라 마음 또한 상쾌하게 변했기에 철무진은 큰 만족감을 느끼며 가볍게 몸을 푼 후 방밖으로 나섰다.


그렇게 연무장으로 향하자 형인 철무신을 비롯하여 금만재 등 기존 철가장의 제자였던 청년들이 몸을 풀고 있는 모습이 철무진의 눈에 들어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오냐! 좋은 아침이다. 그런데 무진이 너도 새로운 사제들이 생겨서 이리 빨리 연무장에 나온 건 아니겠지?”


철무신이 피식 웃으며 신중하게 몸을 푸는 중인 금만재 등을 눈짓으로 가리키자 철무진은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뭐야? 형은 설마 내가 새로이 생긴 사제들에게 뒤처질까봐 조바심에 일찍부터 나왔다고 생각하는 거야?”


“하하. 그야 모르지! 어쨌거나 다른 녀석들의 얼굴에 무언가 숨길 수 없는 초조함이 깃들어 있는 걸 보면 너 역시 마찬가지일 수도 있으니까.”


철무신이 장난스럽게 말하자 철무진 역시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후훗. 하긴 예전과 달리 요즘 따라 비장해진 만재 형이나 다른 형들의 얼굴을 보면 그런 생각을 할 만도 해.”


“그렇지? 몇 년이 되었든 몇 달이 되었든 먼저 무공에 입문하였는데 새로이 입문한 사제에게 뒤처지는 건 무인에게 있어서 정말 부끄럽고도 싫은 일일 테니까. 그래도 그런 경쟁 심리가 저 녀석들에게 있어서 다행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련이 힘들다고 엄살이나 피우던 녀석들이 이제 새로이 사제들이 생겼다고 요즘은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철무신은 금세 진지해진 얼굴로 말하며 흡족함을 숨기지 않았다.


“그건 그래. 만재 형의 그 볼록했던 볼 살이 쑥 들어간 걸 봐! 먹는 건 평소와 비슷한데 사람이 저 지경이 된 걸 보면 분명 집에 가서도 수련을 하는 게 분명해.”


“크크. 좋은 일이지. 한데 무진이 넌 언제까지 만재들을 형이라고 부를 거냐?”


“잉? 갑자기 왜 그래?”


“요놈아! 갑자기 왜 그러긴. 너도 이제 아버지 문하에 입문했으면 어엿한 우리 철가장의 일원이 되었는데 당연히 만재들을 사형이라고 부르는 게 마땅하니까 그러는 거지.”


“아아... 그건 그렇지? 하지만 그간 편하게 형이라고 부르다가 사형이라는 말을 하려니까 쉽게 입에 붙지를 않는 걸 어떡해? 그런 사소한 거로 너무 뭐라고 하지 맙시다! 대사형!”


“뭐? 이 녀석이...”


철무진이 장난스럽게 말하며 자신의 팔을 툭 치자 철무신은 하나밖에 없는 친동생의 이런 모습이 그리 싫지 않은 듯 금세 진지한 표정을 풀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렇게 두 형제가 우애를 과시하는 사이 새로이 입문한 철가장의 제자들이 연무장에 들어섰고, 때맞춰 철유량 또한 정갈한 모습으로 자리에 나타났다.


“사부님! 오셨습니까?”


질서정연하게 줄 맞추어 선 철가장의 제자들은 한목소리로 철유량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넸다.


“그래! 지난 며칠간 수련이 고되었을 것이 분명함에도 단 한 명의 낙오자 없이 제 시간에 나와 주어서 참으로 기특하구나.”


기존의 제자들은 물론이고 새로이 받아들인 제자들 역시 제법 눈빛이 형형하게 살아있었기 때문에 철유량은 매우 기꺼워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좋다. 그렇다면 어제까지 우리 철가장의 전륜팔괘장 중 가장 기초적인 무공인 낭권(狼拳)을 수련한다고 상체에 제법 피로가 쌓였을 테니, 오늘부터는 한동안 하체를 단련하기 위한 마보와 또한 전륜팔괘장의 절초 중 하나인 선풍각(旋風脚)을 가르쳐주도록 하마.”


철유량이 말을 마치고 신중한 표정으로 우선 마보를 펼치며 자세 설명하자 제자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집중하는 눈빛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에 몇 배나 불어난 제자들의 시선에 부담감을 느낄 만도 했지만 철유량은 평정심을 잃지 않고 양 발을 어깨까지 벌린 상태에서 무릎은 얼마나 굽히고 상체는 어떤 각도를 유지해야하는지를 설명했다.


“자! 따라해 보아라.”


시범을 마친 철유량의 명이 떨어지자 어제까지 낭권을 배워 주먹을 휘두르느라 무공에 흥미를 가지게 된 제자들은 곧장 들뜬 표정으로 마보 자세를 취했다.


이 마보 역시 낭권을 펼칠 때처럼 무언가 모를 희열감을 가져다주리라 기대하며...


하지만 제자들은 금세 좌절하고 말았다.


동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호승심을 느끼게 했던 낭권과 달리, 마보는 정적인 자세로 점점 무거워지는 하체의 고통에 대해 인내심의 한계가 어디인지를 시험하게 했기 때문에 제자들은 곧 답답한 신음성을 터트리며 버거워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으으으...”

“아흑...”

“사부님...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나요?”


신음을 흘리다가 한계에 봉착하였는지 제자 하나가 어금니를 깨물며 물음을 던졌다.


“어허! 아직 일 각조차 흐르지 않았거늘... 오늘 목표는 반 시진 동안 마보를 펼치는 것이니 다들 최선을 다하여 버텨 보거라.”


“바... 반 시진요?”

“어흑...”

“사부님... 저 죽어요!”


제자들이 쩔쩔매며 고통을 호소하자 철유량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긴 이제 처음으로 하체를 단련하는 너희들에게 내가 무리한 요구를 했는지도 모르겠구나. 그렇다면 한식경 동안만이라도 최대한 버텨보아라.”


마음 약해진 철유량이 목표량을 절반이나 줄여주자 제자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나마 해볼 만하다는 표정으로 마보에 집중했다.


그러나 한식경이라는 시간이 마보를 펼칠 때는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털썩! 털썩!


채 일 각을 채우지도 못했지만 곳곳에서 제자들이 다리에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어으으...”

“아악! 내 다리...”

“윽... 사부님. 일어나 지지가 않아요.”


어제까지 낭권을 휘두르며 신이 나있던 제자들이 겨우 잠시간 마보를 펼치고 나동그라지자 철유량은 조만간 제자들이 줄어드는 건 아닌지 걱정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본래 무공에 입문했을 땐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하체 수련인 마보를 먼저 가르쳐야 함에도 제자들이 흥미를 잃고 떠날까봐 낭권을 먼저 가르쳤던 것인데 그 노력이 허사로 돌아갈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렇게 쓰러져 있던 제자들에게 다가간 철유량은 녀석들의 하체가 제법 부어오른 채로 경련까지 일으키는 모습을 보게 되자 즉시 혈을 짚으며 가볍게 주물러주기 시작했다.


“악! 아파요. 사부님.”


처음 큰 고통 때문에 제자 하나가 죽는다고 비명을 질러댔다.


하지만 철유량의 손길이 좀 더 이어지자 자지러지려던 녀석은 금세 평소의 안색을 회복하며 신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아... 사부님! 찢어질 것 같던 다리 근육이 이젠 너무 시원해졌어요. 이런 게 무공의 공능인가요?”


“그렇다. 처음에야 지금처럼 힘들겠지만 이 사부를 믿고 꾸준히 마보를 익힌다면 조금 고통스럽더라도 종국에는 큰 진전이 있을 것이니라. 할 수 있겠느냐?”


“네... 넵! 물론이에요.”


몸소 무공의 공능을 경험했기 때문에 녀석은 곧장 고개를 끄덕이며 철유량의 물음에 답했다.


그러자 그 후의 일은 일사천리였다.


녀석처럼 빌빌거리는 제자들에게 철유량이 혈을 짚으며 가볍게 다리를 주물러주자 고통에 굴복하여 무공 수련의 의지가 꺾이려던 제자들의 분위기가 대번에 반전된 것이다.


그렇게 스승에 대한 신뢰를 가지게 된 제자들은 어금니를 깨물고 마보 자세를 펼쳤고 한식경이라는 시간은 어느덧 지나가고 말았다.


“하하! 다들 잘 견뎌주었다.”


비록 쓰러져 힘겨워하는 제자들도 몇몇이 눈에 들어왔지만 철무진을 비롯한 대부분의 제자들이 끝까지 마보 자세를 인내하며 펼쳤기 때문에 철유량은 기꺼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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