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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나비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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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soooon
작품등록일 :
2024.05.08 17:32
최근연재일 :
2024.05.22 21:15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13
추천수 :
5
글자수 :
96,609

작성
24.05.10 17:15
조회
10
추천
1
글자
10쪽

삼각관계

DUMMY

“으, 자기.”

“어디야?”

“밥먹으러 나왔어. 야근.”

“누구랑?”

“신입이랑.”

“신입? 아, 그 남자 신입?”

“응응, 그래.”

“알았어.”

“오케이, 이따 전화할게.”


秀가 전화를 끊자 美가 관심을 보인다.


“애인은 어떤 사람이에요?”

“응? 어어, 좋은 사람이지. 응 뭐...”


美의 눈이 질투로 불꽃이 이는 걸 남자인 秀는 모른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美가 표정을 관리한다.


“선배님, 정말 고맙습니다.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건배하시죠.”


美가 원샷으로 소주를 털어넣는다. 또 다시 건배! 또 다시 원샷.

美가 내민 술잔에 자기 잔을 마주치는 秀의 표정에 살짝 걱정이 스쳐지나간다.

외간 여자와 술을 마시는 것도 그런데 상대가 과음을 하는 것 같아서다.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니 어느새 빈 술병이 자리를 많이 차지했다. 술이 들어간 만큼 두 사람의 마음의 거리도 줄어든다.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자 美에게 秀가 각별하게 다가온다. 秀는 美가 순간순간 넋을 잃고 바라보는 시선의 의미를 알아채지 못한다. 그저 술이 취해서 그러려니 할 뿐이다. 아무리 특별한 휴머노이드라도 인간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알아채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하기야 휴머노이드가 워낙 원래의 인간을 100% 모방해 설계, 제작되는 걸 생각하면 秀가 美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美가 급기야 무너져내린다. 혀가 꼬부라지고 상체를 제대로 가누지 못한다. 秀, 美를 어떻게 집에 데려다줘야할지 갑자기 걱정된다. 美의 핸드폰을 집어들어 집 전화번호를 찾아보지만 찾을 수 없다. 앉은채 졸고 있는 美의 어깨를 톡톡 친다.


“어이, 崔美 경장, 정신 좀 차려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던 美가 전혀 취하지 않은 듯 눈을 번쩍 뜬다.


“왜요? 오빠~~. 2차 가요, 우리. 헤헤...”


호칭이 어느새 ‘오빠’로 바뀌어 있다. 난처하다. 어쩔 수 없다. 냄새나는 경찰서 숙직실에 데려다가 재우는 수밖에.


“2차든 뭐든 일단 일어나. 가자고”


美는 그러나 눈을 다시 내리감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상체를 이리저리 흔들며 앉아 있다. 어쩔 수 없다. 남들이 보든 말든 美를 들쳐업는다. 그렇게 무겁지는 않다. 실제 무거워도 秀에게는 무겁지 않겠지만. 길거리로 나선다. 밤거리에는 가는 빗줄기가 내리고 있다.


우산을 받쳐든 智가 경찰서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 한손에는 샌드위치 브랜드 로고가 인쇄된 종이백이 들려있다. 손목시계를 자꾸 내려다보며 초조한 모습이다. 멀리서 우산도 없이 美를 들쳐업고 오는 秀의 모습이 보인다. 秀를 향해 뛰어가려다 秀가 누군가를 업고 오는 걸 보고 주춤한다. 秀가 경찰서 정문에 당도한다. 智가 도끼눈을 뜨고 노려보고 있는 걸 발견하고 깜짝 놀라 얼음이 된다.


“智야...”

“오빠, 지금 이거 무슨 상황이야?”

“어, 이거 이거 말이야, 뭐냐면 말이지...”


秀가 버벅거리자 智의 얼굴이 분노로 이글거리기 시작한다. 외마디 비명이 한밤의 고요를 깨뜨린다.


“야!~”


智가 날까로운 비명을 지르며 들고 있던 샌드위치 종이백을 팽겨친다. 야근하는 秀에게 먹이려던 샌드위치와 오렌지쥬스 병이 땅바닥에 나뒹군다. 이걸 보고 더 화가 난 智가 우산을 접어들고 찌르려는 듯이 달겨들자 서슬에 秀가 등에 업고 있던 美를 땅에 떨어뜨리며 방어자세를 취한다. 美가 바닥에 떨어진 충격에 정신을 차리고 비척이며 일어나며 秀에게 묻는다.


“오빠, 뭐야? 무슨 일이야?”

“뭐? 오빠? 오빠, 이년 누구야? 누구냐니까?”


美가 비틀거리며 智에게 다가간다. 혀가 많이 꼬였다.


“머어?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이년? 그러는 너는 누군데?”


秀가 엉거주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두 사람에게 다가가 떼어놓으려 한다. 智가 불결한 손 치우라는 듯 秀의 손을 쳐낸다.


“智야, 이게 뭐냐면... 이 사람, 파트너 형사야. 같이 저녁 먹다가 이 사람이 이렇게 되어가지고...”

“파트너... 남자라고 하지 않았어?”

“그랬지... 그런데 갑자기 여자가 되어버렸네?”


秀가 어이없는 변명을 하자 智가 분에 겨워 쭈그려앉아 울기 시작한다.

美가 취한 가운데서도 상황을 파악하고 智와 秀를 번갈아 쳐다본다.

딸꾹질을 하며 중얼거린다.


“선배님, 저 때문에... 죄송합니다.”


와중에도 美는 智의 외모를 눈여겨본다. 마음속으로 평가를 내린다.


‘별로 이쁘지도 않구만...’


秀의 얼굴이 점점 난처해진다.


서울 외곽의 산자락에 자리잡은 秀의 2층짜리 단독주택. 주택들이 밀집된 지역에서 산쪽으로 외따로 떨어져 위치한 것이 특이하다면 특이하다.

智가 몰고온 고급 외제차가 집밖 골목에 세워져 있고 秀의 집 2층 거실 소파에 秀와 智가 나란히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중이다.


“선을 안 보면 모든 지원을 끊는다?”

“유치원 교사 얼마나 박봉인지 잘 알지? 나 거지 돼.”

“그럼 여기 들어와 살아. 그러면 돈 절약할 수 있잖아. 안 그래?”

“우리 아빠 누군지 알면서 왜 자꾸 이렇게 어긋나는데?”


秀가 너무 심각한 智의 기분을 풀어주려 장난치듯 이야기한다.


“사랑이냐 부친의 명령이냐, 선택해, 하하하.”


智의 얼굴이 험상궂게 변하더니 소리를 꽥 지른다.


“지금 장난해?”


느닷없는 고함소리에 秀가 깜짝 놀란다. 커진 눈으로 智를 바라본다.


“왜 이래? 농담이야, 농담.”

“농담 할 때야? 이번 거는 최후통첩이야. 말 안 들으면 회사도 사회에 환원해 버리겠다고 했어.”


秀가 갑자기 뿜는다. 영문을 모르는 智가 秀를 노려본다.


“왜 그러는데?”

“김만성 회장님이 회사를 사회에 환원시킨다? 대한민국에서 그 말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 히히히.”

“하긴 나도 안 믿기기는 하지만. 딸보다 돈이 더 좋은 사람이 설마 그럴 리는 없지. 그건 나도 알아. 그런데 이번에는 전하고 좀 다르단 말이야.”

“어떻게?”

“우리 김회장 특기가 뭐야?”


선뜻 답을 내놓지 못하는 秀가 智를 바라보며 계속 이야기하라는 눈짓을 보낸다.


“‘안 되면 되게 하라’ 잖아. 오빠를 어떻게 할지도 모른다고.”


智가 거의 울상이 되어 하소연하자 秀도 말을 끊고 심각하게 생각한다.

시간이 째깍째깍 흐른다. 秀가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뭘 생각하느라 조용한 줄 알았던 秀가 졸고 있자 智가 다시 열을 받아 소리를 버럭 지른다.


“야!”


秀가 깜짝 놀라 깬다.


“왜, 왜? 무슨 일 있어?”


허둥대는 秀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는 智가 결국 벌떡 일어난다.


“나 갈래!”


秀가 일어나 智를 붙잡아 앉힌다.


“이 야심한 시간에 어딜 가? 자고 가.”


秀가 智를 꼬옥 안아준다. 智의 기분이 다시 풀어진다. 이번엔 秀가 智를 무릎에 앉히고 백허그를 한 채 묻는다.


“하나 물어봐도 돼?”

“그래, 뭐?”

“내 파트너가 여자인 거 미리부터 알고 있었지? 그래서 아까 일부러 와 본 거지? 확인하러.”

“오빤 거짓말 하면 티가 너무 나거든? 나한테 하나라도 숨겼다간 바로 죽음이야. 알았어?”


뒤돌아앉으며 도끼눈을 뜬 智 앞의 秀, 고양이 앞의 쥐가 따로 없다.

秀의 집 조명이 모두 꺼진다.


새근새근 자는 智를 바라보며 秀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밤새 고민했다. 자신이 설계된 바에 따르면 일단은 ‘설득’이었다. 智의 가출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지난번 설득은 실패했지만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을 되새기며 智의 아버지 김만성 회장을 상대로 한 2차 설득에 나서기로 결심을 했다.


고층빌딩이 즐비한 서울시내 중심가. ‘만성건설’이라는 대형 로고가 붙은 한 빌딩이 유난히 위풍당당해 보인다. 31층 회장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아까부터 秀가 김만성 회장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김만성 회장은 고개를 외로 꼬고 秀를 외면하고 있다. 간절한 표정의 秀가 智와의 교제를 허락해 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아버님, 정말입니다. 저 정말 智 행복하게 해줄 자신 있습니다.”


김만성 회장이 고개를 바로 하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야, 이 자식아, 그놈의 입 다물지 못해? 내가 네놈의 속을 모를 것 같냐? 무남독녀 재벌 딸 꼬드겨 재산 가로채려는 수작,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이 자식아. 그러니까 당장 일어나서 썩 물러나라고. 네놈이랑 한 공기로 숨쉬는 것도 참을 수 없다. 당장! 나가라고!!”


그럼에도 秀는 일어날 생각을 않는다. 참다못한 김만성이 수하들을 부른다.


“야, 밖에 누구 없냐? 이놈 끌어내라.”


건장한 보안요원 4명이 회장실로 들어온다. 秀가 왼손으로 오른손등을 가리더니 조용히 오른손의 엄지와 중지를 튕겨(finger snap) 딱! 소리를 크지 않게 낸다. 秀의 몸이 물성(物性)을 바꾸기 시작한다. 온몸이 금속으로 변해간다. 秀의 몸속에서 급격한 생체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김만성이나 보안요원들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보안요원 둘이 나선다. 秀의 양쪽 겨드랑이에 각자 손을 넣어 일으키려 하지만 뜻밖에 꿈쩍 않는다. 살짝 당황한 두 사람이 나머지 두 명에게 눈길을 보내자 그들도 가세한다. 秀의 양쪽에 두명씩 붙어 어찌해보려 하지만 여의치 않다. 보안요원들이 당황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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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秀가 사라진 사이에... 24.05.19 8 0 9쪽
15 智, 秀의 정체를 알다 24.05.18 9 0 9쪽
14 미끼를 문 秀 24.05.18 8 0 9쪽
13 사면초가 24.05.17 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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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갈대같은 서장님 24.05.15 9 0 10쪽
10 형사가 검사를 잡았더니 24.05.15 6 0 9쪽
9 휴머노이드의 존재이유 24.05.14 12 0 10쪽
8 검사를 다루는 재벌의 자세 24.05.14 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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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아파트가 무너지다 24.05.11 12 0 10쪽
» 삼각관계 24.05.10 11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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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설 '나비인간' 사용법 24.05.09 13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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