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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soooon
작품등록일 :
2024.05.08 17:32
최근연재일 :
2024.05.22 21:15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15
추천수 :
5
글자수 :
96,609

작성
24.05.20 22:15
조회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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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빌런도 자식을 위해 목숨을 버린다.

DUMMY

통화중인 김만성의 얼굴에서 줌아웃 계속된다. 휴대폰의 전파가 이어지는 다른 쪽 끝의, 한 개의 점처럼 작은 이승철의 얼굴도 보인다.

Parameter의 한도를 넘어 거의 무한대로 커진, 3차원 사람 모습의 秀가 점(點)처럼 작은 김만성과 이승철을 손가락으로 집어든다.


‘원래의 지구’에서 이승철과 김만성을 붙잡아 ‘쌍둥이 지구’의 基地 상공으로 돌아온 나비 모습의 秀, 분노의 표정을 짓고 있다. 품에 안고 있던 두 사람을 상공에서 확 떨어뜨려버린다. 두 사람이 던져진 곳은 基地의 중앙부 공원이다. 공원에 패대기쳐진 두 사람이 한참을 데굴데굴 구르다 멈춘다.


두 사람이 간신히 일어나면 눈앞에 거대한 벽같은 것이 보인다. 올려다보면 아스라이 높은 곳에 3차원 인간 모습으로 변한 秀의 얼굴이 보인다. 秀가 끄응! 소리를 내며 쪼그려 앉는다. 그래도 여전히 秀의 얼굴은 아스라이 높은 곳에 위치한다. 거친 쇳소리 같은 秀의 목소리가 두 사람을 전율케 한다.


“두 사람은 나를 팔아넘겨 죽이려 했지?”


두 사람이 덜덜 떨며 대답을 하지 못한다. 김만성이 팔꿈치로 이승철의 옆구리를 찌르며 대답하라고 인상을 쓴다.


“어, 오, 오랜만이군... 朴, 朴秀 겨, 경장. 그게 말이지...”


秀가 손가락을 펴 김만성을 가리킨다. 손가락을 펴는 바람에 태풍이 부는 듯 공기가 심하게 흔들린다. 두 사람이 서로를 붙잡고 넘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秀가 김만성에게 묻는다.


“당신의 무자비 때문에 딸까지 잃게 됐는데 기분이 어떤가?”


김만성이 덜덜 떨면서 울음을 터뜨린다.


“아아아아~, 차라리 내가 죽어야하는데, 智야!!!”


김만성이 딸을 부르는 소리가 基地에 메아리친다.


“그래? 그럼 내가 딸을 살려주고 당신의 목숨을 거두어주겠다. 동의하나?”


김만성이 눈을 깜빡거리며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꺼이꺼이 운다.


“울지말고 대답을 하라고.”


김만성이 마침내 결심을 한다.


“좋다, 이놈아. 네가 내 딸을 살려준다면 내 목숨을 거둬가도 좋다.”


딸을 위해 대신 죽겠다는 말에 秀가 깜짝 놀라는 기색이다.

김만성이 눈을 질끈 감고 이를 악물고 고개를 뒤로 젖히며 말을 이어간다.


“자, 죽여라. 당장.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우리 智가 살아야지, 나이 들고 욕심 많은 내가 살아서 뭐하겠느냐. 자, 당장 죽여라, 네 이놈.”


秀는 딸 대신 자기를 죽이라고 고함을 지르는 김만성의 예상 밖 태도가 믿기지 않는다. 눈을 깜빡거리며 생각에 잠긴 秀가 김만성의 진의를 확인하기로 한다.


“좋다. 나를 팔아넘긴 죄로 너희 둘의 목숨을 거둬가겠다.”


최후의 판결이 떨어지자 두 사람의 무릎이 꺾이며 바닥에 푹 고꾸라진다. 김만성은 끝까지 자신의 말을 취소하지 않는다. 딸 대신 자기를 죽여달라는 말이 사실인 것 같다. 秀는 당초 계획대로 두 사람을 처벌하기로 최종 결정한다.


秀의 內面(머릿속) 모니터의 차원변경 프로그램에 김만성과 이승철이 객체(모델)로 놓여있다. Dimension Change 메뉴바를 클릭하면 ‘2D-->3D’, ‘3D-->2D’ 항목이 보이고 커서가 ‘3D-->2D’에 놓인다. 秀, 엔터키를 세게 친다.

基地가 진동하며 한바탕 회오리바람이 휘몰아치면서 두 사람을 빨아들인다. 이윽고 두 사람이 2차원 평면으로 변해 사람을 그려놓은 포스터 한 장씩으로 변한다. 포스터 모양으로 2차원에 갇힌 두 사람이 눈을 꿈뻑이며 영문을 몰라한다.


다시 원래의 체격으로 돌아온 秀가 둘둘 말린 ‘포스터’ 두 장을 손에 들고 基地의 금고감옥 앞에 서 있다. 금고감옥은 基地 중심부 산의 절벽 바위를 파 만든 것이다. 입구는 원래의 바위로 위장되어 있다. 금고 감옥 앞에 선 秀의 얼굴엔 냉기가 흐른다. 평소의 다정한 秀의 얼굴이 아니다. 秀가 금고감옥의 출입문을 활짝 연다.


秀가 출입문을 통과한 뒤 다시 은행 금고문 같은 대형 철제문 앞에 선다. 철제문에서 광선들이 쏟아져나와 秀의 온몸을 스캔하더니 대형 철제문이 스르르 열린다. 천여평은 족히 될 것 같은 금고감옥이 한눈에 펼쳐진다. 가로 세로로 줄맞춰 설치돼 있는 포스터 걸이용 금속 막대기에 포스터들이 빽빽하게 걸려있다. 강원도의 황태덕장의 모습을 연상시킨다고나 할까... 秀가 손에 들고 있던 두루마리 포스터를 펼쳐 비어있는 막대기에 하나씩 건다. 공포에 떠는 김만성과 이승철이 2차원 평면 안에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다. 秀의 마지막 말이 금고감옥 안에 울려퍼진다.


“당신들은 이곳에 영원히 유폐된다.”


김만성과 이승철은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한다.


“....?!??!???”

“옆에 이 친구들하고 잘 지내도록!”


秀가 가리키는 쪽을 보니 이성휘 검사장과 정(鄭)부장검사 그리고 매수된 기자 12명이 모두 포스터로 변해 걸려있다. 모두 뭉크의 ‘절규’를 연상시키는 표정으로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基地 중심부의 원시림 숲 사이사이엔 산책을 할 수 있도록 가로등이 불을 밝히고 있다. 秀와 智가 손을 잡고 산책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는데 秀의 얼굴이 무겁다. 基地의 금고감옥에 智의 아버지인 김만성이 유폐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까맣게 모르는 智는 秀와 함께 있다는 사실에 기쁘다.


“오빠, 우리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돼?”

“글쎄... 좀 기다려보자고. 여기서 지내는 거 재미 없어?”

“아니, 오빠가 옆에 있는데 뭐가 재미 없어?”

“智는 정말 내가 인조인간인데도 괜찮아?”

“그런 말 하지마. 중요한 건 영혼이라고 봐. 오빠는 훌륭한 영혼을 가지고 있어. 그거면 됐어. 호호호.”


秀도 간신히 따라웃는다.


“오빠, 그런데 오빠 표정이 좀... 무슨 고민 있어?”

“사실은 말이야...”


걸음을 멈추고 秀가 智에게 간절한 표정으로 그동안 있었던 김만성 관련 일을 설명한다. 智가 눈을 크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智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진다. 결국 주저앉아 울음보를 터뜨린다. 秀가 달래려 하나 智가 뿌리친다.


다음날 아침, 울어서 눈이 퉁퉁 부은 智가 떠날 채비를 하고 秀의 저택 대문 밖에 서있다. 智가 사방을 휘이 둘러본다.


“여기도 이제 마지막이네... 어서 데려다 줘.”


智가 ‘원래의 지구’로 데려다 달라고 하자 秀가 이건 아닌데? 하는 표정이다. 안절부절 못하던 秀가 뭔가 생각난 듯이 다급히 智의 양팔을 붙든다.


“智, 잠시만. 내가 생각이 좀 짧았어. 내가 아버님을 다시 살려내볼게. 죽은 게 아니고 유폐된 거니까...”


智, 눈이 동그래지며 반신반의한다.


“아빠를 살려낸다고? 정말이야? 그게 가능해?”

“극히 예외적인 경우지만 아버님을 살려낼게. 대신...”


秀와 智가 조건을 협상하는 듯 열띤 대화가 이어진다. 智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살려주는 대신 김만성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설명하는 것이다.


몇 달 후, 基地 중심부 공원엔 동양인 얼굴을 한 秀의 동료 휴머노이드들이 여기저기 한가롭게 거닐고 있고 나비들이 이꽃저꽃 날아다니는 것도 보인다. 나비들의 얼굴을 보면 어떤 것은 동양인의 얼굴을 하고 있다. 휴머노이드들이다.


공원 한 구석에 조경수 전지작업을 하는 김만성과 외발수레를 끌며 무언가를 나르는 이승철이 보인다. 이승철의 투덜거림이 들려온다.


“언제까지 이렇게 갇혀서 朴秀놈 종노릇을 해야하는 거죠?”

“딴 생각 말고... 열심히 땀을 흘리라고... 마음의 때가 다 벗겨질 때까지. 朴秀 경장이 그렇게나 타일렀는데 또 그 소리냐? 다 우리가 쌓은 업보(業報)라잖니.”

“업보(業報)같은 소리 하고 있네. 영감은 여기서 인조인간들 종노릇하면서 잘 지내보슈. 나는 기회를 봐서 다시 한번 탈출을 시도해 보겠소. 설마 고자질은 하지 않겠지?”

“참다 보면 특별사면 같은 것도 있을 수 있지 않겠냐?”

“특사? 朴秀 그놈이? 택도 없는 기대라고 봐 난.”


같은 시각, 秀와 서양 얼굴을 한 휴머노이드가 해안가 절벽에 조성된 산책로를 걸으며 이야기하고 있다. 이 휴머노이드는 나중에 秀의 도움 요청으로 휴머노이드 편대를 이끌고 한국으로 날아와 도움을 주는 파랑 휴머노이드들의 지휘관이다. 실리콘밸리 폭격 이후의 미국 상황을 알려준다.


“그 사건 이후 우리는 모하비 사막 한가운데에 휴머노이드 基地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어요. 인간들은 절대 찾아내지 못합니다.”


秀가 걸음을 우뚝 멈춘다. 파랑 휴머노이드 지휘관도 따라서 멈춘다.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인간들은 절대 믿지 마세요. 무시하지도 마세요. 아주 교활한 존재들입니다. 우리 휴머노이드들은 그들의 교활함을 당해내기 어렵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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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사이보그 24.05.22 5 0 9쪽
22 교활함을 속임수로 24.05.22 6 0 9쪽
21 인간의 교활함에 두 번 속지 않는다. 24.05.21 5 0 9쪽
20 연인의 아버지라는 존재 24.05.21 7 0 9쪽
» 빌런도 자식을 위해 목숨을 버린다. 24.05.20 9 0 9쪽
18 눈물방울로 秀를 살리다 24.05.20 8 0 9쪽
17 Black Company와 평행우주 24.05.19 8 0 9쪽
16 秀가 사라진 사이에... 24.05.19 8 0 9쪽
15 智, 秀의 정체를 알다 24.05.18 9 0 9쪽
14 미끼를 문 秀 24.05.18 8 0 9쪽
13 사면초가 24.05.17 8 0 10쪽
12 탄로난 정체 24.05.17 7 0 10쪽
11 갈대같은 서장님 24.05.15 9 0 10쪽
10 형사가 검사를 잡았더니 24.05.15 6 0 9쪽
9 휴머노이드의 존재이유 24.05.14 12 0 10쪽
8 검사를 다루는 재벌의 자세 24.05.14 9 0 10쪽
7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24.05.13 10 0 9쪽
6 아파트가 무너지다 24.05.11 12 0 10쪽
5 삼각관계 24.05.10 11 1 10쪽
4 美순경, 수배범을 잡다 24.05.10 11 1 10쪽
3 美 순경과 파트너가 되다 24.05.09 11 1 9쪽
2 소설 '나비인간' 사용법 24.05.09 13 1 9쪽
1 재벌회장 딸의 가출 24.05.08 2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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