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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soooon
작품등록일 :
2024.05.08 17:32
최근연재일 :
2024.05.22 21:15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14
추천수 :
5
글자수 :
96,609

작성
24.05.1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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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DUMMY

“뭐? 너, 너.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 거냐? 대드는 거냐? 너 돌았구나? 허, 참. 그래 한 번 들어보자. 말해봐.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


이만호 대표가 호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낸다. 소형 녹음기이다. 이만호 대표가 녹음기를 켠다. 모두 놀란 눈으로 녹음기에 시선을 집중한다. 흥분한 김만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야, 이 새끼야, 왕년에 이런 공사 안 해 본 놈 있냐? 영하 15도? 난 영하 20도에서도 공구리 치고 밤샘 돌관작업해서 만성건설 일으킨 사람이야. 얻다대고 기온 타령이야. 시키는대로 해!”


녹음 내용이 채 끝나기도 전에 김만성의 오른손 왼손이 연거푸 이만호 대표의 양쪽 뺨에 작렬한다. 분노의 타격에 이만호 대표의 입에서 이빨 두 개가 빠져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김만성의 손목에서 풀려나간 몇천만 원을 호가하는 스위스시계도 바닥에 패대기쳐져 유리가 박살난다. 구경하는 다른 임원들의 눈에는 마치 영화의 슬로우모션처럼 김만성 회장의 분노의 장면이 펼쳐진다.


한참을 분풀이한 김만성이 지쳤는지 숨을 헉헉대며 소파에 털썩 주저앉는다. 헉헉대는 숨소리만이 넓은 회장 집무실의 정적을 깨뜨리고 있는 가운데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자신의 이빨을 내려다보는 이만호 대표의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눈물이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것 같은 정적이 한동안 이어진다.


김만성이 이만호를 노려보고 있다. 이만호 대표가 이를 악무는 듯 턱의 어금니 부분이 불끈거린다. 빠진 이빨들이 어금니는 아닌 모양이다.

화풀이 끝에 힘이 빠지고 호흡이 가빠진 김만성이 다시 말을 시작한다. 아직도 숨이 차 말을 하다 말고 멈추곤 한다.


“이런 싸, 싸가지 없는 새, 새끼 같으니라고...”


이만호 대표는 그러나 단단히 작정한 듯 입술에 힘을 줘 입을 굳게 닫고 죽이든지 살리든지 알아서 해보라는 태도이다.


“야, 너, 오늘 왜 이러냐? 나랑 이제 끝내겠다는 거냐?”


이만호 대표가 이번에는 시선을 천장에 고정한 채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 꼿꼿이 서있다. 임원들이 김만성과 이만호를 번갈아 쳐다보며 가슴이 쫄깃쫄깃하다는 표정들이다. 회장실의 정적이 다시 시작된다. 얼마나 지났을까? 결국 김만성이 지는 형국이다.


“야, 알았다. 내가 졌다. 너, 이런 새낀 줄 내가 몰랐다. 어떻게 해주면 되겠니?”

“...”

“너.. 내가 집행유예로 빼든지... 가석방으로 빼내든지...휴우~ 그것도 저것도 안되면 특사로라도 빼낼 테니까... 후우~ 걱정 말고... 뒤집어써. 알겠어?”


입 주위에 핏자국이 선명한 이만호 대표가 아무런 대꾸를 안 하고 다시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자신의 이빨로 시선을 옮겨 내려다보고 서 있자 김만성이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모양이다. 김만성의 표정이 애원으로 바뀌었다.


“야, 너 오늘 왜 이래?”

“...”


산전수전 다 겪은 김만성, 이만호 대표의 속뜻을 모를 리 없다. 옛날 같으면 아랫사람들을 시켰겠지만 오늘은 상황이 좀 다르다. 이만호 하는 양으로 보건대 자칫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다. 제 입으로 먼저 보상안을 제시한다. 기싸움에 밀린 것이다.


“네가 나를 위해 희생하면 응당 대가가 있을 것이야. 너 빵에 갔다오면 사업거리 더 주고 강남 그린벨트 땅 좀 떼어준다. 그 정도면 되겠냐?”


김만성의 약속에 임원들이 호기심을 나타내며 김만성과 대표를 번갈아 바라본다.


“그 정도면 되겠냐고?”


마침내 이만호 대표가 입을 연다.


“땅은... 몇 평 주실건데요?”


김만성이 질렸다는 표정을 짓는다. 다른 사람들도 하청 회사 대표의 배짱에 혀를 내두른다.


“야, 너 나보다 독한 놈인 것 같다? 알았어. 사내가 이 정도 배포는 있어야지. 알았다. 5천평이면 되겠냐? 그거 그린벨트 곧 해제되는 땅이야, 알고 있지?”


이만호가 대답 대신 다시 소형 녹음기를 켜려고 한다. 김만성이 소스라치며 소파에서 벌떡 일어난다.


“야, 이놈 정말 독종이네. 그래 내가 졌다. 만평 준다. 됐냐?”


지켜보고 있던 다른 임원들의 입이 벌어진다. 부럽다는 뜻이다. 대충 감빵 갔다가 소리소문 없이 슬며시 출소하는 대가치고는 정말 알차다! 이만호 대표의 입꼬리도 살짝 올라가는 것 같다. 그러는가 싶더니 갑자기 무릎을 꿇는다.


“회장님, 감사합니다. 하해와 같은 회장님의 은혜를 입었으니 저는 아무 불만 없이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


김만성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만호를 내려다본다.


“그래, 그래. 고맙다. 잘 다녀와라.”


이만호가 호주머니에서 뭔가를 또 꺼낸다. 또다른 녹음기이다. 녹음기를 튼다.


“야, 이놈 정말 독종이네. 그래 내가 졌다. 만평 준다. 됐냐?”


김만성이 어질어질한 듯 이마에 손을 얹고 소파에 털썩 다시 주저앉는다. 혀를 내두른다.


“야, 알았다. 증거도 있으니까 내 약속지킬게. 안심하고 다녀와라. 졌다, 졌어.”


이만호가 갑자기 바닥에 두 손을 대고 기기 시작한다. 다들 영문을 몰라 이만호가 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이만호가 바닥에 떨어져 있던 자신의 소중한 이빨 두 개를 찾아들더니 일어난다. 김만성에게 허리 굽혀 인사를 하고 뒤돌아서서 사무실을 나간다. 김만성과 다른 임원들이 이만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해가 뉘엿뉘엿하는 제주도의 한 골프장 마지막 홀 그린. 젊은 기자 셋과 좀 더 나이 든 만성건설 홍보 임원으로 구성된 한 팀 중 누군가가 마지막 퍼팅을 하고 나서 사람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서로 주고 받는 5만원짜리들이 보이고 누구는 함박웃음을 짓고 누구는 얼굴을 찡그린다.


장면이 바뀌어 조금 전에 홀아웃한 만성건설 홍보 임원 팀과 나머지 세 개팀 멤버들, 다시 말해 기자들 12명과 만성건설 임직원 4명이 시원하게 목욕을 하고 가벼운 캐주얼로 옷을 갈아입고 클럽하우스의 별실에 둘러앉아 술판을 벌이기 시작한다. 유니폼을 깔끔하게 입은, 서빙하는 남녀 종업원들도 보이고 분위기가 고급스럽고 화기애애하다. 오늘의 제주행사를 주최한 만성건설의 홍보임원이 끝자리에 앉아있는 직원을 째려본다.


“야, 김차장.”

“네, 전무님.”

“너는 여기 밥 먹으러 왔냐, 우리 대감들 모시러 왔냐?”


화들짝 놀란 김차장이라고 불린 젊은이가 벌떡 일어난다. 김차장 앞에 30년산 위스키병과 맥주병, 맥주잔, 스트레이트 잔들이 질서정연하게 놓여있다. 김차장이 그중 양주병 하나를 따 현란한 손놀림으로 맥주잔들에 일정한 양을 따른다. 그리고 나서 맥주병 하나를 집어들고 오프너로 뽕! 소리가 요란하게 딴다.


“제가 맛있게 말아 올리겠습니다.”


김차장이 맥주병을 흔들어 거품을 일으킨 뒤 엄지손가락으로 병입구를 막아 양주가 조금씩 따라져 있는 맥주잔에 분사한다. 모두 김차장의 솜씨에 경탄한다. 기자 하나가 입을 연다.


“전무님.”

“예. 최기자님.”

“김차장은 일반전형으로 뽑은 거 아니죠?”

“예? 일반전형 맞는데요? 저 친구가 저래 봬도 S대 경영대 아닙니까?”


말을 제대로 이해못한 눈치이자 다른 기자 하나가 끼어든다.


“아, 우리 최기자 눈에는 김차장이 아무래도 폭탄주 제조 특별전형으로 입사한 것 같다는 말 아닙니까?”


좌중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린다. 그 사이 폭탄주가 참석자들 앞에 한 잔씩 놓였다. 전무라고 불린 홍보임원이 일어난다. 건배사를 시작한다.


“오늘 라운딩 즐거우셨나요, 대감님들?”


홍보임원이 좌중을 둘러보자 다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는 뜻을 표한다.


“저는 사실 대감님들 없으면 죽은 목숨입니다. 일부 삐딱한 매체들이 우리 김자. 만자. 성자. 김만성 회장님을 걸고 넘어지고 있지만 메이저 대감님들이 이렇게 굳건히 버텨주는 덕분에 우리 그룹이 살고 제가 우리 회장님의 신임을 받아 이렇게 여러분을 모시고 있습니다. 자, 대감님들의 인생 대박과 우리 회장님의 만수무강을 위해, 건배!”


무성영화의 변사처럼 청산유수로 건배사를 읊어내린 홍보임원의 건배 제안에 일제히 ‘건배!!’ 소리와 힘께 폭탄주를 원샷한다. 더러는 잔을 머리에 거꾸로 뒤집어 잔을 다 비웠다고 자랑한다. 홍보임원이 다시 김차장을 채근한다.


“야, 김차장, 너 뭐하냐?”

“예?”

“너 오늘따라 왜 그러냐?”

“아, 예.”


김차장이 뒤늦게 알아듣고 빈 의자에 놓여있던 보스턴백에서 흰봉투를 한 무더기 꺼내 홍보임원 앞에 내민다. 기자들이 침을 꿀꺽 삼키며 기대감을 나타낸다. 홍보임원이 흰봉투에 대해 설명한다.


“제가 오늘 이렇게 비행기까지 타고 먼 길 오신 대감님들을 빈손으로 돌려보내면 얼마나 서운하겠습니까? 우리 김자. 만자. 성자 회장님의 특별지시로 조그마한 성의를 준비했습니다. 사모님들께 조그만 명품빽이라도 사주신다면 이 황금주말에 집을 비운 가장의 죄를 용서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자들이 당연하다는 듯 안주머니에 봉투를 집어넣는다.

다시 폭탄주가 기자들 앞에 놓이고 아까 폭탄주 제조 특별전형이라는 말을 했던 기자가 일어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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