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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최근연재일 :
2024.06.26 23:47
연재수 :
221 회
조회수 :
22,970
추천수 :
529
글자수 :
942,693

작성
23.10.1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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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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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9쪽

정진 (11)

DUMMY

97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하지운은 쭈그려 앉은 채로, 대니얼 경의 따귀를 좌우로 후리면서, 개소리를 이어 갔다.


“고마워, 매제. 정말 잘했어. 네 덕에 내가 난처할 일이 원천적으로 사라졌잖아. 네가 아니었으면, 내가 얼마나 피곤했겠니. 홀가분하게 죽이고 다니는 일에만 몰두할 수 있게 해 줘서 정말 고마워.”


장난스럽게 대니얼 경의 양 볼을 쓰다듬어 주던 하지운이 기꺼운 마음으로 몸을 일으켰다.

다른 경쟁자들에게도 관심을 줘야 할 것 같아서였다.

다들 소외당해서 그런지 표정들이 좋지 못했다.


“너... 누구냐? 로저를 어찌한 것이냐? 네놈은 누군데... 로저의 흉내를 내는 것이냐?”


몸을 돌리다 말고 대니얼의 얼굴을 내려다 본 하지운이 순간 참지 못하고 뿜어 버렸다.

한참을 큭큭거리며 중이병 환자처럼 웃던 그가 로저의 전 매제에게 치하의 말을 건넸다.


“병신 같은 새끼가 예리한 척하고 있네. 꼴값하지 말고 닥치고 있어. 흙 퍼먹이기 전에.”


처음으로 정보 길드를 활용한 낚시를 해 봤다.

예상했던 것보다 조황이 훨씬 좋았다.

현재까지 죽인 참가자가 고작 넷인데, 이번 낚시질 한 번에 다섯 명이 낚여 들었으니 굉장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한 번에 다섯이라니, 이게 웬 떡이냐? 다들 정말 고마워. 제 발로 뒈지러 여기까지 찾아오고. 너무 감사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어. 너희도 알다시피, 내가 지금 상황이 다소 좆같아. 그래서 딱히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 미안해서 어떡하지? 약소하지만 내 성의라고 생각하고 들어줘. 내가 묻는 말에 대답만 잘해 주면, 너희 모두 순식간에 죽여 줄게.”

“웃기지 마라, 이 같잖은 변태 살인마 새끼야! 어차피 죽을 상황인데, 내가 네깟 놈 뜻대로 따라 줄 것 같으냐? 개폼 잡지 말고, 죽일 거면 그냥 어서 죽여라!”


그녀가 괜히 불 마법을 골라 온 것이 아니었다.

말하는 것만 봐도, 성격이 아주 시원시원하고 화끈한, 불같은 여전사다.

본인도 쉽게 기가 꺾이지 않는 강골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주변 이들도 덩달아 용기백배하게 만드는 장군 기질이 강해 보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하지운은 귀찮은 걸 견디지 못하는 성격이다.

거기에다 타인의 장한 모습을 보고도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차분한 성향까지 가지고 있다.


“왜 그렇게 흥분했어? 냉수 먹고 진정 좀 해. 그냥 내가 질문하는 거 몇 개만 대답하고 죽으라니까. 그게 그렇게 힘들어?”


불같은 그녀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삐져 버린 하지운이 염동력으로 그녀의 머리통을 뒤로 젖혀 버린 후 입을 강제로 열었다.

그런 후 그녀의 면상 위에다가 물 마법을 발동시켰다.


그녀의 머리통에서 대충 삼십 센티 정도 위의 허공에 물방울들이 맺히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녀의 입 속으로 거센 물줄기가 쏟아졌다.


“뭐 하는 짓이야, 이 미친놈아! 당장 그만두지 못해! 여성에게 무슨 짓이야! 당장 멈추라고!”


식물을 조종하던 쾌남아가 크게 분개한 나머지 하지운에게 서릿발 같은 기세로 호통을 쳤다.

그와 동시에 쾌남아도 물을 먹기 시작했다.


“또 차분해지고 싶은 사람 있냐? 귀찮으니까 한 번에 하자. 지껄일 거 있으면, 지금 다 지껄여라. 일 두 번 하기 싫다. 어서 해라.”


다행히 더 이상 만용을 부리는 용자는 나오지 않았다.

한 쌍의 용맹한 남녀가 열심히 물을 들이키는 동안, 바람 마법을 쓰던 여성 앞에 하지운이 쭈그리고 앉았다.


“도대체 뭐가 궁금한 건데? 물어볼 게 뭐가 있다고 이 난리야? 제발 저 사람들 그만 괴롭히고, 그 빌어먹을 질문이 뭔지나 당장 얘기해!”

“별거 아니야. 너희의 전생을 간략하게 들려주면 돼. 전생의 정확한 주소, 사회 보장 번호, 가족들 인적 사항 따위는 필요 없으니까 지레 겁먹지 말고. 어떤 환경에서 성장했고, 어떻게 죽게 되었는지 위주로 얘기해 주면 돼.”

“그게... 왜 궁금해? 고작 그거 물어보려고, 지금 사람을 함부로 고문하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그냥 묻는 말에 대답하고 나서 편히 죽으라고 했잖아. 그리고 그게 궁금한 게 이상해? 넌 우리가 무슨 이유로 이곳에 와 있는지 안 궁금해? 우리가 어떤 기준으로 선택되었는지도 말야.”

“그건...”

“너희들이야 일단 살아남는 게 우선이니, 그동안은 깊게 생각 안 하고 있었겠지. 근데 난 너희하고 입장이 많이 다르잖아. 생각할 시간적 여유가 많아서 그런가? 정말 궁금해서 미칠 거 같거든. 그리고 너. 고문한다고 지랄을 해서 하는 말인데, 여기 놀러 왔냐? 너희가 좀 전에 나한테 던진 건 부케였냐? 불덩어리 아니었냐? 누가 보면, 내가 아무 죄 없는 사람들 붙잡아 놓고 괴롭히는 줄 알겠다. 물고문은 안 되지만, 사람을 태워 죽이는 건 괜찮은 거야?”

“그, 그렇지만...”

“쟤들이 고통받는 게 보기 싫으면, 어서 네 사연이나 읊어. 네가 굼뜨게 굴면 굴수록, 쟤들이 먹는 물의 양도 늘어나지 않겠어?”


바람 마법을 익힌 그녀의 인생이 담긴 속사포 랩이 지나갔다.

과연 권능으로 바람을 고른 자다웠다.

바람 마법을 혓바닥에 걸었나 싶을 정도의 엄청난 초고속 연설이었다.


그 노력이 가상해서 한 번에 넘어가 줬다.

뭔가를 지어내기에는 지나치게 촉박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어이, 강간범. 오랜만이다. 내가 네 본체를 죽인지, 넉 달 하고 보름 정도 지났지? 날 죽여서, 잘려 나간 네 성기의 복수를 하고 싶었나 본데. 그래도 솔직히 놀랐어. 네가 성 밖으로 기어 나올 용기가 있을 줄은 몰랐거든. 근데... 성기는 아직도 없는 상태야? 그동안 쭉 궁금했거든. 혹시 부활할 때 재생된 건 아니지?”

“......”

“입 꼭 다물고 있으면, 꺼내서 벗겨 볼 거야. 얘들 보는 앞에서 그랬으면 좋겠어?”

“없다! 그래, 없다! 이 미친 악마야! 없다고!”

“뭘 잘했다고 큰 소리야? 그 강간범 새끼 몸속으로 들어간 거 보니까, 너도 전생에 어떤 놈이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데. 너 전생에 어떻게 죽었어? 너, 강간하다가 피해자 가족한테 맞아 죽었지? 맞지?”

“......”

“... 진짜냐? 미친... 대충 뱉은 말이었는데...”

“......”

“우냐? 이 병신... 뭘 잘했다고 울어? 강간하다가 맞아 죽었는데, 지옥도 안 보내고, 부활까지 시켜 준다니까 행복했나 보네. 그런데 기껏 부활하고 보니까 거기는 잘려 있고, 임무는 거길 자른 놈을 죽이라는 거고. 그래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어? 그래서 우는 거야, 병신아? 내가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거야.”

“......”

“대답 안 하면 홀딱 벗겨서 나무에 걸어 놓을 거야. 여기 아직 구경할 사람 많아.”

“흐윽... 그래, 이 미친 살인마야...”

“근데... 네 능력 말야. 내가 알아맞혀 보려고, 정말 많이 고민했거든. 너 설마... 유용한 능력 고른 거냐? 투시 말야! 투시!”

“......”

“이 새끼가! 진짜 홀가분한 모습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그래, 대답하지 마라. 네가 노출증이 있어서 그러는가 본데, 내가 생각이 짧았다. 일단 벗자.”

“그래, 맞다! 투시 맞아! 투시 맞다니까!”


정말로 그 유용한 능력을 고르는 놈이 있었다.

하지운은 순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오열을 터뜨렸다.

너무 웃겨서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미친놈! 마법이 번개 빼고 다 남아 있었을 텐데... 투시를 골랐어! 얘들아, 이 새끼 투시 능력자야! 너희 어쩌면 좋아! 투시 능력자와 한참을 동행했을 거 아냐! 내가 방금 전에 죽인 너희 둘의 수행원들까지 여자가 열 명이나 됐는데... 이 새끼가 얼마나 열심히 쳐다보고 있었을까!”


두 마법 처녀들이 안쓰러워진 하지운은 물고문도 멈춰 주었다.

불 마법을 익힌 그녀는 한참을 게워 내면서도, 서슬 퍼런 눈동자를 결코 움직이지 않았다.

눈빛만으로도 강간왕 리처드의 옆통수를 불태워 버리려는 듯, 쉬지 않고 눈알을 희번덕거렸다.


바람 마법을 익힌 또 다른 여전사는 이를 뿌드득 갈고 있는데, 조금만 더 가까이 묻어 놨으면 리처드의 귀때기를 잘근잘근 씹었을 것 같다.


“크흐흐흑... 이런 한결같은 새끼... 차원의 경계를 넘어선 두 변태 새끼의 운명적 만남이라니... 존나 감동이야...”


제 놈도 꼴에 사람이라고 수치심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고개를 푹 숙인 내시 리처드 앞에 선 하지운이 놈의 머리통을 발로 툭툭 치면서 자기소개를 재촉했다.


“고해 성사 한다고 생각하고 얼른 털어놔. 빨리 안 하면 얘랑 공개적으로 예쁜 사랑 나누게 해 줄 거야. 얜 정말 지금 뵈는 게 아무 것도 없어.”


하지운의 옆에는 어느새, 몸통의 대부분이 시커멓게 썩어 가고 있는, 소머리 좀비 한 마리가 멀뚱거리고 있었다.


작가의말



 다행히 감기 증상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정도 감기약 두통약을 몸에 때려넣었더니

 위가 작살이 난 것 같습니다.

 월요일부터 미식거림과 설사 때문에 강제로 다이어트 중입니다.

 그래서 복통에 시달리다 보니 글이 너무 늦어졌습니다.

 정말 죄송하고 이틀째 죽만 먹다보니 속도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 있습니다.

 다시 열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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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마왕의 길 (1) 23.10.21 58 3 9쪽
99 정진 (12) 23.10.19 52 2 10쪽
» 정진 (11) 23.10.18 54 2 9쪽
97 정진 (10) 23.10.15 59 3 10쪽
96 정진 (9) 23.10.12 58 3 9쪽
95 정진 (8) 23.10.10 66 3 10쪽
94 정진 (7) +3 23.10.08 70 3 9쪽
93 정진 (6) 23.10.06 66 4 9쪽
92 정진 (5) 23.10.04 63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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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인연 (3) 23.09.06 88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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