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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작품등록일 :
2024.05.08 17:32
최근연재일 :
2024.05.22 21:15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19
추천수 :
5
글자수 :
96,609

작성
24.05.20 12:30
조회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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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눈물방울로 秀를 살리다

DUMMY

‘쌍둥이 지구’의 이 섬에 秀와 동료 (파랑) 휴머노이드들이 구축한 기지(基地)가 위치한다. 파랑 휴머노이드들은 이 기지(基地)에서 회의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면서 지구의 평화와 정의를 지키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곳의 휴머노이드들은 특이점을 돌파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는 ‘자율 휴머노이드들’로 실리콘벨리의 수퍼휴머노이드 제조공장이 폭격을 맞기 전 생산되어 지구 곳곳에 배치된 휴머노이드들 중 한반도에 배치된 휴머노이드들이다. 각 나라 또는 주요 지점에 배치된 자율 휴머노이드들은 쌍둥이 지구의 해당 나라와 지점에 基地를 각각 구축해 운용하고 있다. 특이점을 돌파한 이들 휴머노이들은 3차원 입체 인간으로 변할 때 주로 파란색 의복을 입어 편의상 파랑 휴머노이드로 불린다. 이들 파랑 휴머노이드들은 평행우주의 쌍둥이 지구로 가는 방법을 찾아냈지만 아직 인간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는 검정 휴머노이드들은 그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秀가 향하고 있는 섬(基地)은 서울 여의도 정도 되는 크기의, 상공에서 보면 하트 모양을 이루고 있는 섬 둘레의 하얀색 절벽이 인상적인 섬이다. 섬 둘레를 따라 서양식 대저택들이 듬성듬성 자리잡고 있는데 한반도에 배치된 휴머노이드들의 개인 저택이다.

저택들은 공들여 가꾼 정원들을 가지고 있는데 짧게 깎은 잔디와 전지가 잘된 정원수, 화려한 꽃들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정원의 화려한 꽃들 주위엔 나비들이 많이 날아다닌다. 섬의 안쪽은 짙푸른 원시림과 인공적으로 조성한 공원, 수영장 같은 운동시설이 들어서 있다. 작렬하는 태양 아래 가끔씩 들리는 새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소리를 빼곤 적막감이 들 정도로 조용한 基地에 지금 智를 품에 안은 秀가 큰 부상을 입은 채 간신히 도착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시각, 秀의 집에 진입했던 검정 휴머노이드들은 秀가 사라진 방향을 조사하지만 그들 눈에는 칠흑같은 밤하늘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현장 지휘관이 얼굴을 완전히 가리고 있던 헬멧을 벗는다. 생김새가 서양인 얼굴이다. 미국에서 긴급작전을 위해 날아온 휴머노이드임을 말해준다. 영어로 본부에 보고한다.


“작전 실패”

“알았다. 신속히 철수하라.”


휴머노이드들이 차례차례 투명 2차원 나비로 다시 변신해 발코니를 통해 하늘로 솟아오른다.


벙커에서 秀 제거 작전을 지휘하던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지부장이 탁자를 쾅! 친다.


“저들은 우리가 모르는 ‘또다른 세계’로 나가는 통로를 가지고 있어요. 이 일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한국의 국가안전국장이 뜨악한 얼굴을 한다.


“아니, 미국이 모르면 우리는 어떡합니까? 왜 애당초 AI니 휴머노이드니 로봇이니 세계에다 대고 자랑들 하면서 그렇게 마구 생산을 한 겁니까?”

“지금 나한테 화내는 겁니까?”

“안 그러게 됐습니까? 당신네들 그 잘난 과학기술 때문에 지구가 멸망하게 생겼는데...”

“뭐라고요?”

“秀라고 하는 저 새끼도 미제(美製), ‘Made in USA’잖아요?”

“You F***...”


두 사람이 거의 멱살잡이 직전까지 간다. 지휘관들의 싸움을 어이없다는 듯 지켜보던 국가안전국 요원들이 두 사람을 겨우 떼어놓는다.


智를 품에 안은 秀가 자신의 저택 정원에 세워져 있는 파빌리온 옆에 추락하듯이 착륙한다. 저택과 파빌리온에는 기본적인 조명만이 켜져 있어 대체적으로 어둡다. 두 사람이 한동안 얼굴을 칠흑같이 어두운 밤하늘로 향하고 누워있다. 얼마나 지났을까? 이윽고 智가 정신을 차린다.


여기가 어딘가? 두리번거리다 자기 옆에 쓰러져 있는 秀를 발견한다. 智가 일어나 앉는다. 秀의 처참한 몰골을 보고 놀란다. 몸의 일부는 투명 나비, 일부는 레이저에 타고 터지고 찢어져 만신창이가 된 3차원 사람 모습이다. 秀의 얼굴 또한 대체적으로는 3차원 사람의 얼굴이지만 어떤 부분은 투명해 조금 괴기하기도 하다.

智가 뭘 어찌해야 좋을지 모른다. 秀의 얼굴을 간신히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놓는다. 秀가 거칠게 숨을 쉬며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智에게 뭔가를 말하려 한다.


“智야, 그동안... 행...”

“안돼. 죽으면 안 돼. 오빠. 이러면 어떡해? 오빠, 오빠, 죽지 마.”


秀가 눈을 간신히 뜨고 智를 올려다본다. 고통속에서도 행복한 표정이다. 그것도 잠시, 표정이 생기를 잃고 눈동자의 빛도 점점 사그러든다. 秀의 얼굴을 부여잡고 오열하는 智. 秀의 눈동자 빛이 완전히 사위고 입술에 희미한 미소만 걸려있다.

한동안 정적이 흐른다. 秀의 죽음을 실감한 智가 대성통곡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죽으면 어떡해? 이게 끝이야?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는 거야? 인조인간인데도 죽어? 난, 난 인간이든 인조인간이든 상관 없어. 살아나, 살아나란 말이야.”


智가 秀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정신없이 울고 있는데 3차원 사람 모습을 한 基地의 秀의 동료 휴머노이드들이 두 사람을 둘러싼다. 동료 휴머노이드들도 모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휴머노이드들이 지켜보고 있는 것도 모른 채 슬픔에 젖어있는 智의 눈에서는 닭똥같은 눈물이 하염없이 떨어진다. 눈물 떨어지는 소리가 어느 순간부터 동굴 안에서 물방울이 떨어질 때 증폭되듯이 크게 공명되어 들린다.


『똑, 똑, 똑... 또옥똑...또옥똑...』


智의 눈물방울이 떨어지는 곳을 자세히 보면 투명 2차원인 秀의 심장 부분에 위치한 사각형 버튼이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REBOOT’라는 글자가 눈물에 젖어서 보였다 안 보였다 한다.


버튼 위로 계속 떨어지는 智의 눈물방울. 확대해 본다면 거대한 물방울이 사각형 버튼을 폭격하듯 떨어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거대한 눈물방울이 버튼에 부딪히고 나서 미세한 물방울로 산산조각 난다.


‘REBOOT’ 버튼이 눈물방울의 충격으로 미세하게 움직인다.

버튼을 두들기고 산산조각 난 눈물방울의 파편들은 더 잘게, 분자 단위로 쪼개져 秀의 신경망에 접촉한다. 눈물의 분자구조와 신경회로가 결합하자 복잡한 상호작용이 펼쳐진다.


사람의 혈관에 피가 돌 듯 다양한 형광색의 빛줄기들이 秀의 3차원 육체 내부를 누비기 시작한다. 秀의 신체 시스템이 다시 부팅되고 있는 것이다. 눈물방울의 물리적 충격과 눈물의 화학 성분이 秀를 살려낸 것이다.


울음에 지치고 눈물도 마른 智는 秀 신체의 리부팅을 모른채 秀의 가슴 위에 쓰러져있다. 두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휴머노이드들은 秀의 몸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생의 움직임을 흥미진진하게 내려다보고 있다. 秀의 육체가 상처들을 스스로 치유하고 원상을 회복해 간다. 秀의 모습이 2차원 나비로 완전히 변했다가 곧바로 다시 3차원 인간 모습으로 변한다. 현란한 광선들이 두 사람 주위를 감싸고 돌지만 기진맥진해 쓰러져 있는 智는 알지 못한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눈을 번쩍 뜬 3차원 秀가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핀다. 智를 품에 안은 채 서서히 일어나 앉는다. 실신한 듯 눈을 감고 있는 智의 얼굴을 한동안 내려다본다. 애틋한 마음에 秀의 눈에서도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秀의 눈물이 智의 얼굴에 떨어진다. 秀가 智를 가볍게 흔들며 조용한 목소리로 부른다.


“智, 智야.”


智는 환청이라고 생각한다. 秀가 智의 볼을 두드리며 계속 부른다.


“智, 智야. 정신 차려봐. 나야.”


번쩍 눈을 뜬 智, 누군가의 넓은 가슴에 안겨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린다.


“나야, 智야.”


智가 고개를 들어 秀의 얼굴을 바라본다. 秀다! 秀 오빠다!


“오빠!!! 꿈인가?”


秀와 智가 얼싸안고 서로 오열하다 입술을 부비다 정신이 없다.

두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파랑 휴머노이드들이 조용히 박수를 친다.

모두 은은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딸이 행방불명된 김만성 회장이 이승철 반장과 통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승철의 태도가 뜨뜨미지근하다.


“그러게 말입니다. 유감입니다. 그런데... 한미 정부가 합동작전을 폈는데도 잡지 못한 朴秀, 아니지 그 인조인간을 권총 한 자루밖에 없는 경찰이 어떻게 잡겠습니까?”

“당신 정말 이렇게 나올거야? 돈은 넙죽넙죽 잘 받아먹더니 무고한 시민이 인조인간한테 납치됐다는데 명색이 경찰인데 난 모르겠다? 당신 정말 이러면 안 좋아, 안 좋다고...”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회장님 따님 목숨 걱정할 때가 아닙니다. 저나 회장님도 지금 바람 앞의 등불같은 신세라는 걸 모릅니까?”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놈이 따님을 납치해 갔을 땐 그걸로 끝나겠습니까?”

“안 끝나면?”

“회장님, 참 한가하십니다. 회장님하고 제가 한 일을 생각해 보세요. 그놈을 당국에 팔아먹지 않았습니까? 복수하지 않겠어요?”


김만성이 겁을 먹어 목소리가 떨린다.


“복수? 그,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경찰이 그것도 막아줘야 되잖소?”

“겪어보시고도 그런 말씀을 하시니 참 답답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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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교활함을 속임수로 24.05.22 7 0 9쪽
21 인간의 교활함에 두 번 속지 않는다. 24.05.21 5 0 9쪽
20 연인의 아버지라는 존재 24.05.21 7 0 9쪽
19 빌런도 자식을 위해 목숨을 버린다. 24.05.20 9 0 9쪽
» 눈물방울로 秀를 살리다 24.05.20 9 0 9쪽
17 Black Company와 평행우주 24.05.19 8 0 9쪽
16 秀가 사라진 사이에... 24.05.19 8 0 9쪽
15 智, 秀의 정체를 알다 24.05.18 9 0 9쪽
14 미끼를 문 秀 24.05.18 8 0 9쪽
13 사면초가 24.05.17 8 0 10쪽
12 탄로난 정체 24.05.17 7 0 10쪽
11 갈대같은 서장님 24.05.15 9 0 10쪽
10 형사가 검사를 잡았더니 24.05.15 6 0 9쪽
9 휴머노이드의 존재이유 24.05.14 12 0 10쪽
8 검사를 다루는 재벌의 자세 24.05.14 10 0 10쪽
7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24.05.13 10 0 9쪽
6 아파트가 무너지다 24.05.11 12 0 10쪽
5 삼각관계 24.05.10 11 1 10쪽
4 美순경, 수배범을 잡다 24.05.10 11 1 10쪽
3 美 순경과 파트너가 되다 24.05.09 11 1 9쪽
2 소설 '나비인간' 사용법 24.05.09 13 1 9쪽
1 재벌회장 딸의 가출 24.05.08 2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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