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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soooon
작품등록일 :
2024.05.08 17:32
최근연재일 :
2024.05.22 21:15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11
추천수 :
5
글자수 :
96,609

작성
24.05.2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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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사이보그

DUMMY

만성건설 사옥 밖 상공. 31층 주변 상공에 또다른 휴머노이드 나비들이 체공 중인 게 보인다. 파랑 휴머노이드 편대이다. 김만성 회장실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고 있던 파랑 휴머노이드 편대가 일제히 방향을 틀더니 건물을 향해 돌진한다. 순간적인 에너지의 이동 때문에 만성건설 사옥 31층 부분이 대낮처럼 환해진다.


건물 코너에 위치한 회장 집무실의 두 유리벽 유리들이 일시에 와장창 깨지며 파랑 휴머노이드 병사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벙커 모니터를 통해 이 광경을 본 국가안전국장이 대경실색한다.


“아니, 저, 저건 또 뭡니까?”

“글쎄... 우리 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朴秀놈 편이란 말입니까?”


김만성 회장 집무실. 파란 색깔의 군복을 입은 휴머노이드 병사들이, 급습에 당황한 검은색 군복의 휴머노이들을 향해 레이저건 사격을 가한다. 파랑 휴머노이드들 중 일부는 돌과 금속으로 신체의 물성을 바꿔 육박전으로 검정 휴머노이드들을 박살낸다. 예상치 못했던 기습 공격에 집무실이 아수라장으로 변하며 병력 상당수가 쓰러지자 검은 휴머노이드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한다. 레이저건을 버리고 손을 들고 항복 의사를 밝힌다.

그 때까지도 손을 들고 있던 秀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손을 내린다. 파란색 군복을 입은 병사들의 지휘관이 부하들에게 명령한다.


“놈들의 동력원을 제거하라.”


파란색 군복을 입은 휴머노이드들이 검은색 군복 병사들을 모두 양손을 머리 뒤로 하게 하고 꿇어앉힌다. 파란색 병사 하나가 꿇어앉은 검은색 휴머노이드 병사들에게 접근한다. 파란색 병사의 손에는 동력원인 원자력 배터리를 제거하는 장비가 들려있다. 꿇어앉은 검은색 병사들의 목덜미에 장비를 갖다 대자 메추리 알보다 조금 큰, 반짝이는 쇠구슬처럼 생긴 원자력배터리들이 쑥쑥 빨려 나오면서 병사들은 더미(dummy. 인체모형)처럼 바닥에 차례차례 고꾸라진다.


국가안전국 벙커에서는 국가안전국장이 책망하는 듯한 눈빛을 한국지부장에게 보내고 있다. 예상밖의 결말에 한국지부장은 되는대로 변명을 주워섬긴다.


“특이점을 돌파한 자율 휴머노이드들이 생각보다 많이 제조되었던 게 분명합니다.”

“그럼 이제 어떡해야 합니까?”

“놈들이 우리에게 적대감을 갖지 않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만약 적대감을 가지면요?”


한국지부장이 양쪽 어깨를 으쓱한다. 국가안전국장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검정 휴머노이드 부대를 완전 격파한 파랑 휴머노이드 지휘관이 헬멧을 벗는다. 秀의 기지를 방문했던 미국인 얼굴을 한 자율휴머노이드이다. 김만성의 상태를 살피더니 입을 연다.


“생명체를 온전히 살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두뇌는 어느정도 되살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럼... 사이보그로밖에...?”

“그건 본인의 동의를 얻어야할 텐데요... 아니면 가족의 동의라도...”


秀가 다시 무릎을 꿇고 얼굴을 김만성 얼굴 가까이 갖다댄다.


“아버님, 사이보그라도 괜찮겠습니까?”


김만성이 눈을 깜빡인다.


“동의하신 걸로 알아듣겠습니다. 저는 아버님을 죽일 수는 없습니다. 智 때문에요.”


어둠이 깊어진 서울의 하늘. 秀를 돕기 위해 미국 모하비 사막으로부터 급히 날아온 수십 명의 파란색 군복 병사들이 다시 나비로 변해 서울의 밤하늘에 떴다. 그 중 하나는 김만성을 가슴에 품고 있다.

김만성이 눈을 껌뻑이며 눈 아래 펼쳐진 서울의 야경과 만성건설의 사옥 빌딩을 내려다본다.


파란색 나비 병사들이 편대를 정비하고 날개를 살랑이며 호버링하듯 하고 있더니 일제히 절도있게 날개를 완전히 접었다 폈다하는 동작을 세 차례 한다. 아마도 예(禮)를 갖추는 동작인 것 같다. 일종의 군례(軍禮)를 마친 파랑 휴머노이드들은 지휘관의 ‘출발!’ 명령과 동시에 동쪽을 향해 일사불란하게 날아간다.


파랑나비병사들이 날아가고 난 자리에 나비 십여 마리가 여전히 제 자리에 체공하고 있는 게 눈에 띈다. 秀와 함께 한반도에 배치된 동료 휴머노이드들이다. 동료들 사이에 있던 秀가 날아가고 있는 파랑 휴머노이드들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도와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천만에요. 또 봅시다.”

“그리고 그분 잘 부탁합니다.”

“걱정 마세요.”


秀와 동료들도 동작을 맞추어 날갯짓을 몇 번 하더니 급상승해 어디론가 사라진다.


컴퓨터 모니터 화면이 서서히 밝아지면서 누군가 키보드를 빠른 속도로 두들기는 소리가 이펙트로 들리고 모니터 안의 객체(모델)가 사람 모습을 갖춰간다. V-Ray(모델에 조명과 재질을 정교하게 덧입혀 실제 사물로 보이게 하는 프로그램)로 작업하는 것처럼 객체가 점점 정교해지고 재질과 조명이 입혀져 완벽한 남자로 완성되어간다. 秀와 생김새는 다르지만 분위기는 비슷하다.


컴퓨터를 이용해 모델링 작업을 하고 있는 秀가 뒷모습만 보인 채 모니터 안의 객체(모델)를 전후좌우상하로 방향을 바꿔 살펴본다. 秀가 만족감을 표시한다.


“좋아, 이 정도면 되겠어. 렌더링 걸어볼까?”


모니터 화면에 렌더링(작업의 최종 결과를 확인해 보는 과정) 진행 상황을 알리는, 좌우로 길어졌다 짧아졌다 하는 막대 그래프가 표시된다.


秀 옆에 앉아 역시 뒷모습만 보이는 智도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다. 智는 별로 마음에 안드는 것 같다.


“별로 아니야? 지금까지 렌더링한 얼굴들 처음부터 다시 한번 봐보자.”


모니터에 한국의 유명 남자 배우들의 얼굴이 차례로 등장한다.


“스톱, 이 얼굴이 제일 형사 직업에 어울리지 않아?”


최종적으로 선택된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그래? 그럼 이걸 내 얼굴로 하자고. 자, 다음은 자기 얼굴.”

“내 얼굴은 일단 미모와 매력 위주로...”

“미모에 매력까지라...”


모니터에 새로운 智의 얼굴이 모델링되기 시작한다.


秀의 얼굴로 낙점된 바로 그 얼굴을 한 남자가 아파트로 보이는 가정집의 현관에서 운동화를 신으며 출근을 서두르고 있다. 안쪽을 향해 말을 하는데 목소리는 秀의 목소리와 같다.


“나 갈게, 늦었어.”

“잠시만.”


현관에서 기다리는 남자에게 다가오는 여자, 새로 보는 얼굴인데 자세히 보면 智의 분위기가 나는 것 같기도 하다. 목소리는 智의 목소리이다.


“아무리 급해도 뽀뽀를 빼먹으면 안 되지. 자.”


여자가 입술을 뾰족 내밀면 급하게 뽀뽀해주는 남자.

새출발을 하기 위해 모습을 바꾼 秀와 智가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에 둥지를 튼 것이다. 秀가 서둘러 나가려하자 智가 다시 붙잡는다.


“아니, 아니. 그리고 오늘 저녁 아버지 보러 가는 거, 잊지 않았지?”

“아, 그렇네. 깜빡할 뻔했네, 알았어.”

“요즘 조금 예민하시잖아.”

“왜?”

“아무래도 사이보그로 사는 게 좀 그런가 봐.”

“사이보그면 어때서? 첨단기술을 총동원해 원래 모습, 목소리 그대로 복원해 드리고 신체능력은 몇 배나 더 증강시켜줬는데?”

“그건 뭐 그렇다치고, 회사도 없어지고...”

“알았어. 결국 그 문제겠지. 사람들에게 재력 과시하면서 군림하던 그 시절을 못 잊은 거겠지...”


이러는 秀를 미안한 눈길로 바라보는 智.


“오빠, 미안해.”

“응? 아니야, 천만에. 괜찮아. 정말 괜찮다고.”


秀가 근무했던 경찰서의 외경이 보이고 앙칼진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기존의 秀와 다른 얼굴을 한 秀가 崔美 경장에게 갈굼을 당하고 있다.


“신입인가?”


秀가 고개를 숙이며 싱글싱글 웃는다.


“네. 잘 부탁합니다.”


美가 秀를 꼬나본다.


“그런데, 신입 주제에 첫날부터 지각이야? 그러고 이건 또 무슨 태도야? 웃어?”

“죄송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

“안 되겠네. 이봐 신입.”

“네.”

“제대로 신고해 봐.”


秀가 어이없다는 듯 잠시 美를 바라본다. 그러나 무섭게 노려보는 美의 눈초리를 보아하니 그냥 넘어가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한다. 하는 수 없이 美에게 경례를 붙이며 쩌렁쩌렁 전입신고를 한다.


“신고합니다. 순경 홍지호는 오늘 날짜로 서울 강남경찰서 강력계로 전입을 명받아 이에 신고합니다. 충성.”


강력계 형사들이 시끄럽다는 듯 짜증스런 눈길로 秀와 美를 바라본다. 美는 秀의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다. 마음속으로 秀의 외모를 칭찬해 마지 않는다.


‘참, 누구처럼 잘 생겼다. 정말이야... 그나저나 秀오빠는 정말 어떻게 된 거야? 산 거야? 죽은 거야?’


어딘지 알 수 없는 깊은 산속. 김만성이 산의 정상을 향해 뛰어올라가고 있다. 뇌만 빼고 신체 모든 부분이 최첨단 로봇 기술이 적용된 사이보그답게 순식간에 정상에 도착한다. 온전한 인간이었을 때의 버릇대로 이마에 땀을 훔치기 위해 손을 올려보지만 정작 이마엔 땀방울 하나 맺히지 않았다. 산 정상 바위에 앉아 멀리 펼쳐진 대도시의 풍경을 내려다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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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보그 24.05.22 5 0 9쪽
22 교활함을 속임수로 24.05.22 6 0 9쪽
21 인간의 교활함에 두 번 속지 않는다. 24.05.21 5 0 9쪽
20 연인의 아버지라는 존재 24.05.21 7 0 9쪽
19 빌런도 자식을 위해 목숨을 버린다. 24.05.20 8 0 9쪽
18 눈물방울로 秀를 살리다 24.05.20 8 0 9쪽
17 Black Company와 평행우주 24.05.19 8 0 9쪽
16 秀가 사라진 사이에... 24.05.19 8 0 9쪽
15 智, 秀의 정체를 알다 24.05.18 9 0 9쪽
14 미끼를 문 秀 24.05.18 7 0 9쪽
13 사면초가 24.05.17 8 0 10쪽
12 탄로난 정체 24.05.17 7 0 10쪽
11 갈대같은 서장님 24.05.15 9 0 10쪽
10 형사가 검사를 잡았더니 24.05.15 6 0 9쪽
9 휴머노이드의 존재이유 24.05.14 12 0 10쪽
8 검사를 다루는 재벌의 자세 24.05.14 9 0 10쪽
7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24.05.13 9 0 9쪽
6 아파트가 무너지다 24.05.11 12 0 10쪽
5 삼각관계 24.05.10 10 1 10쪽
4 美순경, 수배범을 잡다 24.05.10 11 1 10쪽
3 美 순경과 파트너가 되다 24.05.09 11 1 9쪽
2 소설 '나비인간' 사용법 24.05.09 13 1 9쪽
1 재벌회장 딸의 가출 24.05.08 2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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