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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soooon
작품등록일 :
2024.05.08 17:32
최근연재일 :
2024.05.22 21:15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20
추천수 :
5
글자수 :
96,609

작성
24.05.19 12:15
조회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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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秀가 사라진 사이에...

DUMMY

동녘 하늘엔 어김없이 태양이 떠오른다. 秀에 대한 비보(悲報)를 들은 다음날 하루종일 침대에서 꼼짝 않고 지낸 智는 그 다음날 아침까지도 침대에서 꼼짝을 않는다. 커튼을 뚫고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아침 햇살에 비친 智의 몰골은 말이 아니다. 산발한 머리에 두 눈은 퉁퉁 부어있다. 밝고 명랑했던 智의 표정은 찾을 수 없다.


도우미 아주머니가 트레이에 아침밥을 준비해 들어온다. 침대 옆 탁자에 아침밥을 놓고, 어제 저녁 들여놨으나 한 숟갈도 뜬 흔적이 없는 트레이를 가지고 나간다. 새로 들여놓은 트레이의 밥과 국에서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오른다. 사선으로 떨어지는 아침 햇살을 뚫고 올라가는 김을 무심코 바라보던 智가 울음을 터뜨린다.

智가 탁자쪽으로 몸을 움직여 밥과 국 그릇을 손으로 쓰다듬는다.


“오빠, 이제 따뜻한 밥과 국도 못 먹게 됐다고? 아니지? 아니라고 말해줘.”


智가 목놓아 울기 시작한다. 이를 보는 秀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김만성 회장의 저택 식당. 김만성과 새엄마로 보이는 여성이 아침을 먹고 있고 시중 드는 도우미 아주머니도 보인다.


“어떡하고 있던가?”

“어제 저녁은 한술도 뜨지 않았고 오늘 아침도 아마 안 드실 것 같습니다.”

“실연의 아픔 때문에 굶어죽었다는 사람 내 여적 본 적 없으니까... 배가 좀 더 고프면 먹을 게야. 아주 맛있는 거로 차려주라고. 그래야 단식 빨리 끝나.”


경찰서의 강력계 사무실. 이승철 반장과 형사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秀가 없어져도 세상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 잘 돌아간다. 美 경장만 예외이다. 이승철 반장에게 기어코 또 묻는다.


“근데, 반장님.”

“또 왜? 秀의 행방은 나도 모른다고. 젊은 놈이 갑자기 행불되었는데 찾기는 찾아봐야겠지. 그렇지만 일단은 제 발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보는 게 순서라고 내가 몇 차례나 이야기했어? 다시는 朴秀경장 얘기 꺼내지 마라.”

“그게 아니라...”

“뭐?”

“며칠 전에 왜... 청평에서 만성그룹 김회장의 별장이 폭격되었다는 뉴스 있었잖아요.”


이승철의 표정이 꿈틀거린다.


“그래서?”

“그 회장이 사실 朴秀경장님 애인의 아버지예요.”


이승철은 모른척 시치미뗀다.


“그래? 그래서?”

“아니, 그렇다고요. 재벌의 별장이 폭격을 맞았고 그 재벌의 딸과 연애하던 사람이 朴秀선배였으니 秀선배 실종사건과 뭔가 연결고리가 있지 않을까...”

“내 머리로는 연관성을 찾을 수 없는데? 崔美경장이 차근차근 추리해 보고... 자, 각자 위치로.”


무심한 얼굴로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형사들 사이에서 美만 안절부절이다. 美가 자기 자리에 앉으며 옆자리인 秀의 빈자리를 한동안 바라본다.


김만성 회장실. 한강 고수부지에서 돈가방을 전해줬다가 秀와 美에게 붙잡혔던 비서실장이 김만성에게 보고한다.


“이승철 반장에게 50억 정확히 현찰로 전달했습니다.”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경찰 나부랭이들 붙지 않았지?”

“네, 아무일 없었습니다.”


투명 2차원 나비가 되어 벽에 붙어 대화를 듣고 있던 秀의 눈에서 불꽃이 튄다.


“그리고, 붕괴사고 유가족들은 어떻게?”

“호프만 방식으로 계산한 보상금하고 회장님이 지시하신대로 사망자당 위로금 5천만원을 제시했는데 말을 듣지 않습니다.”


김만성이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연다.


“유족 대표라는 놈 있지?”

“네.”

“그놈한테 따로 챙겨 줘. 따로 만나서 너만 준다면서 한 2억 찔러줘. 그럼 조용해질 거다. 너는 어떻게 이런 거까지 내가 가르쳐줘야 되냐? 머리를 좀 써, 알아들었어?”


김만성이 이승철에게 50억원을 준 사실을 확인한 秀가 이승철을 추적한다. 투명 호랑나비가 되어 테헤란로 상공을 훑고나서 살짝 방향을 바꿔 이면도로 쪽으로 진입한다. 대로변의 큰 빌딩들보다는 작지만 그래도 제법 규모가 되는 건물들을 조감(鳥瞰)하다가 한 골목길로 내려선다. 곧바로 투명 3차원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이승철 반장이 부동산 중개인과 빌딩 하나를 살피고 있다. 말쑥하게 차려입은 젊은 중개인이 잠바 차림의 이승철이 정말 빌딩을 구입할 작자인지 궁금한 모양이다.


“당장 동원 가능한 현금이 어느 정도신지...”


이승철이 기다리던 질문이었다는 듯 큼큼 목소리를 가다듬고 자랑스럽게 입을 연다.


“음... 한 5, 60억, 70억?”


젊은 중개인의 얼굴에 희색이 감돈다.


“딱 임자 만났네요. 임대보증금하고 은행대출 150억 인수하면 이 빌딩은 바로 사장님 거 되는 겁니다. 축하드립니다. 몇 사람이 사실 탐을 내고 있는데 그 사람들은 현금동원력이 조금 부족해서... 은행에서 대출을 조이고 있거든요. 요즘 대출이자를 못내는 경우가 하도 많아서...”


이승철의 하는 꼴을 어이없어 하며 지켜보던 秀가 이승철이 과거 한 말을 떠올린다.


“인간은 천변만화한다.”

“예?”

“인간의 감정과 행동 말이다. 네 앞에서 이렇게 진실된 모습으로 너 편인 것처럼 너를 걱정해주는 내가 어느 순간 너를 파멸시키려들지 모른다는 말이지.”

“설마요.”

“인간은 교활하다. 그리고 그때그때 다르다.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 사람을 믿어서는 안 되는 거지.”


그렇게나 자세하게 경고를 해줬는데 알아듣지 못한 스스로에게 화가 치밀기도 한다. 완전히 농락당한 기분이다. 화를 주체하지 못한 秀가 골목길의 전봇대를 보더니 이승철에게 다가간다. 이승철은 秀의 존재를 알 리 없다. 秀가 이승철의 뒤통수를 손으로 붙잡아 그대로 전봇대에 밀어붙여버린다. 이승철의 얼굴이 전봇대에 정면으로 맞부딪친다. 전봇대에 얼굴이 짓이겨진 충격으로 이승철이 그대로 쓰러져 기절한다. 아스팔트 포장 위로 하얀 이빨이 몇 개 굴러다니고 이승철의 얼굴에서 흘러나온 피가 아스팔트의 검은색깔을 더욱 진하게 물들이고 있다. 중개업자가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秀가 행인들 무리에 섞여서 구경을 한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은 얼굴이다. 자기도 모르게 발을 들어 쾅!하고 구른다. 구경꾼들은 지축이 흔들리는 진동에 놀라 두리번거리지만 영문을 알 수 없다.


이승철이 병원 입원실의 병상에 누워있다. 얼굴이 얼마나 깨졌는지 두 눈 빼고 온통 붕대가 칭칭 감겨있다. 이승철의 귀에 秀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래 50억, 내 목숨 값으로 받아 빌딩 사려니까 기분 좋디?”


이승철이 어디서 들려오는지 모르는 목소리를 무심결에 듣다가 벌떡 일어나 앉는다. 갑자기 움직인 충격으로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양손으로 머리를 감싼다.

사방을 둘러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이고, 머리야...”

“인간은 교활하다고 했지? 그러니 믿어서는 안 된다고 네가 그토록 충고 하는 걸 내가 못 알아들은 것이 후회는 된다.”


허공에서 울리는 목소리에 이승철이 공포에 휩싸인다. 담요를 잡아끌어올려 얼굴을 가린다. 온몸이 얼마나 떠는지 담요가 심하게 흔들린다.


“야, 朴秀! 어, 어디 있는 거야? 모, 모습을 보, 보여, 보이라고.”

“나는 이미 죽은 목숨. 그러니 모습을 보일 수 없지. 네 뜻대로 된 거지.”

“죽었으면 목소리는 어떻게 내는 거지? 완전히 죽은 게 아닌 건가?”


秀가 웃음을 터뜨린다.


“푸하하하하하. 야, 그거 죽이는 발상이다. 완전히 안 죽었다? 그러면 살았다는 뜻인가? 아니면 반은 귀신이고 반은 사람이란 뜻인가? 하하하하하.”


이승철이 기겁을 하고 팔에 꽂혀있는 수액바늘을 빼버리고 복도로 뛰어나가 고함을 지른다.


“여기요, 여기요.”


간호사들이 뛰어온다.


“환자분, 왜 이러세요. 이러시면 안 돼요.”

“귀신이 나와요. 병실에 귀신이 있어요.”

“예?”


투명 나비로 변한 秀의 얼굴에서 후훗! 웃는 모습이 보인다.


이승철에게 화풀이를 하고 집으로 돌아온 秀가 투명상태로 자신의 집 발코니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익숙한 智의 SUV가 눈에 들어온다. SUV가 秀의 집 근처에서 멈추고 智가 차에서 내린다. 반가운 마음에 얼굴이 환해지는 秀. 智가 한참을 秀의 집을 올려다보며 서성이다 축 처진 어깨로 다시 차에 탄다. 秀가 智를 금방이라도 부를 듯 부를 듯 하다가 결국 참는다.


‘智야, 내가 살아있는 걸 알면 너도 위험해져. 당분간 이렇게 지내야 해.’


秀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외진 주택가 골목을 조심조심 운전해 내려가는 智, 눈물이 앞을 가려 결국 길가에 차를 세우고 만다. 운전대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운다. 들썩이는 가녀린 어깨와 등.

秀가 투명 나비로 날아와 차 주위를 돌면서 안타까워한다. 智의 울음이 가라앉을 때까지 秀가 너울너울 SUV 주위를 맴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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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사이보그 24.05.22 5 0 9쪽
22 교활함을 속임수로 24.05.22 7 0 9쪽
21 인간의 교활함에 두 번 속지 않는다. 24.05.21 5 0 9쪽
20 연인의 아버지라는 존재 24.05.21 7 0 9쪽
19 빌런도 자식을 위해 목숨을 버린다. 24.05.20 9 0 9쪽
18 눈물방울로 秀를 살리다 24.05.20 9 0 9쪽
17 Black Company와 평행우주 24.05.19 8 0 9쪽
» 秀가 사라진 사이에... 24.05.19 9 0 9쪽
15 智, 秀의 정체를 알다 24.05.18 9 0 9쪽
14 미끼를 문 秀 24.05.18 8 0 9쪽
13 사면초가 24.05.17 8 0 10쪽
12 탄로난 정체 24.05.17 7 0 10쪽
11 갈대같은 서장님 24.05.15 9 0 10쪽
10 형사가 검사를 잡았더니 24.05.15 6 0 9쪽
9 휴머노이드의 존재이유 24.05.14 12 0 10쪽
8 검사를 다루는 재벌의 자세 24.05.14 10 0 10쪽
7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24.05.13 10 0 9쪽
6 아파트가 무너지다 24.05.11 12 0 10쪽
5 삼각관계 24.05.10 11 1 10쪽
4 美순경, 수배범을 잡다 24.05.10 11 1 10쪽
3 美 순경과 파트너가 되다 24.05.09 11 1 9쪽
2 소설 '나비인간' 사용법 24.05.09 13 1 9쪽
1 재벌회장 딸의 가출 24.05.08 2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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