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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soooon
작품등록일 :
2024.05.08 17:32
최근연재일 :
2024.05.22 21:15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18
추천수 :
5
글자수 :
96,609

작성
24.05.08 19:15
조회
24
추천
1
글자
10쪽

재벌회장 딸의 가출

DUMMY

축대가 높고 정원이 넓은 전형적인 재벌 저택. 저택의 주인인 김만성의 화난 목소리가 밖에까지 들린다.


“겨우 경찰 나부랭이? 허허, 어이가 없군. 그럼 부모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금방 피라도 터져 나올 것같은 김만성이, 무릎을 꿇고 애원하는 수(秀)를 잡아먹을 듯이 내려다본다. 어쩔 줄 몰라하는 지(智)의 모습이 안쓰럽다.


“두 분 다 돌아가셨습니다.”


별 감정 없이 담담하게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는 秀가 더 꼴보기 싫어진 김만성이 秀의 가슴을 후벼파기 시작한다.


“어쩐지 그럴 것 같더라. 애비 에미도 없는 주제에 감히 누굴 넘보는 거야?”


담담하던 秀의 표정이 순간 흔들린다. 더 밉게 보이려고 작정했을까? 더욱 당당하게 대꾸한다.


“부모 없으면 사랑도 못합니까?”


말이 막히면 손이 나가는 법. 김만성이 秀에게 달려들어 뺨을 힘껏 때린다. 秀의 고개가 속절없이 한쪽으로 돌아가자 智가 끼어들어 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울상을 짓는다. 뺨을 맞은 자리가 이내 벌겋게 부어오른다. 이를 본 智가 표독스러운 눈으로 아버지를 노려보며 대차게 대든다.


“아빠, 나 집 나갈 거야!”

“뭐? 집을 나가? 오오, 그래, 나가라. 나가서 꼴랑 경찰 월급 가지고 둘이서 잘 살아보든지.”


그 길로 智는 간단한 짐을 챙겨 집을 나갔다. 秀 입장에서는 무남독녀를 가출시켰다는, 미운 구석을 하나 더 만드는 것 같아 찜찜했지만 한 성깔하는 智의 결단을 딱히 막을 방법도 없었다.

둘은 서둘러 미니 복층 오피스텔을 월세로 얻고 월세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취직자리를 알아봤다. 몇 차례 고배를 마신 끝에 秀가 근무하는 경찰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유치원의 교사 자리를 겨우 구할 수 있었다. 평생 아버지의 보호 속에서 돈이 어떻게 생기는지 몰랐던 智에게는 작지만 의미 있는 성취이기도 했다. 秀가 생각하기에도 智의 결단력에 대해 격려와 칭찬을 해주기에 충분한 쾌거였다. 삼겹살과 소주를 사이에 놓은 두 사람의 분위기는 자연스레 업이 되었다.


“취직 축하해.”

“고마워. 나도 내 손으로 돈을 벌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

“근데 원룸에서 살기 불편하지 않아? 우리 집으로 들어오지? 돈도 아낄 수 있잖아.”

“아니야, 우리 열심히 살아서 아빠한테 허락받고 결혼식 올리고 같이 살자, 응?”


이럴 때 보면 요즘 여자 같지 않은 면모도 있는 아가씨였다.

맥주집으로 자리를 옮겨 한 잔을 더하고 나니 밤이 상당히 늦어버렸다.

술을 제법 마셨지만 멀쩡한 秀에 비해 智는 취기가 상당히 올랐다. 秀의 집 대신 기어이 자기 집으로 가겠다는 智를 데려다주기 위해 둘은 맥주집을 나섰다.

키 크고 건장한 秀의 팔을 붙잡고 가는 智의 모습이 거의 아빠 팔에 매달려 가는 어린 딸 같은 모양새다. 智의 오피스텔이 있는 동네로 접어든다. 가로등이 고장나 어둑한 골목 구석. 불량배 서너명이 秀와 智에게 다가와 둘러싸는 게 많이 보던 클리셰이다.


“야, 모양 좋다?”


불량배 중 하나가 智의 뺨을 톡톡 건드리며 본격적으로 시비를 걸자 秀가 智를 자신의 등뒤로 숨긴다.


“얘들아, 나 오늘 기분이 좋아서 그냥 눈 감아줄 테니까 그냥 가라. 셋 셀 때까지 안 가면 너희들 오늘 다 죽는다.”


불량배들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秀가 불량배들을 둘러보며 숫자를 센다.


“하나, 둘...”


智의 뺨을 건드린 불량배 녀석이 인상이 구겨짐과 동시에 秀를 향해 대뜸 주먹을 날린다. 秀는 피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 심지어 미소를 짓고 있다. 불량배의 주먹이 점점 秀의 얼굴로 다가가 접촉이 되는데, 그런데... 충돌이 일어나지 않고 주먹이 秀의 얼굴을 가르고 그대로 지나간다. 秀의 얼굴을 보니 사람의 살과 뼈가 아니라 연기(煙氣)인 듯 주먹이 지나간 자리만이 흐트러져 있고 흐트러진 곳도 이내 다시 얼굴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

주먹이 허공을 가른 셈이 되자 불량배 녀석이 중심을 잃고 앞으로 휘청거리며 고꾸라진다. 넘어지는 불량배의 가슴께를 秀가 오른발로 걷어차 올리자 불량배가 하늘 높이 사라진다. 다른 불량배들은 순식간에 일어난,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겁을 먹고 얼어붙었다. 秀가 智의 손을 잡고 자리를 뜨며 눈만 껌뻑거리고 있는 나머지 불량배들의 뺨을 톡톡 친다.


“내가 오늘 여자친구가 있어서 힘 안 쓰는 거야. 재수 좋은 줄 알고 빨리 친구 찾아서 병원에 데리고 가라.”


秀의 말이 끝나자마자 어디선가 ‘쿵!’ 하는 소리가 들린다. 秀가 걷어찼던 불량배가 이제야 땅에 떨어지는 소리이다. 불량배들이 소리가 난 방향으로 일제히 뛰어간다.

智가 멀어져가는 불량배들을 바라보다 존경스러운 눈으로 秀를 올려다본다.

秀와 智가 마주잡은 손을 크게 흔들며 경쾌하게 다시 걸어간다.


智는 秀가 휴머노이드인 걸 모른다. 아니, 세상의 어떤 인간도 秀의 정체를 모른다. 그를 설계하고 제조한 수퍼휴머노이드社의 ‘프로그램’ 외에는...


인간의 99.99%를 모방했으니 인간들처럼 이성을 좋아하고 연애를 하게 되었다. 인간이 아니라서 智에게 특별히 미안하지는 않았다. 스스로 완벽한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므로 미안할 이유가 없었다.


직장에서는 열심히 범죄자들을 붙잡아 인류의 평화와 안전을 도모하고, 퇴근하면 가슴 설레는 연애를 하면서 진정한 삶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단지 하나, 여느 인간들처럼 결혼까지 하고 싶었으나 그게 여의치 않았다. 돈이 없으니 결혼 자격이 없다는 智의 아버지의 반대이유가 조금 어이없기는 했으나 인간 세상이 원래 그런 것인 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떡하든지 돌파해 나가기로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사실 秀가 정작 신경 쓰는 일은 결혼반대 같은 일들이 아니었다. 본인의 정체를 감추는 일이 가장 중요했다. 완벽한 인간으로 살고 있는데 인간이 아닌 인조인간이라는 비밀이 탄로나면 秀를 이 세상에 존재하게 한 설계자의 의도에 어긋나기 때문이었다.


설계자는 휴머노이드들이 인간들과 어울리며 인간 세상에 스며들어 인간세상을 좀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를 의도했다.


정체를 감추는 일이 매우 중요했지만 간혹 예외가 없지는 않았다. 어린이들에겐 비밀을 살짝 보여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유치원 교사인 智의 부탁을 들어준 것도 어린이들에게 자신의 비밀을 조금 보여줌으로써 정체를 감추기 위해 언제나 긴장하고 살아야하는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인지 몰랐다.


7~8명의 너댓살짜리 어린이들이 앙증맞은 의자에 앉아 유치원 교사인 지(智)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올려다보고 있다.


“어린이 여러분!”

“네!!”

“오늘은 일일 선생님으로 경찰관 아저씨를 모셨어요. 나쁜 놈들을 혼내주는 경찰관 아저씨, 만나고 싶죠?”

“네!!”


智가 벽시계를 올려다보며 秀가 오기를 기다린다. 시간이 째깍째깍 흘러가지만 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핸드폰을 해보지만 받지 않는다. 智의 표정이 실망해서인지 화가 나서인지 묘하게 일그러져 있다. 어린이들도 기다리다 지친 표정들이다.

힘없는 목소리로 智가 입을 연다.


“경찰관 아저씨가 나쁜 놈들 잡느라 지금 바쁜가 봐요.”


아이들이 일제히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에이~~~ 나빠요. 경찰관 아저씨.”


집중력을 잃고 다시 제멋대로가 된 아이들을 돌보느라 智가 진땀을 빼고 있는데 교실문이 드르륵 열리는 소리와 함께 秀가 뛰어들어온다. 다행스럽다고 해야할까? 경찰 제복도 멋지게 빼입었다. 아이들의 눈이 일제히 秀에게로 향한다. 숨이 찬 가운데도 秀가 智를 향해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는다. 秀가 뚜벅뚜벅 걸어가 智 옆에 선다. 智에게 미안하다는 듯 다시 한 번 웃어주고 어린이들을 향해 입을 연다. 얼마나 급히 달려왔는지 여전히 숨이 차다.


“어린이 여러분, 많이 기다렸죠?”

“네!!”


아이들이 다시 조용해지며 선생님과 秀에게 눈길을 모은다. 智가 안도한다. 그러나 지각한 秀를 향해 눈을 흘기는 걸 잊지 않는다. 秀가 다시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오늘은 나쁜짓을 하면 어떻게 이 경찰관 아저씨가 혼을 내주는지 여러분과 함께 알아볼까요?”

“네!!”


秀의 일일교사 수업이 시작된다. 智는 교실 뒤로 가서 秀의 수업을 지켜보기로 한다. 그러나 秀가 수업준비를 안 한 듯하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갈팡질팡하다 대뜸 어려운 말을 쏟아낸다.


“남의 물건을 훔치면 절도죄로 처벌을 받게 되겠죠?”


어린이들이 어려운 단어에 대답에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네에...!?”


눈치없는 秀가 계속 헛발질을 날린다.


“그럼 말이죠...? 남을 때리면 무슨 죄에 해당할까요?”


秀의 수업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智가 더 이상 참관을 포기하고 조용히 뒷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버린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알아서 해결해보라는 뜻이다. 잠시 기다리던 秀가 교실 앞문을 열고 고개를 문밖으로 내밀어 智가 멀어진 것을 확인하고 다시 어린이들 앞에 선다.


秀가 숨을 크게 내쉬자 몸 주위로 형광 불빛이 뿜어져 나오며 직선과 곡선, 점선 등이 요란하게 상호작용하더니 3차원인 몸체가 2차원 평면으로 변한다. 길거리에서 호객용으로 가게 앞에 세워놓는, 실물과 같은 크기의 연예인 사진처럼 변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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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秀가 사라진 사이에... 24.05.19 8 0 9쪽
15 智, 秀의 정체를 알다 24.05.18 9 0 9쪽
14 미끼를 문 秀 24.05.18 8 0 9쪽
13 사면초가 24.05.17 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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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갈대같은 서장님 24.05.15 9 0 10쪽
10 형사가 검사를 잡았더니 24.05.15 6 0 9쪽
9 휴머노이드의 존재이유 24.05.14 12 0 10쪽
8 검사를 다루는 재벌의 자세 24.05.14 10 0 10쪽
7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24.05.13 10 0 9쪽
6 아파트가 무너지다 24.05.11 12 0 10쪽
5 삼각관계 24.05.10 11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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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설 '나비인간' 사용법 24.05.09 13 1 9쪽
» 재벌회장 딸의 가출 24.05.08 2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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