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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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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최근연재일 :
2024.07.0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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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1,721

작성
23.08.2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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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여우의 숲 (14)

DUMMY

65화


겨우 일어서기가 무섭게, 족장 놈의 왼쪽 장딴지에 하지운의 발이 내리꽂혔다.

어느새 가시들을 전부 털로 되돌리고, 족장 놈의 등 뒤에 와 있던 하지운이었다.


좌측 무릎과 장딴지가 박살이 난 상황에서도, 족장 여우는 왼손에 마력을 집중한 채 상체를 뒤로 틀려 하였다.

생명체에 대한 애정이 극도로 쪼들리는 하지운이 족장 놈의 갸륵한 투지 따위를 알아 줄 리가 없었다.


자신의 목을 노리고 날아오던 족장 놈의 왼 손목을 틀어잡은 하지운이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놈의 좌측 팔꿈치에 오른 손바닥 아랫부분을 쑤셔 박았다.


왼쪽 무릎뼈에 이어, 왼쪽 팔꿈치 뼈까지 잘게 부스러져 버렸다.

터져 나오는 비명을 억지로 참으며, 족장 놈은 오른 다리로 중심을 잡은 채, 반대 방향으로 상체를 돌리려 하였다.


하지만 냉혹한 하지운의 발이 더 빨랐다.

그의 오른발 뒤꿈치가 족장 놈의 우측 오금에 틀어박혔다.

그것으로도 부족해서 놈의 오른팔까지 붙잡았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뒤로 접어 버렸다.


말 그대로 족장 놈의 사지가 박살 나 버렸다.


왼손으로 족장 놈의 뒷덜미를 틀어잡은 채, 바닥에 던져둔 쇠붙이들을 향해 걸어갔다.

놈이 대가리를 흔들며 손을 물어뜯겠다고 지랄을 하기에, 하지운은 자신다운 방법으로 얌전하게 만들었다.


비명을 지르며 끌려가고 있는, 족장 놈의 가랑이 사이에서 피와 살짝 허여멀겋게 투명한 액체가 줄줄 새어 나왔다.

무자비한 하지운이 사정없이 알을 걷어차 버린 것이다.


전신의 기력을 무리하게 쥐어짜는 놈을 보고, 기함을 한 하지운이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로 앞차기를 날렸다.

그 와중에 양손에 들고 있던 쇠붙이들은 좌우로 정신없이 팽개쳐 버렸었다.


“이렇게 간단하게 제압할 줄 알았으면, 귀찮게 저 쇳덩이는 안 꺼내는 건데. 아, 근데... 이 빌어먹을 칼은 어디 처박힌 거야? 옘병... 아니, 어디까지 집어던진 거여?”


사슬을 대충 집어서 도로 수납장에 던져 넣고, 한참을 바닥을 훑다가, 겨우 단검의 극히 일부를 발견했다.

마음이 많이 급했던 모양이다.

단검이 폼멜의 절반만 남기고, 손잡이까지 땅속 깊숙이 심어져 있었다.


엑스칼리버를 뽑아 드는 아서왕이 된 기분으로, 엄지와 검지 두 손가락으로 폼멜을 잡고, 살짝 힘을 주어 잡아당겼다.

의외로 저항 없이 쑥 뽑혀 나왔다.

다짜고짜 집어던졌음에도 다행히 크로스 가드도 검날도 다 멀쩡했다.


처음부터 여우 놈 해부용으로, 메스라고 생각하고 꺼낸 단검이다.

사슬로 몸통을 돌돌 감아 제압한 후, 단검으로 팔다리 힘줄을 끊고, 가슴을 그어 여는 데 사용할 생각이었다.


족장 놈의 고운 털로 단검에 묻은 흙먼지를 닦아 낸 후, 놈의 목에 검날을 가져다 대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이빨을 들이밀고 방정을 떨던 놈이 의외로 덤덤히 목을 내밀었다.


‘야, 이거 진짜 프로그래밍 된 거 아냐? 족장 놈들은 일단 최후는 멋있게! 뭐 그런 명령어 집어넣은 거 아니냐고?’

‘아휴, 그딴 걸 굳이 왜? 이놈들이 멋있어서 뭐 하게? 나도 몰라! 그만 물어 봐! 어쨌든 회의 때 그런 의견은 일언반구 없었어. 그리고 이 정도 공간을 구현하는 게 얼마나 빡센 일인 줄 알아? 다들 대가리가 터질 정도로 고생하는 마당에, 이런 하급 괴물들 성향 설정에 그렇게까지 공을 들였겠냐?’

‘저기... 저번에 세계관 설정이 허접하다고 했던 거... 내 진심이 아니었어! 내 맘 알지? 혹시 서운했던 건 아니지?’

‘내가 너냐... 그딴 걸로 서운하게... 허접해 보일 수도 있지... 허접한 걸 어쩌겠냐... 허접해서 그런걸...’

‘항상 너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겸손하게 살게! 내가 앞으로 정말 잘할게! 서운한 게 있으면 다 잊어 줘! 내가 앞으로!’

‘야! 닥치고 걔부터 어떻게 해! 남의 목에 칼 갖다 대고는 뭐 하는 거야?’

‘아!’


눈알을 천천히 내려 족장 여우를 바라보니, 그렇게 눈빛이 따가울 수가 없었다.

인성이 불량한 하지운조차도 죄책감을 이겨 낼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이건 형장에서 칼춤 추던 망나니가 제 춤에 취해, 사 절까지 다 춰 버린 상황과 같지 않은가...’


족장 놈의 눈빛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던 하지운이 단검을 집어넣고, 양손검을 꺼내 한칼에 놈의 목을 날려 버렸다.

숨통이 끊어지기 전에 심장을 먼저 꺼내야 하는데, 미안한 마음에 목을 먼저 날려 버린 것이다.


마음이 급한 하지운은 목의 절단면에 양손을 넣고 가슴팍을 좌우로 찢어 버렸다.

그러고는 심장을 낚아채듯이 잡아 뽑았다.


‘지운아! 괘, 괜찮을까? 네가 잘못될 수도 있어!’

‘말했잖아! 이 동네에서 마법 못 쓰면... 어차피 잘못되게 돼 있어.’


말을 마친 하지운이 망설임 없이 심장을 들어 올려, 입에 가져다 댄 뒤, 힘껏 쥐어짰다.

한껏 벌린 입으로 뻘건 피가 콸콸 쏟아져 들어왔다.

금세 심장 안의 피가 전부 하지운의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입가로 새어 나온 것도 버리기 아까워, 혀로 싹싹 핥아 먹었다.


급하게 먹어서 사레가 들릴 거 같았지만, 꾹 참고 일단 몸을 피하려 하였다.

언제 변이가 시작될지 모르는데, 이 마을은 아무리 생각해도 안전해 보이지가 않았다.


아마 내일쯤이면 족장 놈의 부하들이, 제 놈들의 우두머리를 찾으러, 이곳으로 우르르 몰려들 것이다.

침입자를 잡아 죽이겠다고 달려 나간 족장이 하루가 지나도록 돌아오질 않는데, 걱정하지 않을 부하가 어디 있겠는가.

어쩌면 그새를 못 참고, 여우머리들의 지원 부대가 벌써 출발했을 지도 모른다.

족장 놈이 온 줄도 모르고 마을 주변을 수색한다고 시간을 너무 허비했다.

이제는 지체 없이 튀어야 할 시간이다.


‘지운아! 아무리 급해도... 저기, 속옷이라도... 제발 뭐라도 좀 입어!’


순간, 하지운의 온몸이 얼어붙었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가시 능력을 사용한다고, 옷을 하나도 남김없이 다 벗어젖혔다는 사실을 말이다.


마그마라도 흘러내리고 있는 듯한 얼굴로, 급하게 승아가 만들어 준 고쟁이를 꺼냈다.

옷 빨리 갈아입는 마술이라도 하듯이, 질풍 같은 속도로 고쟁이를 끌어 올린 하지운이 빛의 속도로 끈들을 대충대충 묶었다.

부츠까지 마저 꺼내 신고는, 입을 꼭 다물고 총알 같은 속도로 튀어 나갔다.


한동안 하지운의 머릿속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막상 썸녀에게 지적을 받자, 아무리 뻔뻔한 하지운이라도 쪽팔리기는 했던 모양이다.


호저들에게 털려 본 이후 전생의 조심성이 되살아난 하지운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리 제이 제삼의 베이스캠프를 준비해 뒀었다.


원래는 주민을 전부 치워 버린, 텅 빈 마을에서 변이를 맞이할 계획이었다.

침략자에게 쫓겨서 달아난 암컷이나 새끼들이 고작 이삼일도 안 지나서 돌아올 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고,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것도 생각해, 오는 길에 적당한 자리가 보일 때마다 미리미리 만들어 두긴 했었다.


‘와! 어제의 나 졸라 칭찬해! 잘했어, 하지운! 넌 역시 멋진 놈이야!’


마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하지운이 구덩이에 뛰어들면서, 스스로에게 격한 치하의 말씀을 전했다.

양손으로 자신의 등을 감싸고, 삼두를 비롯한 양팔의 곳곳에 키스를 갈겼다.

미리미리 준비해 둔 스스로가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베이스캠프라고 해서 뭐 별거 없었다.

자신만 한 거구가 들어가 편하게 누울 만큼 거대한 구덩이를 파고, 그 주변에 바위를 둘러서 어느 정도 엄폐가 되도록 만든 일종의 참호였다.

나뭇가지까지 꺾어서 주변에 꽂아 뒀기 때문에, 멀리서 대충 보면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을 정도였다.


구덩이 속에 누워 편하게 근육을 이완시켰다.

달려오던 중에 변이가 시작될까 봐, 무지하게 쫄아 있었다.

다행히 아직 변이가 시작되지 않은 만큼,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전신의 긴장을 풀었다.


그리고 세 시간이 흘렀다.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그럴 수는 없다.

곰머리 다음 가는 괴물인, 여우머리 족장 한 마리분의 피를 ‘원샷’을 때렸다.

하다못해 하지운이 죽는 일이라도 발생하거나, 백번 양보해서 배탈이라도 났어야 한다.


안 죽은 것은 다행인데, 지금 상황이면 죽은 것보다 그다지 나을 것도 없어 보였다.


하지운이나 임승아나 정신이 멍해진 것은 마찬가지였다.

‘강탈’ 능력에만 제한을 건 줄 알았더니, 괴물의 혈액 섭취를 통한 변이까지 막아 놓을 줄은 둘 다 상상도 못한 것이다.


아무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하지운은 지금 자신이 승아에게 말을 걸었다가 무슨 실수를 할지 알 수가 없어서, 그 어떤 생각도 안 하고 있는 중이다.

생각만 해도 승아가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아예 머리를 멍하게 비운 채 밤하늘만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었다.


승아도 별다를 것이 없었다.

너무 미안하니까 사과조차 나오질 않았다.

미안하다고 말을 꺼냈다가, 하지운이 어떻게 반응할까 무서워 견딜 수가 없었다.

울고 싶은데 우는 소리조차 들려주기 미안해서, 있는 힘껏 참고 있는 중이다.


그저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상처 줄까 두려워, 아무 생각조차 안 하려고 애쓰는 지운에게 눈물이 나도록 고마울 뿐이었다.


작가의말


 오늘은 웬일로 빨리 올렸지라고 착각하는 분이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네... 어제 분량입니다. 새벽까지 쓰다가 저번처럼 에어컨 켜놓고, 자판에 대가리 박고 잠들까 봐 중간에 불끄고 잤습니다.

 이튿날 몸살나서 병원 갔었거든요.

 늦게 일어나서 아점 먹고, 마저 정리해서 올립니다.

 오늘분은 언제쯤 올라올까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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