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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나비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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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soooon
작품등록일 :
2024.05.08 17:32
최근연재일 :
2024.05.22 21:15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08
추천수 :
5
글자수 :
96,609

작성
24.05.14 19:15
조회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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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휴머노이드의 존재이유

DUMMY

秀가 자신의 말에 귀를 귀울이지 않자 작은 목소리로 부른다.


“어이, 朴秀 경장!”


秀가 생각에 잠겨 여전히 대답을 안 하자 반장이 목소리를 높인다.


“야, 秀! 뭘 그렇게 골똘히 생각해?”

“아, 예, 반장님. 왜 그러십니까?”

“당신도 이거 봤지?”

“뭐요?”

“아, 그거 머시냐... 아파트 붕괴현장에서 매몰된 사람들 구해낸 사람 말이야.”


秀의 표정에 미세한 흔들림이 잠시 일었지만 남들이 알아챌 정도는 아니다.


“아, 예. 봤습니다. 그게 왜요?”

“내가 볼 땐 아무래도 석연치 않아. 사람으로 생각하기엔 너무 힘이 좋아. 그리고 체격도 너무 크고. 그리고 행방을 감춘 것도 좀 수상하고 말이야.”

“그래서 수사하시게요?”


이승철이 秀를 의심스런 눈초리로 째려본다.


“혹시... 당신 아니야?”

“예? 내가 뭐요?”

“당신이 그 거인 아니냐고.”


秀의 표정이 순간 흔들렸으나 이내 수습한다.


“반장님은 그 거인 얼굴 안 보셨어요? 저 나가보겠습니다.”


秀가 일어나 형사계 사무실을 나간다. 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승철 반장이 의심스러운 눈길을 거두지 못한다.


검찰의 사건처리가 석연치 않다고 생각한 秀, 애인의 아버지와 관련돼 있어 내키지는 않지만 정의를 수호해야 하는 휴머노이드의 존재 이유를 거스를 수는 없다. 김만성 회장을 가까이서 지켜보기로 했다.


김만성이 집무실 책상에 앉아, 업무수첩을 손에 들고 받아적을 준비를 하고 있는 비서실장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사무실 벽 한쪽이 자세히 보면 어른거리는 게 약간 이상하다. 秀가 나비로 변해 벽에 붙어서 김만성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


“정리하면 말이야... 이성휘 검사장 그놈이 조만간 퇴직할 모양인데 우리 그룹 소송 건을 전부 그놈한테 몰아줘. 그럼 그놈이 그걸 갖고 대형로펌에 가서 쇼당을 칠거야. 우리 거 가져갈 테니 지 몫 많이 떼어달라고.”


비서실장이 김만성의 지시를 받아적으려 하자 김만성이 버럭 소리를 친다.


“야, 병신 새끼야, 그걸 꼭 적어야겠니? 너 검찰이나 이런 새끼들이 압수수색 들어오면 어떡할 거야?”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성휘 밑에 있는, 우리 사고 담당 부장검사 놈 있어, 鄭 머시기라고. 그놈한테는 우리 꿍쳐놓은 강남 아파트 한 채 던져 줘. 구입대금은 니가 직접 그놈한테 전달해서 그놈 손으로 계약금, 잔금 치르게 하고 말이야.”

“그게 요즘 시세로 30억이 넘는데요...”

“그래서? 많다는 소리야? 이럴 때 쓰라고 만들어 놓은 게 비자금 아니야? 잔말 말고 시키는대로 해.”


나비로 변해 사무실 벽에 붙어있는 秀의 얼굴이 찡그려진다. 김만성이나 비서실장이나 그런 사실을 꿈에도 모른다.


음침한 거래를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한 秀, 智와의 데이트가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그러나 너무나도 사랑하는 智를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빨라지는 것 또한 막을 수 없다.


허름한 백반집. 秀와 智가 마주 앉아 있고 둘 사이에 김치찌개가 보글보글 끓고 있다. 김치찌개가 다 익었는지 智가 냄비 뚜껑을 열자 김이 확 솟는다. 智가 국자로 찌개를 앞접시에 퍼담아 秀에게 건넨다.


“배고프겠다. 맛있게 먹어.”

“맨날 이런 거만 먹어서 미안해.”

“무슨 그런 말을 해. 가끔 삼겹살도 사주잖아. 호호호.”


秀가 짠한 눈으로 智를 한동안 바라본다. 평소와 다른 秀의 태도에 智가 조금 이상함을 느낀다.


“왜 그래? 왜 그렇게 쳐다보는데?”

“나 말고 아빠가 좋아할 만한 사람 찾아보지 그래?”

“왜 또 그래? 나도 이야기 들었단 말이야. 아빠 회사 찾아갔다며?”

“아빠 눈에 난 발가락 때만도 못한 모양이더라. 도저히 설득할 자신 없어 이제. 그러니 아빠 뜻대로 하는 거 생각해 봐. 나 서운해 하지 않을 거야.”


智가 들고 있던 수저를 내려놓고, 어깨가 축 처진 秀를 짠하게 바라본다.


“오빠, 이러면 어때?”

“어떻게?”

“경찰 그만두고 아빠 회사에 들어가는 거...”

“그럴 생각도 없지만 설사 그렇게 하겠다고 해도 아빠가 받아들이겠어?”

“내가 아빠 설득해 볼게. 오빠, 힘내. 한잔 하고.”


智가 자기 앞에 있는 소줏잔을 들어 秀에게 건배를 제안한다. 秀가 목안에 소주를 털어넣더니 캬!하고 소리를 낸다. 智가 그 모습을 보고 꺄르르 웃는다.

智가 웃는 모습을 보니 秀의 마음이 더 복잡해진다. 秀의 뇌리에 김만성 회장실에서 본 범죄의 현장이 다시 살아난다.


‘정리하면 말이야... 이성휘 검사장 그놈이 조만간 퇴직할 모양인데 우리 그룹 소송 건을 전부 그놈한테 몰아줘.’


‘어디 아프냐?’, ‘피곤하냐?’ 걱정만 안겨주고 데이트를 대충 끝낸 뒤 智를 데려다주고 집에 돌아온 秀가 거실 소파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다.


‘경찰 그만두고 아빠 회사에 들어가는 거...’

‘그럴 생각도 없지만 설사 그렇게 하겠다고 해도 아빠가 받아들일까?’

‘내가 아빠 설득해 볼게. 오빠, 힘내. 한잔 하고.’


도돌이표처럼 김만성의 범죄행각에 또다시 생각이 미친다.


‘그리고 이성휘 밑에 있는, 우리 사고 담당 부장검사놈 있어, 鄭머시기라고. 그놈한테는 우리 꿍쳐놓은 강남 아파트 한 채 던져 줘. 구입대금은 니가 직접 그놈한테 전달해서 그놈 손으로 계약금, 잔금 치르게 하고 말이야.’


秀가 일어나 서성거린다. 발코니로 나가 서울의 야경을 바라본다. 가슴이 답답한 듯 휴! 하며 깊은 한숨을 쉰다. 2차원 나비로 변신을 시작한다. 투명과 반투명을 오가는 대형 호랑나비로 변신을 완료한 秀가 서울의 밤하늘로 솟구쳐 오른다.


대형 나비로 변한 秀가 지구밖까지 솟구쳐 오른 뒤 방향을 180도 돌려 빠른 속력으로 다시 하강한다. 이윽고 서울의 야경이 보이자 하강속도를 줄여 밤하늘을 유영(遊泳)한다. 거리를 누비는 젊은이들, 택시를 잡기 위해 손을 흔들어대는 시민들, 골목 구석에 쭈그려앉아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눈물을 찍어내는 아가씨 등등의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秀, 답답한 속이 풀렸는지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발코니를 통해 거실로 돌아온 나비 모양의 秀가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와 함께 다시 3차원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화장실 쪽으로 간다. 화장실 거울 앞에 서서 옷을 벗은 자신의 육체를 유심히 살핀다. 색깔도 바꿔보고 근육의 양도 조절해 보고 피부의 재질도 바꿔보며 생각에 잠긴다. 갑자기 모습이 사라진다. 투명으로 변한 것이다. 샤워꼭지에서 물이 쏟아진다. 샤워줄기의 모양을 통해 秀가 샤워꼭지 아래 서 있는 게 상상된다.


“智야, 너를 너무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김회장을 이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어.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저버릴 수는 없거든.”


이윽고 샤워꼭지의 물줄기가 뚝 끊긴다. 거울 앞에 선 秀의 모습이 나타난다. 智와 智의 아버지 김만성 때문에 고통스런 모습이 역력하다.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다.


‘불쌍해서 주는 것이니 고맙게 받을 일이야. 너에게는 적지 않은 금액일 것이야.’

‘경찰 그만두고 아빠 회사에 들어가는 거...’

‘정리하면 말이야... 이성휘 검사장 그놈이 조만간 퇴직할 모양인데 우리 그룹 소송 건을 전부 그놈한테 몰아줘.’


秀가 최종결심을 독백처럼 말한다.


“智야, 최대한 노력해 볼게. 너 눈에 눈물 흐르지 않게...”


秀가 김만성 회장 부녀 문제로 맥이 빠져 서울의 광화문 거리를 터벅터벅 걷고 있다. 대형빌딩 벽에 설치된 뉴스전광판에서 긴급속보가 나온다.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올려다본다.


‘실리콘밸리 로봇공장에서 폭발사고’라는 큼지막한 자막과 함께 사고 현장 근처의 CCTV와 자동차 블랙박스가 촬영한 화면이 나온다.

버섯구름이 하늘 높이 올라가고 폭발현장에서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 흐릿한 형체(2D 휴머노이드 나비)들의 모습들도 얼핏 비친다.

‘방사능 오염 위험 경고, 주민 소개(疏開) 시작’이라는 자막도 뜬다.

뉴스전광판을 보는 시민들 사이에서 秀의 표정이 유난히 어둡다.


경찰서 강력계 사무실. 형사들은 다 외근 나가고 혼자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이승철 반장이 실리콘벨리 폭발 사고 TV뉴스를 보면서 생각에 잠겨있다. 한순간, 입가에 미묘한 미소가 걸린다. 모든 게 확실해졌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린다.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실리콘밸리의 수퍼휴머노이드社가 폭격을 받았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 때문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지만 그럴수록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세상의 정의를 세우는 일... 김만성 회장의 범죄 행각을 모른 척 할 수는 없다.


秀가 승용차를 몰고 崔美 경장과 함께 어디론가 가고 있다. 승용차 라디오에서도 미국 실리콘벨리 로봇공장 폭발사고 속보가 들린다.


“실리콘벨리의 AI로봇 제조공장의 폭발사고와 관련해 미국 국방성이 조만간 조사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수사기관이 아닌 국방성이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秀가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 美가 이상한 낌새를 채고 묻는다.


“선배님, 왜 그러세요? 예? 무슨 생각하세요? 무슨 일 있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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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秀가 사라진 사이에... 24.05.19 8 0 9쪽
15 智, 秀의 정체를 알다 24.05.18 9 0 9쪽
14 미끼를 문 秀 24.05.18 7 0 9쪽
13 사면초가 24.05.17 7 0 10쪽
12 탄로난 정체 24.05.17 7 0 10쪽
11 갈대같은 서장님 24.05.15 9 0 10쪽
10 형사가 검사를 잡았더니 24.05.15 6 0 9쪽
» 휴머노이드의 존재이유 24.05.14 12 0 10쪽
8 검사를 다루는 재벌의 자세 24.05.14 9 0 10쪽
7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24.05.13 9 0 9쪽
6 아파트가 무너지다 24.05.11 12 0 10쪽
5 삼각관계 24.05.10 10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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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설 '나비인간' 사용법 24.05.09 12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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