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나비인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soooon
작품등록일 :
2024.05.08 17:32
최근연재일 :
2024.05.22 21:15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17
추천수 :
5
글자수 :
96,609

작성
24.05.14 12:30
조회
9
추천
0
글자
10쪽

검사를 다루는 재벌의 자세

DUMMY

“전무님, 고맙습니다. 우리 기자단을 대표해서 제가 김만성 회장님과 전무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 지각있는 기자들은 이번 만성아파트 붕괴사고가 행여 우리나라 건설 경기를 위축시키거나 만성건설의 주가하락으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나아가 대한민국 경제에 대한 해외신인도에 악영향을 끼치지나 않을까, 기사 한 자 한 자, 한 줄 한 줄, 각별히 조심하고 있습니다. 자, 김만성 회장님의 만수무강과 우리 전무님의 승승장구를 위해 건배합시다. 건배!”


모두 원샷을 하고 분위기가 조금씩 흐트러진다. 말석에 앉아있던 기자 하나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며 홍보임원에게 질문을 던진다.


“전무님, 전부터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우리끼리니까 사실대로 말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네, 뭐든지 말씀하세요.”

“항간에 김만성 회장님은 작은 사모님이 여럿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 거, 전무님도 아시죠?”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홍보임원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 몹시 긴장했다.


“아, 이거는 우리 그룹차원에서 매우 민감한 문제입니다. 사실 여러분도 잘 아시는 것처럼 우리 회장님이 얼마나 좋은 일을 많이 합니까? 가난한 학생들 장학금, 아이 낳는 사원들을 위한 거액의 축하금... 그리고 이번에도 경영이 어려운 대감님들 소속 언론사에 광고비를 얼마나 파격적으로 늘려 집행했습니까?

그런데 말입니다. 항간에 회장님의 작은 사모님이 5명이네 6명이네, 이런 해괴한 소문이 돌고 있는 거 저도 듣고 있습니다. 어이가 없습니다. 이거 전부 낭설입니다. 오늘 말이 나온 김에 제가 정확히 확인해드리겠습니다.”


홍보임원이 잠시 말을 멈추고 좌중을 둘러본다.


“우리 회장님 작은 사모님, 다섯 분 아니고요, 여섯분도 정말 아닙니다.”


정말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잠시 포즈를 둠으로써 좌중의 관심을 다시 끌어모은 홍보임원이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 손가락 세 개를 편다.


“딱 세 분밖에 안 계십니다.”


홍보임원이 말을 멈추고 좌중을 둘러본다. 다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하는 표정이다. 홍보임원의 말이 계속된다.


“제가 우리 회장님의 이른바 최측근 아닙니까? 누가 저보다 더 정확히 알겠습니까? 맹세합니다.”


홍보임원의 목소리가 웅변조로 변한다.


“항간의 소문 다 거짓입니다.”


홍보임원이 손가락을 다시 펴든다.


“딱 세 분입니다.”


너무 진지한 표정을 짓는 홍보임원의 얼굴을 보고 참석자들은 차마 웃지도 못한다.


술판이 벌어지고 있는 같은 시간, 붕괴사고 사상자들이 실려간 병원은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중환자실에서 죽음과 사투를 벌이던 붕괴사고 피해자 하나가 마지막 숨을 거두자 하얀 시트가 덮여진다. 지켜보던 가족들이 오열한다. 처참한 몰골로 신음하고 있는 다른 피해자들도 보인다.

병원 구석에 위치한 장례식장엔 사망자들의 빈소들이 차려져 있고 초라한 행색의 가족들이 문상객을 맞고 있거나 문상객 없이 부인과 아이들만 덩그러니 앉아있는 빈소도 보인다.


골프장 클럽하우스의 술자리 흥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 부르는 임원과 기자들... 노래가 끝나고 다시 폭탄주를 일제히 원샷하는 참석자들. 기자 하나가 갑자기 생각난 듯 秀의 구조활동에 대해 묻는다.


“전무님.”

“예?”

“거... 있잖아요? 현장에서 이상한 사람이 불쑥 나타나 사상자들을 엄청나게 구조했는데... 근데 그 사람 정체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혹시 만성건설에서는 파악을 좀 했습니까?”

“아니요. 그 사람이 없었으면 사상자가 얼마나 더 늘었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한데 말이죠... 사실 우리도 궁금해 죽겠습니다. 그런데 알 도리가 없어서 답답하기는 기자님들 하고 매일반입니다.”

“그 사람한테 김만성 회장이 아무리 사례를 해도 부족할 것 같죠?”

“그럼요, 그럼요. 근데 그 사람, 사람 맞아요? 내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기자들도 잠시 秀의 정체에 대해 생각하는 것 같더니 곧 다시 음주가무로 분위기가 이어진다.


서울 강남의 고급 일식집에서는 만성그룹 회장이 직접 뛰고 있다. 김만성 회장이 고위급 검사들을 직접 만나고 있다. 퇴임을 앞두고 있는 이성휘 검사장과 사건처리를 맡은 정(鄭)부장검사의 손에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달려있다.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남들이 들을세라 대화가 소곤소곤 이뤄지고 있다. 김만성이 을(乙)이고 두 고위 검사가 갑(甲)이라는 사실이 대화의 자세에서 드러난다.


“그러니까 검사장님, 이번에 퇴임하면 어디 로펌으로 가든지 뭐 어쨌든 따뜻한 퇴임 이후를 마련해야잖겠어요?”


검사장이 거만한 표정으로 심드렁하게 대답한다.


“뭐, 어떻게 되겠죠.”


김만성이 건방진 검사장의 태도에 빈정이 확 상해 안색이 변한다. 재벌 반열에 올라서고 난 뒤 자기 앞에서 저런 건방진 표정을 짓는 놈을 여태 본 적이 없다. 불쾌한 눈길로 검사장 놈을 노려본다. 검사장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먼산을 바라보고 있다.

김만성이 도저히 못 봐주겠다는 듯 굽신거리던 자세를 버리고 상체를 꼿꼿이 세운다. 재벌 그룹 회장 본연의 표정과 말씨로 돌아온다.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어이, 이검사장!”


김만성이 갑자기 ‘님’자를 빼고 아랫사람 부르듯 하자 이성휘 검사장의 얼굴에 기분 나쁜 표정이 스쳐지나간다. 얼굴이 벌개진다.


“...?”


대답 대신 불만스런 눈길을 보내자 김만성이 일부러 복장을 긁으려는 듯 턱짓으로 검사장을 가리킨다. 하지만 김만성의 기에 눌린 검사장은 반격을 하지 못한다. 재벌 회장이 불렀을 때는 두둑한 선물도 준비했을 텐데 판을 깨서는 안 된다는 계산도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당신, 우리 그룹 사건 도리해. 알다시피 우리 그룹, 규모가 있어가지고 연간 소송비용이 만만치 않아. 이번 일 같은 게 생기면 확 늘어나고. 다 가져가라고.”


아예 하대하는 말투에도 불구하고 이성휘 검사장의 태도가 갑자기 을로 바뀐다. 얼굴에 비굴한 웃음이 퍼지고 상체를 굽신거린다.


“그렇게만 되면 저야 바랄 나위가 없죠. 고맙습니다. 회장님, 헤헤.”


검사장이 양손을 배 앞으로 모으고 고개를 깊숙이 숙인다. 그것을 부럽게 바라보는 鄭부장검사, ‘나한테는 뭐 없나?’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김만성이 부장검사의 얼굴을 쓰윽 살펴보더니 여유있게 입을 연다.


“정(鄭)부장한테도 내가 다 생각해 놓은 게 있어.”


부장검사가 뭐냐는 뜻으로 눈을 치켜뜨고 깜빡거린다.


“우리 회사 보유분 아파트가 있는데 강남에 있는 걸로 한 채 줄게. 물론 정상적인 거래를 가장해서 말이지. 내가 구입비용을 줄 테니 그걸로 계약금, 잔금 치르라고.”

“그렇게나요?”

“나는 거래를 좋아해요.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어야 된다는 말씀.”


김만성이 말을 멈추고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본다. 두 사람은 김만성 입에서 또 무슨 말이 나올지 아주 궁금하다.


“그런데 말이오.”


검사장이 말을 받는다.


“네, 말씀하시죠, 회장님.”

“검찰에서 이렇게 도와주니까 고맙긴 한데...”

“무슨 고민이 또 있습니까?”

“아무래도 여론이...”

“너무 걱정 마세요. 연예인 마약 사건 하나 만들어 던져주면 개돼지들은 아파트 붕괴사고 싹 잊어먹을 겁니다. ‘국민은 개돼지다’, 이것 참 정곡을 콕콕 찌르는 명언입니다. 헤헤헤. 그렇지 않니? 정부장?”


검사장이 동의를 구하자 부장검사가 박장대소하며 맞장구를 친다.


“그럼요, 그럼요. 회장님, 여론 같은 거 걱정하실 이유 하나도 없습니다. 제가 알아서 한 건 만들어보겠습니다. 네네.”


며칠 후 검찰청 기자실. 카메라들이 뻗쳐있는 가운데 정(鄭)부장검사가 등장한다. 기자들이 웅성거림을 멈추고 鄭부장검사를 주목한다. 鄭부장검사, 준비된 발표문을 읽기 시작한다.


“이번 사건으로 유명을 달리한 근로자와 유가족 그리고 중경상을 입은 근로자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먼저 드리면서 수사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경찰서 강력계 사무실. 대부분 외근을 나가고 사무실엔 몇 사람 남아있지 않다. 秀가 작성중이던 서류작업을 잠시 멈추고 TV로 중계되는 鄭부장검사의 수사결과발표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검찰은 일벌백계의 원칙을 세워 관계자들에 대한 엄중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붕괴된 아파트의 시공을 총괄한 영훈건설의 이만호 대표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전례가 없는 시공회사의 대표이사 구속 결정은 저희 검찰의 단호한 엄벌 의지를 반영한 결과입니다. 이와 함께...”


TV를 뚫어져라 보고 있던 秀의 표정이 뒤틀린다.


‘원청은 만성건설이잖아. 원청은 쏙 빼고 애꿎은 하청회사 대표한테 모든 책임을 덮어씌우고... 그런데 기자들은 또 왜 저러는 거야? 그 부분은 질문조차 안 하네? 음... 내가 직접 알아봐? 흑막이 있지 않고서야...’


자기 자리에 앉아 핸드폰으로 영상클립 하나를 요모조모 살피고 있는 이승철 반장이 TV뉴스를 보고 있는 秀의 옆모습을 유심히 바라보곤 한다. 이승철 반장이 보고 있는 영상클립은 붕괴사고 현장에서 피해자를 구조하던 秀를 촬영한 화면이다. 이승철 반장이 누군가 들으라는 듯 혼잣말을 한다.


“이게 사람이야 로봇이야? 어떻게 저런 괴력을 발휘하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비인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 사이보그 24.05.22 5 0 9쪽
22 교활함을 속임수로 24.05.22 7 0 9쪽
21 인간의 교활함에 두 번 속지 않는다. 24.05.21 5 0 9쪽
20 연인의 아버지라는 존재 24.05.21 7 0 9쪽
19 빌런도 자식을 위해 목숨을 버린다. 24.05.20 9 0 9쪽
18 눈물방울로 秀를 살리다 24.05.20 8 0 9쪽
17 Black Company와 평행우주 24.05.19 8 0 9쪽
16 秀가 사라진 사이에... 24.05.19 8 0 9쪽
15 智, 秀의 정체를 알다 24.05.18 9 0 9쪽
14 미끼를 문 秀 24.05.18 8 0 9쪽
13 사면초가 24.05.17 8 0 10쪽
12 탄로난 정체 24.05.17 7 0 10쪽
11 갈대같은 서장님 24.05.15 9 0 10쪽
10 형사가 검사를 잡았더니 24.05.15 6 0 9쪽
9 휴머노이드의 존재이유 24.05.14 12 0 10쪽
» 검사를 다루는 재벌의 자세 24.05.14 10 0 10쪽
7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24.05.13 10 0 9쪽
6 아파트가 무너지다 24.05.11 12 0 10쪽
5 삼각관계 24.05.10 11 1 10쪽
4 美순경, 수배범을 잡다 24.05.10 11 1 10쪽
3 美 순경과 파트너가 되다 24.05.09 11 1 9쪽
2 소설 '나비인간' 사용법 24.05.09 13 1 9쪽
1 재벌회장 딸의 가출 24.05.08 24 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