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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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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최근연재일 :
2024.06.22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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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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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7
글자수 :
933,051

작성
23.10.1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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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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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정진 (9)

DUMMY

95화


이 동네로 넘어온 이후 하지운은 항상 생각해 왔다.

만약 자신이 ‘강탈’ 능력을 고르지 않았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를 말이다.


생각의 마지막은 항상 같았다.

다른 참가자 놈들에 대한 정보 파악에 최선을 다하다가, 강탈 능력을 골라 온 놈을 포착하는 즉시 부리나케 찢어발겨 버리는 것이다.

득달같이 달려가 무자비하게 죽여 버리고 난 후에야, 두 다리 뻗고 편하게 잠을 청했을 것 같다.


강탈 능력을 처음 접하고 든 생각은 ‘초반에는 개고생을 하겠지만, 그 끝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것이었다.


또한 하지운은 생각해 왔다, 사람의 생각의 깊이란 것은 밥그릇 수준에 불과하다고.

얕아도 백반집 밥공기 수준은 되고, 깊어도 옛날 머슴 밥사발 수준을 넘진 못한다고 말이다.


말하자면 사람 생각이라는 것이 오십보백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것이다.

하지운 자신의 생각과 다른 참가자들의 사고의 흐름이 크게 어긋날 리가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지금 이 공간에서, 방금 피어난 한 떨기 꽃 같은, 냉혹한 청년을 포함한 오 인의 참가자가 하지운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아마 최대한 빨리 하지운을 죽이기 위해, 암묵적으로 손을 잡은 모양이다.


이 게임은 단 한 사람만 생존할 수 있는 살인 게임이다.

이들도 원래는 만나자마자 바로 인사 나누고, 서로의 배때기에 일찌감치 칼을 꽂았어야 했다.

단지 우레와 같은 위엄을 떨치고 있는 ‘로저 드레이시’라는 초특급 위험인물 때문에, 잠시 힘을 합친 것에 불과한 상황이다.


하지운을 둘러싼 오 인이 생각했다.


‘빌어먹을! 강탈 능력 고른 놈이 하필이면 로저 놈의 몸뚱어리에 기어들어 가다니! 이건 반칙이야! 뭐 이런 뭣 같은 경우가 있어!’


동시에 하지운도 생각했다.


‘씨발! 존나 다행이다. 로저 놈이랑 섞였으니 일이 이 정도로 풀린 거지. 강간왕이나 크랜베리의 피모 군이랑 섞였으면, 도망 다니느라 좆 빠졌겠네.’


하지운이 ‘강탈’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이곳에 들이닥친 모든 이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심지어 이들은 하지운이 ‘신체 재생’ 능력이 있다는 사실까지도 다 듣고 왔다.

그것으로도 부족해서, 목을 잘라 버리면 얄짤없이 뒈져 버린다는 꿀팁까지 숙지하고 왔다.


정보 길드에서 험프리와 죽이 맞는 유력한 영주들에게 고액에 팔아넘긴 천금 같은 정보들이다.


사실 이들이 정확하게 탤머스주 근방의 숲으로 몰려올 수 있었던 것도 정보 길드에서 제공한 고급 정보 덕이 컸다.


지금 이 자리에 와 있는 것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드레이시 가문의 참사에 책임이 있는 로저의 원수들이다.

험프리의 친위대 오십 인과 백사십육 인의 친왕파 전사들로 구성된 괴물 피를 먹은 평범한 전사들이다.


다른 하나는, 강탈 능력자를 0.1초라도 빨리 잡아 직여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하지운과 경쟁 중인 다른 참가자들이다.


이들은 모두 ‘이 머릿수로 고작 로저 한 명을 못 죽이겠나.’ 하는 마음으로 이곳에 왔다.

솔직히 이 정도 전력이면, 누가 봐도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만했다.


그리고 이곳에 와서, 부채꼴 모양의 거대한 난장판과, 자신들보다 최소 일 미터 정도가 더 큰 대괴수를 목도하였다.

당연히 스물한 그루의 넋 나간 식물들도 볼 수 있었다.


다들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려는 찰나, 있는 집 자식들로 가득한 무리 중에서도, 유독 지체 높아 보이는 자들이 앞으로 나섰다.


“나는 폐하의 명을 받들어 대역 죄인을 토벌하러 온 브런들 백작 존 매니거드다. 네놈은 대체 정체가 무어냐? 뭐 하는 종자이기에 감히 폐하의 친위대를 공격하는 것이냐? 왕법이 지엄하거늘, 어찌 이리 방자하게 굴 수 있단 말이냐! 진정 후환이 두렵지 않은 것이냐?”


심드렁한 표정으로 왕실 무관장 나리의 일장 연설을 들어주던 하지운이 무관장 나리의 좌측에 서 있던 한 신사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넸다.


“대니얼 세비니! 이 창녀가 똥구멍으로 싸지른 저능아 새끼야! 너 내 여동생 어쨌냐? 블런쉬 말하는 거야. 네 처 어쨌냐고? 걔 죽였냐?”


화들짝 놀란 젊은 신사가 눈을 껌뻑거리며 하지운의 얼굴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저, 정말 로저구나! 이, 이놈 로저가 맞다! 뭣들 하느냐? 어서 이놈을 죽여라!”


과거 로저의 매제였던 고귀한 백작 각하께서는 백사십이나 되는 장정들이 왜 꾸물거리고 있는지를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용사들이 우물쭈물하는 이유가 적어도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요괴의 개인 정보를 몰라서인 건 절대 아닐 것이다.


다수의 겁쟁이 사이에도 담대하기 이를 데 없는 불세출의 용사들이 간간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외형이 생소하기 짝이 없는 하지운을 보고도, 전혀 겁먹지 않은 십 인의 용사들이 칼을 휘두르며 달려 나왔다.


용맹한 전사들이 절도 있는 기합과 함께 검을 내지르는 꼴을, 게슴츠레한 동태눈으로, 바라보던 하지운이 짜증스러운 기색으로 마력을 살짝 일으켰다.


잠시 후 이 자리의 모두가 경악을 할 진풍경이 펼쳐졌다.

용맹하게 달려 나가던 용사들이 모두 목 주위를 움켜쥔 채 바닥에 주저앉아 버린 것이다.


영문을 알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던 나머지 전사들이 이내 대경실색해 버렸다.

바닥을 구르는 용사들의 눈, 코, 입, 귀가 모두 물 범벅이 돼 있는 것이었다.


물은 항상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린다.

가끔가다가 위로 솟구치는 경우는 있지만, 특정 장소에 들러붙어 꼼짝도 안 하는 경우가 있다는 말은 금시초문이었다.


대부분의 인간은 무리를 지었을 때 혹은 믿는 구석이 있을 때 용맹해지곤 한다.

사실 인간뿐만이 아니라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짐승이 이러한 성향을 보인다.


하지만 자신의 옆에서 득시글거리고 있는 덩어리들이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그 용맹함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게 된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대다수의 인간들이 선택하는 행위는 다름 아닌 도주다.


인간의 야비함에 대해서만큼은 깊은 통찰을 하고 있던 하지운이 이를 모를 리가 없다.


몇 놈이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주춤주춤 물러서다, 재빨리 몸을 틀었다.

그러고서는 한 발짝 떼기가 무섭게 그들의 하반신이 폭발했다.


모두가 아우성을 치며 경악만 할 뿐이지, 하지운의 손가락이 까딱거린 것을 알아챈 놈은 단 하나도 없었다.


“용사들아, 헛된 꿈을 버리고 순순히 바닥에 대가리를 박아라. 도망칠 수 있다는 야심 따위는 버려라. 네놈들의 실력으로 이룰 수 있는 업적이 아니다. 고분고분하게 굴수록 최소한의 고통으로 영면에 들 수 있다.”


하지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변에 있던 각종 식물의 줄기와 가지가 하지운의 다리를 칭칭 감으며 솟아올랐다.

심지어 나무뿌리까지 땅속에서 튀어나와 하지운을 덮쳐 왔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근육질의 위풍당당한 여전사 하나가 앞으로 뛰쳐나오더니, 스쿼트 자세로 오만상을 찌푸렸다.

옷을 입은 채로 급똥을 갈기는 줄로 착각한 하지운이 다급히 여전사를 말리려 하였다.


곧이어 그 여전사는 이미 당황 중이던 하지운을 더 크게 놀라도록 만들었다.

있는 힘, 없는 힘 다 긁어모아서 그녀가 만든 것은 그녀의 몸통만 한 불덩이였다.


그녀가 하지운을 향해 불덩어리를 날리자마자, 또 다른 여전사 하나가 불덩어리를 향해 양팔을 힘차게 뻗었다.

그녀의 양손에서 튀어 나온 장풍이 날아가는 불덩어리에 추진력을 더해 줬다.


한껏 위축되어 있던 전사들의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설마 자신들과 함께 움직이던 여전사들이 마법사일 줄은 꿈에도 몰랐던 전사들이다.

살아서 이 숲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희망에, 함성과 어깨춤이 절로 나왔다.


하지운의 몸뚱어리에 불덩어리가 처박히기 직전, 갑자기 땅이 뒤집혀 버렸다.

정확히는 하지운의 발 앞에 있던 바닥이 솟구쳐 올라 거대한 흙의 벽을 만들었다.

그러고는 불덩이를 찍어 누르듯이 덮어 버렸다.


동시에 수백 가닥의 다리털이 하지운의 하반신을 조여 오던 식물들을 갈가리 찢어발겨 버렸다.


자신들의 권능이 너무 쉽게 무력화되자 삼 인의 남녀 참가자들이 잠시 얼어붙어 버렸다.

그 순간 최후까지 자신의 권능을 숨겨 왔던 남성 참가자 하나가 호통을 쳤다.


“조심해! 놈은 저 가시를 발사할 수도 있어! 거기다 염동력도 가지고 있다고! 공격에 대비해!”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있던 놈이 하지운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정성스러운 바람의 칼날 때문에 화들짝 놀랐던 것 못지않게 격하게 놀라는 하지운이었다.


작가의말


 열도 많이 내려가고 몸살 기운도 많이 없어졌습니다.

 다시 소처럼 쓰도록 하겠습니다.

 늦어서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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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 (9) 23.10.12 58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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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정진 (6) 23.10.06 63 4 9쪽
92 정진 (5) 23.10.04 62 3 9쪽
91 정진 (4) 23.10.02 60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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