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인간

소설 '나비인간' 사용법

아이들이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린 채 놀라운 광경을 지켜본다.

실물 크기의 2차원 평면이 서서히 변화를 일으킨다. 2차원 평면의 몸통 부분이 작아지는 데 반비례해서 양손과 양다리 부분이 날개 형태로 변하면서 점점 커진다. 머리와 얼굴은 크기만 작아졌을 뿐 원래의 秀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秀가 실제 호랑나비보다 몇 백배 큰 초대형 호랑나비로 변했다. 아이들이 저마다 소리를 지른다.

“나비다!!”

“호랑나비다!!”

호랑나비가 화려한 색깔과 무늬를 한 양쪽 날개를 움직이는가 싶더니 공중으로 둥실 떠오른다. 하늘하늘 날갯짓을 하는 나비 날개에서 형광색 예쁜 색깔들이 뿜어져 나온다. 날개의 무늬와 색상도 수시로 변하고 날개의 크기도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한다. 놀란 아이들의 눈이 점점 커진다. 秀가 신났다.

“자, 그럼 우리 노래 불러볼까요?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 오너라 ♬ ♪♩♬~~”

秀가 선창하자 아이들도 합창한다.

“노랑나비 흰나비 춤을 추며 오너라 ♬♪♩♬~~”

신비한 광경에 완전히 몰입된 아이들이 목소리를 높여 열심히 동요를 부른다.

이윽고 동요가 끝난다. 아이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秀가 스스로에게 고무되어 오버하기 시작한다.

“경찰관 아저씨는 이렇게 하늘을 날 수 있어요. 나쁜놈들이 도망가더라도 금방 잡을 수 있겠죠?”

“네!!”

“그럼 나쁜놈 잡는 모습을 보여줄게요.”

“네!!!”

서서히 교실 허공을 날던 秀가 나비 날개의 색깔을 검은색으로 바꾸고 날개 무늬도 두려움이 느껴지는 문양으로 바꾸고 날개의 테두리도 뾰족뾰족 거칠게 바꾼다. 날갯짓도 빨라져 비행 속도가 급격히 올라간다. 교실에 난데없는 회오리바람이 인다.

아이들의 눈이 겁을 먹은 게 느껴진다.

秀가 한 아이를 향해 급히 하강해 붙잡을 듯이 달려들자 아이가 놀라 울기 시작한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같이 울기 시작한다. 秀, 뜻밖의 상황전개에 당황한다. 秀가 급히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이 이 괴상한 소리에 놀라 더 울어댄다.

전자 음향과 기계음을 배경으로 직선, 곡선, 점선 등이 허공에서 이리저리 조합되더니 2차원으로 변했을 때의 역순으로 秀가 다시 3차원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秀가 이빨을 드러내고 활짝 웃자 아이들이 겨우 안도하며 울음을 그친다.

아이들의 울음소리에 놀라 급하게 교실로 돌아온 智가 교실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오는데 아이들이 울음을 그치고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秀를 다시 올려다보고 있다.

秀는 시치미를 떼고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니까 어린이 여러분, 나쁜짓을 하면 안 되겠죠?”

“네!!!”

智가 秀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소근거린다.

“애들 우는 것 같던데?”

“아니야, 애들이 왜 울어? 애들, 이렇게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데.”

의심스럽지만 아이들이 이렇게나 수업에 집중하고 있다는데야 할말이 없다.

‘나비 인간’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펼치기 전에 이 소설의 ‘세계관’을 미리 설명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조금 생소할 수도 있으니까. 조금 신경써서 읽으주시면 고맙겠다.

- 이 이야기는 컴퓨터 모델링 프로그램에서 착안한 환타지 – 웹소설 용어로는 현대판타지 - 이자 수퍼히어로 물(物)이다.

- 건축디자인 프로그램인 ‘SketchUp’이나 애니메이션 제작 프로그램인 ‘3ds Max’ 등은 사물을 모델링 (3D입체 구조물을 그리는 과정), 렌더링 (3D모델에 질감을 입히고 광학효과를 가미하는 과정) 하고 애니메이션화해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 이들 프로그램은 특히 2차원 평면에서 출발해 3차원 입체를 아주 손쉽게 모델링할 수 있게 해준다. 클릭 한 번으로 2차원 평면이 3차원으로 변한다.

- 실제 세계가 이런 프로그램처럼 돌아간다면 어떨까? 이 이야기의 출발점은 바로 이 지점이다.

- 주인공인 수(秀)의 사고(思考)와 행동은 ‘초월적인 존재’ – AI일 수도 있다 – 의 설계에 따른다. 즉, 현실에서 벌어지는 秀의 행동과 생각은 ‘초월적 존재’가 정한 Parameter(값, 한도) 내에서 임기응변적으로 발현된다.

- 그 Parameter에 자율적 판단과 행동이 포함되면서 휴머노이드인 秀는 특이점을 돌파한 휴머노이드가 된다.

- 미국 ‘수퍼휴머노이드’社에서는 당국 몰래 秀와 같은 특별한 능력을 갖춘 휴머노이드들을 대량 생산해 세계 각지로 파견해 정의를 수호하도록 했다.

- 휴머노이드인 秀의 가장 강력한 특성은 2차원(2D)과 3차원(3D)을 넘나들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예를 든 디자인 프로그램들로 디자인되는 것처럼.

- 秀가 3D 입체 즉, 인간으로 있을 때는 몸체의 크기와 얼굴 모양, 물성(物性), 색깔, 투명도 등을 뜻대로 바꿀 수 있다.

- 3차원에서 2차원 즉, 평면으로 변신할 수도 있는데 몸체가 사진처럼 납작해지면서 나비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나비는 당연히 하늘을 날 수 있다.

- 2차원 평면 즉, 나비도 크기, 물성, 색깔, 투명도 등을 바꿀 수 있고 특히 날개의 무늬와 색깔이 다양하게 변할 수 있다.

- 나비는 다시 3차원 입체, 즉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다.

- 秀는 평행우주의 게이트(gate)를 통과해 ‘쌍둥이 지구’를 오갈 수 있는 또하나의 강력한 특성이 있다.

- 게이트(gate)를 통과해 ‘쌍둥이 지구’로 넘어갈 때는 2차원 나비가 되어야 한다.

- 秀는 2차원으로 있든 3차원으로 있든 투명도를 ‘투명’으로 조절해 인간들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다.

- 秀의 애인인 지(智)는 秀의 이런 정체를 모른 채 사랑에 빠져있다.

- 秀는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인간들에게 철저히 감추도록 설계되어 있다.

- 형사인 秀는 ‘특별한 능력’으로 범인들을 손쉽게 검거하지만 주목받는 걸 염려해 모든 공을 동료들에게 돌린다.

- 이 이야기는 스케치업(SketchUp)이나 3ds Max 같은 컴퓨터 모델링 프로그램에서처럼 휴머노이드를 디자인하고 조종하는, 이야기 밖의 ‘초월적 존재’가 있는 ‘액자 소설’이기도 하다.

- 장자(莊子)가 꿈속에서 호랑나비가 되었다는 호접지몽(胡蝶之夢) - 내가 꿈을 꿔서 호랑나비가 된 것인지 호랑나비가 꿈을 꿔서 지금의 내가 된 것인지 알지 못하겠구나! - 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렇게 설명해도 부족할 것 같아 주인공 수(秀)의 특별한 능력에 대한 부연설명을 덧붙인다.

Q 차원 변경을 어떻게 하나?

- 3차원에서 2차원으로

3차원 인간의 몸체가 전면에서 후면 방향으로 눌려서 순식간에 선과 면 즉, 2차원 평면으로 바뀌게 된다.

실물 크기의 사진이나 포스터처럼 납작해지는데 그 상태로 있기도 하지만 보통은 얇고 커다란 날개를 가진 나비의 모습을 하게 된다.

나비로 바뀌었을 때 머리와 얼굴 부분만은 평면이 아닌, 크기는 나비의 전체 크기에 비례하지만, 입체를 유지한다.

나비의 모양, 투명도, 크기, 두께, 표면재질과 색깔은 바뀔 수 있다.

2차원 평면인 나비는 당연하게도 하늘을 날 수 있다. 秀가 평행우주의 ‘또다른 지구’로 넘어갈 때는 나비여야 한다.

- 2차원에서 3차원으로

평면으로 눌렸던 부분이 용수철이 원상회복하듯이 순식간에 부풀어올라 3차원 입체 즉, 인간의 부피감을 갖게 된다.

3차원 인간은 크기와 힘 그리고 투명도와 물성(物性), 모습을 자유자재로 조절해 상대를 압도할 수 있다.

Q 주인공 秀의 모습은 인간들의 눈에 어떻게 보이나?

- 2차원 ‘나비’일 때

투명도를 ‘불투명’이나 ‘반투명’으로 조절하면 대형 나비로 보인다. 투명도를 ‘투명’으로 조절하면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다.

투명일 때라도 나비의 구조색 (構造色) - 빛과 보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색깔 – 처럼 어른거리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눈에 띄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나비로 변해도 秀의 얼굴은 일반적으로 크기는 작아지지만 모습은 그대로 유지된다.

秀의 기분에 따라 날개의 무늬와 색상이 다양하게 변한다.

- 3차원 ‘인간’일 때

완벽한 인간모습이다. 정해진 Parameter 내에서 몸체의 크기가 커지거나 작아질 수 있다. 예외적으로 확대 비율이 무한대(∞)가 되기도 한다.

신체 구성물질을 돌이나 금속, 기체 등으로 바꿀 수 있는데 인간들은 알아채지 못한다. 특히 얼굴 생김새를 바꿔버리면 사람들은 秀를 알아볼 수 없다.

3차원 입체는 하늘을 날 수는 없다. 날기 위해서는 먼저 2차원 나비로 변해야 한다.

Q 차원을 변경하는 ‘스위치’는?

2차원 나비에서 3차원 인간으로 변경할 때는 숨을 들이마시는 듯한 소리, 그 반대로 변경할 때는 숨을 내쉬는 소리가 난다.

그러나 들숨, 날숨을 소리만으로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만큼 秀의 모습이 함께 보여지면 이해가 쉽다.

2차원이든 3차원이든, 동일한 차원 안에서 크기나 모양, 물성, 재질, 색깔을 바꿀 때는 Finger Snap (엄지와 중지를 튕겨서 소리내는 것)이 스위치의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